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안풍 트라우마' 막전막후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8.03 17: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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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그랬나 쏙 들어간 '박근혜 대세론'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박근혜 대세론'이 잠잠해졌다. 갑자기 몰아친 '안풍'에 눌려 언제 그랬나 싶을 정도로 쏙 들어갔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인 박 캠프는 비상이 걸렸다. 안절부절 못하면서 대책과 묘안을 짜내느라 분주하다. 비장의 카드가 있을까. 그렇다면 뭘까.

겉으론 '여유만만' 속으론 '안절부절' 실제론 '사면초가'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새누리당 경선후보의 대선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야권 잠룡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기세가 만만치 않아서다. 안 원장은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을 출간한데 이어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폭발적인 화제를 모으면서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줄곧 40%대 유지하다
갑자기 20%대로 추락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안 원장이 박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따라잡거나 이미 역전해 그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양상이다. 대체적으로 안 원장은 상승세인 반면 박 후보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 조사에선 총선 이후 줄곧 40%대를 유지하던 박 후보가 안 원장의 등판 직후 20%대로 추락한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박 후보 측은 겉으론 대수롭지 않다는 투다. '박근혜 경선캠프'의 홍사덕 공동 선대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안 원장은) 파도와 같다. 파도는 계속 치겠지만 우리는 앞으로 나갈 것인 만큼 일일이 신경 쓰지 않는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김종인 공동 선대위원장도 "TV 출연해 봐야 별 영향이 있겠냐.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시간이 가면 지지율도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친박계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현 정치에 대한 불신 때문에 안철수라는 새로운 인물에게 지지를 보내는 것으로 대선후보 지지율과는 다르다"며 "대선 출마나 정치적 노선을 걸으면 반작용으로 지지율이 상당히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 측의 속사정은 다르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표정.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박 후보가 안 원장에게 추월당하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여론조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대책을 짜내느라 분주하다.

우선 예전과 달리 노골적으로 안 원장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박 후보 측은 안 원장이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선언을 하거나 야권 후보로 정해질 때까지 '무대응'으로 일관한다는 전략이었다. 박 후보는 캠프 출범 전후 "절대로 네거티브는 하지 말라"고 지침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불어 닥친 '안풍'이 심상치 않자 이를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안철수 때리기'를 본격화한 것이다.

책 내고 방송 출연한 안철수 지지율 급상승
'비상' 박 캠프 대책 마련 분주…견제 본격화

그 선봉엔 새누리당이 섰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안 원장은 국정운영 능력이나 자질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베일 속 신비주의로 인기관리에만 집중하는 모습은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정현 최고위원도 "(안 원장이) 국정을 어떻게 이끌어가겠다고 직접 토론하거나 정책을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다"며 "지금 책 한 권, 예능 프로 하나를 갖고 마치 이 사람이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볼 국민들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원장을 겨눈 박 캠프 쪽의 칼날은 더욱 예리하다. 캠프 인사들은 안 원장의 행보를 비꼬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타깃은 책과 방송이다.

캠프 정치발전위원인 박효종 서울대 교수는 안 원장의 신간에 대해 "정치인 안철수의 비전이라기보다는 평론가 입장과 비슷하다"고 혹평했다. 최경환 총괄본부장은 안 원장의 방송 출연과 관련해 "TV 프로그램 하나 나온다고 대통령이 될 거 같냐"며 "나라의 운명을 TV 프로그램에 맡겨선 안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캠프 내에선 '안 원장과 지지율이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맞물려 '안 원장을 더 이상 두고만 볼 순 없다'는 강경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때려도 꿈쩍하지 않기 때문에 훨씬 강도가 높은 '공격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

실제 박 후보 측은 안 원장에 대한 '검증'을 서두르고 있다. 이를 위해 캠프 외곽에 '안철수 검증팀'을 극비리에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장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인 정보까지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전언이다.

"훨씬 강도 높은 
공격 카드 준비"

이 관계자는 "안 원장은 대선출마선언과 동시에 지금까지 한 번도 접하지 못한 검증대에 필수적으로 올라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지지율이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는데, 파상공세가 시작되면 아마도 흔들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안 원장 지지율 상승의 근원인 책과 방송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 측은 안 원장의 '바른 이미지'에 흠집을 낼 수 있는 과거 발언과 다른 거짓말에 중점을 두고 꼬투리 잡을 태세다. 벌써부터 일부 보수 언론들은 박 캠프 발로 안 원장의 거짓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캠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안 원장의 행보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가 정해지고 안 원장이 대선에 뛰어들면 직접 공격이 시작될 텐데 그 강도는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박 후보 측은 민주통합당을 자극해 간접적으로 안 원장을 밀어내는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한마디로 손 안대고 코 풀겠다는 심산이다.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경우 역풍이 불어 오히려 안 원장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홍 위원장은 "지금 민주당이 대선경선을 한다고 하는데, 사실상 안 원장의 무임승차 준비행사"라며 "정당이 저렇게 모욕당하는 것도 처음일 것"이라고 비꼬았다. 또 "손학규 후보 같은 사람은 '우리는 뭐냐'이렇게 생각할 것"이라며 "손 후보나 김두관 후보가 모욕을 당하면서 탈락하면 그 지지자들이 우리한테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곽 검증팀' 극비리 가동해 정보 수집
'손 안대고 코 풀' 민주당 자극 전략도

심 최고위원도 "(안 원장이) 부전승으로 링에 오르겠다는 국민을 우롱하는 대선 전략"이라며 "출마할거면 공식적으로 출마해서 검증 받아야 된다"고 강조했다. 여권 한 당직자는 "아직 출마선언을 하지 않은 안 원장을 무턱대고 검증할 수 없지 않냐"며 "그전까지 견제만 하면서 민주당과 안 원장이 싸우도록 유도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캠프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도 들린다. 캠프 안팎에서 안 원장의 지지율 상승은 당장 어쩔 수 없더라도 박 후보의 정체 내지 하락을 못 막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실제 지지부진한 박 후보의 지지율은 단순히 안 원장이 원인이 아닌 기존의 지지층이 지지를 철회하거나 유보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박 후보의 5·16 발언과 불통 이미지,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캠프의 전략 부재 등이 지지율을 깎아먹은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박 후보가 현 정권 문제에 침묵하면서 불거진 MB정부와의 모호한 관계가 부동층의 이탈을 부추긴 것으로 파악된다.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은 당사자인 박 후보의 대응이다. '안철수 때리기'에 직접 나설지 주목된다.


박 후보는 지난 3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그분(안 원장)이 어떤 (정치적) 태도를 갖든 제가 평가할 일은 아니죠"라며 즉답을 피했다. 지난 16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도 "사실 잘 모르겠다. 뭐를 생각하고 계신지"라고 언급했다. 안 원장이 책을 출간한 다음 날인 지난 20일엔 "출마를 정식으로 했냐"며 "출마할 생각이 있으면 국민에게 확실히 밝혀야 한다"고 안 원장에 대한 발언 수위를 높였다.

박 후보와 안 원장이 지지율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박 후보는 지난해 안 원장이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면서 지지율이 급등하자 다소 민감하게 반응했었다. 박 후보는 당시 기자들이 안 원장에 대해 묻자 "병 걸리셨어요? 여기서는 정치 얘기 그만하라"고 잘라 말했다.

박, 언제 나서나
비장의 카드는?

이는 박 후보가 '박근혜 대세론'이 위협 당하자 예민해졌다는 점을 보여주는 방증이었다. 정치권에선 철두철미한 박 후보답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 상황도 비슷하다. '박근혜 대세론'이 잠잠해졌다. 갑자기 몰아친 '안풍'에 눌려 언제 그랬나 싶을 정도로 쏙 들어갔다. 박 후보의 묘안은 뭘까. 그 비장의 카드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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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