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희생정신 무리수

“쿠팡맨도 사람이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배송업체 쿠팡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감염병에 무방비로 노출된 쿠팡맨들의 안전 역시 우려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쿠팡은 쿠팡맨들의 안전대책을 마련하기보다 직원들에게 상실감과 무력감을 안겨주며 노사 간의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김범석 쿠팡 대표는 쿠팡맨들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냈다. 

‘국민들이 불요불급한 접촉을 줄이는 데 쿠팡맨들이 기여할 수 있다면 그만큼 바이러스와의 싸움에도 도움이 되고 결국은 우리 고객과 우리 가족 나아가 한국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중략)쿠팡이 있는 유일한 이유는 고객이다. 그 고객들이 우리를 찾고 있다. 고객이 필요할 때 그 옆을 지킬 수 없다면 우리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고 있는 여러분 모두가 이 어려운 시기의 숨은 영웅들이다.’

편지 의도는?

한 쿠팡맨은 “대표가 격려하려고 보낸 건지, 위협하려고 보낸 건지 모르겠다”며 “배송물량이 폭주하고 전염병 위험에 노출돼있는 쿠팡맨들의 안전 보장과 처우개선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어 진정 쿠팡맨들을 영웅처럼 생각하는 건지 의구심이 든다”고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쿠팡맨들을 하대하는 회사 관계자들의 태도 또한 논란이 크다.


지난달 28일 방송된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는 택배 일을 하는 태사자 출신 김형준의 모습을 담았다. 쿠팡 트럭을 타고 배송하는 정직원 ‘쿠팡맨’과는 달리 김형준은 아르바이트 개념의 ‘쿠팡플렉서’다. 이날 방송서 김형준은 과거 화려했던 아이돌으로서의 삶을 뒤로한 채, 택배 아르바이트생의 일상을 보여주며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끌어냈다.

그러나 이날 회사 측이 촬영 준비를 위해 쿠팡맨들에게 보낸 공지 사항이 빈축을 샀다. 해당 공지에는 ‘시골사람처럼 어슬렁거리지 말라’ ‘밝게 인사는 필수’ 등의 하대하는 듯한 지시 사항이 난무했다.

이후 이 사실은 직장인 앱 블라인드 게시판에 올라와, 쿠팡에 대해 비난을 쏟는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회사의 뜻은 알겠으나 ‘시골사람’ ‘어슬렁’이란 단어를 사용해 공지하는 마인드 자체가 관리자들이 직원을 얼마나 우습게 보고 있는 지 알 수 있어 서글프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왕이면 ‘촬영장이 붐빌 수 있으니 안전사고 대비를 위해 촬영현장 방문을 자제해 주세요’라던가 ‘외부 인사가 방문할 시 밝은 목소리로 환영인사를 해주세요’라고 충분히 표현할 수 있음에도 비하발언을 서슴없이 사용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사필수’라는 단어서 충성을 강요하는 갑질이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8일 쿠팡 노조는 “회사 측이 비상체제 돌입에 대한 긍정적 기사와 ‘고객들에게 과자를 받은 사진’을 기사로 유포해 쿠팡에 대한 이미지 개선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쿠팡의 입장은 ‘소비자들의 평가’가 최우선이고 쿠팡맨들은 그저 ‘배송 인력’에 불과했으며 배송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배송인력을 확충하는 데만 바빠 보였다”고 지적했다.

대표가 보낸 한 통의 편지…격앙된 택배원들
사지로 몰아넣고 확진자는 임금 70%만 지급?

그러면서 “언론을 통한 쿠팡의 브랜드 이미지 개선보다 쿠팡서 일하는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며 “소비자가 감동하는 서비스가 중요한 만큼 그 서비스를 만드는 노동자들이 감동하는 일터를 만들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쿠팡은 지난달 21일부터 당분간 모든 주문물량에 대해 ‘비대면 언택트 배송’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코로나 사태로 늘어난 배송물량 만큼, 신속성을 위해 집까지 전달하지 않고, 문 앞에 두고 가는 방식이다.

지난달 23일 쿠팡 노동조합은 “쿠팡은 배송방식을 ‘비대면 언택트 배송’으로 바꿨지만 이것은 소비자들만 생각한 방식”이라고 지적하며 “코로나19로 노출된 일터서 일하는 쿠팡맨의 불안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부캠프에서는 심지어 쿠팡맨 중 의심환자가 발생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이런 불안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첫 번째로 마스크 착용, 소독, 체온 검사를 철저히 할 뿐 아니라 쿠팡서 코로나19 대응으로 검토 중인 사안, 계획 등을 쿠팡맨이 잘 알 수 있도록 소통채널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질병관리본부서 보고하고 있는 확진자들의 이동경로, 영향권은 배송운영을 최소화하는 방침을 고려해야 한다”며 “더불어 쿠팡맨의 자가격리 신청, 소독이 되지 않은 배송물품·차량 등을 교체 요청하거나 사용을 거부했을 경우 적절히 요구대로 이행이 될 수 있도록 운영방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쿠팡맨 A씨는 “전염병에 노출되는 근무환경도 문제지만 만약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어 검사할 경우, 음성이면 근무를 쉰만큼 무급휴가이며 양성으로 판정받으면 임금의 70%만을 지급 받는다”며 “이런 사측의 방침 때문에 의심증상이 발생해도 마음 놓고 검사를 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회사는 3월에 들어서면서 인센티브 제도를 강화했다. 기본물량을 완수하고 그 기본물량 외의 배송물량에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인데 최근 기본물량이 평균 140∼145건서 200여건으로 늘어나 인센티브를 받을 수도 없는 형편이다. 기본물량을 배송하기도 힘든 상태서 인센티브를 받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에 별따기”라고 전했다.

이러한 기본물량 증가로 인한 애로사항은 특히 대구경북지역이 더했다. 지난달 20일 배송물량이 급증하면서 쿠팡 측은 대구 지역 쿠팡맨의 출근시간을 9시30분에서 10시로 변경했다. 이로 인해 오후 8시30분까지이던 퇴근 시간이 9시로 바뀌었다.

회사 측은 출근시간이 늦어진 것에 대해 물량 증가로 간선 상·하차 혹은 소분완료 시간이 지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쿠팡맨들의 입장은 달랐다.

쿠팡맨들은 “대구지역 캠프는 그전부터 조기출근 분위기가 형성돼왔으며 출근시간을 늦추면서 사실상 전체 근무시간이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평소보다 배송물량이 급증하면서 쿠팡맨들은 배송물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기존의 출근시간에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성난 노조 

쿠팡 노조도 “정상적으로 출근해서 법적으로 보장된 휴게시간을 지키며 일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상대평가 시스템이라 정해진 시간만 일하면 하위 점수를 받고 몇 년이 지나도 월급이 인상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쿠팡맨들은 “회사는 호황이라고 하지만 정작 근로자들은 전염병의 위험 속에서 업무는 배로 가중돼 즐겁게 일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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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