광동제약 사모님의 이상한 자리

살림만 하다 회사에 슬쩍∼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광동제약 대표 부인이 회사 계열사의 사내이사로 등재됐다. 물론 이 부분이 문제 될 건 없다. 업계에선 오히려 흔한 일이다. 다만 눈길이 가는 대목이 있다. 그의 직업이다. 10년 전부터 그는 ‘주부’였고, 최근까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랬던 그가 제약 계열사 임원으로 선임된 배경은 무엇일까.
 

광동제약은 ‘비타500’ ‘옥수수수염차’로 친숙한 제약사다. 애주가들에겐 ‘광동 헛개차’로 익숙하다. 창업주는 고 최수부 회장. 1963년 회사를 설립한 그는 우황청심원, 쌍화탕 등 우수 의약품 출시로 한방의 과학화를 이끌었다는 평을 받는다.

갑자기 왜?

창업주는 슬하에 1남4녀를 뒀다. 경영권은 막내아들에게 돌아갔다. 현재 최성원 부회장이 광동제약을 이끌고 있다.

최근 3년간(2017∼2019) 회사 실적은 오름세였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1415억원, 1조1802억원, 1조2382억원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영업이익 역시 357억원, 339억원, 418억원이었다. 순이익은 230억원에서 219억원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226억원으로 반등했다.

올해 성적표도 기대할만하다.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3006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2.2% 오른 수치다. 영업이익은 11.1% 깎인 110억원이었지만, 순이익은 21.64% 뛴 111억원이었다.


광동제약 최대주주는 단연 최 부회장(6.59%)으로 공익법인 가산문화재단(5%), 계열사 광동생활건강(3.05%) 순이다. 모친에게도 1.29% 지분이 있다. 최 부회장 누이들은 0.05%, 0.09%, 0.11%로 미약한 편이다. 이들은 광동제약 내에서 특별한 직을 맡고 있지 않고 단순히 지분만 보유 중이다.

대신 최 부회장 일가에 더 많은 몫이 있다. 부인 손현주씨와 2002년생 아들이 그렇다. 이들은 각각 0.48%씩 쥐고 있다.

박 부회장 부인 손씨는 최근 ‘광동생활건강’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광동생활건강은 광동제약의 계열사로 손씨는 지난달 1일 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문제 될 건 없지만 선임 배경에 물음표가 찍힌다. 왜일까?

‘비타500’ 광동제약 2세 막내 경영 
최성원 부회장 부인 사내이사 선임

지난 6월까지 광동제약 공시 자료에 적시된 손씨의 직업은 ‘주부’였다. 그가 광동제약 주식을 최초로 취득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손씨는 지난 2008년 3월 시아버지로부터 25만주를 증여받았다. 2002년생 아들에게도 같은 날 동일한 주식이 주어졌다. 당시에도 손씨는 주부로 등재됐다.

공식 자료로만 살펴봤을 때, 손씨는 10년 넘게 직업이 없었다. 그랬던 그가 어떻게 광동생활건강 사내이사로 선임될 수 있었을까? 광동생활건강은 사실상 최 부회장 회사다. 최 부회장은 광동생활건강 지분 8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임원으로 재직하지는 않는다.

광동생활건강은 광동제약과 겹치는 항목이 많은데 우선 두 회사의 주소지가 같다. 그 연유로 광동생활건강은 매년 광동제약에 임대료 2700여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또 광동생활건강은 의료용구를 제조하거나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도소매를 영위한다. 광동제약 사업과 어느 정도 교집합이 있는 셈이다.
 

▲ 광동제약 본사 ⓒ광동제약

실제로 광동생활건강은 광동제약으로부터 매출을 올리고 있다. 최근 3년간(2017∼2019) 광동생활건강 매출액은 178억원, 233억원, 201억원이었다. 이 중 광동제약서 발생한 매출액은 81억원, 78억원, 64억원이었다. 비중으로 따져보면 45.44%, 33.46%, 32.12%다.

매출 자체를 광동제약에 의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수치뿐만 아니라 결과가 그렇다.

지난 3년간 내부거래액이 가장 많았던 때는 2017년이다. 하지만 그해 매출이 가장 높았던 건 아니다. 오히려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적었던 지난해보다 못했다. 물론 상당한 매출액이 광동제약서 비롯된 점은 배제하기 어렵다.

같은 기간 광동생활건강 영업이익은 1909만원, 6억원, 1억원으로 들쭉날쭉했다. 순이익 역시 1322만원, 6억원, 7530만원으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10년 전부터 줄곧 ‘주부’ 표기
“충분한 역량 갖췄다고 판단”

손씨가 광동생활건강 사내이사로 들어온 만큼,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주주에 그쳤을 뿐이다. 없던 입지가 조금이나마 열렸다고 볼 수 있다. 존재감도 더욱 짙어졌다.

광동제약 일가서 회사 주식을 소유한 이들은 모두 7명이다. 최 부회장을 중심으로 모친과 누이, 매형, 그리고 부인과 자녀 등이다. 이 중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이는 손씨다. 동시에 계열사 임원인 사람도 손씨뿐이다. 물론 매형인 이강남씨가 관계사 광동한방병원 대표를 맡고 있기는 하다.

다만 광동제약이나 계열사 임원은 아니다.

또 광동제약 계열사 법인등기에는 지금껏 최 부회장 모친이나 누이 등이 이름을 올린 적 없다. 유일하게 장녀 최진선씨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광동제약 계열사 ‘가산’에 대표이사로 근무한 바 있다. 현재 주주 명부에는 빠져있다. 지난 2011년 광동제약 지분을 일찌감치 전량 처분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광동제약에 흡수합병된 계열사 ‘광동지엘에스’와 ‘애플에셋’서도 이들의 이름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같은 해 신규 설립된 ‘케이디인베스트먼트’서도 마찬가지였다.

최 부회장 누이들 역시 모두 ‘주부’였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손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은 결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흔한 일?

결국 손씨가 현재 오너 일가 가운데 임원으로 선임된 유일한 인물인 셈이다. 이를 두고 최 부회장 가족들 쪽으로 지배력이 모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성년 아들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광동제약 측은 <일요시사>에 손씨의 사내이사 선임 배경에 대해 “충분한 역량을 갖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