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타고난 배우 이제훈 

카메라만 돌면 광기 어린 연기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배우 이제훈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영화는 <파수꾼>이었다. 2011년 저예산 영화로 개봉해 그해 있었던 모든 영화 시상식을 독식했다. 감독도 배우도 무명이나 다름없었던 <파수꾼>의 주역들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인물로 발전했다. 그 중심에는 이제훈이 있다. 영화 <고지전> <아이캔스피크> <박열>, tvN 드라마 <시그널> 등에서 보여준 뛰어난 연기로 그는 이제 가장 주목받는 30대 배우가 됐다. 
 

▲ 배우 이제훈 ⓒ넷플릭스

배우 이제훈의 연기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광기’다. 사전적 의미로는 ‘미친 듯한 기운’을 말한다. 이제훈의 눈에 가득 서려 있던, 살쾡이 같은 눈빛이 스크린을 압도한다. 

탄탄한 연기력 
부드러운 매력

자신이 갖지 못한 화목한 가정을 가진 친구 베키(박정민 분)를 향한 시기심을 뿜어낸 영화 <파수꾼>의 기태, 전쟁터서 살아남기 위해 마약이 든 주사기를 팔뚝에 힘껏 꽂던 <고지전>의 일영, 풋풋한 첫사랑에 실패하고 좌절했던 <건축학개론>의 승민, 한국판 히어로 탐정을 제시한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의 길동, 조선의 ‘개XX’이자 아나키스트였던 <박열>의 박열, 미제전담사건을 파헤쳤던 tvN <시그널>의 해영, 그리고 도박장을 털어 새 인생을 꿈꾸는 넷플릭스 최신 영화 <사냥의 시간>의 준석까지, 이제훈의 눈빛에는 늘 광기가 서려 있었다.

이제훈의 광기에 대한 영화감독들의 평가도 주목할만하다. <박열>의 이준익 감독은 그의 광기를 두고 “수백 번을 돌려봤지만 볼 때마다 소름 돋는 연기”라고 평했고, 이번 <사냥의 시간> 윤성현 감독은 “이제훈이 가진 감정적 진정성과 집중력, 그 안의 에너지, 그걸 다양한 표정으로 보여줄 수 있는 얼굴까지, 모든 것에서 타고난 배우”라고 칭찬했다.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에 진학했다가 연기자의 꿈을 위해 한국예술종합대학교(이하 한예종) 연극원에 입학한 이제훈은 영화 <밤은 그들만의 시간> <약탈자들>로 영화 관계자들 사이서 조금씩 회자됐다. 그리고 <파수꾼>을 통해 단숨에 라이징스타로 발돋움했다.


<사냥의 시간>서 재회한 이제훈과 박정민, 윤성현 감독의 인생에 있어 <파수꾼>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이제훈은 <사냥의 시간>서 다시 함께하게 된 것은 <파수꾼>이 엄청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파수꾼>을 하면서 윤성현 감독이 영화를 대하는 태도와 자세에 아주 많은 영향을 받았다. 영화를 보는 시각도 그렇고, 윤 감독은 모든 걸 다 바쳤다. <파수꾼> 때도 열악한 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잠 안 자면서 서로 모든 걸 갈아 넣어 만들었다. 그 작품이 내게 있어서 큰 뿌리가 됐다고 생각한다. 배우 인생서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한 뿌리를 내려준 사람이 윤 감독이다. 그가 생각하는 영화의 다양한 이야기와 장르. 무엇이 됐든 배울 것도 있을 것 같았고, 성장할 기회라고 생각해 이 작품에 출연했다.”

윤성현 감독과 <사냥의 시간> 재회
“도망치고 싶을 만큼 촬영 힘들었다”

2011년 이후 무려 9년 만의 재회다. 이제훈은 국내 정상급 배우로 발돋움했다. 윤 감독은 차기작이 없었다. 여러 소문은 무성했지만, 차기작까지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과거나 지금이나 연기가 어려운 건 매한가지였다. 

“첫 작품보다 20배는 힘들었던 것 같다. 기태 역할을 연기할 때도 이게 맞는 건지 아닌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웠는데, 이번에도 비슷했다. 공포감에 쫓기고 두려움에 사로잡히고,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을 연기해야 하는데, 경험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상상력을 극대화해서 연기했는데, 정말 쉽지 않았다.”

무려 9년이다. 스스로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앞만 보던 경주마였는데, 이제 주위를 둘러볼 줄 알게 됐다고 했다. 
 

▲ ⓒ넷플릭스

“단편 영화만 찍다가 <파수꾼>으로 첫 장편영화 주인공이 됐다. 그때는 그저 경주마처럼 ‘연기를 잘해야겠다’만 생각했다. 그 인물처럼 살아야겠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췄다. 시야라는 게 없었다. 그 이후에 많은 작품을 하면서 작품에 있어 무게감이나 책임감을 갖고 임하다 보니까, 함께 하는 동료 배우들 및 스태프와 잘 어우러지는 법을 배웠다. 배우로서 연기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분위기를 띄우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소통하려는 자세가 예전에 비해서는 생긴 것 같다.”

윤성현 감독에 대해서는 집념이 더욱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사적인 친분을 유지해왔는데, 현장서의 윤 감독은 더욱 치열해져 있었다는 게 이제훈의 말이다. 

“윤 감독 입장에선 첫 상업영화였다. 녹록지 않았을 것이고, 버거웠을 텐데 처음부터 끝까지 생각했던 것을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결국 만들어냈다. 영화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인 것 같았다. 감독이 한 장면 한 장면을 엄청난 에너지와 열정으로 담아내다 보니까, 나 역시도 연기를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힘들었고, 모든 것을 던졌지만 후회하지는 않았다. 다음 작품은 이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명배우의 집념
미친 듯한 기운

길고 긴 프리 프로덕션 과정을 거치며 촬영을 하던 중 중단된 적도 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개봉을 미뤘고, 넷플릭스와 손잡는 과정서 해외 세일즈 업체인 콘텐츠 판다와도 잡음이 있었다. <사냥의 시간>은 우여곡절 끝에 공개됐다. 힘들었던 기간이었다고 토로했다. 

“여러 과정으로 인해 연기를 하기도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끝내 잘 극복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보다 나를 더 힘들게 하는 작품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도망치고 싶기도 했다. 이 정도로 바닥까지 내리게 하는 작품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지쳤었다. 촬영, 프로덕션 기간도 길었고, 계속 쫓기는 준석으로 살아가면서 이러다 황폐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파수꾼>에 대한 뜨거운 찬사와 함께 이제훈, 최우식, 안재홍, 박정민 등 충무로를 이끄는 30대 연기자들이 대거 참여한 이 작품은 개봉 전부터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막상 뚜껑을 연 <사냥의 시간>은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린다. 스릴러 장르의 서스펜스는 상당하지만, 악역 한(박해수 분)이 준석(이제훈 분)을 놓아주는 장면부터 ‘산으로 간다’는 평가가 많다. 아울러 이야기를 매듭짓지 않고 끝낸 대목은, 신선하지만 허무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제훈은 아쉬움보다는 <사냥의 시간>이 가진 특별한 장점을 더욱 주목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직선적이고 제가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액면 그대로의 상황과 그 상황을 타개해가는 그런 이 치기 어린 젊은이들의 모습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미술이나 이미지적인 면에서 이런 한국영화는 없었다고 자부한다.”

영화는 공포스러운 한과 맞서기 위해 떠나는 준석의 얼굴로부터 마무리된다. 이 대목서 청춘을 향한 윤 감독의 응원이 녹아있다. 교훈적인 메시지가 있으나, 노골적이지 않다. 이제훈에게 이러한 메시지가 큰 울림을 줬다고 한다. 

“영화 마지막 장면 찍을 때 감독이 이 이야기를 통해 하고 싶은 의중이 이해됐다. 내가 선택한 뭔가에 대해 결과를 받아들여야 할 때 ‘나는 도망갈 것인가’ 아니면 ‘맞서 싸울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다. 결과물만 보고 그 의미를 해석한 영화 팬분들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시나리오를 보면서도 느끼지 못했던 것을 영화 막판에 느꼈는데, 영화 완성되고 알았던 걸 영화만 보시고 알아주시는 것이 기뻤다.”

디스토피아
베를린영화제


촉망받는 배우로서 매번 유의미한 연기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온 이제훈에게도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인생을 살다 보면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 선택에 있어서 결과가 주어진다. 저 역시도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 텐데, 상황을 받아들이게 되거나 아니면 순응하지 않고 저항하게 될 수도 있고, 또는 회피하고 도망갈 수도 있다. 현재 배우라는 길을 걷고 있다. 나 역시도 힘든 순간을 맞을 수도 있는데, 그 모든 것이 배우라는 울타리 안에서 도약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어떤 결과가 오더라도 배우의 길을 포기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를 몸소 체험하고 느낀 점이다.”

<사냥의 시간>은 디스토피아에 관한 이야기다. 암울함 그 자체다. 말로만 나오는 ‘헬조선’의 실사화기도 하다. 한화의 가치는 떨어졌고, 총기류는 마음만 먹으면 살 수 있다. 경제는 물론 치안도 무너졌다. 약자들은 죽임을 당하는 약육강식의 세상. 유토피아를 꿈꾸는 청춘들이 희망 대신 절망을 맛본다. 희망을 보기 위해서는 ‘맞설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제훈에게 있어 유토피아는 무엇일까. 작은 영화관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 배우 이제훈 ⓒ넷플릭스

“내 꿈은 소박하다. 지극히 개인적인 건데, 극장 하나 차리는 게 꿈이다. 그곳에서 팬들과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냥의 시간>이 끝나자마자 뉴욕으로 떠났다. 뉴욕에 가면 독립영화관이 많다. 50∼60년 전에 만들어진 필름을 상영하는 영화관이다. 그런 곳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된다면 작은 영화관을 만들고 싶다.”

이제훈이 준석을 통해 표현해야 했던 감정은 주로 공포심이다. 정보를 알 수 없는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지닌 존재 앞에서 느끼는 공포감을 온전히 표현해야 했다. 주로 과거의 경험을 많이 의지했다고 한다. 

“한(박해수 분)과 마주할 때 극심한 공포심을 표현해야 했는데, 어릴 적 학교 앞에서 내게 ‘이리 와 봐’라고 했던 형들을 만났을 때의 감정을 끄집어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와보라고 할 때의 트라우마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때 무작정 도망쳤는데, 그렇게 심장이 떨렸던 적이 없다. 한을 연기한 박해수 배우가 워낙 강렬한 이미지를 구축해줘서 하체에 전율이 있으면서 기운이 확 빠지는 경험을 했다. 회생 불가능한 낭떠러지 앞에 있는 기분으로 연기했다.”


에너지, 열정, 진정성 ‘엄지 척’
“영화·드라마 이어 제작자 도전”

<사냥의 시간>에는 젊은 30대 배우들이 주축을 이룬다. 30대 초중반의 또래 배우들이 한 앵글에 담긴다는 점도 이 영화만의 특색이다. 그리고 이들 사이서 나오는 시너지가 어마어마하다. 연기에 뛰어난 감각을 지닌 배우들의 힘이 모니터를 통해 그대로 전달된다. 연기만큼은 호불호가 없다.

“영화를 찍으면서 ‘왜 이렇게 안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에너지로 똘똘 뭉친 작품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으면, 우선적으로 캐스팅을 생각해볼 것 같다. 현장에 가는 게 정말 행복했다. 일하러 간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같은 꿈을 꾼다는 것이 정말 좋은 순간이었던 것 같다.”

<사냥의 시간>이 한국영화 최초로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되면서 이제훈은 지난 2월 열린 제70회 베를린영화제에 다녀왔다. <사냥의 시간>은 영화제 상영관 중 가장 큰 규모인 팔라스트 극장 1600여석을 매진시켰고,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다.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나온 영화들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저런 영화제서 내 작품으로 레드카펫을 밟을 수 있을까 했는데 <사냥의 시간>으로 베를린을 가게 됐다. 꿈만 같았다. 가기 전부터 설렜다. 1600여석이 꽉 찬 모습과 상영 후 박수와 환호를 들었을 때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영화제에 오고 싶어 하는구나라고 새삼 느꼈다. 좋은 작품을 만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또 다짐하게 된 계기였다.”

<사냥의 시간>이 끝나도 이제훈은 바쁘다. 영화 <도굴>이 개봉을 앞두고 있고, 또 다른 넷플릭스 드라마 <무브 투 헤븐: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촬영도 한창이다. 아울러 제작자로서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도굴>은 타고난 천재 도굴꾼이 전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땅속에 숨어있는 유물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리는 범죄 오락 영화다. 이제훈과 함께 조우진, 신혜선, 임원희가 나선다. 코로나19로 인해 침체기에 놓인 영화계를 살려줄 영화로 꼽힌다.

<무브 투 헤븐: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청년과 후견인의 이야기로 죽은 이들이 남긴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을 담는다. 뮤지컬 배우 탕준상과 투톱 영화다. 이제훈은 “굉장히 파격적인 이미지의 영화”라고 정의했다.

배우뿐 아니라 제작자로서도 활동의 영역을 넓힌다. 최근 정우성, 하정우 등 선배 배우들의 변신에 이제훈도 동참한 셈이다. 지난 10월 양경모 감독, 김유경 프로듀서와 제작사 하드컷을 설립하고 첫 작품 <팬텀>을 준비 중이다. 이 모든 것이 영화에 대한 애정으로부터 출발한다. 

다음은…
제작자?

“영화를 떼어놓고 제 인생을 논하기도 힘들고 영화가 아니면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다. 그래서 제작도 도전하게 됐다. 지금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 뜻이 맞는 사람들과 대중이 좋아할, 혹은 오래 남겨질 작품을 만들어 보여드리는 게 제 꿈이다. 어떤 방향성으로 나아갈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해볼 테니 주목해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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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