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 BH 새 권력지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5.11 10:28:26
  • 호수 12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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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 원톱체제 굳어졌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동력을 확보했다. 청와대 출신 ‘문재인 키즈’ 다수가 21대 총선을 통해 여의도에 입성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에선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을 향한 권력의 밀도가 높아졌다. <일요시사>는 21대 총선 후 재편된 청와대의 새 권력구도를 추적했다.
 

▲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을 맞았다. 앞서 문 대통령은 21대 총선을 통해 국민들의 신임을 재확인했다. 문재인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정부 청와대는 한발 더 나아가 주요 국정 과제를 재검토하며 ‘포스트 코로나19’를 준비하고 있다.

청와대 주축
멤버 보니…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7일 발표한 5월 1주차 주중집계(4, 6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61.4%(매우 잘함 38.6%, 잘하는 편 22.8%)가 문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전주 대비 0.8%포인트 오른 수치다. 이로써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3주 연속 60% 이상을 기록하게 됐다.(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례 없는 고공행진이다. 취임 3주년을 기준으로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시 지지율은 30% 초중반이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40% 초중반에 머물렀다. 같은 기준으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들보다 20∼30%포인트가량 높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 국정운영의 컨트롤타워다. 비서관급 이상 35명은 문 대통령과 정치적 생사고락을 함께한다. 문 대통령과 국정운영 철학을 공유하는 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청와대의 주축이다.


35명의 청와대 주축 중에서도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단연 원톱으로 꼽힌다. 지난해 1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후임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이후 인사·정책·정무 영역서 강력한 장악력을 보여왔다는 평가다. 

이는 예견된 일이었다. 노 실장은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원조 친문(친 문재인)’이다. 지난 2012년 대선 경선 때 문재인 당시 후보의 비서실장을 역임하며 그를 보좌했다. 이후 대선서 패배하자 ‘문재인을 재수시켜 대통령 만들기 위한 모임’이란 뜻의 재수회를 결성, 모임의 핵심을 맡았다.

윤건영 국회행…권력 밀도↑
‘교체설’ 청와대 이례적 반박

지난 2017년 대선 당시에는 문재인캠프 조직본부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조직을 관리했다.

노 실장의 청와대 장악은 신친문서 원조 친문으로의 권력 이동을 의미한다. 전임인 임 전 실장은 신친문으로 통한다. 앞서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등 임 전 실장은 친문과 거리가 멀었다. 그러다 지난 2017년 대선 과정서 문재인캠프에 영입돼 대통령비서실장까지 올랐다.

임 전 실장은 ‘광흥창팀’의 일원이다. 대선 직후 문정권 초대 대통령비서실장 자리를 두고 노 실장을 미는 원조 친문과 임 전 실장을 미는 광흥창팀 사이에 경쟁이 치열했다고 전해진다. 문 대통령은 초대 비서실장으로 임 전 실장을 선택함으로써 두 세력 간 경쟁은 광흥창팀의 승리로 돌아갔다.
 

▲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광흥창팀은 청와대 1기 참모진의 중심이다. 2016년 말 문 대통령이 두 번째 대선을 준비하며 서울 마포구 광흥창역 인근에 사무실을 냈다. 광흥창팀의 시작이다. 광흥창팀은 당시 사무실서 근무했던 13명의 대선 준비 실무팀을 지칭한다.


임 전 실장을 비롯해 윤건영 전 국정기획상황실장, 한병도 전 정무수석, 송인배 전 정무비서관, 신동호 연설비서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오종식 기획비서관 등이 핵심이다. 문 대통령 당선 후 광흥창팀 13명 중 12명(비서관급 이상 8명)이 청와대에 입성했다. 끝내 청와대에 입성하지 않은 1명은 양 전 원장이다.

광흥창팀의 세는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었다. 지난해 1월 임종석 전 실장이 청와대를 떠난 시점을 전후로 한 전 수석, 송 전 비서관, 조한기 전 제1부속비서관, 김종천 전 의전비서관 등이 청와대를 떠났다.

신친문→
원조 친문

청와대를 나온 광흥창팀 인사들은 21대 총선에 출마했다. 윤 전 실장을 필두로 한 전 수석, 정태호 전 일자리수석, 진성준 전 정무비서관,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등이 출마해 당선됐다. 

현재 광흥창팀은 5명만이 남았다. 신동호 연설비서관, 오종식 기획비서관, 조용우 국정기록비서관, 이진석 국정상황실장, 한정우 춘추관장이 그들이다. 연설·기획 등 여전히 청와대 핵심 업무를 맡고 있지만, 정무 라인 등이 빠지면서 과거에 비해 많이 위축된 모습이다. 

광흥창팀이 떠난 빈자리는 원조 친문으로 채워졌다. 노 실장과 더불어 강기정 정무수석이 대표적인 예다. 한 전 수석의 후임으로 들어온 강 수석은 문 대통령이 각별히 아끼는 인사로 유명하다.
 

▲ 기자회견 갖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지난 2015년, 이종걸 당시 원내대표와의 갈등을 감수하면서까지 강 수석을 정책위의장으로 밀어붙인 바 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에선 문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가 거세게 일어났는데, 이를 방어하는 데 앞장 선 사람이 바로 강 수석이다. 2017년에는 문재인 대선캠프에도 합류한 바 있다.

21대 총선 이후 노 실장을 중심으로 원조 친문으로의 권력 이동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청와대의 또 다른 축이었던 윤 전 실장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를 떠났다.

윤 전 실장은 ‘문재인의 남자’로 불린다. 참여정부서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한 윤 전 실장은 곧 정무기획비서관으로 승진했다. 윤 전 실장에게 비서관 임명장을 준 사람이 바로 문재인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었다.

광흥창팀
5명 남아…

청와대를 나온 윤 전 실장은 문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보좌관을 역임했다. 이후 문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 나섰을 당시 캠프 일정기획팀장을, 2015년 문 대통령이 민주당 당 대표일 때 정무특보를 맡았다. 문정부 청와대서 국정기획상황실장으로 일했던 그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서울 구로을 지역 후보로 나서 당선됐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문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문 대통령과 물리적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 역시 청와대 내에서 노 실장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암시한다.


‘3철’(양정철·이호철·전해철) 중 한 명인 양 전 원장은 21대 총선이 끝나자 야인으로 돌아갔다. 총선 직후인 지난달 16일 양 전 원장은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이제 다시 뒤안길로 가서 저녁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조용히 지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앞서 정치권 일각에선 21대 총선이 끝난 후 양 전 원장이 노 실장의 후임으로 청와대에 들어가 문 대통령 임기 후반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일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양 전 원장은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쪽을 선택했다.

또 다른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도지사 역시 청와대와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당선됐던 지난 2017년, 김 지사는 인수위원회 역할을 할 국정기획자문위원(기획분과)으로 임명됐다.

당시 김 지사가 몸담았던 기획분과는 해당 위원회서 정책 총괄을 맡는 등 중추적인 자리였다. 이에 김 지사의 청와대 입성이 가능성 높게 점쳐졌다. 그러나 김 지사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서 경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당선돼 예상을 뒤엎었다.

견고해진 ‘3실장’ 체제
신친문·광흥창팀 약해져

친노(친 노무현)·친문 직계이자 영남권 출신인 김 지사는 향후 친문이 내세울 대권주자로서 주목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21대 총선 이후 불거진 개각·청와대 개편설을 일축하며 노 실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여권에선 총선 후 문 대통령이 조직을 개편해 집권 후반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노 실장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됐다. 또 강경화 외교부장관, 정경두 국방부장관 등을 교체한 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중심으로 한 청와대 외교·안보라인까지 교체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 같은 관측을 일축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6일 “결론적으로 문 대통령은 현재 개각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노 실장과 청와대 외교·안보라인 교체를 전혀 고려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가 개각·청와대 개편설에 공개적으로 반박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정 실장은 ‘3실장’(노영민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중 유일한 원년 멤버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캠프의 외교자문단(전직 외교관 그룹)인 ‘국민아그레망’을 이끌며 문정부의 외교 정책 수립을 총괄했던 사람이 바로 정 실장이다. 
 

▲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 그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발탁하며 “외교와 안보는 동전의 양면이고, 현재 북핵과 사드 등 외교와 경제, 안보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정 실장 등에 대한 교체설을 일축하면서 그는 문정권과 운명을 함께하는 ‘순장조’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순장조
누구?

또 다른 3실장인 김상조 정책실장은 지난 2016년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주제로 한 ‘공부모임’을 통해 문 대통령과 연을 맺었다. 이후 2017년 문재인캠프에 합류한 그는 공정거래위원장을 거쳐 지난해 6월 지금의 정책실장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여권 안팎에서는 경제 분야에 있어 당분간 김 실장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 예상한다. 문 대통령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 대한 신임을 밝혔듯,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가 심각한 상황서 ‘경제 투톱’ 중 한 명인 김 실장을 교체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김태년의 과제는?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이 지난 7일 신임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177석 거대 여당의 21대 국회 첫 원내사령탑이라는 중책을 맡은 김 원내대표의 앞에는 풀어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있다. 

1순위 과제는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경제 위기에 대응하는 일이다.

문재인정부는 다음 달 초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김 원내대표는 야당과의 협상을 통해 이를 빠른 시간 내 통과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김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절박한 마음으로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민생을 챙겨야 한다”며 “국민 한 사람의 고통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절박한 각오로 일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국회·권력기관 개혁 등 개혁 입법에도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김 원내대표는 먼저 국회 개혁에 나설 전망이다.

상시국회 도입, 전문성을 살린 상임위 배정,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 등을 담은 국회법 개정을 통해 ‘일하는 국회’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닦겠다는 구상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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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