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일가친척의 끝내주는 재태크 내막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08.17 16: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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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테마주'로 수백억대 시세차익 챙겼다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대유그룹이 '박근혜 테마주'로 묶여 주가가 급등하는 과정에서 오너일가가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겼다는 사실이 알려져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 테마주가 '박근혜 조카'라는 이유로 급등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겼다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에게 아무런 영향이 없을까?

한유진씨는 최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외손녀'로 확인됐다. 따라서 한씨에게 박근혜 후보는 '이모'가 되고 박 후보에게 한씨는 '조카' 된다. 이는 박 후보의 동생이 박서영(박근령)과 박지만 뿐인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사실 박 전 대통령과 첫째 부인 김호남과의 사이에는 딸 박재옥이 있었고, 박재옥과 한병기 전 국회의원 사이에 한태준, 한유진, 한태연을 자녀로 둔 것이 확인되면서 관계가 밝혀졌다. 따라서 영부인으로 불렸던 육영수는 사실 박 전대통령의 셋째 부인이고 김호남의 딸 박재옥과 육영수의 딸 박 후보와의 관계는 이복자매가 된다.

육영수는 셋째부인

최근 박 후보의 조카 한씨 일가의 저축은행 불법 인수 의혹이 제기되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달 26일 송호창 민주통합당 의원의 제보로 <한겨레>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박 후보의 조카 부부가 대주주로 있는 대유신소재가 솔로몬저축은행 등으로부터 자금을 빌려 위기에 몰린 다른 저축은행을 인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상호저축은행법은 차입금으로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걸 금지하고 있어 문제가 됐다.

내용은 지난 2010년 5월 3일 대유신소재는 주인수권부사채(BW) 150억원어치를 발행했는데 솔로몬저축은행이 50억원, 한양증권과 신한캐피털 등이 각각 40억원과 30억원어치를 사들였다는 것. 그리고 열흘 뒤인 5월13일 대유신소재는 인수대금 200억원을 두 차례에 걸쳐 납입해 창업상호저축은행(현 스마트저축은행)과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BW로 들어온 돈 150억원과 저축은행 인수대금 200억원이 '무관한 돈'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금감원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면죄부를 줬었다.


이보다 흥미로운 것은 '박근혜 테마주'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는 대유그룹의 오묘한 주가 동향이다. 대유그룹주들은 지난해 말 한씨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손녀이자 박 후보의 조카라는 말이 떠돌면서 박근혜 테마주로 편입됐고 바로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해 10월 1200원이었던 대유신소재는 올해 2월20일 4430원까지 급등했고, 대유에이텍도 지난해 12월초 2000원 미만에서 12월 중순 3403원까지 올랐다.

당시 한씨와 한씨의 남편 박영우 대유그룹 회장, 그리고 두 딸 은희, 은진씨는 지난해 9월부터 1000원대였던 대유신소재 주식을 장내에서 꾸준히 매입하다 주가가 정점을 찍은 2월 중순 보유주식 266만4070주(4.9%)를 평균 주당 3585원에 매각하여 95억5000만원 상당을 현금화했다.

한씨 부부가 지분율 22.85%를 보유하여 최대주주인 자동차 부품회사 동강홀딩스도 지난해 11월 주당 1800원대에 신주인수권을 행사한 뒤 올 1월 3000원대에 주식을 팔면서 41억원을 회수했다.

이처럼 지분 매각으로 약 140억 상당을 벌어들인 한씨 일가는 지난달에는 314억7600만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해 대유신소재로부터 총 450억 상당을 현금화했다.

'정치 테마주'로 톡톡히 재미 보는 대유그룹 일가
'박근혜 조카'라는 말 떠돌 때마다 시세차익 챙겨

대유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대유에이텍은 지난해 12월 주식 100만주를 3039원대에 팔아 약 30억4000만원을 현금화하고 회사는 유상증자를 완료해 2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들였다. 당초 주주배정 유상증자 청약률이 약 90%로 10%의 실권주가 발생했지만, 박 회장 등 대주주 일가들이 실권주를 인수하면서 총 214억원을 조달했다.


이는 한씨 일가가 대유신소재 주식을 판 자금으로 대유에이텍의 실권을 인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유하이텍도 지난달 27일 유상증자 공고를 냈다. 납입일은 지난 8일, 2440만주에 발행가는 1260원으로 307억4400만원이다. 3일 종가가 1795원으로, 한씨 일가가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면 지난 2월 3230원씩에 팔았던 주식을 절반 수준에 다시 사들일 수 있게 된다.

한편 지난해 4월에는 한씨 부부의 딸 은진씨가 보유하고 있던 대유에이텍 지분을 1주만 남기고 주당 2565원에 109만8160주를 모두 매각해 28억원을 현금화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한씨가 박근혜 조카라는 소식이 루머로 떠돌면서 주가가 치솟았다. 당시 은진씨는 신주인수권과 유상증자를 통해 약 12억3000만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

올해 초 대유하이텍과 대유에이텍의 주가가 급등한 것 역시 박근혜 테마주로 거론되면서인데 이를 지켜보던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지난 2월 급격한 시황변동에 따라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이에 대유하이텍은 시황변동에 영향을 미칠 사항이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불과 나흘 뒤 대주주들이 주식을 대량 매도하여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이는 불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씨 일가가 수차례 박근혜 테마주 열풍의 최대 수혜자가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처럼 이들은 '박근혜 테마주'의 영향으로 주가가 오를 때마다 주식매각, 유상증자 등을 통해 지금까지 700억원대 이상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돈이 돈을 번다

반면 정치인 테마주에 열광하며 몰렸던 '개미투자자'들은 대주주들이 대량으로 주식매각하거나 유상증자가 있을 때마다 급격한 주가하락에 큰 타격을 입어야 했다. 물론 개미투자자들이 정치 테마주에 과하게 몰리는 것 자체가 화를 자초하는 것이지만 '정치 테마주' 주주들이 만에 하나 편법으로 '과대한 차익'을 누리고 있는 것이라면 개미들의 원성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유력한 여당 대권주자인 박 후보 측도 자신을 '이모님'이라고 부르는 가까운 인척의 수백억대에 이르는 시세차익 소식은 부담으로 작용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돈이 돈을 버는 세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한씨 일가의 그릇된 재테크 행보.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박 후보가 부정적 여론의 화살을 어떻게 피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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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