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공포’ 최악의 시나리오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2.03 12:12:17
  • 호수 12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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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역으론 한계…하늘에 맡길 뿐?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전 세계가 불안에 떨고 있다. 2009년 신종플루, 2014년 에볼라, 2015년 메르스, 2016년 지카 바이러스에 이어 우한 폐렴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견된 신종 바이러스가 전역으로 퍼진다면, 메르스 때와 같이 경제적인 손실이 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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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지난해 12월 발생한 중국 우한 폐렴의 원인 바이러스로, 인체 감염 7개 코로나바이러스 중 하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월 중국 우한서 집단 발병한 폐렴의 원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질환이 사람과의 접촉으로 인해 전염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대혼란

국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우한 폐렴의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네 번째 확진자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방문했다가 지난달 20일 귀국한 55세 한국인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확진됐다. 이 환자는 21일 감기 증세로 국내 의료기관을 방문했고, 같은 달 25일 고열과 근육통이 발생해서 의료기관을 재방문한 뒤에 보건소에 신고돼 능동감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확진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확진자 중 2차 감염자도 나오면서 3·4차 감염자에 대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확진자가 다녀간 공공장소에 방역 조치도 할 예정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상황에 따른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마련하고 최악의 경우, 중국 사업장의 생산설비 가동 중단 같은 극단적인 조치까지 고려하는 등 가용수단을 총동원할 태세다.


항공업계는 가시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에어서울은 승객의 안전을 위해 인천∼장자제, 인천∼린이 노선의 운항을 모두 중단했다. 에어서울은 인천∼장자제 노선을 주 3회(수·금·일), 인천∼린이 노선을 주 2회(화·토) 운항하고 있었으나 우한뿐 아니라 중국 노선 전체에 대한 여행객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운항을 중단키로 했다.

중국서 입국자 전수조사 실시
항공·제조업 등 피해 눈덩이

앞서 대한항공은 우한 노선을 잠정 중단했으며,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노선의 경우 체류하지 않고 바로 돌아오는 스케줄을 운용키로 했다. 항공업계는 가뜩이나 황금노선인 일본 노선이 줄어든 데 더해 대체 지역으로 삼은 중국마저 우한 폐렴으로 인한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제조업들은 일시적 공장 가동으로 비상 대응하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포스코는 지난 2일까지 중국 정부의 춘제(중국 설) 연휴 연장 조치에 따라 전체 공장을 가동하지 않았다. LG유플러스는 사내 공지를 통해 의심 환자에 대해선 재택근무로 조치했다. SK그룹도 최근 중국 방문 이력이 있으면 특별한 증상 없어도 귀국시점으로부터 최소 10일간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

산업계는 사태의 장기화 여부와 확산 속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태 장기화 시 기업 실적에 끼칠 악영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 2015년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메르스의 경제적 손실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가 한 달 이내 종결될 경우 국내총생산 손실액이 4조425억원에 달하며, 3개월간 지속될 경우엔 최대 20조922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던 바 있다. 메르스가 3개월간 지속될 경우 전년대비 투자는 3.46%, 소비는 1.23%, 수출은 1.98%씩 각각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이에 경제단체들도 현지에 진출한 기업과의 소통을 강화하며 상황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중국 현지 사무소를 통해 대사관과의 협업 체계를 구축해 가동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도 청두 지부가 영사관, 한국 상회와 공동으로 협조체계를 구축해 현지 진출한 한국 기업, 유학생 단체 채팅방 등을 통해 우한 폐렴 전염 상황과 예방 수칙을 공유하고 있다.


확산 속도
점점 가속화

전문가들은 당분간 관광객 감소와 대중교역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외식업과 유통 등 내수 소비시장을 중심으로 어려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르스 사태 당시 외국인 관광객은 210만명 감소했으며, 상반기 지하철 이용객이 1000만명 가까이 줄어드는 등 유동인구 감소를 경험한 바 있다. 바이러스의 완전한 종식까지 최장 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는 점에서 정부는 고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연초에 경기 반등을 위한 경제 심리가 상당히 회복되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2003년 사스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일정 부분 제한적이지만 (경기에)영향이 있었다. 이번에 영향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할 순 없고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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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과거에도 전염병이 퍼진 적은 많았다. BC 5세기 역사학자 투키디데스는 유행병으로 그리스 인구의 3분의 1 정도가 죽음의 수렁에 빠졌다고 적었다.

서기 165년 전염병은 로마를 텅 비게 만들고 안토니우스 황제의 목숨을 앗아갔다. 514년 역병은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뿐 아니라 콘스탄티노플 인구의 40%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14세기에는 흑사병이 돌아 유럽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든 적도 있다.

그러나 이들 역병은 파괴적인 독성에도 불구하고 전 지구적 전염병은 아니었다.

1000만 서울
아슬아슬∼

하지만 1918년에는 전 세계로 퍼진 최악의 전염병이 있었다. 당시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 약 5억명이 감염돼 2000만∼50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치사율은 나라마다 달랐지만, 평균 2% 수준이었다. 스페인 독감은 이전 전염병에 없던 ‘전염병의 세계화’를 만들어냈다. 

선박과 철도는 빠른 속도로 희생자들을 양산했다. 기계화된 이동수단을 통해 기존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는 전파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스페인 독감은 시베리아 철도를 통해 한반도에 유입된 바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역시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해 미국, 독일, 호주 등 전역으로 퍼지면서 확산 기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결국 지난달 30일 세계보건 기구(WHO)가 우한 폐렴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로 선포했다. 

지난달 23일 야후뉴스 등에 따르면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의 니얼 퍼거슨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와 사망자 수를 비교해 “이번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치사율은 스페인 독감과 비슷한 2%”라고 말했다. 전날까지 중국 당국이 공식 확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 환자는 440명, 사망자는 17명이다.

단순 계산으로 치사율이 3%를 훌쩍 넘지만, 여기에 다른 병원 진료 자료까지 종합하면 치사율이 2%가 웃도는 수준, 즉 감염자 50명당 1명꼴로 사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퍼거슨 교수의 분석이다.


1918년 스페인 독감과 비슷?
“경제 심리 영향 받을까 우려”

일반 독감이 합병증 때문에 환자 1000명당 1명꼴, 즉 0.1% 수준의 치사율을 보이는 것과 비교할 때 이는 매우 높은 수치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일반적인 감기는 물론,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처럼 더욱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총칭이다.

우한 폐렴을 일으키는 신종 바이러스는 동물서 유래돼 사람에게로 전파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퍼거슨 교수는 “이번 바이러스는 (사람에겐) 면역이 없기 때문에 훨씬 빨리 퍼진다”고 설명했다.
 

미국 폐 협회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우한 폐렴 환자들은 호흡기 감염으로 폐포에 염증이 생겨 고름 등이 차고, 이 때문에 혈류서 산소가 감소해 결국 산소부족으로 질식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현재로선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고 밝혔다.

막고 막아도
막을 수 없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중국 관광객의 입국금지 등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우한은 서울시와 비교해 면적이 10배 이상 큰데도 확산 속도가 무척 빨랐다”며 “면적이 작고 1000만여명이 모여있는 서울시에 지역사회 전파가 일어나기라도 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없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코로나와 주가 상관관계 

<블룸버그> 등 외신은 지난달 28일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한국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한국 증시는 화요일 기준, 신종 바이러스에 확산과 함께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 연휴 기간 많은 시장이 열리면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더욱 확산됐고 기업들의 성장 정체 우려가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코스피 증시의 경우, 2018년 10월 이후 3.6% 급락하며 가장 큰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중국 관광 특수를 보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과 하나투어, 호텔신라 등 기업이 10% 이상 급락하면서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하락세는 일본과 태국의 관광기업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지속됐던 한국과 중국의 긴장 관계가 올해 초반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낙관론이 제기되기 시작했으나, 코로나바이러스는 이에 제동을 걸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관광 부문의 실적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관광 관련 주는 한동안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최대 교역 상대국 중 하나인 중국이 수출 주도형 한국경제에 미치는 중요성을 고려하면, 관광 부문을 제외하고도 중국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국내 GDP는 2003년 중국발 사스 전염병에 큰 타격을 받은 바 있다.

삼성전자 역시 코로나바이러스 리스크를 피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화요일 기준, 주가가 3%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내 주요 메모리 제조 지역인 우한서 제품 생산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 애플도 하룻밤 사이에 주가가 하락했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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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