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제약 오너 3세 ‘별난’ 승계 구도 막전막후

조카는 달리고 아들은 제자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동성제약 승계 구도서 특이한 점이 관측된다. 오너 2세의 자녀보다 조카의 존재감이 더 뚜렷하기 때문이다. 지분과 경력, 대외적 활동에 있어 모두 앞서있다. 이를 두고 후계 경쟁력을 선점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동성제약 ⓒ고성준 기자

동성제약은 지사제 ‘정로환’으로 유명하다. 정로환은 국민 상비약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회사는 염색약으로 더 이름을 날렸다. 동성제약은 ‘훼미닌’에 이어 ‘세븐에이트’ ‘버블비’를 출시해 셀프 염색 시대를 열었다.

지사제
염색약

창업주는 고 이선규 명예회장으로 지난 1957년 동성제약을 설립해 사세를 확장시켰다. 회사는 1990년 1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경영권은 장남 이긍구 사장이 이어받아 약 20년간 동성제약을 이끌었다. 이후 창업주 삼남 이양구 대표가 회사 경영을 맡았다.

동성제약 주력 제품은 염색약으로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 88%를 차지했다. 나머지 12%는 화장품이 채웠다. 제품 대부분은 동성제약 아산공장서 제조된다. 동성제약은 주력 제품에 집중하면서 유산균, 생활용품 시장으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동성제약 실적은 꾸준히 하락세다. 지난 3년간 동성제약 매출은 823억원, 919억원, 865억원으로 오르내렸다. 같은 기간 9억원, 영업이익은 -18억원, -75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순손실은 1억원, 57억원, 83억원으로 내리 곤두박질쳤다. 동기간 배당도 없었다.


올해 성적표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동성제약의 지난 1분기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4.24% 소폭 상승한 227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손실은 67.96% 증가한 12억원이었고, 순손실은 3배 이상 증가한 50억원이었다.

동성제약은 계열사가 없어 지배구조가 단순하지만 오너 일가의 지배력은 낮다. 이들의 보유 지분은 20% 정도다.

최대주주는 이양구 대표로 지분 18.02%를 쥐고 있다. 2대 주주는 이양구 대표의 누나인 이경희 오마샤리프화장품 대표로 2.71%를 보유 중이다.

이양구 대표의 부인 김주현씨에게는 0.12% 지분이 있고 이양구 대표의 두 아들은 각각 0.09%씩 소유했다. 오너 일가 지분합은 21.03%에 불과하다.

최근 동성제약 지분 구조에 변화가 있었다. 이경희 대표는 동성제약 지분 절반가량을 자신의 아들인 나원균 동성제약 실장에게 증여했다.

이경희 대표는 전체 70만5310주서 30만주를 나 실장에게 물려줬다. 이경희 대표의 지분율은 기존 2.71%서 1.56%로 감소했다. 나 실장은 지난 2018년 2월 동성제약 지분 667주를 취득한 바 있다. 모친의 증여로 나 실장은 모두 30만667주를 확보, 지분율은 1.15%로 상승했다.

이양구 대표 2세들 존재감 미약
누나 아들 3대 주주에 실장으로


이로써 나 실장은 이양구 대표 일가를 제치고 동성제약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앞서 이양구 대표의 두 아들도 동성제약 지분을 추가로 확보했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장남 용훈씨는 지난 4월 3775주를 매입했다. 차남 용준씨도 같은 날 4087주를 사들였다. 이들의 지분율은 각각 0.11%, 0.1%에 그쳤다.

지분만 놓고 봤을 때 당장 승계 구도를 언급하기에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여러 상황들을 종합해보면, 나 실장이 후계 경쟁력을 선점한 것으로 보인다. 나 실장은 단순 지분량 외에도 이양구 대표 자녀들보다 존재감이 비교적 선명하다.

무엇보다도 나 실장의 모친이 대표로 있는 오미샤리프화장품의 역할이 크다. 오미샤리프화장품과 특수관계회사들은 동성제약과 사업적 관계를 구축했다. 나 실장은 동성제약서 부장급으로 재직 중이다.

반면 이양구 대표의 두 아들은 아직 동성제약에 입사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나 실장의 존재감이 여러 반사효과로 인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마샤리프화장품 최대주주는 리케아화장품(31.41%)으로 루맥스(24.21%), 퀀트와이즈투자자문(14.11%), 이경희 대표(4.34%) 순이다. 나머지 지분은 기타(25.92%)서 보유하고 있다.
 

▲ 동성제약 아산 공장 ⓒ동성제약 홈페이지

최대주주 ‘리케아화장품’은 이경희 대표가 지난 2010년까지 대표이사로 있던 회사다. 현재는 새로운 대표이사가 회사를 경영 중이다.

리케아화장품 주소지는 동성제약 본사와 일치하며 연락처 역시 동일하다. 동성제약서 둥지를 틀고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양구 대표와 전임이었던 이긍구 사장은 지난날 이곳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오마샤리프화장품 2대주주 ‘루맥스’는 LED 및 염색약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원래 사명은 ‘동성루맥스’였지만 지난해 변경됐다.

이양구 대표와 이경희 대표는 이곳 임원은 아니다. 다만 루맥스는 오마샤리프화장품의 특수관계자로 분류된다. 지난해 루맥스는 오마샤리프화장품과의 거래서 1억5000만원의 수익을 냈다. 오마샤리프화장품은 452만원을 벌었다.

지분 우세
경력까지

루맥스 본사 소재지는 충청남도 아산시로 사업 공간은 동성제약이 제공했다. 동성제약은 지난 2007년 토지와 건물을 매입했다. 소유자는 현재까지 동성제약이다.


루맥스는 수익성이 좋은 편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6∼2018년 매출액은 42억원, 48억원, 70억원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영업이익 역시 5억원, 8억원, 8억원으로 안정적이었다. 순이익은 4억원, 4억원, 7억원으로 증가했다.

오마샤리프화장품의 또 다른 특수관계자는 ‘타임물류’다. 창고·물류 관리 대행업체다. 애초 사명은 ‘동성타임물류’였지만 지난해 12월 변경됐다. 이경희 대표는 지난해 타임물류 사내이사로 취임했다. 타임물류는 앞서 언급된 회사들보다 동성제약과 사업 연관성이 뚜렷하다.

동성제약 온라인스토어 ‘동성이샵’은 지난해 7월 말 물류센터를 타임물류로 이전했다고 공지했다. 당시 담당자는 ‘배송 물류센터가 이전돼 8월1일부터 출고지·반품지가 변경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전 출고지 등은 동성제약 본사였다.

타임물류는 충남 아산에 위치해 있으며 실적은 양호한 편이다. 지난 2016∼2018년 매출액은 23억원서 보합세를 보였다. 반면 영업이익은 1억원, 1억원, -2억원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순이익은 1억원, 1억원서 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동성제약은 동성이샵을 통해 오마샤리프화장품과 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오마샤리프화장품서 제조한 제품을 동성제약 본사서 매입하고, 이를 동성이샵서 판매하는 구조다.

오마샤리프화장품 실적 흐름은 감소세를 띤다. 최근 3년간 회사의 매출액은 80억원, 134억원, 73억원으로 들쭉날쭉했다. 영업이익은 9400만원, 2억원으로 증가하다가 -12억원으로 고꾸라졌다. 순이익은 1억원, 5억원서 -11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오마샤리프화장품 3대주주인 퀀트와이즈투자자문은 동성제약과도 관련이 있다. 동성제약은 퀀트와이즈투자자문에 3.3% 지분이 있다. 10년 넘게 지분을 소유 중이다. 퀀트와이즈투자자문이 오마샤리프화장품 주주로 이름을 올린 기간도 비슷하다.

사업 관계
지속 유지

오마샤리프화장품은 한때 동성제약 계열사였지만 ‘스테로이드 파문’으로 관계가 단절됐다. 지난 2011년 포쉬에화장품(오마샤리프화장품의 전신)의 ‘스킨탑’서 스테로이드 성분이 검출됐다. 당시 이양구 대표는 포쉬에화장품 지분을 쥐고 있었다.

곧 이양구 대표는 해당 지분 전량을 정리했다. 당시 동성제약 측은 “동성제약 대주주 이양구 대표가 보유하고 있던 포쉬에화장품 지분 10.26%를 지난해 12월에 모두 매각했다”며 “이제 포쉬에화장품과 동성제약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동성제약서 강경 기조를 보인 까닭은 스테로이드 관련 악재가 계속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동성제약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출시한 제품들에 스테로이드 함유 사실이 적발된 바 있었다.
 

▲ ⓒ고성준 기자

동성제약은 대주주 지분 매각으로 포쉬에화장품과 선을 그었지만 ‘완전히 무관한 회사라고 볼 수 있겠느냐’라는 지적이 있었다.

포쉬에화장품 최대주주는 리케아화장품이었다. 당시 리케아화장품은 동성제약 화장품 유통을 맡고 있었다. 동시에 리케아화장품은 동성제약 지분도 소유하고 있었다.

이후 포쉬에화장품은 동성제약 지분 정리에 나섰다. 회사는 2011년까지 동성제약 지분 3.81%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듬해 주주 명부서 제외됐다. 리케아 화장품 역시 동성제약 주주 명부서 빠졌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포쉬에화장품은 동성제약과 사업적으로 밀접한 관계였다. 이들의 상당한 내부거래 비중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 2005∼2009년 포쉬에화장품 매출액은 77억원, 79억원, 68억원, 66억원, 85억원이었다. 이 중 동성제약서 비롯된 매출액은 59억원, 61억원, 62억원, 61억원, 64억원이었다. 비중을 놓고 봤을 때 76.22%, 76.97%, 90.75%, 92.94%, 75.86% 등으로 높았다.

포쉬에화장품 매출이 동성제약에 좌우될 만큼 이들의 관계는 가까웠다.

모친 회사·동성제약 사업 연관성
유리한 승계 위치 선점…결과는?

포쉬에화장품은 동성제약과 특수관계가 끊기기 전까지 동성제약과 내부거래를 지속했다. 특수관계가 마지막까지 유지되는 동안 포쉬에화장품은 전체 매출 80억원 가운데 65억원을 동성제약으로부터 얻어냈다. 비율은 81.38%이었다.

포쉬에화장품은 지난 2014년 10월 사명을 오늘날의 오마샤리프화장품으로 수정했다. 오마샤리프화장품이 동성제약과 계열 관계가 끊긴 이후 이들의 거래 관계는 공식적으로 끊겼다. 두 회사의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에서 이들의 거래 내역을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들은 사업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오마샤리프화장품은 동성제약 온라인몰 동성이샵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고, 특수관계자이자 이경희 대표가 사내이사로 있는 타임물류는 동성이샵의 새로운 배송 물류센터가 됐다. 또 다른 특수관계자인 리케아화장품은 동성제약에 본사를 두고 있다.

오마샤리프화장품이 동성제약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한 만큼 동성제약에 근무 중인 3대주주 나 실장에게 눈길이 간다는 해석이다.

나 실장은 동성제약을 대표해 대외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은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를 순방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같은 달 9일부터 16일까지 6박8일 일정으로 스웨덴 등 3국에 국빈 방문했다.
 

당시 스웨덴 경제사절단에 기업을 비롯해 여러 기관과 단체가 동행했다. 동성제약은 경제사절단에 이름을 올렸는데, 당시 대표자가 나 실장이었다. 나 실장은 이 외에도 문 대통령 순방에 맞춰 진행된 스웨덴 비즈니스 파트너십과 폴란드 비즈니스 파트너십에 동성제약을 대표해 참석했다.

반면 이양구 대표의 자녀들은 미미한 지분을 쥐고 있을 뿐이고, 동성제약에 입사하지 않았다. 여러 모로 나 실장이 동성제약 오너 3세 가운데 후계 경쟁력을 선점한 상황이라고 관측되는 까닭이다.

동성제약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나 실장의 지분 증여와 관련해 “이경희 대표가 연로한 까닭에 그의 아들인 나 실장이 주식 관리 차원서 증여 받은 것”이라며 “승계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사절단에
이름 올려

또 나 실장의 스웨덴 경제사절단 참석에 대해선 “나 실장은 동성제약 유산균 브랜드 ‘바이오가이아’를 맡고 있는데, 관련 제품을 스웨덴으로부터 수입하고 있어 사절단에 동행했다”고도 했다. 동성제약 승계 구도에 대해선 “이양구 대표가 회사를 경영하는 데 특별한 문제가 없는 만큼 승계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