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기…등치는 중고차 시장 ‘어찌할꼬’

성능 조작, 매매 사기, 허위매물...

[일요시사 취재2팀] 박민우 기자 =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우리나라 중고차 판매대수는 224만대(매매업자간 이전거래 제외)에 달해 178만대가 판매된 신차시장의 약 1.3배가 큰 거대 시장으로 성장했으나 거래되는 상품 및 서비스의 질은 낮고 사기 판매 등의 불법적인 거래는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1372 소비자상담센터'통계에 따르면 2018년 1월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중고자동차 중개∙매매 관련 불만 상담건수는 총 2만783건이 접수됐다.

품목별 순위서 중고차 중개∙매매는 스마트폰과 침대, 정수기 대여, 점퍼·재킷류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가격이 1000만원 대에 이르는 고가의 내구성 소비재 중에서는 불만이 제일 많은 상품이다.

연간으로도 2014년 1만2875건, 2015년 1만1800건, 2016년 1만1058건, 2017년 1만392건 등 매년 1만건 이상의 불만이 접수되고 있다.

이처럼 중고차시장에 대한 소비자가 불만이 높은 이유는 실제 차량의 성능과 상태를 조작해 판매하는 등 불법·사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구입 과정서 소비자가 감금과 협박을 당하는 일도 있을 정도로 낙후된 시장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의 중고차매매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2016년~ 2019년 6월) 유형 분석 결과에서도 성능점검 기록 조작 등 성능·상태 점검 관련 피해가 79.7%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사원이 중고차 인터넷 사이트에 미끼용 허위매물을 올려 고객을 유인한 뒤 성능기록부가 조작된 중고차를 비싸게 강매한 후 연락을 끊어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224만대 22조원 규모로 급성장
불법 등 후진적 거래 행태 여전

실제로 지난 9일 인천 서부경찰서는 인터넷에 허위매물로 고객을 유인한 뒤 인터넷에 올린 것과 다른 차량을 시세보다 비싸게 팔아 총 6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중고차 딜러 44명과 사기 방조 혐의로 매매상사 및 할부 대행사 대표 9명을 함께 입건했다.

지난 2016년 7~10월까지 4개월 간 경찰청이 중고차 매매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벌였을 당시에도 총 2027명(1262건)을 검거했는데, 이들의 75.4%가 이미 범죄 전력이 있는 전과자인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중고차시장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경제연구원의 중고차시장에 대한 소비자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소비자의 76.4%가 국내 중고차시장은 불투명·혼탁·낙후됐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적 인식의 주요 원인으로 ▲차량상태 불신(49.4%) ▲허위·미끼 매물(25.3%) ▲낮은 가성비(11.1%) ▲판매자 불신(7.2%) 등 순이었다. 특히 중고차시장에 대기업 신규 진입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1.6%가 '긍정적'이라고 답해 '부정적'으로 답변한 응답자(23.1%)보다 2배 이상이 많았다.

이에 따라 소비자 보호 차원서라도 시장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중고차 1대당 평균매매가격이 10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연간 시장규모는 약 2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작년 한국GM과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3개사 매출액을 합한 것(16조7578억원) 보다 무려 5조원이 많은 규모다.

시장규모만 놓고 보면 수십조원 시장으로 성장했지만 성능조작과 허위매물, 불투명한 가격설정 등 거래행태는 시장규모에 걸맞지 않게 후진적인 구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우려
52% 대기업 신규 진입 찬성

이 때문에 우리나라 중고차시장은 대표적인 '레몬마켓'으로 알려져 있다. 레몬마켓은 판매자와 소비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질 낮은 물건이 많이 유통되는 시장을 의미한다.

중고차 시장 정화와 거래 투명화를 위해 국회 등이 나서고 있으나 업계 반발 등으로 인해 실효성 있는 조치가 취해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미래한국당 원유철 전 의원은 부정한 중고차 성능점검자의 처벌을 명확히 하는 '자동차 관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2년 동안 국회 상임위(국토교통위)에 계류돼있다가 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법안 내용은 중고차 성능점검자가 거짓으로 점검하거나 점검한 내용과 다르게 자동차매매업자에게 알릴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6월 1일부터 중고차 매매 시 발급되는 성능∙상태점검기록부 내용과 실제 차량 상태가 다를 경우 소비자가 직접 손해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중고차 성능∙상태점검 책임보험’ 의무가입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매매업계가 반발하고 있어 제도 안착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중고차시장은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시장 진입이 불가능했다.

국회·정부 시장정화 노력
업계 반발로 제자리 걸음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들은 6년간 보호 받으면서 시장 구조를 개선할 기회가 주어졌으나 여전히 불법적이고 후진적인 시장구조에 머물러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은 지난해 초 일몰됐지만 이를 대체하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가 도입돼 현재 중소벤처기업부가 중고차판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심의하고 있으며,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향후 5년간 대기업은 중고차판매업에 새로 진입할 수 없다.

중소벤처기업부 심의에 앞서 지난해 11월6일 동반성장위원회는 “중고차 판매업의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반면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하락하고 있다”며 “산업경쟁력과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영향을 포함해 일부 기준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것이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중기부에 제출한 바 있다.


동반위가 현재까지 생계형 적합업종 적합 여부를 심의한 업종 중 부적합 결론을 내린 것은 중고차판매업이 유일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이 중고차매매상들이 시장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상태로는 자체 정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국내 자동차 제조사 등의 대기업의 시장 참여를 통해 신차시장 수준의 투명하고 선진화된 거래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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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