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법조인이 뛴다> 자유한국당 경기광명을 당협위원장 -김기윤 변호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1.18 10:41:35
  • 호수 12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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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40세’ 일하기 딱 좋은 나이죠”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자유한국당 경기광명을 당협위원장 김기윤 변호사가 내년 21대 총선에 출마한다. 5년 전 <일요시사>에 법률자문을 하면서 인연을 맺었던 김 변호사가 어느 새 정치 유망주가 됐다. 정치인 김기윤은 어떤 사람인지 <일요시사>가 심층 인터뷰했다. 
 

▲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는 ‘젊은 정치인’ 김기윤 변호사

자유한국당 경기광명을 당협위원장인 김기윤 변호사와 <일요시사>의 인연은 깊다. 김 변호사는 2015년부터 단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일요시사>에 생활법률 칼럼을 기고해왔다.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한 변호사이자 정치인이다. 매주 재판 때문에 지방을 밥먹듯 오간다. 주말에는 지역구 활동에 쉴 틈이 없다. 그런데도 매주 <일요시사>에 칼럼을 보낸 김 변호사의 열정과 성심함에 놀랄 때가 많았다. 그런 그가 내년 총선 경기도 광명시에 출사표를 던졌다. 

자유한국당에 언제 입당했나요?
▲새누리당서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이 바뀌기 전인 2016년 12월경 입당했습니다. 당시 ‘최순실 사태’로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기 직전입니다. 제 나이 37세였을 때입니다. 지인 변호사들이 전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찬성했습니다. 새누리당이 망해야 되고, 망했다고 말하던 시기였죠. 당 내부도 매우 어수선했습니다. 당직자들이 파업하고 새누리당 당사 앞에는 매일 확성기로 “새누리당 망해라”하고 외치는 집회가 열렸습니다.

새누리당에 입당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습니까?
▲‘미쳤다’고 했습니다. 동료 변호사들이 하나같이 뜯어 말렸습니다.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했죠. 제가 서울대학교 법학과 대학원에 다녔는데, 대학원 지도 교수님이 노무현정부 시절에 장관을 지내셨습니다. 이러니 더욱 기이하게 생각한 것이죠. 노무현 대통령 시절 장관까지 지내던 대학원 교수님의 제자가 망해가던 새누리당에 입당한다고 하니… ‘미쳤다’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죠. 

왜 37세 젊은 변호사가 왜 새누리당에 입당했나요?
▲한국은 정당정치 국가입니다. 즉, 정치는 정당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죠. 미국, 중국 심지어 북한도 정당을 통한 정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정당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순실 사태가 터졌을 때 많은 사람이 집권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을 심각하게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대한민국 앞날이 불안했습니다. ‘절대 권력은 반드시 썩는다’라는 명제 때문입니다. 권력 속성상 정당정치 국가서 어느 한쪽이 정치를 독점한다면 반드시 썩을 수밖에 없죠.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양대 정당서 한 당이 무너지면, 균형과 견제가 무너집니다. 정치는 상시 균형과 견제가 필요합니다. 최순실 사태를 통해 보수당이 무너지는 것을 보니 대한민국의 앞날이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한 호감도는 없었습니까?
▲대학원 시절 지도교수님이 노무현정부 때 장관을 지냈습니다. 수업시간에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고, 지도교수님과 같은 교회를 다니면서 개인적으로 민주당에 대한 호감도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나요?
▲두 가지 이유입니다. 첫 번째, 민주당은 절대 대한민국 경제를 부흥시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의 주류는 군사정권 시절에 학생운동을 한 분들입니다. 우선 그 분들의 민주화 운동에 후배로서 깊게 감사드립니다. 민주화 운동으로 인해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됐죠. 그런데 군사정권서 민주화운동을 하신 분들이 반(反)기업정서가 상당합니다. 군사정권의 돈줄이 기업이라고 보기 때문이죠.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학생 운동 경험이 있는 정치인 대부분이 민주당에 몸담고 있지요. 이분들은 여전히 반기업 정서가 강한 것 같습니다. 민주화운동은 민주화 국가건설이라는 결실로 끝내야 합니다.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야 합니다. 지금은 기업을 디딤돌로 국민을 취업시키고 경제를 성장시켜야 할 때입니다.
 

▲ 김기윤 변호사

두 번째, 동성결혼 제도화에 반대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내년 국회의원 선거서 민주당이 180석 이상을 차지하면 헌법서 동성결혼을 제도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시다시피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동성결혼 허용하는 집회에 참석하고 민주당서 민주당 깃발을 들고 동성결혼을 찬성하는 집회에 참석하죠. 저는 동성결혼에 반대하기 때문에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저는 2016년경 보수당인 새누리당이 위 2가지 철학을 제외한 나머지를 바꿔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언젠가 제가 자유한국당 당 대표가 된다면 이 2가지를 빼놓고 전부 바꾸기 위해 입당했습니다. 물론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할 수도 있죠. 그렇지만 젊은 나이에 도전을 해야 되지 않을까요. 그게 애국심이 아닐까요?

서초동 사무실 두고 매일 광명으로 
한 달에 주민 200명씩 만나 법률상담

경제에 관한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충북 보은서 태어났고 가난한 집안서 자랐습니다. 어렸을 때, 집이 너무 가난해 어머니께서 제가 못 먹어 영양실조도 걸린 적이 있다고 할 정도였죠. 3형제 중 둘째입니다. 어렸을 때 바로 위에 누나가 있었는데 돈이 없어서 백혈병을 치료하지 못해 기도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금 경북 영주에 있는 한 기도원에 묘가 있지요. 그래서 3형제 중 제가 둘째가 됐습니다. 가난 앞에서는 ‘가족의 죽음도 뜬눈으로 볼 수밖에 없구나’라는 걸 어렸을 때 알았습니다.  


학교에 다닐 때 등록금이 없어서 대출도 받았고, 빌려서 낸 적도 있고요. 어머니는 밤새 병원서 치매환자를 간병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동안 저는 서울서 사법고시 준비를 했습니다. 고시 공부를 하면서 식당 설거지, 새벽마다 전봇대에 전단지 붙이기, 독서실 청소 등 안 해 본 일이 없습니다. 저는 일하면서 공부했는데, 29세에 사법시험을 합격했지요. 

대한민국은 잘 살아야 합니다. 그렇게 되도록 하는 게 정치인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이제는 대한민국이 잘 살고 있지 않느냐'라고 말합니다. 저는 교만한 생각이라고 봅니다.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 더 풍유해져 가난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려는 좋은 인재들을 도와야 합니다. 그래야 좋은 인재가 대한민국을 위해서 일할 기회가 더 생기지 않을까요? 
 

우리나라에 기업이 많아져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 일자리가 늘어나고, 그 벌어들인 수입으로 자녀를 교육할 수 있습니다. 국가도 세금을 많이 거둬야 가난한 학생들에게 교육지원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얼마 전 경제문제로 자살한 가족이 있었는데, 한국이 경제적으로 잘 돼 그런 가정이 없기를 바랍니다.

‘광명 동네 변호사’라는 별명이 있던데요?
▲제가 변호사라서 그런지 광명시민들에게서 법률상담이 많이 들어옵니다. 한 달에 200명 정도 찾아 오십니다. 하루 평균 6∼7명의 광명주민을 전화나 직접 만납니다. 광명시에 있는 모든 법률문제가 다 들어올 정도죠. 어떤 가게가 월세를 못 내고 있고, 누가 싸웠고, 누가 경찰서 조사 받았는지 등… 서초동에 변호사 사무실이 있음에도, 지금은 광명 동네 변호사가 됐습니다. 

주로 어떤 사람들을 만납니까?
▲편의점 아시죠. 편의점 앞 테이블서 캔커피 한 잔 하면서 상담도 하고, 노인복지관에 가서 어르신들께 인사 드리면 “변호사 아들 왔다”고 하면서 복지관서 상담도 해드립니다. 제가 기아자동차 소하리공장 충청향우회 고문변호사인데, 공장 접견실에 가서도 상담을 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아마 제가 전국서 상담을 가장 많이 하는 변호사일 겁니다. 주민들을 찾아다니면서 상담하다 보니, 광명서 안 가본 커피전문점이 없습니다. 또 광명시 네이버 맘카페서도 활동합니다. 젊은 엄마들과 자주 만나서 상담을 해드립니다. 젊은 엄마들도 이런저런 사연이 많지요. 아동 학대부터 이혼 상담, 소액이지만 돈 빌려 주고서 못 받은 것, 부모님께서 빚을 많이 지고 돌아가셨을 때 처리방법 등을 상담했죠. 

가장 인상 깊었던 법률상담이 있었나요?
▲두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지난해 말에 금강정사 모임에 갔습니다. 모임의 한 분께서 저에게 아들 문제로 상담을 받고 싶다고 찾아오셨습니다. 아들이 가품 중고시계를 10만원에 팔다가 현장서 체포당했다는 것입니다. 아들은 평소 가품 시계를 중고매장서 구입한 후 1년 정도 차다가 다시 같은 가격으로 판매하다가 걸린 것이었습니다. 상업적으로 한 것도 아니고, 흔히들 학생들이 중고시계를 산 후 차다가 다시 팔다가 걸렸죠.

불법인 것을 몰랐던 것이죠. 그런데 아버지께서 무혐의로 할 수 없는지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무혐의는 불가능하고 처벌을 받지 않는 ‘기소유예’ 방법을 강구해 보자고 했죠. 그러다가 알게 된 것인데, 그 학생이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석사도 받고, 박사과정도 수료하고 군 생활을 서울대학교서 하고 있더라고요.

너무 성실해서 교수님과 같이 논문도 쓰고 많은 연구로 수상도 받은 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들이 한 번은 제게 묻더군요. “저의 꿈이 교수인데, 중고시계를 구입한 후 1년 동안 다시 팔다가 걸렸는데, 벌금형을 받으면 전과자가 되는 것이냐?”고요. 그 학생이 29세였는데, 젊은 나이에 저작권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으면 교수의 꿈을 가진 그가 절망할 것 같더군요.
 

▲ 광명 기아자동차 소하리공장 접견실서 충청향우회 소속 직원에게 법률 상담 중인 김기윤 변호사

그래서 기소유예를 받도록 정말 열심히 도와줬고 한 달 후 연락이 왔어요. 기소유예를 받았다고요.

앞으로 그 학생이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공과분야에서 많은 헌신해 주기를 바랍니다.

두 번째, 광명엔 실적이 우수한 새마을금고가 있습니다. 임원 중 한 분이 상담받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작년에 아들이 불의로 죽었는데, 법원서 서류 한 뭉치가 왔다고 하면서요. 그분께서 말하기를 아들이 죽었을 때, 수천만원의 빚을 남기고 죽었는데 당시 상속을 포기를 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새내기 정치인으로 총선 출사표 던져
대한민국 보수 견제·균형·재건 목표 

왜냐고 물어보니 아들에게 돈을 빌려준 친구들도 아들과 친분이 있기 때문에 죽은 아들을 대신해서 갚아주는 것이 아비로서 할 일이라고 하면서 수천만원을 전부 갚아줬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1년 만에 법원서 서류 한 뭉치가 왔다고 하더군요. 너무 아픈 심정이었고 법률문제라서 상담을 받고 싶어 연락을 주셨습니다. 

아들에게 빚을 갚으라고 하는 서류가 아니고 아들이 지인에게 200만원을 빌려줬는데 그 지인이 아들이 죽은 줄도 모르고 회생신청을 해서 관련서류가 온 것이었습니다. 

모두 다 설명해드렸습니다. 그 임원분께서 부인이 법원서 서류를 받고 정신이 멍한 상태서 쓰러져 어깨뼈가 뿌려졌다는 거예요. 제가 그 말을 듣고 임원분께 부인에게 바로 전화해 저를 연결해달라고 했습니다. 임원분의 부인과 통화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드렸습니다. 그렇게 한 이유는 남편을 통해서 들을 수도 있지만, 법률전문가인 제가 직접 설명해드려야 부인이 안심될 거라는 생각에 직접 통화한 것입니다.

제가 통화하는 중 임원분께서 사람들 있는 카페서 제 팔을 잡고 우시는 거예요. 정말 고맙다고요. 저의 작은 지식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 정말 감사했습니다.

학교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광문초등학교와 하안북중학교서 학교폭력위원회 관련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외 철산중학교에서는 운영위원, 광문고등학교에서는 교권보호위원 등을 맡고 있죠. 지난 4월부터 일직동에 있는 빛가온초등학교 앞에서 교통봉사를 하는데, 학부모님께서 제 이야기를 학교에 많이 했나 봐요. 
 


매일 아침마다 빛가온초등학교 어머니들을 만나는데 “일 년에 두 번 나와서 하는 것도 힘든데, 매일 꾸준히 나와서 교통봉사를 해 주셔서 정말 성실하시고 감사하다”고 하십니다. 그러다 보니 얼마 전 빛가온초등학교서 학교폭력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습니다. 학교서 많은 활동을 하다 보니 학부모와 친분도 생기고, 법률문제에 관해 상담도 해드리고 있습니다.

장애인복지회서 자문변호사로 활동하며, 장애인들과 소통하면서 어려운 문제에 대해 조언도 해주고 있습니다. 광명시 충청향우회에선 자문변호사로 임명돼 충청향우회 회원들께도 어려운 법률문제를 해결해드리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정치하는 걸 반대하지는 않았나요?
▲저는 미취학 아동 셋을 둔 다둥이 아빠입니다. 첫째 딸 7세, 둘째 딸 4세, 막내 아들 3세입니다. 다른 집 같으면 아버지가 퇴근하고 육아나 집안일을 돕겠지만 형편상 그렇게 하지 못해 늘 아내한테 미안합니다. 더욱이 장인, 장모님이 올해 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사위로서 자주 찾아봬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구들이 불평 없이 마음으로 지지해주고 응원해줘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집 대소사에 관한 결정은 모두 아내가 하도록 전폭적으로 믿고 맡깁니다. 그래야 가정이 화목합니다. (웃음)  

제가 교회에 새벽기도를 가다 보니 일찍 일어나 출근합니다. 오전, 오후에는 변호사 업무를 보고 시간을 쪼개어 밤에 광명시민들에게 법률상담을 하고 들어옵니다. 그러면 매일 밤 10시, 11시 넘어 퇴근합니다. 가끔 밤 아홉 시 정도 일찍 퇴근할 때면 아이들이 볼멘 목소리로 아빠를 외치며 매달릴 때 가슴이 뭉클합니다. 가족들과 시간을 함께 오래 보내지 못하기 때문에 30분이라도 땀나게 놀아줍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엄마와 있다가도 아빠가 오면 아빠만 졸졸 따라다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광명시민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일하기 좋은 나이, 40세 변호사입니다. 젊지만 가난을 알고, 변호사를 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나 함께 울고 웃었습니다. 성숙한 40세의 젊은이가 광명서 정치를 하려고 합니다. 많이 지켜봐 주십시오. 항상 겸손한 자세로 임할 것이며, 정직과 청렴을 잃지 않도록 많은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cmp@ilyosisa.co.kr> 

 

[김기윤 변호사는?]

▲1980년생, 충북 보은 출생
▲서울대학교 법학과 석사, 충북대학교 법학과 학사
▲사법시험 51회 합격
▲변호사
▲현) 경기 광명을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 자유한국당 경기도당 수석대변인
▲현) 빛가온초등학교·하안북중학교 학교폭력위원, 철산중학교 운영위원, 광문고등학교 교권보호위원
▲현) 광명시 충청향우연합회 자문변호사, 기아자동차 충청향우회 고문변호사
▲현) 경기도 장애인복지회 광명시지부 자문변호사
▲전) 한국여성유권자 서울연맹 정책자문위원
▲전) 자유한국당 중앙선거대책위 조직본부장
▲전) 대한변호사협회 청년특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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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