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림파워텍 불량 기계 강매 진실공방

“기계 안 돌아가도 돈은 받아야겠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계란판 제조업체 우림산업이 원료절감을 목적으로 진행했던 기계공사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기계 설치를 담당했던 무림파워텍과의 대립 때문. 우림 측은 기계의 결함으로 받은 피해를 주장했고 무림 측은 우림의 관리부실과 저급한 원재료를 이유로 들었다. 좋은 뜻으로 시작했던 사업이지만 결과적으로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됐다. 
 

▲ 문제가 된 우드칩 소각 고온 열풍기

2002년부터 계란판 제조를 주업으로 삼아 온 ‘우림산업’은 국내 최초로 종이 계란판 품질 Q마크를 획득한 업체다. 우림산업은 폐지를 원자재로 생산을 하는데 이 과정서 폐지를 물과 섞어 성형 틀에 찍어내 대형 열풍 건조설비를 이용해 원형 그대로 건조시키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 

비용절감 위해
기계 설치 결정

우림산업은 사업 초기부터 LNG원료를 사용하는 건조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비용이 가중되면서 생산원가 상승을 초래했다. 이 때문에 생산원가와 에너지 비용절감을 위해 주 원료인 LNG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강구했다.

특정 공공기관의 추천을 받은 기술을 가지고 자부담으로 시도도 해봤지만 기술적 한계와 하자로 인해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던 중 무림그룹 계열사인 무림파워텍서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우드칩 소각 고온 열풍기’ 기술 및 소각 설치 및 운영을 하면 LNG를 사용하지 않고 우드칩을 주 원료로 하기 때문에 한 달에 약 7000만원 이상의 에너지 절감을 보증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우드칩의 단가가 LNG보다 현저히 낮기 때문에 새로운 기계를 사용할 때 전력량이 더 많이 발생하더도 우드칩의 저렴한 단가로 충분히 그 추가 전력 비용을 상쇄할 수 있고 이로 인한 비용절감을 수식적으로 계산해 보면 결국 동일한 열량을 내는 조건으로 한 달에 7000만원 이상의 비용절감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게 무림파워텍의 설명이었다. 

우림산업은 이러한 무림파워텍의 설명을 듣고 2015년 12월23일 우드칩 소각 고온 열풍기를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하기로 마음먹고 ‘ESCO 투자사업 사업자파이낸싱 성과보증 표준계약’을 체결했다. 

ESCO 투자사업이란 에너지 절약사업을 뜻한다. ESCO로 지정받은 에너지 전문업체가 특정 건물이나 시설서 에너지 절약시설을 도입할 때 해당 기관으로 부터 돈을 받지 않은 채 비용 전액을 ESCO업체가 투자하고 여기서 얻어지는 에너지 절감예산서 투자비를 분할 상환받도록 하는 사업방식이다. 

이 계약의 핵심은 기계를 설치하면 사업비용이 절감된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성과보증’이라는 조항을 추가해 만약 설비공사가 완료된 후에 기계가 에너지 절감효과를 발생시키지 못하면 그 차액만큼 무림파워텍서 우림산업에 지급하기로 했다. 

이렇게 공사가 진행되는 듯 했다. 계약서에 따른 공사 완료 시기는 2016년 5월31일이었다. 하지만 우림산업도 모르는 사이에 무림파워텍과 새코텍이 계약하고 이 새코텍이 다시 화성비엔텍으로 하도급을 맡겼다.

열풍기 설치하면…한 달 7000만원 절약 약속
자꾸 늦어지는 공사…시운전 확인서만 요구?

두 번의 하도급 과정서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고 그간 우림산업과는 전혀 의사소통이 없었던 화성비엔텍 담당자들이 현장에 와서 작업을 하는 과정서 또 다시 공사가 지연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무림파워텍은 공사기한 연장을 요구했고 2016년 8월25일로 공사기간을 연장하는 변경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의 핵심은 공사기간을 2015년 12월24일부터 2016년 5월31일까지로 돼있던 공사기간을 2015년 12월24일부터 2016년 9월31일까지로 3개월 연장한다는 것이다.

설치는 완성되지 않았으나 무림파워텍·화성비엔텍 직원으로 구성해 시운전을 하자고 했고 우림산업 측에서는 운전기술을 배우는 의미서 시운전에 참여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아 무림과 화성의 직원은 철수했고 우림산업 직원만 남아 시운전을 하게 됐다. 무림파워텍에서는 모든 것을 완성할 것을 약속하고 회사에 보고 할 것이 있어야 한다며 2번에 걸친 상환금을 지급을 부탁했다.  

기계 완성이 늦어지자 무림은 화성에 1개월치 상환금을 내게 했다. 우림산업에서는 2개월 간 투자비 상환 이후 기계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게 됐다.

그래도 기계만 정상적으로 돌아가면 회사 입장서 이익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2017년 1월 경부터 시공 담당자와 함께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부분을 보완해 기계를 완공시키는 데 주력했다. 

무림파워텍과 우림산업은 기계가 완공되는 시점까지 투자비의 지급을 연기하는 데 다시 한 번 합의했고 이때부터 무림파워텍 측에서도 투자비지급을 청구하지 않았다.

늦어지는 공사
고장난 기계?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계는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았다. 2017년 1월부터 4월까지 3개월간은 형식적으로나마 가동됐지만 5월부터는 기계의 가동이 전면 중지됐다.

중요한 것은 기계 오류의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무림파워텍은 전문기술력이 없다는 이유로 해답을 제시하지 못했고 직접 기계를 설치했던 화성비엔텍도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우림산업과 무림파워텍은 다시한번의 회의를 거쳐 열교환기 보수를 결정했고 무림파워텍과 우림산업, 화성비엔텍이 각 2000만원, 3000만원, 3000만원을 부담했다. 또 운전 방법이나 연료에 문제가 있을 것에도 무게를 두고 화성비엔텍서 운전 매뉴얼을 작성해 우림산업에 전달하기로 하고 연료에 이물질이 포함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2017년 11월27일 보수작업이 완료됐지만 다시 한 번 가동이 중단됐고 또 한 번의 보수작업을 해야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때 무림파워텍과 우림산업은 2018년 1월 효율측정을 해 금액을 확정해 투자비를 상환하기로 결정했다.
 

▲ ▲ 품질기준 검사 결과서

그러나 이후에도 기계는 가동과 중단을 반복했고 효율은 전혀 발생하지 못했다. 결국 2018년 11월 가동이 전면 중단됐고 현재까지도 기계는 작동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기계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는 상황서 무림파워텍이 대금 청구를 했다는 것이다. 무림파워텍은 계속 된 보수작업으로 상환기간 연장이 있었음에도 일방적으로 대금을 청구한 것.

기계작동 불량으로 가동일보다 수리일자가 더 많은 상황서 우림산업은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무림파워텍에서는 강제 가압류를 집행하기에 이르렀다.

두 회사의 대립은 대한상사중재원으로 넘어갔다.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의 수행 중 계약 당사자간에 발생하는 분쟁은 상호 협의에 의해 해결하며 분쟁이 발생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중재법에 따라 중재기관의 중재에 의한다’는 규정에 따라서다. 

무림파워텍 측은 설치된 기계의 고장 원인으로 ‘저급의 우드칩’ 사용과 우림산업 측의 관리부실을 들었다. 설치된 기계에는 ‘양질의 우드칩’을 사용해야 하고 작동 방법을 숙지해 제대로 운영해야 하지만 우림산업서 모래 등 불가연성 물질이 포함된 저급의 우드칩을 사용하는 등 기계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기계 파손이 종종 일어났다는 것이다.

상반된 주장
첨예한 갈등


또 하도급을 맡긴 화성비엔텍은 관련 경력이 40년이 넘고 이 사건 설비와 동일한 구조의 소각로를 납품한 실적이 상당한 점을 들어 다른 곳에 설치된 설비가 문제된 적이 없고 유독 이 사건 설비에 대해서만 문제가 생긴 점을 지적했다.

우림산업 측은 “동일한 설비를 납품한 적은 없고 유사한 설비”라고 반박했다. 화성서 여태껏 설치해온 기계는 열원이 스팀으로 공급되는 소각 보일러고 문제가 된 기계는 건조한 뜨거운 바람(고온열풍)으로 열원이 공급되는 최초설비라는 것이다. 

무림 측은 준비서면을 통해 우림산업과의 이행합의를 통해 ‘설비하자 또는 가동 중단을 이유로 상환금 지급을 거절, 유예하거나 하자보수비용과 상환금의 상계를 주장할 수 없다’는 점 ‘하자보수청구를 하기 위해서는 고의나 과실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자료를 첨부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 합의했다고 전했다.

2018년 3월분 상환금을 지급한 후 ‘고열 열풍기에 하자가 존재한다’는 일방적인 주장을 하면서 상환금 지급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만약 기계에 하자가 있다면 객관적 증거자료를 첨부해 하자보수청구를 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우림산업은 당시의 정황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며 소송이 제기되면서 억지로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할 뿐이라며 반박했다.
 

소송 시작 며칠 전에 회의록에는 빠른 시일 내 마무리할 것이라는 내용으로 회의를 했고 가동이 가능한 상태서 기계가 인도됐다면 이후 담당자들이 모여 수차례의 회의를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기계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차례의 회의가 진행됐고 그 회의록은 고스란히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문제로 지적된 우드칩이 문제가 없다는 시험성적서와 정기검사 결과서도 첨부했다. 

결국 멈춰진 기계
우드칩 문제 때문?

대한상사중재원은 무림파워텍의 손을 들어줬다. ‘계약서상 설치기간이 설치의 완료검사를 종료한 날까지로 돼있는 점’ ‘우림산업서 3개월분(제작 하청업체인 화성서 지급한 금액 포함)의 상환금을 지급했던 점’ 등을 들어 열풍기의 설치가 완료돼 정상적으로 인도받았음을 것으로 묵시적으로 완료검사의 종료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또 ‘설비하자 또는 가동 중단을 이유로 상환금 지급을 거절, 유예하거나 하자보수비용과 상환금의 상계를 주장할 수 없다’는 점 ‘하자보수청구를 하기 위해서는 고의나 과실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자료를 첨부해야 한다’는 이행합의서에 따라 기계의 보수 등을 이유로 상환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우림산업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우림산업이 여러 법조계 인원들에게 받은 자문에 따르면 대한상사중재원의 판결은 우림산업 측의 자료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대한상사중재원의 판결은 대법원의 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단 한 번의 판결로 모든 것이 결정되고 항소 또한 할 수 없다.

기업 간의 분쟁이 오랫 동안 지속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결정된 사항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림산업은 현재 항소를 포함한 민사소송 등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이도균 무림산업 대표이사

윤우정 우림산업 대표는 “ESCO사업의 자격이 되지 않아 큰 회사의 도움으로 연료비 절감을 위해 진행한 사업이었지만 기계의 성능검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서류상 완공 서류도 없는데 일방적으로 대금청구를 하고 거짓된 주장을 하는 무림파워텍의 이중적인 행태에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무림그룹 측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서 “오히려 우리 쪽이 피해자”라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공사는 문제없이 마무리됐지만 우림산업 측에서 저급한 우드칩 사용과 관리부실로 인한 기계 오류를 이유를 무림파워텍 측에 전가하려고 한다”며 “대한상사중재원의 판결이 난 후로도 대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역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잘해보려 시작
상처뿐인 결말

현재 우림산업은 50여명의 직원들과 그 가족들 200여명, 10만 산란계 농가들의 생계와 생존까지 위협 받는 상황에 직면해있다. 윤 대표는 “지난 2년간 어떻게든 기계를 완성시켜 단 1원이라도 생산원가를 절감해보려고 밤낮으로 발버둥쳤다. 사용할 수 있는 기계라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데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정작 무림파워텍은 그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고 있다”며 “공장에 흉물처럼 방치돼있는 기계를 보면 억울하고 울화가 치밀어 올라 일상생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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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