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타고난 배우 이제훈 

카메라만 돌면 광기 어린 연기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배우 이제훈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영화는 <파수꾼>이었다. 2011년 저예산 영화로 개봉해 그해 있었던 모든 영화 시상식을 독식했다. 감독도 배우도 무명이나 다름없었던 <파수꾼>의 주역들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인물로 발전했다. 그 중심에는 이제훈이 있다. 영화 <고지전> <아이캔스피크> <박열>, tvN 드라마 <시그널> 등에서 보여준 뛰어난 연기로 그는 이제 가장 주목받는 30대 배우가 됐다. 
 

▲ 배우 이제훈 ⓒ넷플릭스

배우 이제훈의 연기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광기’다. 사전적 의미로는 ‘미친 듯한 기운’을 말한다. 이제훈의 눈에 가득 서려 있던, 살쾡이 같은 눈빛이 스크린을 압도한다. 

탄탄한 연기력 
부드러운 매력

자신이 갖지 못한 화목한 가정을 가진 친구 베키(박정민 분)를 향한 시기심을 뿜어낸 영화 <파수꾼>의 기태, 전쟁터서 살아남기 위해 마약이 든 주사기를 팔뚝에 힘껏 꽂던 <고지전>의 일영, 풋풋한 첫사랑에 실패하고 좌절했던 <건축학개론>의 승민, 한국판 히어로 탐정을 제시한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의 길동, 조선의 ‘개XX’이자 아나키스트였던 <박열>의 박열, 미제전담사건을 파헤쳤던 tvN <시그널>의 해영, 그리고 도박장을 털어 새 인생을 꿈꾸는 넷플릭스 최신 영화 <사냥의 시간>의 준석까지, 이제훈의 눈빛에는 늘 광기가 서려 있었다.

이제훈의 광기에 대한 영화감독들의 평가도 주목할만하다. <박열>의 이준익 감독은 그의 광기를 두고 “수백 번을 돌려봤지만 볼 때마다 소름 돋는 연기”라고 평했고, 이번 <사냥의 시간> 윤성현 감독은 “이제훈이 가진 감정적 진정성과 집중력, 그 안의 에너지, 그걸 다양한 표정으로 보여줄 수 있는 얼굴까지, 모든 것에서 타고난 배우”라고 칭찬했다.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에 진학했다가 연기자의 꿈을 위해 한국예술종합대학교(이하 한예종) 연극원에 입학한 이제훈은 영화 <밤은 그들만의 시간> <약탈자들>로 영화 관계자들 사이서 조금씩 회자됐다. 그리고 <파수꾼>을 통해 단숨에 라이징스타로 발돋움했다.


<사냥의 시간>서 재회한 이제훈과 박정민, 윤성현 감독의 인생에 있어 <파수꾼>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이제훈은 <사냥의 시간>서 다시 함께하게 된 것은 <파수꾼>이 엄청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파수꾼>을 하면서 윤성현 감독이 영화를 대하는 태도와 자세에 아주 많은 영향을 받았다. 영화를 보는 시각도 그렇고, 윤 감독은 모든 걸 다 바쳤다. <파수꾼> 때도 열악한 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잠 안 자면서 서로 모든 걸 갈아 넣어 만들었다. 그 작품이 내게 있어서 큰 뿌리가 됐다고 생각한다. 배우 인생서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한 뿌리를 내려준 사람이 윤 감독이다. 그가 생각하는 영화의 다양한 이야기와 장르. 무엇이 됐든 배울 것도 있을 것 같았고, 성장할 기회라고 생각해 이 작품에 출연했다.”

윤성현 감독과 <사냥의 시간> 재회
“도망치고 싶을 만큼 촬영 힘들었다”

2011년 이후 무려 9년 만의 재회다. 이제훈은 국내 정상급 배우로 발돋움했다. 윤 감독은 차기작이 없었다. 여러 소문은 무성했지만, 차기작까지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과거나 지금이나 연기가 어려운 건 매한가지였다. 

“첫 작품보다 20배는 힘들었던 것 같다. 기태 역할을 연기할 때도 이게 맞는 건지 아닌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웠는데, 이번에도 비슷했다. 공포감에 쫓기고 두려움에 사로잡히고,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을 연기해야 하는데, 경험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상상력을 극대화해서 연기했는데, 정말 쉽지 않았다.”

무려 9년이다. 스스로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앞만 보던 경주마였는데, 이제 주위를 둘러볼 줄 알게 됐다고 했다. 
 

▲ ⓒ넷플릭스

“단편 영화만 찍다가 <파수꾼>으로 첫 장편영화 주인공이 됐다. 그때는 그저 경주마처럼 ‘연기를 잘해야겠다’만 생각했다. 그 인물처럼 살아야겠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췄다. 시야라는 게 없었다. 그 이후에 많은 작품을 하면서 작품에 있어 무게감이나 책임감을 갖고 임하다 보니까, 함께 하는 동료 배우들 및 스태프와 잘 어우러지는 법을 배웠다. 배우로서 연기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분위기를 띄우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소통하려는 자세가 예전에 비해서는 생긴 것 같다.”

윤성현 감독에 대해서는 집념이 더욱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사적인 친분을 유지해왔는데, 현장서의 윤 감독은 더욱 치열해져 있었다는 게 이제훈의 말이다. 

“윤 감독 입장에선 첫 상업영화였다. 녹록지 않았을 것이고, 버거웠을 텐데 처음부터 끝까지 생각했던 것을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결국 만들어냈다. 영화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인 것 같았다. 감독이 한 장면 한 장면을 엄청난 에너지와 열정으로 담아내다 보니까, 나 역시도 연기를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힘들었고, 모든 것을 던졌지만 후회하지는 않았다. 다음 작품은 이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명배우의 집념
미친 듯한 기운

길고 긴 프리 프로덕션 과정을 거치며 촬영을 하던 중 중단된 적도 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개봉을 미뤘고, 넷플릭스와 손잡는 과정서 해외 세일즈 업체인 콘텐츠 판다와도 잡음이 있었다. <사냥의 시간>은 우여곡절 끝에 공개됐다. 힘들었던 기간이었다고 토로했다. 

“여러 과정으로 인해 연기를 하기도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끝내 잘 극복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보다 나를 더 힘들게 하는 작품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도망치고 싶기도 했다. 이 정도로 바닥까지 내리게 하는 작품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지쳤었다. 촬영, 프로덕션 기간도 길었고, 계속 쫓기는 준석으로 살아가면서 이러다 황폐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파수꾼>에 대한 뜨거운 찬사와 함께 이제훈, 최우식, 안재홍, 박정민 등 충무로를 이끄는 30대 연기자들이 대거 참여한 이 작품은 개봉 전부터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막상 뚜껑을 연 <사냥의 시간>은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린다. 스릴러 장르의 서스펜스는 상당하지만, 악역 한(박해수 분)이 준석(이제훈 분)을 놓아주는 장면부터 ‘산으로 간다’는 평가가 많다. 아울러 이야기를 매듭짓지 않고 끝낸 대목은, 신선하지만 허무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제훈은 아쉬움보다는 <사냥의 시간>이 가진 특별한 장점을 더욱 주목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직선적이고 제가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액면 그대로의 상황과 그 상황을 타개해가는 그런 이 치기 어린 젊은이들의 모습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미술이나 이미지적인 면에서 이런 한국영화는 없었다고 자부한다.”

영화는 공포스러운 한과 맞서기 위해 떠나는 준석의 얼굴로부터 마무리된다. 이 대목서 청춘을 향한 윤 감독의 응원이 녹아있다. 교훈적인 메시지가 있으나, 노골적이지 않다. 이제훈에게 이러한 메시지가 큰 울림을 줬다고 한다. 

“영화 마지막 장면 찍을 때 감독이 이 이야기를 통해 하고 싶은 의중이 이해됐다. 내가 선택한 뭔가에 대해 결과를 받아들여야 할 때 ‘나는 도망갈 것인가’ 아니면 ‘맞서 싸울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다. 결과물만 보고 그 의미를 해석한 영화 팬분들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시나리오를 보면서도 느끼지 못했던 것을 영화 막판에 느꼈는데, 영화 완성되고 알았던 걸 영화만 보시고 알아주시는 것이 기뻤다.”

디스토피아
베를린영화제


촉망받는 배우로서 매번 유의미한 연기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온 이제훈에게도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인생을 살다 보면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 선택에 있어서 결과가 주어진다. 저 역시도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 텐데, 상황을 받아들이게 되거나 아니면 순응하지 않고 저항하게 될 수도 있고, 또는 회피하고 도망갈 수도 있다. 현재 배우라는 길을 걷고 있다. 나 역시도 힘든 순간을 맞을 수도 있는데, 그 모든 것이 배우라는 울타리 안에서 도약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어떤 결과가 오더라도 배우의 길을 포기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를 몸소 체험하고 느낀 점이다.”

<사냥의 시간>은 디스토피아에 관한 이야기다. 암울함 그 자체다. 말로만 나오는 ‘헬조선’의 실사화기도 하다. 한화의 가치는 떨어졌고, 총기류는 마음만 먹으면 살 수 있다. 경제는 물론 치안도 무너졌다. 약자들은 죽임을 당하는 약육강식의 세상. 유토피아를 꿈꾸는 청춘들이 희망 대신 절망을 맛본다. 희망을 보기 위해서는 ‘맞설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제훈에게 있어 유토피아는 무엇일까. 작은 영화관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 배우 이제훈 ⓒ넷플릭스

“내 꿈은 소박하다. 지극히 개인적인 건데, 극장 하나 차리는 게 꿈이다. 그곳에서 팬들과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냥의 시간>이 끝나자마자 뉴욕으로 떠났다. 뉴욕에 가면 독립영화관이 많다. 50∼60년 전에 만들어진 필름을 상영하는 영화관이다. 그런 곳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된다면 작은 영화관을 만들고 싶다.”

이제훈이 준석을 통해 표현해야 했던 감정은 주로 공포심이다. 정보를 알 수 없는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지닌 존재 앞에서 느끼는 공포감을 온전히 표현해야 했다. 주로 과거의 경험을 많이 의지했다고 한다. 

“한(박해수 분)과 마주할 때 극심한 공포심을 표현해야 했는데, 어릴 적 학교 앞에서 내게 ‘이리 와 봐’라고 했던 형들을 만났을 때의 감정을 끄집어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와보라고 할 때의 트라우마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때 무작정 도망쳤는데, 그렇게 심장이 떨렸던 적이 없다. 한을 연기한 박해수 배우가 워낙 강렬한 이미지를 구축해줘서 하체에 전율이 있으면서 기운이 확 빠지는 경험을 했다. 회생 불가능한 낭떠러지 앞에 있는 기분으로 연기했다.”


에너지, 열정, 진정성 ‘엄지 척’
“영화·드라마 이어 제작자 도전”

<사냥의 시간>에는 젊은 30대 배우들이 주축을 이룬다. 30대 초중반의 또래 배우들이 한 앵글에 담긴다는 점도 이 영화만의 특색이다. 그리고 이들 사이서 나오는 시너지가 어마어마하다. 연기에 뛰어난 감각을 지닌 배우들의 힘이 모니터를 통해 그대로 전달된다. 연기만큼은 호불호가 없다.

“영화를 찍으면서 ‘왜 이렇게 안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에너지로 똘똘 뭉친 작품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으면, 우선적으로 캐스팅을 생각해볼 것 같다. 현장에 가는 게 정말 행복했다. 일하러 간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같은 꿈을 꾼다는 것이 정말 좋은 순간이었던 것 같다.”

<사냥의 시간>이 한국영화 최초로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되면서 이제훈은 지난 2월 열린 제70회 베를린영화제에 다녀왔다. <사냥의 시간>은 영화제 상영관 중 가장 큰 규모인 팔라스트 극장 1600여석을 매진시켰고,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다.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나온 영화들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저런 영화제서 내 작품으로 레드카펫을 밟을 수 있을까 했는데 <사냥의 시간>으로 베를린을 가게 됐다. 꿈만 같았다. 가기 전부터 설렜다. 1600여석이 꽉 찬 모습과 상영 후 박수와 환호를 들었을 때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영화제에 오고 싶어 하는구나라고 새삼 느꼈다. 좋은 작품을 만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또 다짐하게 된 계기였다.”

<사냥의 시간>이 끝나도 이제훈은 바쁘다. 영화 <도굴>이 개봉을 앞두고 있고, 또 다른 넷플릭스 드라마 <무브 투 헤븐: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촬영도 한창이다. 아울러 제작자로서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도굴>은 타고난 천재 도굴꾼이 전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땅속에 숨어있는 유물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리는 범죄 오락 영화다. 이제훈과 함께 조우진, 신혜선, 임원희가 나선다. 코로나19로 인해 침체기에 놓인 영화계를 살려줄 영화로 꼽힌다.

<무브 투 헤븐: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청년과 후견인의 이야기로 죽은 이들이 남긴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을 담는다. 뮤지컬 배우 탕준상과 투톱 영화다. 이제훈은 “굉장히 파격적인 이미지의 영화”라고 정의했다.

배우뿐 아니라 제작자로서도 활동의 영역을 넓힌다. 최근 정우성, 하정우 등 선배 배우들의 변신에 이제훈도 동참한 셈이다. 지난 10월 양경모 감독, 김유경 프로듀서와 제작사 하드컷을 설립하고 첫 작품 <팬텀>을 준비 중이다. 이 모든 것이 영화에 대한 애정으로부터 출발한다. 

다음은…
제작자?

“영화를 떼어놓고 제 인생을 논하기도 힘들고 영화가 아니면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다. 그래서 제작도 도전하게 됐다. 지금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 뜻이 맞는 사람들과 대중이 좋아할, 혹은 오래 남겨질 작품을 만들어 보여드리는 게 제 꿈이다. 어떤 방향성으로 나아갈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해볼 테니 주목해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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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건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준수가 3년간 수백 차례 연락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특검팀이 확보했다. 이준수는 주식·코인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다 구속된 이희진에게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한 인물이다. 앞서 이희진이 구속된 2016년에도 그를 옹호하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친분을 과시했다. 이준수는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김건희 계좌와 연관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같은 부류 서로 옹호 지난 7월15일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와 이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서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선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메시지에는 주식 매매 관련 대화뿐 아니라, 사적인 감정 표현과 비공식적 만남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결과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처음 소개한 인물로 드러났다. 2013년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에서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에 가깝다. 정치권 네트워크가 막강하다”고 표현하며 전씨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관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준수→건진법사→김건희’로 이어지는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특히 건진법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대통령실 인사들과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은 이 라인과 김건희의 대선 이후 행보와의 연속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후 특검은 이준수의 최근 행적 단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10월, 이준수가 음주 운전 혐의로 적발됐는데, 경찰 조사에서 “가까운 지인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당시 ‘무혐의’를 받은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김건희를 의미한다. 경찰 조사 조서에는 ‘지인’이라고만 기록됐지만, 특검은 실제 진술 내용과 시점을 대조해 그 ‘지인’이 김건희임을 확인했다. 이는 2023년 말까지도 김건희와 이준수 간에 연락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이준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으며, 특검팀은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를 발견하고 체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수는 김건희의 금융 거래와 밀접한 인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가 2010년 4월 주가가 급등락하던 태광이엔씨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하루 만에 1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수, 김건희-건진법사-도이치모터스 핵심 코인판으로 진화한 주가조작 조직 ‘VIP’까지 당시 태광이엔씨를 실질적으로 인수해 주가를 띄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확정받은 인물이 바로 이준수였다. 김건희가 이준수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 아니냐는 과거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건희 측은 이에 대해 “이준수가 일방적으로 투자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적은 있으나, 김건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으며 이준수와 밀접한 관계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이준수와 지난해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불린다.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유명한 그는 여러 투자자 명의 계좌를 동시에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건희의 계좌 출고 명령을 직접 수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과 4범, 닉네임 ‘새강자’”로 유명했다. 이희진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찰 전관 변호사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개했다. 해당 사실은 이준수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이희진은 지난 2016년 9월 무인가 투자매매사를 설립했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600억원대의 주식을 판매해 자본시장법·유사수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희진과 조기축구 모임에서 친해진 이준수는 2016년 8월 이희진에게 오광수 등 변호사를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희진은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매도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끼리끼리 축구 모임 이희진은 수사기관에서 이준수가 검사·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착수금’ 2000만원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성공 보수 5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준수의 혐의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이희진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이희진에 따르면 이준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선임료를 주는데 나도 그동안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돈을 달라. 변호사들은 앞선에서 일하고 나는 뒷선에서 일을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승낙한 이희진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준수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줬다. 또 며칠 뒤 이준수는 이희진에게 “검찰 수사관에게 알아보니 너 골인(구속)될 것 같다. 약속한 1000만원을 달라”고 해 나머지 1000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이준수는 “1000만원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희진과 다른 증인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희진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준수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 운전사는 이 같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희진의 진술은 동생 이희문의 말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희진은 동생과 이준수에게 돈을 지급할지, 깎을지 상의했다고 했지만, 동생은 “당시 변호사 소개비 등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2월14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희진과 그의 동생을 사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 28인에게 허위, 과장된 내용을 말하며 대략 41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한 주식을 판매해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22억6000만원이 확정됐다. 최근 이씨 형제는 현재 가상화폐(피카코인)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국가권력으로 범죄 네트워크 이희진의 절친이자 김건희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담 브로커로서 “증권사 내부망 접근, 차명계좌 운용, 대포폰 관리” 등을 통해 시세조작을 총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이희진 코인 사건의 자전거래 구조 및 주식시장 조작 방식과 유사하다. 통정·자전 거래 구조가 동일하다. 차명계좌·직원을 동원해 리딩방을 운영하고, 허위 보도자료·루머형 호재를 유포하는 패턴도 동일하다. 지난 2016년 이준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희진을 두둔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언론이 사건을 과장했다”며 혐의 전반을 축소하고, “1600억 허가 안 받은 것뿐이지 큰 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유사수신죄는 원금 보장 약속이 있어야 성립한다. 계약서엔 그런 말이 없다”며 기소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또 이준수는 “주가가 4배, 5배 간다고 했다가 떨어졌다고 죄는 아니”라며, 주가조작을 단순한 ‘예측 실패’로 치부했다.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도 죄냐”고 반문하며, 이희진이 진행했던 거래를 “시장 참여자의 일반적 행위”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이준수는 전환사채 거래와 내부자 정보 이용 혐의를 언급하며 “브로커들이 조작했고, 희진이는 오히려 그 사실을 검찰에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IS동서 전환사채권은 큰 잘못이지만 희진이는 계약 불이행 피해자”라며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이는 공소장과 재판기록상 사실과는 상충되는 주장이다. 수백억 먹은 이희진 절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 또 다른 발언에서 그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회사가 거짓말로 주식을 파는 행위”라며 “이희진은 단지 회사 공시를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리패스 등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을 언급하며 “공시가 취소됐다고 사기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감독 규정상 ‘허위 공시 정보 활용’과 ‘공모 행위’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해석이다. 영상 말미에서 이준수는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가능성마저 부정했다. “이희진한테 피해 입었다고 나라가 받아주지 않는다. 민사·형사도 성립 안 된다”며 “다 변호사들이 사기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계를 “돈에 눈먼 집단”이라 비난하며, 피해자들의 소송을 “쓸데없는 짓”이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준수가 옹호한 주가조작범 이희진은 코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2023년 10월4일자로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이희진과 이희문은 A, B, C 토큰을 이용한 대규모 가상자산 시세조종·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 형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스캠(Scam) 코인’을 발행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허위 공시와 자전거래(봇 프로그램 활용)를 통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투자자들에게 고점 매도를 유도하는 ‘물량 털기(Pump & Dump)’ 방식으로 약 7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A 토큰 피해자는 1만564명으로 피해액은 약 217억원, B 토큰 피해자는 4342명, 피해액은 약 341억원, C 토큰 피해자는 1만5641명, 피해액은 약 339억원이다. 김건희 특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그의 단순한 과거 인연을 넘어, 사적 네트워크가 실제 정치권력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현재 ‘김건희·이준수·건진법사’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이희진과 이준수는 변호사·브로커 인맥을 공유하고, 자전거래 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코인 양쪽의 시장 조작 기술도 공유했다. 이희진과 김건희의 접점은 없으나 이준수를 경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희진 형제는 ‘코인판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준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소장과 언론 보도를 교차 검증할 때 자전거래 시스템, 차명계좌 운용, 허위 호재 유포 패턴 등이 모두 이준수의 과거 주가 조작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강 수사 필요성이 높다. 국정으로 연결 범죄 네트워크 이씨 형제의 범행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의 복제판이며, 그 배후에는 이준수 같은 ‘조작 기술자’가 존재한다는 정황이 공소장 등에서 확인된다. 김건희 계좌가 활용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의 연계가 입증될 경우,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기가 아닌 ‘국가권력과 민간 조작 네트워크의 교차 지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