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 지킨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득과 실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08.01 09:3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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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왕의 선택 ‘신의 한 수’일까 ‘지나친 욕심’일까?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윤석금 회장의 선택은 '신의 한 수'일까? 아니면 '지나친 욕심'일까? 일단 웅진그룹으로선 코웨이도 지키고, 자금도 들여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그룹 내부에서는 웅진코웨이의 경영권을 확보한 채 4년 후 회사 재인수까지 가능한 '꽃놀이 패'를 만들었다며 윤 회장의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웅진그룹의 앞날은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자금조달 규모가 당초 계획에 미달하여 차입금 상환도 빠듯하고 윤 회장의 승부수들은 모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된 웅진코웨이 매각, 윤 회장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알아봤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장고 끝에 '캐시카우'인 웅진코웨이를 제3자에게 매각하는 대신 국내 사모펀드와 공동으로 설립한 신설법인에 지분을 매각하여 자본을 유치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이는 지난 2월 윤 회장이 웅진코웨이를 매각하겠다고 밝힌 후 5개월여 만이다. 당시 윤 회장은 극동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한 후 자금난에 허덕이게 되어 '그룹의 심장'이라 불리는 웅진코웨이를 매물로 내놓았다. 당시 윤 회장은 "다 키운 자식 잃어버리는 심정"이라며 매우 안타까워했다.

수시로 바뀐 매각 대상

이후 윤 회장의 화려한 변덕 레이스가 시작됐다. 매각 대상은 수시로 바뀌었고 웅진코웨이 인수에 나섰던 기업들은 차례로 물먹었다. 초기 윤 회장은 입찰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GS리테일을 염두에 뒀다. 그러다 MBK와 교원그룹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늦추며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입찰자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하지만 윤 회장의 바람은 경기 침체로 무너졌다. 당초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 매각 규모를 약 1조5000억원 이상으로 기대했다. 매각 발표 당시 웅진코웨이 주가는 약 4만원 이상 수준이어서 현재 매각 프리미엄을 반영하면 매각 규모가 약 1조5000억원은 충분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시가 침체되면서 매각 금액이 1조2000억원 규모로 줄어버린 것이다.

윤 회장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중국의 한 그룹이 솔깃한 제안을 해왔다. 바로 콩카그룹이 합작사 설립을 통해 웅진의 경영권을 보장하고 중국에서 정수기 사업을 펼치겠다고 제안한 것. 이에 윤 회장은 기대만큼 자금을 얻지 못할 바에야 유입 자금은 다소 낮더라도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향후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콩카그룹과의 전략적 제휴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윤 회장은 콩카그룹과 상당 부분 이견이 좁혀지자 공식 발표까지 준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세부 운영 방식에서 의견이 틀어지면서 콩카그룹도 물먹고 중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윤 회장은 매각 대신 투자 유치로 방향을 선회했다. 웅진코웨이 몸값이 기대에 못 미치게 되자, 캐시카우를 잃을 경우 겪게 될 리스크가 크게 다가온 것이다. 그리고 건설과 태양광 업황은 최악의 상황에서 헤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윤회장의 코웨이 사랑은 날이 갈수록 커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의 "그룹의 핵심을 팔면 나중에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설득도 윤 회장의 마음을 돌리는데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윤 회장은 재무적투자자(FI)인 KTB PE(KTB금융그룹 계열 사모펀드)와 손을 잡기로 최종 합의했다. 웅진그룹은 40대 60 비율로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해 지분을 인수하여 향후 4년간 경영권을 보장받는 동시에 향후 웅진코웨이를 되사들일 수 있는 길도 열어놓았다. KTB는 지분 60%를 가지면서도 웅진에 이사진의 다수를 양보하겠다는 조건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려한 변덕 레이스, 그 끝은 실리 챙기기
여전히 리스크 남아… 구조조정 이뤄질까?

이를 두고 웅진그룹 내부에서는 경영권 확보와 자금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 실리를 챙길 만큼 챙겼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웅진코웨이를 매각하는 것보다 웅진에서 운영하는 것이 파는 것보다 낫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웅진코웨이 직원들은 웅진그룹이 계속 경영권을 행사하게 됨에 따라 그동안 추진해 왔던 사업들을 이어갈 수 있고 기업문화도 유지될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장의 구조조정은 피했다는 안도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반면 IB업계는 이번 딜 이후로도 웅진그룹의 재무 구조 문제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조달 규모가 당초 계획에 미달하여 차입금 상환도 빠듯한 상황이라는 것. 웅진홀딩스의 단기차입금과 유동성 장기부채는 총 5000억원을 넘어서고 있고 장기차입금까지 더한 총 차입금은 1조원을 육박한다. 그리고 만기도래하는 단기차입금 규모만 4000억원에 달한다. 또 극동건설은 6400억원의 우발채무 부담을 지고 있는데 이 중 4000억원이 웅진홀딩스의 신용공여분이다. 결국 웅진코웨이 매각으로 유입되는 명목상 금액 1조2000억원은 차입금을 상환하고 나면 절반도 남지 않게 된다. 웅진그룹은 남는 자금을 투자에 쓰기보다는 유사시를 대비하기 위해 현금으로 보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윤 회장이 야심차게 꺼내 든 승부수들은 모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태양광사업은 업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투자를 당분간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극동건설도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부진이 예상된다. 이렇게 그룹의 앞날이 깜깜한 상황 속에서 윤 회장은 '계열사 구조조정'에 대한 질문에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웅진그룹 관계자는 "웅진에너지와 폴리실리콘, 극동건설 등 계열사의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건설과 에너지 관련 계열사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 것임을 내비쳤다. 해당 분야 업황이 개선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 나온 발언이다. IB업계 내에서도 웅진코웨이를 비롯해 그룹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KTB 펀딩에 웅진 미래 달려


결국 이번 딜의 성공여부는 KTB PE의 펀딩 능력에 달려 있다. KTB PE는 금융회사에서 6000억원을 대출받고, 나머지 3600억원을 기관투자가로부터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담당하는 전 공무원연금공단 자금운용본부장인 권재완 대표(현 KTB PE 대표이사)는 이미 4대 연기금 등 펀드투자자(LP)들을 연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권 대표와 LP 간에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LP들도 투자할 곳을 찾고 있기 때문에 자금 모집이 어렵지는 않을 것"고 밝혀 웅진그룹이 국민연금 기금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회장과 그룹 이미지가 바닥으로 추락한 지금 왕년의 '팬매왕'이 어떻게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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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7월19일 사건 발생 10여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합의 처리된 뒤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며 채 상병 특검법 상정을 요구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사건을 초동 조사하고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찰 이첩 개입 의혹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를 수용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재석 168명 전원 찬성표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야당만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반발해 사실상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원래 본회의 안건에 없었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일정 변경을 우선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이번 본회의에 합의되지 않은 법안이 올라가는 것 자체를 반대해 왔다. 당초 김진표 의장도 여야가 합의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서 마지막으로 중재를 시도했지만 5분 뒤 김 의장은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양당의 마지막 협상도 결렬됐고, 국민의힘에서는 유일하게 자리에 남았던 김웅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방청 중이었던 해병대 예비역연대 법률 자문, 김규현 변호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노년의 해병대 예비역들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서 규탄대회를 열고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채 상병 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처럼 이태원법 합의 처리를 통해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는데 오늘 의사일정 변경까지 해서 채상병법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채 상병 특검법 표결 시 본회의장을 퇴장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채 상병이 의사일정으로 상정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규탄대회 뒤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한 질문에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국힘 퇴장 속 야당 전원 찬성 조각난 협치···대통령 또 거부?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 의사일정 변경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날 본회의는 이태원특별법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잡은 일정인 반면,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상황서 입법을 강행하기 위해 의사일정을 변경해 본회의 부의를 시도하겠다는 의도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야당의 강행 처리 예고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서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서 채 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면서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 자체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미 수사 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하는 배경에 정쟁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서 진행 중인 수사가 끝난 다음, 그 과정이나 결과를 토대로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야당이 특검을 당장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통령실은 무엇보다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해병대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야권이 주장하는 ‘수사외압’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병대수사단이 기초 조사는 할 수 있겠지만, 관계자 수십명을 소환하고 연루자가 몇 명이고 하는 것은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의 ‘월권’ 가능성을 지적한 셈이다. “정치적 의도” 대통령실 발끈 또 과거 공수처 설치와 군사법원법 개정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모순을 거론하며, ‘참사의 정쟁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이날 정 실장은 “현재 공수처와 경찰서 철저한 수사를 진행 중이므로 수사 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수처와 경찰이 우선 수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검 도입 등의 절차가 논의되고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 설치한 기구다. 당연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상식이고 정도”라며 “지금까지 13차례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야당이 단독으로 주도한 이유도 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서 윤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수사를 왜곡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관련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나왔다. 국방부는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의 혐의를 축소하려 했고,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도 매끄럽지 않은 과정을 통해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조율한 흔적도 엿보였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공수처 수사가 1년 가까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야권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과거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그마한 사고’라고 언급한 사건도 국민적 분노를 유발했다. 지난 3월22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매체와 인터뷰서 ‘조그마한 사고’로 표현하고 “전 지휘관이 법적인 문책을 받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실언한 바 있다. 더구나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인력 부족, 수사 의지 등을 핑계로 현재까지 ‘수사 진행 중’이라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해병대를 비롯한 국민 여론도 특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눈물 흘린 해병들 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채 상병 특검법 상정과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채 상병 특검법 통과, 박정훈 대령 탄압 중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같은)이런 세력들이 우리나라의 집권여당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이 나라의 안보를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외쳤다. 해병대예비역연대에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해병대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국민의힘은)처음엔 ‘독소 조항이 있다’고, 지금은 ‘공수처와 경찰이 수사 중이니 그 수사가 끝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과거 특검 때에는 (앞서)경찰·검찰이 수사를 안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가장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방법은 법정 수사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정해놓고 있는 특검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병대 측은 이날 “3개월이 지나면 우리 군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안보에 전념할 수 있고, 정치권도 채 상병 문제를 일단락하고 지금 산적한 안보, 민생 정책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수사를 기다리며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채 상병 문제로 정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전원 참석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45명은 채 상병 특검법의 상정·통과 여부를 보기 위해 곧장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지난달 3일 본회의 자동 부의 요건을 충족했다. 여야는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에는 합의했지만,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통한 것이다. 1년 가까이 진척 없는 수사 역풍 뻔한데···용산 선택은? 특검법 통과에 대해 대통령실은 야당을 향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수세에 몰린 대통령실이 야당을 지적할수록 부정 여론만 키우는 분위기다. 더구나 대통령실은 스스로가 수사 대상이 되는 사안서 ‘협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역풍을 맞게 되는 형국이다. 당장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용산의 뜻을 따를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어렵사리 여당 의원들을 단속하더라도 다음 달에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는 궁지에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신중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은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분”이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들에 대해선 ‘과도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젊은 병사의 죽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데다 야권과 언론이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 대통령실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다. 국회 재표결 시 여당 이탈표도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회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의 적극적인 수용을 요구한 데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공수처는 특검 출범 여부와 별개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회수하고 재조사하는 과정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수사는 진행 중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지난 2일 오전 9시25분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를 상대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재조사한 후 혐의자를 축소해 경찰로 넘기는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