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기무사 계엄 문건 파문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1.13 09:41:09
  • 호수 12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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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사건 덮었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기무사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 총리였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문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수사했던 검찰이 사건을 덮었다는 주장도 나와 파문이 예상된다. 
 

▲ 군 계염령 문건 관련 기자회견 갖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재판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며 계엄령 검토 과정에 관여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시국 관련
대비 계획

임 소장은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익제보를 통해 지난해 7월6일 언론에 공개했던 기무사 계엄령 문건인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수행 방안’의 원본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날 임 소장은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출석해 새 문건에는 기존 문건서 삭제됐던 내용이 들어 있다며 크게 3가지로 정리했다. 먼저 황 대표가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시절 NSC 의장이었는데 NSC를 개최해 군사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그가 작성한 문건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문건에는 (군이)서울 진입을 위해 계엄군의 이동경로를 자세히 파악한 내용도 담겨있다. 또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를 구체적으로 하기 위해 포고령을 작성해 이를 어기는 의원들을 검거해 사법처리한다는 내용도 포함돼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임 소장은 “이 문건을 보면(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 이틀 전인 2017년 3월8일을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디데이로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기무사 계엄령 문건 사건을 덮었다는 의혹도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한민구 전 국방부장관과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에게 계엄령 검토를 최초로 지시했다는 진술이 거짓이라고 밝혔다. 임 소장은 “조 전 사령관은 한 전 장관으로부터 계엄령 검토 지시를 받기 이전부터 문건 작성을 지시했다”며 “검찰은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하고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 전 사령관은 한 전 장관을 만나기 일주일 전부터 소강원 기무사 3처장을 불러 계엄령 문건 작성과 계엄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고, 2017년 2월10일 청와대에 들어가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났다”고 덧붙였다.

원본 입수 군인권센터 “황교안 연루 정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NSC 주재 주장

군인권센터는 조 전 사령관이 김 전 실장을 만난 시기가 소강원 3처장에게 계엄령 보고를 요구한 날짜와 일치한다며 청와대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검찰은 ‘2017년 2월17일 조현천을 만나 전반적인 군병력 출동 문제에 대해 관련 법령이 어떻게 돼있는지 검토해보라고 지시해 기무사서 계엄문건을 만들게 됐다’는 한 전 장관의 본인 진술을 근거로 한 전 장관을 불기소하면서 참고인 중지 처분했다.

이에 대해 임 소장은 “참고인 중지 처분의 근거가 된 진술이 사실과 다르다”며 “제보 내용대로라면 계엄 문건과 관련한 모종의 논의가 이전부터 진행돼왔다는 것이며, 발단은 황 대표가 권한대행 체제하에 청와대가 있다는 점을 추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사진 오른쪽)와 윤석열 검찰총장

 

검찰은 당시 ‘기무사 계엄령 문건 합동수사단’(합수단) 수사서 복수의 참고인들로부터 이런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도 당시 한 전 장관은 거짓 진술을 했으며 김 전 실장은 “보고 받은 바 없다”며 발뺌했다는 게 군인권센터 측의 주장이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불기소 처분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 소장은 “제보가 사실이라면 검찰은 조 전 사령관 없이도 충분히 사건 전모를 밝혀낼 수 있는 상황서 수사를 중단해 주요 피의자들을 1년 이상 방치하고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준 셈”이라며 “검찰은 사실관계를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검찰은 불기소 처분장에는 한 전 장관 진술만 그대로 인용해 불기소 사유로 적시했다”며 “사건 수사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될 문건 작성의 발단과 TF 구성 일자 등에 대해 일언반구도 남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진술 확보하고
 조치하지 않아”

추가로 군인권센터는 검찰이 확보하고 있는 계엄령 문건이 총 10개라는 제보를 공개하며 검찰에게 문서와 관련된 사실여부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또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찰은 위와 같은 진술을 확보한 바 있는지 ▲군인권센터가 제보받은 내용은 진실인지 ▲모두 진실이라면 사실관계를 고의로 누락해 불기소 처분을 작성한 경위는 무엇인지 밝혀줄 것을 촉구했다.

군 특별수사단장이 박근혜정부 청와대가 북한 급변 사태를 가정해 계엄령을 검토했다는 문서를 확보하고도 은폐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특별수사단장을 지낸 전익수 대령이 2018년 수사단 활동 당시 휘하 군검사들의 수사 결과를 은폐하려고 한 정황이 확인됐다는 게 군인권센터 측의 주장이다. 전 대령은 ‘계엄령 문건 관련 군·검 합수단’의 공동수사단장, 군의 ‘기무사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 의혹 특별수사단’ 특별수사단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2016년 10월 신모 당시 국방비서관실 행정관은 김 전 실장 지시에 따라 ‘북한 급변 사태’를 가정해 국내 전역에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해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문건을 바탕으로 ‘북 급변사태 시 긴급명령 관련 검토’, 소위 ‘희망계획’의 일부가 되는 공문서까지 만들었다. 

이 문건에는 계엄 발생의 요건, 국회가 계엄 해제를 시도할 때 저지할 방안 등이 담겼다. 계엄사령관을 합참의장이 아닌 육군참모총장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당시 군검찰 특별수사단은 희망계획 문건이 기무사 계엄 문건과 관련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청와대와 기무사의 연결 고리를 찾기 위해 신모 행정관을 압수수색했다.

임 소장은 “압수수색 과정서 희망계획과 관련한 문서도 확보했지만 수사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중단됐다”며 “신모 행정관도 계엄과 관련된 혐의는 덮고 별건수사로 확인한 군사기밀누설,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군인권센터는 전 대령이 수사를 방해했다고 보고 있다. 임 소장은 “전 대령은 군 특수단장 당시 휘하 군검사들에게 계엄 수사 내용을 보고하지 못하게 하고 추가적인 수사 의지를 피력한 법무관을 특수단서 쫓아냈다는 제보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6년 촛불집회가 진행되던 당시 기무사가 집회 상황과 탄핵안 가결 시 군 조치사항 등을 검토한 문건 11건의 존재를 국회 정보위원회가 확인했다. 문건 작성엔 14명이 관여했는데 모두 신분상 불이익 없이 원대복귀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보위 국감서
문건 실물 확인


지난 5일 안보지원사·경찰청에 대한 정보위 국정감사 직후 여야 간사인 김민기(더불어민주당)·이은재(자유한국당) 의원은 브리핑을 열고 “11개의 문건을 실제로 안보지원사서 갖고 있고, 현재 사령관이 직접 확인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문건 내용에 대해선 여야 간사는 “문건의 실물을 봤고, 내용을 확인했지만 공개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여야 간 해석 차이가 컸다. 이은재 자유한국당 간사는 “내용을 보면 계엄령이라든지 쿠데타라든지 하는 내용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며 “현재 상황을 보고하는 내용인데, 너무 와전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민기 민주당 간사는 “기무사로서 해야 할 일의 범위를 넘어선 건 분명했다. 안보지원사 사령관도 ‘직무범위를 넘어선 행위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며 “제 판단으론 기무사가 당시 아예 정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이날 간사들에 따르면 안보지원사는 정보위원들에게 “문건 작성자가 14명”이라고 보고했으나 이들이 “처벌받거나 문제 되지 않고 부대로 복귀했다”고 보고했다.

황 대표를 비롯해 국방부·검찰은 기무사 계엄령 문건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황 대표는 계엄령 문건 개입 의혹을 폭로한 임 소장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황 대표는 이와 관련해 “(당시)NSC에 참석할 일 있으면 (권한대행이었던)내가 참석한다”고 NSC 주재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계엄 문건은 본 일도, 들은 일도 없다. 완전히 가짜뉴스고, 가짜뉴스가 아니라 거짓말이다. 수사 결과가 엄중하게 나오리라 생각한다”며 모든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청와대 작성 지시했나?
검찰은 작성 의혹 은폐?

검찰은 기무사 계엄령 은폐 의혹과 관련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대검 관계자는 “기무사 계엄령 문건 합수단은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한 기존 검찰 조직과 별개의 독립수사단을 구성했다”며 “합수단 활동 기간 중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지휘 보고 라인이 아니어서 관련 수사 진행 및 결정에 관여한 바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번 의혹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서 ‘기무사령부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조사 계획이 정해진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 사항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답변이 제한된다”고 대답했다.

기무사 폐지로 창설된 군사안보지원사령부는 이번 사안과는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안보사는 “계엄령 문건에 대해 자체 조사를 실시하거나 진위를 확인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계엄령 문건은 민간 검찰서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수사를 통해 밝혀질 부분이며, 안보사는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합수단은 지난해 11월 계엄령 문건 수사와 관련해 내란음모 피의자인 조 전 사령관을 기소중지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황 대표, 김 전 실장, 한 전 장관 등 조 전 사령관의 윗선 8명을 참고인 중지 처분했다. 

대검 사실무근
국방부 말 아껴

당시 합수단 수사서 계엄 문건 작성 당시 군 지휘라인의 윗선인 한 전 장관과 김 전 실장은 “계엄문건 작성에 관여한 바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사령관은 2017년 9월 전역한 후 같은 해 12월 미국으로 출국해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서울중앙지검은 합수단 해체와 함께 미국에 체류 중인 조 전 사령관 사건을 넘겨받아 여권을 무효화하고, 미국 사법당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는 등 강제송환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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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