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날릴 '명저격수' 박지원 '승부수'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7.23 11: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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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발필중' 권재진·한상대 ‘목’ 노린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야당 총사령관'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궁지에 몰렸다. '박지원 몰이'에 나선 검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민주당 입장에선 대선이 코앞인 상황에서 악재도 이런 악재가 없다. 앉아서 당할 박 원내대표가 아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한방'이 있었던 그였다. 이번엔 어떤 승부수를 던질까.

"야당 총사령관 이대로 죽지 않는다"

"돈을 받았다면 목포역전에서 할복이라도 하겠다."

저축은행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결백을 주장한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결국 검찰의 호출을 무시했다. 대검찰청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은 지난 19일 저축은행 비리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박 원내대표에게 출석을 요청했지만 박 원내대표는 "공작수사·표적수사에 응하지 않겠다"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1억 수수한 혐의
진술·물증 확보?

박 원내대표가 받고 있는 혐의는 2008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솔로몬·보해저축은행에서 각각 수천만원씩 1억원 안팎의 불법 자금을 수수한 의혹이다. 박 원내대표가 저축은행의 구명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죄가 된다. 상황에 따라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도 적용될 수 있다. 이도 아니면 뇌물이나 수뢰 등의 죄목이 붙을 수도 있다.


박 원내대표와 검찰 간 고도의 수싸움이 시작됐다. 총성 없는 전쟁이 따로 없다. 양측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못해 반드시 어느 한쪽이 무릎 꿇어야 끝날 판이다.

주도권은 검찰이 쥐고 있다. 검찰은 이미 박 원내대표가 저축은행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관련자들의 진술과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검찰은 다시 일정을 잡아 소환을 통보할 계획이다. "켕기는 게 없으면 당당히 나오라"는 투다. 소환 불응자에겐 통상 3차까지 출석 요구를 하는 게 관행. 그래도 출석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이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시점은 7월 임시국회가 끝난 8월께로 관측된다. 다만 상대가 상대인 만큼 혹시 모를 '역풍'을 경계하는 눈치다. 여의도 일각에선 검찰이 1억원 수수 외에 다른 혐의를 들고 나올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일단 버티기 작전이다. "절대 안 나간다"며 검찰 소환에 불응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 "검찰이 영장을 가져오면 나갈 수도 있다"는 전제를 달았다. 자기 무덤을 파는 위험한 멘트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역시 자진출두 의사가 없다는 표현이나 다름없다.

법원이 체포영장이나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해도 박 원내대표가 현역 국회의원 신분이고 회기 중이어서 국회에서 체포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지금으로선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공산이 크다. 문제는 새누리당이 동의하느냐다.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으면 검찰이 박 원내대표를 체포할 수 있게 된다. 반대일 경우 박 원내대표의 체포동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민주당의 반발이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검찰은 "체포동의도 안 해주고 영장을 가져오라고 하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불쾌감을 내비치면서도 최근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로 국민 여론이 싸늘한 만큼 정치권이 쉽게 박 원내대표를 감싸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출석 요청 거부…체포·사전구속영장 임박
최강 정보력 돌려 '회심의 반전카드' 준비
법·검 수장 해임건의·탄핵소추안 만지작


그렇다고 박 원내대표가 마냥 버틸 수만 없는 노릇이다. 정치권에선 박 원내대표의 검찰 출석 불응을 일종의 시간끌기로 해석하고 있다. 그동안 반격에 나설 만반의 채비를 하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그때까지 당이 그를 보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 원내대표가 저축은행 비리로 발목을 잡힌다면 대선정국에서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계산에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장 박 원내대표의 부재시 당이 잘 굴러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박 원내대표가 사법처리되면 당의 데미지도 적지 않기 때문에 순순히 물러설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지원 지키기'에 들어간 민주당은 박 원내대표를 둘러싼 '방탄 대열'을 갖추고 있다. 민주당은 앞서 '정치검찰 공작수사 대책특위'(검찰공작특위)를 구성하고 수사에 대비해왔다. 검찰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방침이다.

당장 이해찬 대표부터 들고 일어났다. 이 대표는 "검찰이 제1야당 원내대표를 소환하는 것은 적반하장 행위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처럼 검찰이 무소불위로 검찰권을 남용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검찰은 엉뚱한 정치공작을 중단하라"등 연일 검찰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또 "검찰이 스스로 자성하지 못한다면 강제적으로 개혁을 당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민주당은 지난 18일 의원과 당직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 본관 앞에서 '정치검찰 공작수사 규탄대회'를 여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민주당은 "박 원내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대선을 앞두고 야당을 흠집 내기 위한 공작수사"라며 "또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의 비리를 호도하기 위한 물타기 수사"라고 지적했다.

"정치검찰 공작"
연일 직격탄 날려

천정배 검찰공작특위 공동위원장은 "내곡동 사저, BBK가짜편지, 민간인 사찰, 선관위 디도스 공격 등 새누리당 권력이 개입된 사건은 검찰이 진실을 밝혀내기는커녕 진실을 숨기기에 급급했었다"며 "새누리당 권력을 비호하는데 앞장선 검찰은 검찰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변호인단이라 불러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이종걸 공동위원장도 "정치검찰은 편파적인 수사와 야당 옥죄이기, 야당 재갈 물리기, 의혹수사를 절대 중단해야 한다"며 "정치검찰이 공작수사를 중단하지 않는 한 민주당은 목숨이 다할 때까지 싸워 나갈 것"이라고 강력한 대응을 다짐했다.

여기에 당내 대권주자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김두관 대선예비후보는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박 원내대표 수사는) 정치검찰에 의한 전형적인 물타기이자 야당 탄압"이라며 "정치적 탄압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국민과 함께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선예비후보도 "검찰에 정치적으로 중립된 지위를 보장해주면 그러한 것이 문화로 정착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너무나 쉽게 무너졌다"며 "정치검찰의 행태에 대한 청산, 가담한 사람들의 인적 청산, 제도적 노력을 더 해야만 정치검찰을 막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정치권에선 '당 뒤에 숨어 있을 박지원이 아니다' '그냥 앉아서 당할 박지원이 아니다'란 말이 나온다. 당 차원의 대응과 별도로 박 원내대표 개인적으로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회 내에서 최고의 '정보통'인 만큼 회심의 '한방'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박 원내대표는 화려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탄탄한 정보망을 갖고 있다. 특히 현 정권 들어 놀라운 정보력을 과시해왔다.

민주당, 박지원 지키기 '방탄 대열'
그사이 선제공격 등 반격 나설 채비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 등 상당수 인사가 청문회 과정에서 박 원내대표의 허를 찌르는 정보력을 넘지 못했다. 매년 열린 국감은 그의 독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민간인 사찰, SLS 구명로비, 파이시티 인허가 등 굵직한 정권비리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도 박 원내대표가 수집한 정보들이 부표 역할을 했다.


위기관리 능력도 뛰어나다. 박 원내대표는 문화체육부 장관을 지내던 2000년 한빛은행 불법 대출과 관련해 압력 행사 의혹에 휘말렸지만 이듬해 검찰에 무혐의 결론을 받아냈다. 1년 뒤 대북 송금 의혹에 연루돼 현대 측으로부터 150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았으나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대북 불법 송금과 대기업 자금 1억원 수수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가 인정돼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박 원내대표는 검찰에 선제공격을 날리기도 했다. 그는 2010년 C&그룹 수사에서 로비 대상으로 거론되자 “야당 탄압을 중단하라”며 검찰을 몰아세웠고, 검찰은 박 원내대표 근처에 가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박 원내대표는 어딜, 누굴 정조준 할까.

박 원내대표는 우선 대선자금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파이시티 금품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17일 공판에서 "파이시티에서 받은 6억원은 경선자금 지원 차원에서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증인들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게다가 최근 이상득 전 의원이 신한은행 측으로부터 3억원의 당선축하금을 받았다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검찰은 "대선자금 자체가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엇지만 박 원내대표는 "자신에 대한 수사가 대선자금 수사 물타기"라고 밝힌 만큼 대선자금에 초점을 맞추고 맹공을 퍼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원내대표는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태세다. 그는 "박 전 위원장이 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를 여러 차례 만났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에 박 전 위원장은 박 원내대표를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지만, 정치권에선 "박 원내대표가 아무런 근거 없이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그냥 앉아서 당할 
박지원이 아니다"

"이를 증언한 녹취록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 박 원내대표는 녹취록 공개 여부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회장과의 '관계'가 의심되는 박 전 위원장의 동생부부 박지만-서향희씨도 박 원내대표의 타깃이 될 수도 있다.

박 원내대표가 에둘러 가지 않고 매머드급 반전 카드를 내밀 가능성도 크다. 권재진 법무부 장관과 한상대 검찰총장의 '목'에 직접 칼을 들이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박 원내대표의 주도로 민주당은 권 장관과 한 총장의 해임건의안, 나아가 탄핵소추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와 함께 박 원내대표가 MB정부에 결정타를 날릴 '살아 있는' 현 정권 핵심부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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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