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안풍 트라우마' 막전막후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8.03 17: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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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그랬나 쏙 들어간 '박근혜 대세론'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박근혜 대세론'이 잠잠해졌다. 갑자기 몰아친 '안풍'에 눌려 언제 그랬나 싶을 정도로 쏙 들어갔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인 박 캠프는 비상이 걸렸다. 안절부절 못하면서 대책과 묘안을 짜내느라 분주하다. 비장의 카드가 있을까. 그렇다면 뭘까.

겉으론 '여유만만' 속으론 '안절부절' 실제론 '사면초가'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새누리당 경선후보의 대선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야권 잠룡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기세가 만만치 않아서다. 안 원장은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을 출간한데 이어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폭발적인 화제를 모으면서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줄곧 40%대 유지하다
갑자기 20%대로 추락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안 원장이 박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따라잡거나 이미 역전해 그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양상이다. 대체적으로 안 원장은 상승세인 반면 박 후보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 조사에선 총선 이후 줄곧 40%대를 유지하던 박 후보가 안 원장의 등판 직후 20%대로 추락한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박 후보 측은 겉으론 대수롭지 않다는 투다. '박근혜 경선캠프'의 홍사덕 공동 선대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안 원장은) 파도와 같다. 파도는 계속 치겠지만 우리는 앞으로 나갈 것인 만큼 일일이 신경 쓰지 않는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김종인 공동 선대위원장도 "TV 출연해 봐야 별 영향이 있겠냐.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시간이 가면 지지율도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친박계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현 정치에 대한 불신 때문에 안철수라는 새로운 인물에게 지지를 보내는 것으로 대선후보 지지율과는 다르다"며 "대선 출마나 정치적 노선을 걸으면 반작용으로 지지율이 상당히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 측의 속사정은 다르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표정.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박 후보가 안 원장에게 추월당하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여론조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대책을 짜내느라 분주하다.

우선 예전과 달리 노골적으로 안 원장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박 후보 측은 안 원장이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선언을 하거나 야권 후보로 정해질 때까지 '무대응'으로 일관한다는 전략이었다. 박 후보는 캠프 출범 전후 "절대로 네거티브는 하지 말라"고 지침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불어 닥친 '안풍'이 심상치 않자 이를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안철수 때리기'를 본격화한 것이다.

책 내고 방송 출연한 안철수 지지율 급상승
'비상' 박 캠프 대책 마련 분주…견제 본격화

그 선봉엔 새누리당이 섰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안 원장은 국정운영 능력이나 자질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베일 속 신비주의로 인기관리에만 집중하는 모습은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정현 최고위원도 "(안 원장이) 국정을 어떻게 이끌어가겠다고 직접 토론하거나 정책을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다"며 "지금 책 한 권, 예능 프로 하나를 갖고 마치 이 사람이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볼 국민들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원장을 겨눈 박 캠프 쪽의 칼날은 더욱 예리하다. 캠프 인사들은 안 원장의 행보를 비꼬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타깃은 책과 방송이다.

캠프 정치발전위원인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안 원장의 신간에 대해 "정치인 안철수의 비전이라기보다는 평론가 입장과 비슷하다"고 혹평했다. 최경환 총괄본부장은 안 원장의 방송 출연과 관련해 "TV 프로그램 하나 나온다고 대통령이 될 거 같냐"며 "나라의 운명을 TV 프로그램에 맡겨선 안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캠프 내에선 '안 원장과 지지율이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맞물려 '안 원장을 더 이상 두고만 볼 순 없다'는 강경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때려도 꿈쩍하지 않기 때문에 훨씬 강도가 높은 '공격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

실제 박 후보 측은 안 원장에 대한 '검증'을 서두르고 있다. 이를 위해 캠프 외곽에 '안철수 검증팀'을 극비리에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장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인 정보까지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전언이다.

"훨씬 강도 높은 
공격 카드 준비"

이 관계자는 "안 원장은 대선출마선언과 동시에 지금까지 한 번도 접하지 못한 검증대에 필수적으로 올라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지지율이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는데, 파상공세가 시작되면 아마도 흔들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안 원장 지지율 상승의 근원인 책과 방송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 측은 안 원장의 '바른 이미지'에 흠집을 낼 수 있는 과거 발언과 다른 거짓말에 중점을 두고 꼬투리 잡을 태세다. 벌써부터 일부 보수 언론들은 박 캠프 발로 안 원장의 거짓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캠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안 원장의 행보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가 정해지고 안 원장이 대선에 뛰어들면 직접 공격이 시작될 텐데 그 강도는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박 후보 측은 민주통합당을 자극해 간접적으로 안 원장을 밀어내는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한마디로 손 안대고 코 풀겠다는 심산이다.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경우 역풍이 불어 오히려 안 원장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홍 위원장은 "지금 민주당이 대선경선을 한다고 하는데, 사실상 안 원장의 무임승차 준비행사"라며 "정당이 저렇게 모욕당하는 것도 처음일 것"이라고 비꼬았다. 또 "손학규 후보 같은 사람은 '우리는 뭐냐'이렇게 생각할 것"이라며 "손 후보나 김두관 후보가 모욕을 당하면서 탈락하면 그 지지자들이 우리한테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곽 검증팀' 극비리 가동해 정보 수집
'손 안대고 코 풀' 민주당 자극 전략도

심 최고위원도 "(안 원장이) 부전승으로 링에 오르겠다는 국민을 우롱하는 대선 전략"이라며 "출마할거면 공식적으로 출마해서 검증 받아야 된다"고 강조했다. 여권 한 당직자는 "아직 출마선언을 하지 않은 안 원장을 무턱대고 검증할 수 없지 않냐"며 "그전까지 견제만 하면서 민주당과 안 원장이 싸우도록 유도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캠프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도 들린다. 캠프 안팎에서 안 원장의 지지율 상승은 당장 어쩔 수 없더라도 박 후보의 정체 내지 하락을 못 막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실제 지지부진한 박 후보의 지지율은 단순히 안 원장이 원인이 아닌 기존의 지지층이 지지를 철회하거나 유보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박 후보의 5·16 발언과 불통 이미지,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캠프의 전략 부재 등이 지지율을 깎아먹은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박 후보가 현 정권 문제에 침묵하면서 불거진 MB정부와의 모호한 관계가 부동층의 이탈을 부추긴 것으로 파악된다.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은 당사자인 박 후보의 대응이다. '안철수 때리기'에 직접 나설지 주목된다.


박 후보는 지난 3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그분(안 원장)이 어떤 (정치적) 태도를 갖든 제가 평가할 일은 아니죠"라며 즉답을 피했다. 지난 16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도 "사실 잘 모르겠다. 뭐를 생각하고 계신지"라고 언급했다. 안 원장이 책을 출간한 다음 날인 지난 20일엔 "출마를 정식으로 했냐"며 "출마할 생각이 있으면 국민에게 확실히 밝혀야 한다"고 안 원장에 대한 발언 수위를 높였다.

박 후보와 안 원장이 지지율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박 후보는 지난해 안 원장이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면서 지지율이 급등하자 다소 민감하게 반응했었다. 박 후보는 당시 기자들이 안 원장에 대해 묻자 "병 걸리셨어요? 여기서는 정치 얘기 그만하라"고 잘라 말했다.

박, 언제 나서나
비장의 카드는?

이는 박 후보가 '박근혜 대세론'이 위협 당하자 예민해졌다는 점을 보여주는 방증이었다. 정치권에선 철두철미한 박 후보답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 상황도 비슷하다. '박근혜 대세론'이 잠잠해졌다. 갑자기 몰아친 '안풍'에 눌려 언제 그랬나 싶을 정도로 쏙 들어갔다. 박 후보의 묘안은 뭘까. 그 비장의 카드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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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