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억’ 대방건설 사세의 이면

내놓고 내부거래 대놓고 배당잔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대방건설은 ‘노블랜드’와 ‘디엠시티’ 브랜드로 유명한 중견 건설사다. 2세 승계와 동시에 빠르게 성장하면서 업계 안팎의 이목을 끌었다. 동시에 매출의 출처를 두고도 주목받았다. 2% 정도에 불과하던 내부거래는 지난해 80% 넘게 뛰었다.
 

대방건설그룹은 지난 1991년 설립된 광제건설을 모태로 한다. 창업주는 구교운 회장으로 현재는 그의 장남이 그룹 전면서 활약하고 있다. 구 회장의 아들 구찬우 대방건설 사장은 지난 2009년 대표이사를 맡았다. 구 회장 취임 이후 대방건설은 급격히 성장했다. 1000억원대 중반의 건설사는 지난해 80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구 사장의 역할이 컸다.

중견 건설사
성장가도

대방건설 지분구조는 크게 구 사장과 윤대인 대표로 구성돼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구 사장이 71%의 지분을, 윤 대표가 29%의 지분을 쥐고 있다. 윤 대표는 구 사장의 매제다.

대방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34위를 기록했다. 대한건설협회에 공고된 ‘2019년도 종합건설사업자 시공능력평가액’에 따르면 대방건설은 토목건축공사업서 이 같은 순위를 받았다. 산업·환경설비공사업과 조경공사업 부문에선 56위와 27위를 기록했다.

주력사의 성장으로 그룹 전체의 몸집이 커질 수 있었다. 지난해 연결 기준 그룹의 매출액은 1조원을 달성했다. 대방건설은 10개가 넘는 종속회사를 갖고 있다. 모두 주택건설업을 주목적으로 하는 사업체들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액 상위 5개 업체는 ▲엔비건설 ▲디비산업개발 ▲디비개발 ▲대방하우징 ▲대방주택 등이다. 이들은 최소 700억원서 최대 14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모든 업체가 당기순이익을 냈다는 공통점도 있다. 엔비건설부터 순서대로 203억원, 196억원, 125억원, 25억원, 113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공격적 사업 확장, 성장세 뚜렷
장남 취임 이후 몸집 커진 그룹

대방건설이 처음부터 많은 종속회사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7년만 하더라도 종속회사는 9개에 불과했다. 1년 새 두 배 가까이 회사 개수를 늘린 셈이다. 2009년 대방건설의 종속회사는 없었다. 2010년과 2011년, 2012년에도 마찬가지였다. 기타특수관계자로 ‘대방산업개발’이 있었을 뿐이다.

종속회사는 2013년부터 이름을 올렸다. 대방주택과 노블랜드, 대방하우징 등 모두 8곳이었다. 2014년부터는 거의 매년 종속회사가 추가됐다.

그해 세 건이 추가되면서 종속회사는 총 9곳으로 늘었다. 2015년에는 변함이 없다가 2016년 대방덕은이 포함돼 10곳이 됐다. 2017년에는 대방건설동탄이 새로 들어와 모두 11곳이 됐다. 지난해에는 무려 7곳이 새로 추가됐다. 모두 18곳의 종속회사가 자리를 잡았다.
 

▲ 구찬우 대방건설 사장

눈길이 가는 건 주력사 대방건설의 매출처. 대방건설은 구 사장이 핸들을 잡은 이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달성했다. 다만 매출 대부분은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즉 내부거래서 비롯됐다.

구 사장 취임과 동시에 내부거래가 늘었던 것은 아니다. 2011년부터 대방산업개발과의 거래가 매출로 잡혔지만 당시 거래 규모는 미미했다. 전체 매출 2600억원 가운데 65억원으로 2.52%에 불과했다. 그러나 매출 대비 내부거래 비중은 매년 증가하다 지난해 80%까지 껑충 뛰었다.


계열 통해
매출 올려

대방건설의 내부거래 규모는 주목할만하다. 2011년 65억원의 매출, 2.5% 수준을 기점으로 2012년 456억원, 24.87%로 크게 상승했다. 이듬해인 2013년에는 858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비중은 28.81%로 전년도와 비슷했다.

2011∼2013년까지 내부거래는 대방산업개발 한 곳에 국한됐다. 2014년부터는 매출처가 늘었다. 대방건설이 매출을 올린 곳은 기존 대방산업개발서 대방주택, 노블랜드, 대방하우징 등 총 네 곳으로 확대됐다.

내부거래 규모도 자연스레 커졌다. 2014년 내부거래 매출은 모두 1064억원으로 전체의 22.27%였다. 세부적으로 대방주택 179억원, 노블랜드 209억원, 대방하우징 179억원, 대방디엠씨티 131억원, 대방산업개발 367억원 등이었다. 관계사 곳곳서 고르게 매출을 거둔 셈이다.

2015년 매출처는 5곳서 6곳으로 늘었다. 대방주택, 노블랜드 등에서 비롯된 수익에 디비건설이 추가됐다. 전체 내부거래 매출은 1699억원이었다. 노블랜드 462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관계사들의 매출은 250억원대로 비슷했다. 전체 매출 대비 23.05%로 비중은 크게 변동이 없었다.
 

▲ 대방건설 신사옥

2016년에는 규모와 비중이 함께 상승했다. 매출처는 기존 6곳서 디비산업개발, 대방이노베이션, 대방토건, 대방일산디엠시티 등 4곳이 추가돼 모두 10곳이었다. 규모와 비중은 이전과 달리 크게 늘었다. 내부거래 매출액은 모두 2996억원으로 전체 매출 6449억원의 46.44%였다. 절반에 가까운 매출을 관계사를 통해 올린 것이다.

일감 거래
꾸준히↑

2017년 규모는 3627억원으로 직전년도와 비교했을 때 700억원 가까이 늘었다. 비중도 절반 가까이 됐다. 당시 대방건설의 전체 매출은 8567억원으로 42.33%를 기록했다.

성장가도를 이어가던 대방건설의 지난해 매출은 소폭 감소했다. 8191억원으로 전년대비 약 400억원 감소한 것이다. 반면 내부거래 규모는 6821억원으로 오히려 전년에 비해 3000억원 넘게 늘었다. 비중 역시 83.27%로 수직상승했다.

구 사장 취임 이후 가시적인 매출 성장을 보였던 대방건설은 그간 영업손실 역시 없었다. 2009년 100억원의 영업이익과 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작으로 대방건설은 영업이익 등에 있어서 상승곡선을 그렸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대방건설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010년(410억원-276억원), 2011년(651억원-532억원), 2012년(439억원-343억원), 2013년(458억원-345억원), 2014년(408억원-230억원), 2015년(1252억원-1309억원), 2016년(595억원-921억원), 2017년(1467억원-1310억원), 지난해(712억원-1086억원) 등이었다.

매출 상승에 따른 영업이익,당기순이익의 증가는 대방건설의 내부거래를 주목하게 했다. 이와 관련해 몇 차례 비판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대방건설 측은 사업구조가 여타 건설사와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매출 고점 달성…내부거래 80%
오너 일가 고배당 논란에 진땀

대방건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내부거래에 대해 “다른 건설사의 경우 시행사와 시공사 등이 각각 다른 경우들이 있다”며 “대방건설그룹의 경우 시행사와 시공사 등이 모두 그룹 내 계열사기 때문에 내부거래 매출이 높게 잡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방건설은 고배당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대방건설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3억원과 22억원, 5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배당성향은 2011년과 2012년 6% 안팎, 2013년 1% 안팎이었다. 2014년에는 배당이 없었다.

문제는 지난 2015년이었다. 당시 대방건설은 700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배당성향은 무려 절반을 넘어섰다. 대방건설 지분은 100% 오너 일가가 쥐고 있다. 구 사장은 대방건설의 지분 71%를 확보한 상태다.
 

▲ 송산 대방 노블랜드

그러나 고배당 논란은 불가피했다. 특히 매출의 상당액이 내부거래서 비롯된 점이 비판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고배당 지적이 일던 중 대방건설은 공시보고서를 정정됐다. 배당금을 없던 것으로 변경한 뒤 장기차입금 상환액을 그만큼 늘렸다. 고배당 비판에 따른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대방건설은 이듬해인 2016년 1주당 4만2499원으로 165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직전년도에 비해 영업이익이 절반가까이 감소한 때였다. 1주당 금액도 직전년도(2만502원)와 비교했을 때 2배 정도 증가했다.


2017년에는 총 20억원이 배당됐다. 1주당 금액은 5126원으로 전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실적에 비해 배당금을 두둑이 챙겼다는 비판을 어느 정도 감안했다는 분석이다.

“법적으로 
문제 없다”

지난해 배당은 2017년과 같았다. 총 배당금과 1주당 금액이 동일했다. 대방건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오너 일가 고액 배당 논란에 대해서 “배당은 지분 등에 따라 합당하게 시행된 것”이라며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kjs0814@ilyosisa.co.kr>

[대방건설은?]

대방건설의 모체 광제건설은 지난 1997년 건설면허를 취득하며 이듬해 대방건설로 사명을 변경했다. 대방건설은 2000년 포천 1차 대방샤인빌 아파트와 동두천 1차 대방에이스빌 아파트로 첫 발을 뗐다.

2001년 대방건설은 대방샤인힐 아파트 4곳을 잇달아 착·준공했다. 2002년에는 대방샤인밸리 오피스텔과 대방샤인빌 아파트를 선보였다.

2003년 대표 브랜드 ‘노블랜드’의 시작을 알렸다. 그해 포천과 동두천서 대방노블랜드 아파트 착공에 돌입했다. 2004년에도 파주와 동두천, 나주에 대방노블랜드 아파트를 내놨다.

2005년 시공능력 1등급 진입과 함께 ‘건설의날’ 국무총리 표창상을 수상했으며 2009년 구 사장의 취임과 함께 대방건설은 전국 단위로 사세 확장에 나서기 시작했다.

2010년부터 일산, 성남, 광주, 양산, 부산 등으로 범위를 넓혔다.

대방건설은 사회적 기업으로서도 역할을 다했다. 광산구청 장학회 인재육성 기금 1억원 기증과 사랑의 집짓기 후원, 양산시 인재육성장학재단 장학기금 5000만원 후원, 양산시 삽량천 문화축전 1000만원 후원, 이웃 돕기 성금 기탁 등 활동도 다양했다.

대방건설은 지난해 한국농수산대학 시설확충 통신공사와 화성 동탄2 제14중학교 신축 공사, 제1여객터미널 전기실 개선 공사 수주 등에 나서며 종합건설사로 뻗어나가고 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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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