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겨울 음식 ④거제 대구와 통영 물메기

뜨끈한 생선살이 입에서 ‘사르르’

▲ 거제 외포항에서 대구를 말리는 풍경

담백한 생선살이 입에서 살살 녹는 ‘뜨끈한 탕’ 한 그릇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거제 대구와 통영 물메기는 한려해상국립공원 일대 겨울 별미다. 남쪽 겨울 바다를 주름잡는 대구와 물메기는 12월부터 식탁에 올라 이듬해 2월까지 미식가를 유혹한다.

▲ 커다란 대구 조형물이 포구의 세월과 위용을 자랑한다.

덩치로 치면 거제 대구가 형님뻘이다. 대구를 제대로 맛보기 위해 거제 외포항으로 향한다. 철이 되면 외딴 포구가 온종일 외지인으로 들썩거린다. 대구는 산란을 위해 겨울철 냉수층을 따라 거제 북쪽 진해만까지 찾아든다.

담백하고 고소

외포항은 한때 전국 대구 출하량 30%를 차지할 정도로 ‘대구의 아지트’였다. 포구에 들어서면 커다란 대구 조형물이 포구의 세월과 위용을 자랑한다.

▲ ‘대구의 아지트’, 외포항 전경

주말이면 외포항을 찾는 차량으로 진입로가 막힐 정도다. 겨울 대구는 인기 높다. 포구 곳곳에 생선을 판매하는 좌판이 늘어서 있다. 겨울 볕에 몸을 맡긴 대구가 줄지어 분위기를 돋운다. 이른 오전에는 포구에서 대구 경매가 열리기도 한다. 긴 아래턱, 부리부리한 눈에 70cm를 넘나드는 대구는 3만~4만원 선에 팔린다.

▲ 코스 요리를 주문하면 매콤한 대구찜도 맛볼 수 있다.

포구 한쪽에 대구로 만든 음식을 내는 식당이 모여 있다. 외포항 식당에서는 대구튀김, 대구찜, 대구탕이 2만5000원에 코스로 나온다. 대구회와 대구전, 대구초밥을 파는 곳도 있다. 통통하고 부드러운 살이 사르르 녹는 대구탕(1만5000원)은 맛만 봐도 겨울 향미가 입 안 가득 전해진다. 생대구와 곤이가 담뿍 들어간 대구탕은 비린 맛이 없고 담백하며 고소하다.

▲ 통통하고 부드러운 살이 사르르 녹는 대구탕

다양한 대구 요리로 배를 채운 뒤 포구를 거닐어보자. 고깃배 너머 대구를 손질하는 아낙네 손길이 바쁘다. 말린 대구와 대구 알젓, 대구 아가미젓 등을 파는 진열대도 보인다. 포구 옆 외포초등학교를 지나 외포리 골목 산책에 나서면, 마당 가득 대구를 말리는 어촌 풍경이 운치를 더한다.

외포항에서는 매년 12월 말 ‘거제대구수산물축제’가 열린다. 대구 요리는 2월 중순까지 제철이다. 생대구로 만든 음식은 말린 대구로 끓인 탕이나 찜과는 또 다른 품격이 있다.

▲ 대구를 손질하는 아낙네 ▲ 서호시장에서 만난 물메기

거제에 ‘입 큰’ 대구가 있다면 이웃 도시 통영에는 ‘못난’ 물메기가 있다. 체급은 작아도 애주가들 사이에서 물메기가 ‘해장에는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는다. 물메기는 동해안 일대에서 곰치라는 이름으로 친숙하다.

▲ 통영항여객터미널과 가까운 서호시장

이른 오전에 통영여객터미널과 가까운 ‘서호시장’에 가면 팔딱거리며 살아있는 물메기를 볼 있다. 못생긴 외모로 한때는 그물에 걸리면 버렸다는 물메기. 최근에는 귀한 대접을 받는다. 서호시장 좌판의 한 상인은 “요즘 통영에서 물메기는 ‘금메기’로 불린다”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예전에 통영 겨울 별미 하면 굴과 물메기가 꼽혔다. 남해안 수온이 올라가면서 작년부터 물메기 어획량이 많이 줄었단다. 어른 팔뚝 만한 물메기가 서호시장에서 4만원 선에 거래된다.

▲ 해장에 좋은 물메기탕

관광객이 편리하게 물메기를 만날 수 있는 곳은 강구안 옆 ‘중앙시장’ 일대다. 시장 안 횟집과 해물탕집에서는 겨울이면 물메기탕을 낸다. 한 그릇에 1만5000원 선. 예전보다 값이 오르고 양은 줄었지만, 맑은 국물과 어우러진 겨울 물메기의 담백한 맛을 못 잊는 단골들이 식당 문을 두드린다.

남쪽 겨울 바다 주름잡는 겨울 별미
12월부터 2월까지 미식가들 유혹


팔팔 끓인 무와 어우러진 물메기탕은 살이 연해 후루룩 마시면 숙취 회복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메기탕은 2월을 넘어서며 도다리국에 배턴을 넘기고 식탁과 작별을 고한다. ‘거제 대구, 통영 물메기’라는 공식이 굳어졌지만 거제에서 물메기탕을 맛보고 통영에서 대구탕을 즐길 수도 있다.

▲ 겨울 바다의 고요한 휴식을 음미하기 좋은 두모몽돌해변

거제 외포항에서 북쪽으로 향하면 푸른 해변 따라 포구 마을이 이어진다. 거가대교 가는 길에 만나는 ‘두모몽돌해변’은 호젓한 어촌과 자그마한 몽돌 해변을 간직한 곳이다. 거제 남쪽에 ‘여차몽돌해변’ ‘학동흑진주몽돌해변’ 등 유명한 몽돌 해변이 있지만 두모몽돌해변은 겨울 바다의 고요한 휴식을 음미하기 좋다.

번잡한 상가 대신 바람과 몽돌 소리가 함께 한다. 포구 방파제 너머로 거가대교를 감상할 수 있다.

▲ 가조도 ‘노을이물드는언덕’에서 본 풍경

거제 서북쪽 가조도는 노을 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가조연륙교 너머 ‘수협효시공원’은 지난 2018년 말 문을 열었다. 공원 전망대와 카페가 섬 조망과 노을 감상 포인트로 입소문이 났다. 수협효시공원은 가조도에서 수산업협동조합 모태가 시작된 것을 기념해 설립됐다. 가조도 창호리의 ‘노을이물드는언덕’ 또한 바다와 인근 섬 너머로 해가 지는 모습이 아름답다.

▲ 봉평동 봉수골의 랜드마크 ‘봄날의책방’과 전혁림미술관

통영에서는 봉평동 봉수골 골목을 거닐어도 좋다. 통영 미륵산 봉수대(경남기념물 201호)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봉수골은 ‘추상미술의 대가’ 전혁림 화백의 미술관과 문화 사랑방 ‘봄날의책방’을 랜드마크로 카페, 게스트하우스, 베이커리 등 30여개 아담한 공간이 들어서며 산책 명소로 정착했다. 옛 목욕탕, 찻집도 고스란히 남아 운치를 더한다.

▲ 미래사 편백 숲길

봄날의책방

산양읍에서는 겨울 편백 숲길로 아름다운 ‘미래사’가 있다. 부처의 진신사리 3과가 봉안된 미래사는 봉수골에서 용화사를 거쳐 한 시간쯤 걷거나 통영케이블카로 미륵산 정상에 오른 뒤 내려오는 길에 들를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외포항→두모몽돌해변→서호시장→봉평동 봉수골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외포항→두모몽돌해변→가조도→바람의언덕 
둘째 날: 서호시장→봉평동 봉수골→미래사→서피랑→중앙시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거제관광문화 http://tour.geoje.go.kr
- 통영관광포털 www.utour.go.kr

문의 전화
- 거제관광안내소 055)639-4178
- 통영관광안내소 055)650-0580
- 서호시장 055)645-3024
- 전혁림미술관 055)645-7349
- 미래사 055)645-5324

대중교통
- 외포항 [버스]  서울-거제(고현),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27회(06:40~24:00) 운행, 약 4시간20분 소요. 고현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32번·34번 버스 이용, 외포 정류장 하차, 약 30분 소요. 외포항까지 도보 280m.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 서호시장 [버스] 서울-통영,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17회(06:20~다음 날 00:35) 운행, 약 4시간10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25회(06:40~23:30) 운행, 약 4시간30분 소요.통영종합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141번·531번·670번 버스 등 이용, 서호시장 정류장 하차, 약 25분 소요.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자가운전
- 외포항: 통영대전고속도로→통영 IC→남해안대로 거제 방향→신거제대교→거제대로→외포교차로→외포항
- 서호시장: 통영대전고속도로→통영 IC→통영해안로→중앙로→서호시장 

숙박 정보
- 소낭구 펜션(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거제시 일운면 마전1길 83, 055)682-2141, www.sonanggu.com
- 옛마실 펜션(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거제시 일운면 마전1길 65, 055)682-2141
- 라이트하우스호텔: 거제시 장승포로, 055)681-6362
- 도야가족호텔: 거제시 일운면 거제대로, 055)681-5877, www.doyahotel.co.kr 
- 금호통영마리나리조트: 통영시 큰발개1길, 055)643-8000, www.kumhoresort.co.kr/condo 
- 통영갤러리관광호텔: 통영시 도남로, 055)645-3773

식당 정보
- 효진수산횟집(대구탕): 거제시 장목면 외포5길, 055)636-9006
- 국자횟집(대구찜): 거제시 장목면 외포5길, 055)636-6023
- 원조밀물식당(물메기탕): 통영시 중앙시장1길, 055)643-2777
- 분소식당(물메기탕): 통영시 통영해안로, 055)644-0495
- 풍화김밥(충무김밥): 통영시 통영해안로, 055)644-1990

주변 볼거리
거제: 내도, 공곶이, 지심도
통영: 통영수산과학관, 한산도, 달아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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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