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진 향한 ‘언론의 마녀사냥’

▲ ⓒ티핑엔터테인먼트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또 마녀사냥이 시작됐다. 이번엔 팟캐스트와 유튜브 위주로 활동 중인 방송인 정영진이다. MBC 라디오 개편으로 인해 <싱글벙글쇼>에 투입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EBS <까칠남녀>의 ‘넓은 의미의 매춘’ 발언이다. 정영진은 당시 방송서 “남성들이 주로 데이트 비용을 지불하고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여성들의 태도는 넓은 의미서 보면 매춘과 다르지 않다”고 발언했다. 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의견 제시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일각에선 정영진의 이 같은 발언은 같은 편이나 다름없는 황현희마저도 옹호해줄 수 없었다면서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정영진은 <우먼스플레인> 20회에 출연해 해당 발언의 정확한 의미를 설명한 바 있다.

그는 “남성과 여성이 데이트를 함에 있어 여성이 데이트 비용을 남성이 지불하는 것을 당연히 여길 뿐 아니라, 여성이 지불할 생각이 전혀 없는 상태서 데이트를 마치 조건 만남을 해주는 것처럼 한다면 이는 넓은 의미의 매춘 성매매와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남성이 룸살롱을 간다면, 한 여성은 적어도 두세 시간은 지불한 돈에 의해 여자친구처럼 행동한다. 그런 것과 같다는 말이다. 서로 좋아서 만나는 것이 맞다면 비용을 서로 같이 부담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만약 여성이 ‘내가 만나주는 건데 오빠가 당연히 데이트 비용도 내고 집에도 데려다주고 택시비 줘야지. 안 그러면 저 남자를 왜 만나’라는 생각이라면 남자가 제공하는 경제적 혜택, 편의에 의해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넓은 의미의 매춘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영진이 비판하는 대상은 모든 여성이 아닌 전제 조건이 붙은 여성이다. 남성과 데이트할 때 비용을 전혀 지불할 생각이 없으면서 남성의 경제적 혜택과 편의를 누리려는 여성을 지칭한다.

그런 사고를 지닌 여성들의 행동이 넓은 의미로 볼 때 매춘이라는 것이다. 좋아서 만나는 관계라면 ‘데이트 비용’은 전혀 문제될 바가 아닌데, 이것으로 만나고 만나지 않고가 결정된다면 그것은 잘못된 생각과 행동이라는 것. 

비록 매춘이라는 단어가 불편함을 야기할 수는 있지만, 의미를 전달하는 맥락에서는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방송용으로는 비적합하나 그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이토록 매도당할 수준인지는 의문스럽다. 방점을 매춘이 아닌 '넓은 의미'에 찍는다면 크게 문제될 소지가 아닐 수 있다. 정영진의 발언이 잘못됐다면, 자신의 단 한푼도 손해보지 않으면서 남성의 경제적 혜택을 노리는 여성은 합당한 것인가. 

또 다른 문제가 된 발언은 ‘여자의 적은 여자’ 대목이다. 이 부분에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일부 여성의 주장으로 인해 또 다른 여성이 피해보는 것을 비판한 내용이다. 정영진은 차 문을 열어주는 것에 비유하면서 “어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남성이 여성의 차 문을 열어주는 것도 여성 혐오며, 차 문을 열어주지 말자고 하는 것도 사회적 배려를 하지 않는 여성 혐오”라고 지적했다. 

그는 “차 문을 열어달라고 할 때만 열어주겠다고 말하는 것도 여성을 이기적인 존재로 몰기 때문에 여성 혐오가 된다”고 말했다. 지나친 여성운동의 세태가 오히려 평범한 여성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소위 레디컬 페미니스트라 불리는 과격한 여성운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이지, 모든 여성을 통틀어 비판한 것은 아니다. 


소위 ‘한남참모충장’으로 불리는 정영진은 여성 혐오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그 배경은 지나치고 다소 불합리한, 여성만을 위한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부분이 있다. 강한 파이터 기질로 인해 꽤 직설적인 화법을 무기로 하기 때문에 이미지화 된 경향이 크다. 

실제로 정영진은 여성 혐오적 행동을 일삼았는가.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에서 평소 보여지는 그는 어떤 문제가 있어도 화를 내지도 않으며, 어떤 존재 또는 집단을 혐오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인물로 통용된다. 이번 논란은 어떤 사안에서든 소신껏 말하고 일반적이 사람들과는 다른 비교적 넓은 관점을 지니고 있는 그가 <까칠남녀>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한 것 뿐이다.

팟캐스트 방송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를 비롯해 각종 방송에서 정영진이 보여주는 관점은 일반적이지 않을 때가 많다. 그는 늘 어떤 현실적인 문제에는 일원화된 원리가 아닌 매우 복합적인 것들이 얽혀있다고 강조한다. 한 가지 기준으로 어떤 상황을 풀어낼 수 없다는 얘기다. 여성에게 주어진 불합리한 상황을 주로 강조하는 페미니즘과 그가 대치되는 것도 이 차이다. 

정영진은 자유주의자에 가깝다. 남성과 여성을 굳이 구분하지 말고 각자의 자유를 존중하자는 개념이다. 쉽게 말해 남성 장난감을 갖고 노는 여성, 여성 장난감을 갖고 노는 남성에게 굳이 어떠한 강요를 하지 말자는 주의다. 이런 정영진을 두고 이선옥 작가는 ‘저평가된 지식인’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자유주의적 성향을 지닌 것이 <싱글벙글쇼> 후임 DJ가 되지 못할 이유가 되는가. 무언가를 정확하게 설명하기 위해 매춘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그토록 문제일까. 그렇다면 방송사는 왜 그 장면을 편집하지 않았나. 

언론과 여론의 융단폭격을 맞을 만큼 잘못됐는지 되묻고 싶다. <까칠남녀>서 정영진이 아닌 다른 여성 패널들의 문제적 발언은 왜 거론되지 않는지도 문제로 보인다. 정영진을 향한 언론의 공격은 지나치게 일방적이고 편협하다. 

그의 하차 여부를 두고 수 많은 사람들이 반대 여론을 형성했다. 정영진의 지지세력도 공존하고 있다. 그가 많은 지지를 받는 배경은, 당시 여성 패널들의 지나친 주장에 꽤 정확한 팩트와 논리로 맞서 싸우면서 속 시원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출연했던 다른 패널은 오히려 남성 혐오의 색을 짙게 띠고 있었다. 당시 정영진과 함께 방송에 출연했던 은하선 작가는 <한겨레신문> 칼럼에 남성을 두고 “다리와 다리 사이에 덜렁거리는 살덩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온 우주로부터 환대받은 존재”라고 썼다. 또 방송서 남자들이 술자리서 하는 발언을 두고 ‘강간을 가르치는 남성 문화’라고 일컬어 비판받기도 했다. 이 발언이 정영진의 발언보다 더 거센 남성 혐오적인 발언에 해당하지는 않나.

심지어 그는 <까칠남녀>를 이용해 퀴어문화축제 후원금을 받으려다 걸렸고, 서부지방법원으로부터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가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가 벌금 100만원, 집행유예의 유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이현재 여성철학자는 쇼타로 콤플렉스와 쇼타로 콘셉트를 설명하던 과정에서 쇼타로 콤플렉스를 옹오하는 발언으로 비춰져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제작진이 오독으로 인해 문제가 커졌던 이 사안을 미뤄봤을 때 <까칠남녀>는 남녀를 주제로 한 민감한 이야기가 오고가는 프로그램이었다. 

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성 역할에 대한 갈등을 유쾌하게 풀어내고자 했던 의도를 갖고 있었던 <까칠남녀>는 남성 패널은 남성을 옹호하고, 여성은 여성을 옹호하는 성격이 강했다. 그런 중 다소 과격한 논리와 설정이 있었기도 했다. 오히려 쉽게 설명하기 힘든 주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는 구성으로 일관했다. 따라서 당시 패널들이 자극적인 비유와 강한 논리를 펼치는게 자연스러운 공간이었다.

그런 환경서 던진 발언만으로 정영진을 이토록 공격하는 것은 과연 합당한 것일까. 당시 <까칠남녀>서 정영진이 상대한 패널이 이런 성향이라는 내용은 왜 거세돼있나. 오히려 정영진을 향한 날 선 비판이 편협하지는 않는지 되돌아봐야 하지는 않을까. 정영진을 향한 비판이 상식적인 범주 안에 놓인 새로운 관점마저 포용하지 못하는 사회로 몰고 가는 것은 아닌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