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날릴 '명저격수' 박지원 '승부수'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7.23 11: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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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발필중' 권재진·한상대 ‘목’ 노린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야당 총사령관'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궁지에 몰렸다. '박지원 몰이'에 나선 검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민주당 입장에선 대선이 코앞인 상황에서 악재도 이런 악재가 없다. 앉아서 당할 박 원내대표가 아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한방'이 있었던 그였다. 이번엔 어떤 승부수를 던질까.

"야당 총사령관 이대로 죽지 않는다"

"돈을 받았다면 목포역전에서 할복이라도 하겠다."

저축은행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결백을 주장한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결국 검찰의 호출을 무시했다. 대검찰청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은 지난 19일 저축은행 비리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박 원내대표에게 출석을 요청했지만 박 원내대표는 "공작수사·표적수사에 응하지 않겠다"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1억 수수한 혐의
진술·물증 확보?

박 원내대표가 받고 있는 혐의는 2008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솔로몬·보해저축은행에서 각각 수천만원씩 1억원 안팎의 불법 자금을 수수한 의혹이다. 박 원내대표가 저축은행의 구명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죄가 된다. 상황에 따라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도 적용될 수 있다. 이도 아니면 뇌물이나 수뢰 등의 죄목이 붙을 수도 있다.


박 원내대표와 검찰 간 고도의 수싸움이 시작됐다. 총성 없는 전쟁이 따로 없다. 양측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못해 반드시 어느 한쪽이 무릎 꿇어야 끝날 판이다.

주도권은 검찰이 쥐고 있다. 검찰은 이미 박 원내대표가 저축은행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관련자들의 진술과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검찰은 다시 일정을 잡아 소환을 통보할 계획이다. "켕기는 게 없으면 당당히 나오라"는 투다. 소환 불응자에겐 통상 3차까지 출석 요구를 하는 게 관행. 그래도 출석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이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시점은 7월 임시국회가 끝난 8월께로 관측된다. 다만 상대가 상대인 만큼 혹시 모를 '역풍'을 경계하는 눈치다. 여의도 일각에선 검찰이 1억원 수수 외에 다른 혐의를 들고 나올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일단 버티기 작전이다. "절대 안 나간다"며 검찰 소환에 불응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 "검찰이 영장을 가져오면 나갈 수도 있다"는 전제를 달았다. 자기 무덤을 파는 위험한 멘트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역시 자진출두 의사가 없다는 표현이나 다름없다.

법원이 체포영장이나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해도 박 원내대표가 현역 국회의원 신분이고 회기 중이어서 국회에서 체포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지금으로선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공산이 크다. 문제는 새누리당이 동의하느냐다.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으면 검찰이 박 원내대표를 체포할 수 있게 된다. 반대일 경우 박 원내대표의 체포동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민주당의 반발이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검찰은 "체포동의도 안 해주고 영장을 가져오라고 하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불쾌감을 내비치면서도 최근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로 국민 여론이 싸늘한 만큼 정치권이 쉽게 박 원내대표를 감싸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출석 요청 거부…체포·사전구속영장 임박
최강 정보력 돌려 '회심의 반전카드' 준비
법·검 수장 해임건의·탄핵소추안 만지작


그렇다고 박 원내대표가 마냥 버틸 수만 없는 노릇이다. 정치권에선 박 원내대표의 검찰 출석 불응을 일종의 시간끌기로 해석하고 있다. 그동안 반격에 나설 만반의 채비를 하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그때까지 당이 그를 보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 원내대표가 저축은행 비리로 발목을 잡힌다면 대선정국에서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계산에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장 박 원내대표의 부재시 당이 잘 굴러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박 원내대표가 사법처리되면 당의 데미지도 적지 않기 때문에 순순히 물러설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지원 지키기'에 들어간 민주당은 박 원내대표를 둘러싼 '방탄 대열'을 갖추고 있다. 민주당은 앞서 '정치검찰 공작수사 대책특위'(검찰공작특위)를 구성하고 수사에 대비해왔다. 검찰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방침이다.

당장 이해찬 대표부터 들고 일어났다. 이 대표는 "검찰이 제1야당 원내대표를 소환하는 것은 적반하장 행위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처럼 검찰이 무소불위로 검찰권을 남용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검찰은 엉뚱한 정치공작을 중단하라"등 연일 검찰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또 "검찰이 스스로 자성하지 못한다면 강제적으로 개혁을 당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민주당은 지난 18일 의원과 당직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 본관 앞에서 '정치검찰 공작수사 규탄대회'를 여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민주당은 "박 원내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대선을 앞두고 야당을 흠집 내기 위한 공작수사"라며 "또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의 비리를 호도하기 위한 물타기 수사"라고 지적했다.

"정치검찰 공작"
연일 직격탄 날려

천정배 검찰공작특위 공동위원장은 "내곡동 사저, BBK가짜편지, 민간인 사찰, 선관위 디도스 공격 등 새누리당 권력이 개입된 사건은 검찰이 진실을 밝혀내기는커녕 진실을 숨기기에 급급했었다"며 "새누리당 권력을 비호하는데 앞장선 검찰은 검찰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변호인단이라 불러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이종걸 공동위원장도 "정치검찰은 편파적인 수사와 야당 옥죄이기, 야당 재갈 물리기, 의혹수사를 절대 중단해야 한다"며 "정치검찰이 공작수사를 중단하지 않는 한 민주당은 목숨이 다할 때까지 싸워 나갈 것"이라고 강력한 대응을 다짐했다.

여기에 당내 대권주자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김두관 대선예비후보는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박 원내대표 수사는) 정치검찰에 의한 전형적인 물타기이자 야당 탄압"이라며 "정치적 탄압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국민과 함께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선예비후보도 "검찰에 정치적으로 중립된 지위를 보장해주면 그러한 것이 문화로 정착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너무나 쉽게 무너졌다"며 "정치검찰의 행태에 대한 청산, 가담한 사람들의 인적 청산, 제도적 노력을 더 해야만 정치검찰을 막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정치권에선 '당 뒤에 숨어 있을 박지원이 아니다' '그냥 앉아서 당할 박지원이 아니다'란 말이 나온다. 당 차원의 대응과 별도로 박 원내대표 개인적으로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회 내에서 최고의 '정보통'인 만큼 회심의 '한방'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박 원내대표는 화려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탄탄한 정보망을 갖고 있다. 특히 현 정권 들어 놀라운 정보력을 과시해왔다.

민주당, 박지원 지키기 '방탄 대열'
그사이 선제공격 등 반격 나설 채비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 등 상당수 인사가 청문회 과정에서 박 원내대표의 허를 찌르는 정보력을 넘지 못했다. 매년 열린 국감은 그의 독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민간인 사찰, SLS 구명로비, 파이시티 인허가 등 굵직한 정권비리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도 박 원내대표가 수집한 정보들이 부표 역할을 했다.


위기관리 능력도 뛰어나다. 박 원내대표는 문화체육부 장관을 지내던 2000년 한빛은행 불법 대출과 관련해 압력 행사 의혹에 휘말렸지만 이듬해 검찰에 무혐의 결론을 받아냈다. 1년 뒤 대북 송금 의혹에 연루돼 현대 측으로부터 150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았으나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대북 불법 송금과 대기업 자금 1억원 수수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가 인정돼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박 원내대표는 검찰에 선제공격을 날리기도 했다. 그는 2010년 C&그룹 수사에서 로비 대상으로 거론되자 “야당 탄압을 중단하라”며 검찰을 몰아세웠고, 검찰은 박 원내대표 근처에 가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박 원내대표는 어딜, 누굴 정조준 할까.

박 원내대표는 우선 대선자금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파이시티 금품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17일 공판에서 "파이시티에서 받은 6억원은 경선자금 지원 차원에서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증인들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게다가 최근 이상득 전 의원이 신한은행 측으로부터 3억원의 당선축하금을 받았다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검찰은 "대선자금 자체가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엇지만 박 원내대표는 "자신에 대한 수사가 대선자금 수사 물타기"라고 밝힌 만큼 대선자금에 초점을 맞추고 맹공을 퍼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원내대표는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태세다. 그는 "박 전 위원장이 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를 여러 차례 만났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에 박 전 위원장은 박 원내대표를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지만, 정치권에선 "박 원내대표가 아무런 근거 없이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그냥 앉아서 당할 
박지원이 아니다"

"이를 증언한 녹취록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 박 원내대표는 녹취록 공개 여부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회장과의 '관계'가 의심되는 박 전 위원장의 동생부부 박지만-서향희씨도 박 원내대표의 타깃이 될 수도 있다.

박 원내대표가 에둘러 가지 않고 매머드급 반전 카드를 내밀 가능성도 크다. 권재진 법무부 장관과 한상대 검찰총장의 '목'에 직접 칼을 들이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박 원내대표의 주도로 민주당은 권 장관과 한 총장의 해임건의안, 나아가 탄핵소추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와 함께 박 원내대표가 MB정부에 결정타를 날릴 '살아 있는' 현 정권 핵심부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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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