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개막, 치열했던 순간들

뚜껑 열리자 곳곳서 명승부 연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개막과 함께 선수들의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김효주는 연장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했고, 유소연은 김효주의 독주를 막는 짜릿한 승리를 만끽했다. 최혜진은 대회가 중도에 멈춰버리면서 반쪽짜리 승리에 만족해야 했다. 김지영은 호쾌한 장타를 앞세워 3년 만에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김효주는 지난달 7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 스카이힐 제주 컨트리클럽 스카이·오션 코스(파72)  에서 열린 KLPGA 투어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 최종일 18번홀(파5)에서 치른 연장전에서 김세영(27)을 제치고 우승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나란히 5언더파 67타를 친 두 선수는 4라운드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연장전을 벌였다. 김효주가 먼저 3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고, 김세영은 더 짧은 2m 남짓한 버디 퍼트를 놓쳤다. 우승 상금은 1억6000만원.

시작과 함께
명경기 속출

김효주는 고교 2학년 때 이곳에서 열린 롯데마트 여자오픈에 아마추어 초청 선수로 출전해 우승했다. KLPGA 투어 무대 첫 우승이었다. 당시 우승으로 롯데와 인연이 된 김효주는 지금까지 롯데 후원을 받고 있으며, LPGA 투어 진출 이후에도 이곳에서 열린 롯데 주최 대회는 빠짐없이 출전해왔다.

공동선두 홍란(34)과 한진선(23)에 3타 뒤진 공동 3위로 최종 라운드에서 동반 플레이에 나선 김효주와 김세영은 8번 홀에서 공동선두에 올라서며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오지현(23)이 합세해 3파전으로 전개된 선두 경쟁은 마지막 18번홀까지 땀에 손을 쥘 만큼 팽팽하게 이어졌다.

김효주는 12번홀(파4) 칩샷 실수로 1타를 잃었지만, 13번홀(파4) 2m 버디로 다시 공동선두로 복귀했고 김세영이 13번홀 버디로 치고 나가자 김효주는 14번홀(파3)에서 6m 거리 버디를 잡으며 따라붙었다.


김효주와 김세영은 18번홀에서 약속이나 한듯 버디를 잡아내 공동선두로 먼저 경기를 끝냈고, 오지현은 두 번째 샷이 벙커에 들어가는 바람에 버디 사냥에 실패해 연장전 합류에 실패했다. 2언더파 70타를 신고한 오지현(23)은 3위(17언더파 271타)에 만족해야 했다.

사흘 내리 선두를 달렸던 한진선은 1타를 잃고 4위(15언더파 275타)에 그쳤고, 홍란은 2타를 까먹어 공동 5위(14언더파 274타)로 밀렸다. 5언더파 67타를 때린 이정은(24)과 2타를 줄인 이소영(23), 1언더파 71타를 친 최혜진(21)이 나란히 공동 8위(13언더파 275타)를 차지했다.

김효주, 연장 승부 끝에 시즌 첫 승
유소연, 1타 차 한국여자오픈 우승

7개월 만에 공식 대회에 나선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은 공동 45위(4언더파 284타)로 대회를 마쳤다. 고진영은 “어떤 점이 부족한지 알았던 대회였다”며 “아쉬웠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소연(30)은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개인 통산 5번째 여자골프 내셔널 타이틀을 획득했다. 지난달 21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6929야드)에서 열린 기아자동차 ‘제34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0억원) 4라운드에서 버디 1개와 보기 1개를 묶어 이븐파 72타를 쳐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한 유소연은 2위 김효주(25)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 2억5000만원은 코로나 극복 기금으로 전액 기부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유소연은 2018년 6월 LPGA 투어 마이어 클래식에서 통산 6승을 달성하고, 같은 해 9월 말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일본여자오픈 정상에 오른 이후 약 1년 9개월 만에 우승을 거뒀다. 유소연이 한국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2015년 8월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이후 약 5년 만이어서 감회가 새롭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KLPGA 투어 통산 우승은 10승으로 늘었다.

또한 유소연은 12년 만에 한국여자오픈 우승의 한도 풀었다. 유소연은 2008년 신지애(32)와 연장 3차전까지 가며 우승 경쟁을 벌이다 준우승에 머문 기억이 있다. 이번 우승으로 유소연은 내셔널 타이틀 수집가 명성도 재확인했다. 


유소연은 앞서 2009년 오리엔트 중국여자오픈과 2011년 US여자오픈, 2014년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 2018년 일본여자오픈에서도 내셔널 타이틀을 따냈다. 일본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국내 내셔널 타이틀에 대한 열망이 더 커졌다고 밝혔던 유소연은 한국여자오픈 우승으로 그 뜻을 이뤘다.

유소연은 5번홀까지 파 세이브 행진으로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사이, 김효주가 5번홀(파4) 버디로 추격을 시작했다. 유소연은 곧바로 6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달아났다. 김효주 역시 6번홀에서 연속 버디로 유소연을 압박했다. 유소연은 9번홀(파4)에서 보기를 적어내 김효주와 1타 차가 됐다. 1타 차의 팽팽한 긴장 상태는 17번홀(파3)까지 쭉 이어졌다. 18번홀(파4)에서도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유소연과 김효주의 두 번째 샷이 모두 벙커에 빠진 것이다.

김효주 상승세
상금 1위 질주

김효주는 그린 왼쪽 홀 앞에 있는 벙커에, 유소연은 그린 왼쪽 홀 뒤에 있는 벙커에 각각 공을 빠트렸다. 유소연은 벙커 샷을 홀 가까이 잘 붙인 뒤 파에 성공하며 우승을 확정했다. 김효주도 파로 잘 막았지만 1타 차를 좁히지 못했다.

한편 2014년 이후 6년 만에 한국여자오픈 제패를 노렸던 김효주는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김효주는 지난달 7일 롯데 칸타타 오픈 우승으로 ‘부활’을 선언한 이후 상승세를 이어갔다. 김효주는 준우승 상금 1억원을 보태며 상금 선두(약 3억2400만원)로 올라섰다.

지난해 KLPGA 투어 전관왕에 오른 최혜진(21)이 최종 9언더파 279타로 3위에 오르며 ‘국내파’ 자존심을 지켰다. 공동 2위로 출발했던 오지현(24)은 3타를 잃어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로 공동 4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최종일 2타를 줄인 김세영(27)도 공동 4위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은 최종 6언더파 282타로 6위를 기록했다.

구관이 명관
유소연 저력

KLPGA 투어 시즌 다섯 번째 대회인 ‘제14회 S-OIL 챔피언십’은 1라운드 대회로 축소돼 막을 내렸다. 연이틀 이어진 악천후로 올 들어 처음으로 대회가 공식 취소됐다. 2012년 MBN여자오픈 이후 8년 만의 일이자 KLPGA 역사상 두 번째 사례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전날 일몰로 마치지 못한 2라운드 잔여 경기를 다음날 7시부터 치르고 3라운드를 이어갈 계획이었지만, 짙은 안개로 잔여 경기 시작이 거듭 연기되면서 오전에 3라운드를 취소한 데 이어 오후 3시 30분께 그대로 대회 종료를 선언했다.

애초 이번 대회는 지난달 12~14일 제주시 애월읍의 엘리시안 제주에서 3라운드(54홀) 대회로 열릴 예정이었다. 12일 1라운드는 정상 개최됐으나 13일엔 안개와 많은 바람, 낙뢰 등으로 5시간 지연된 낮 12시에 출발해 일몰까지 출전 선수 120명 중 절반가량만 2라운드를 마쳤다.

이날도 이른 오전부터 안개가 덮인 데다 강한 비도 이어지면서 결국 예정된 시간에 경기를 시작하지 못했고, 대회 축소가 불가피했다.

오전 9시 조직위 회의에서 36홀 축소를 결정한 이후에도 코스에는 강한 비가 내리고, 비가 그치면 짙은 안개가 깔리는 등 정상적으로 경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최초 예정 시각인 오전 7시에서 조금씩 밀리더니 결국 오후 3시까지 시작하지 못해 2라운드 잔여 경기마저 개최가 불발됐다.


최진하 KLPGA 경기위원장은 “2라운드 잔여 경기를 마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3시간 40분 정도였다. 기상관측 시스템 등을 총동원해 시간을 확보하려 했으나, 오늘은 물론 내일(15일)도 안개로 장담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회 성적은 모든 선수가 동등하게 마친 1라운드(18홀)를 기준으로 결정됐다. 1라운드 8언더파 64타를 몰아쳐 단독 선두로 나섰던 지난해 우승자 최혜진(21)이 1위에 올랐다. 36홀 이상 진행돼야 공식 대회로 인정되는 규정에 따라 이번 대회는 공식 대회로 인정되지 않으며, 각종 기록도 반영되지 않는다. 최혜진도 이번 대회의 우승자는 아니다.

상금은 기존 총상금 7억원의 75%인 5억2500만원을 성적에 따라 배분했다. 최혜진은 상금 요율에 따라 그중 18%인 9450만원을 받았다.

한편 전우리(23), 이소미(21), 정연주(28), 이제영(19)이 한 타 차 2위(7언더파 65타), 장하나(28) 등이 공동 6위(6언더파 66타)에 자리했다. 김지영(24)은 전날 2라운드에서만 8타를 줄여 중단 전 12언더파 132타로 리더보드 맨 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으나 2라운드는 ‘없던 일’이 되면서 1라운드 성적인 공동 19위(4언더파 68타)로 대회를 마쳤다. 이정은(24)과 김세영(27)도 공동 19위, 김효주는 공동 40위(3언더파 69타)다.

지난달 28일 경기도 포천시 포천힐스컨트리클럽(파72·6605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BC카드·한경레이디스 최종일 4라운드에서 연장 접전 끝에 김지영이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선두로 출발한 이소미(21·SBI저축은행)가 마지막 18번홀에서 통한의 보기를 범하며 우승 경쟁에서 탈락한 가운데 이날 각각 6타와 5타를 줄인 김지영(23·SK네트웍스), 박민지(22·NH투자증권)가 우승 트로피를 놓고 연장전에 들어갔다.

최혜진, 기상 악화 반쪽 1위
김지영, 3년 만에 통산 2승


연장 1차전에서 두 선수 모두 버디를 잡아 다시 돌입한 연장 2차전에서 ‘장타자’로 손꼽히는 김지영은 두 번째 샷으로 승부를 걸었다. 힘차게 날아간 공이 그린 앞에 떨어진 뒤 굴러 핀 2m 지점에 멈춰 선 순간 사실상 승부 축은 김지영 쪽으로 기울었다. 

그리고 긴장감 속 김지영의 이글 퍼팅이 홀 속으로 사라졌다.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올 시즌 첫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2016년 KLPGA 투어 루키로 데뷔한 김지영은 2017년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처음 우승을 차지했고, 이번 대회에서 약 3년 만에 통산 2승을 기록했다.

지난해 신인왕 랭킹 4위에 이어 준우승만 세 차례 기록했던 이소미는 이번 대회 2·3라운드에서 단독 선두를 달리며 생애 첫 승을 노렸지만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합계 16언더파 272타를 기록한 이소미는 안나린(24·MY문영그룹), 지한솔(24·동부건설)과 함께 공동 3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올 시즌 2승을 노렸던 김효주(25·롯데)는 목통증으로 기권해 아쉬움을 남겼다. 

우승 노렸지만
날씨가 문제

빼어난 외모로 인기를 끌었던 안소현(25·삼일제약)은 최근 “실력으로 외모 논란을 극복하겠다”고 말한 약속을 지켜냈다. 안소현은 이날 버디 3개와 보기 1개로 2타를 더 줄이며 합계 8언더파 280타 공동 21위로 대회를 마쳤다. 목표였던 ‘톱10’에는 실패했지만 올 시즌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탈 발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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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