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공포’ 최악의 시나리오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2.03 12:12:17
  • 호수 12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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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역으론 한계…하늘에 맡길 뿐?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전 세계가 불안에 떨고 있다. 2009년 신종플루, 2014년 에볼라, 2015년 메르스, 2016년 지카 바이러스에 이어 우한 폐렴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견된 신종 바이러스가 전역으로 퍼진다면, 메르스 때와 같이 경제적인 손실이 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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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지난해 12월 발생한 중국 우한 폐렴의 원인 바이러스로, 인체 감염 7개 코로나바이러스 중 하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월 중국 우한서 집단 발병한 폐렴의 원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질환이 사람과의 접촉으로 인해 전염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대혼란

국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우한 폐렴의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네 번째 확진자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방문했다가 지난달 20일 귀국한 55세 한국인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확진됐다. 이 환자는 21일 감기 증세로 국내 의료기관을 방문했고, 같은 달 25일 고열과 근육통이 발생해서 의료기관을 재방문한 뒤에 보건소에 신고돼 능동감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확진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확진자 중 2차 감염자도 나오면서 3·4차 감염자에 대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확진자가 다녀간 공공장소에 방역 조치도 할 예정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상황에 따른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마련하고 최악의 경우, 중국 사업장의 생산설비 가동 중단 같은 극단적인 조치까지 고려하는 등 가용수단을 총동원할 태세다.


항공업계는 가시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에어서울은 승객의 안전을 위해 인천∼장자제, 인천∼린이 노선의 운항을 모두 중단했다. 에어서울은 인천∼장자제 노선을 주 3회(수·금·일), 인천∼린이 노선을 주 2회(화·토) 운항하고 있었으나 우한뿐 아니라 중국 노선 전체에 대한 여행객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운항을 중단키로 했다.

중국서 입국자 전수조사 실시
항공·제조업 등 피해 눈덩이

앞서 대한항공은 우한 노선을 잠정 중단했으며,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노선의 경우 체류하지 않고 바로 돌아오는 스케줄을 운용키로 했다. 항공업계는 가뜩이나 황금노선인 일본 노선이 줄어든 데 더해 대체 지역으로 삼은 중국마저 우한 폐렴으로 인한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제조업들은 일시적 공장 가동으로 비상 대응하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포스코는 지난 2일까지 중국 정부의 춘제(중국 설) 연휴 연장 조치에 따라 전체 공장을 가동하지 않았다. LG유플러스는 사내 공지를 통해 의심 환자에 대해선 재택근무로 조치했다. SK그룹도 최근 중국 방문 이력이 있으면 특별한 증상 없어도 귀국시점으로부터 최소 10일간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

산업계는 사태의 장기화 여부와 확산 속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태 장기화 시 기업 실적에 끼칠 악영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 2015년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메르스의 경제적 손실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가 한 달 이내 종결될 경우 국내총생산 손실액이 4조425억원에 달하며, 3개월간 지속될 경우엔 최대 20조922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던 바 있다. 메르스가 3개월간 지속될 경우 전년대비 투자는 3.46%, 소비는 1.23%, 수출은 1.98%씩 각각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이에 경제단체들도 현지에 진출한 기업과의 소통을 강화하며 상황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중국 현지 사무소를 통해 대사관과의 협업 체계를 구축해 가동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도 청두 지부가 영사관, 한국 상회와 공동으로 협조체계를 구축해 현지 진출한 한국 기업, 유학생 단체 채팅방 등을 통해 우한 폐렴 전염 상황과 예방 수칙을 공유하고 있다.


확산 속도
점점 가속화

전문가들은 당분간 관광객 감소와 대중교역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외식업과 유통 등 내수 소비시장을 중심으로 어려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르스 사태 당시 외국인 관광객은 210만명 감소했으며, 상반기 지하철 이용객이 1000만명 가까이 줄어드는 등 유동인구 감소를 경험한 바 있다. 바이러스의 완전한 종식까지 최장 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는 점에서 정부는 고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연초에 경기 반등을 위한 경제 심리가 상당히 회복되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2003년 사스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일정 부분 제한적이지만 (경기에)영향이 있었다. 이번에 영향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할 순 없고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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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과거에도 전염병이 퍼진 적은 많았다. BC 5세기 역사학자 투키디데스는 유행병으로 그리스 인구의 3분의 1 정도가 죽음의 수렁에 빠졌다고 적었다.

서기 165년 전염병은 로마를 텅 비게 만들고 안토니우스 황제의 목숨을 앗아갔다. 514년 역병은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뿐 아니라 콘스탄티노플 인구의 40%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14세기에는 흑사병이 돌아 유럽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든 적도 있다.

그러나 이들 역병은 파괴적인 독성에도 불구하고 전 지구적 전염병은 아니었다.

1000만 서울
아슬아슬∼

하지만 1918년에는 전 세계로 퍼진 최악의 전염병이 있었다. 당시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 약 5억명이 감염돼 2000만∼50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치사율은 나라마다 달랐지만, 평균 2% 수준이었다. 스페인 독감은 이전 전염병에 없던 ‘전염병의 세계화’를 만들어냈다. 

선박과 철도는 빠른 속도로 희생자들을 양산했다. 기계화된 이동수단을 통해 기존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는 전파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스페인 독감은 시베리아 철도를 통해 한반도에 유입된 바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역시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해 미국, 독일, 호주 등 전역으로 퍼지면서 확산 기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결국 지난달 30일 세계보건 기구(WHO)가 우한 폐렴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로 선포했다. 

지난달 23일 야후뉴스 등에 따르면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의 니얼 퍼거슨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와 사망자 수를 비교해 “이번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치사율은 스페인 독감과 비슷한 2%”라고 말했다. 전날까지 중국 당국이 공식 확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 환자는 440명, 사망자는 17명이다.

단순 계산으로 치사율이 3%를 훌쩍 넘지만, 여기에 다른 병원 진료 자료까지 종합하면 치사율이 2%가 웃도는 수준, 즉 감염자 50명당 1명꼴로 사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퍼거슨 교수의 분석이다.


1918년 스페인 독감과 비슷?
“경제 심리 영향 받을까 우려”

일반 독감이 합병증 때문에 환자 1000명당 1명꼴, 즉 0.1% 수준의 치사율을 보이는 것과 비교할 때 이는 매우 높은 수치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일반적인 감기는 물론,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처럼 더욱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총칭이다.

우한 폐렴을 일으키는 신종 바이러스는 동물서 유래돼 사람에게로 전파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퍼거슨 교수는 “이번 바이러스는 (사람에겐) 면역이 없기 때문에 훨씬 빨리 퍼진다”고 설명했다.
 

미국 폐 협회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우한 폐렴 환자들은 호흡기 감염으로 폐포에 염증이 생겨 고름 등이 차고, 이 때문에 혈류서 산소가 감소해 결국 산소부족으로 질식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현재로선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고 밝혔다.

막고 막아도
막을 수 없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중국 관광객의 입국금지 등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우한은 서울시와 비교해 면적이 10배 이상 큰데도 확산 속도가 무척 빨랐다”며 “면적이 작고 1000만여명이 모여있는 서울시에 지역사회 전파가 일어나기라도 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없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코로나와 주가 상관관계 

<블룸버그> 등 외신은 지난달 28일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한국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한국 증시는 화요일 기준, 신종 바이러스에 확산과 함께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 연휴 기간 많은 시장이 열리면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더욱 확산됐고 기업들의 성장 정체 우려가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코스피 증시의 경우, 2018년 10월 이후 3.6% 급락하며 가장 큰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중국 관광 특수를 보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과 하나투어, 호텔신라 등 기업이 10% 이상 급락하면서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하락세는 일본과 태국의 관광기업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지속됐던 한국과 중국의 긴장 관계가 올해 초반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낙관론이 제기되기 시작했으나, 코로나바이러스는 이에 제동을 걸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관광 부문의 실적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관광 관련 주는 한동안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최대 교역 상대국 중 하나인 중국이 수출 주도형 한국경제에 미치는 중요성을 고려하면, 관광 부문을 제외하고도 중국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국내 GDP는 2003년 중국발 사스 전염병에 큰 타격을 받은 바 있다.

삼성전자 역시 코로나바이러스 리스크를 피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화요일 기준, 주가가 3%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내 주요 메모리 제조 지역인 우한서 제품 생산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 애플도 하룻밤 사이에 주가가 하락했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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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