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불나는’ LG화학 배터리 미스터리

여기서 ‘펑’ 저기서 ‘펑’…안팎으로 뒤숭숭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국정감사서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이 화두로 떠올랐다. 계속되는 사고원인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ESS 화재 절반 이상이 LG화학의 특정 시기에 생산한 배터리서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화재 원인과 관련해 배터리 책임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개월째 배터리 사고의 원인과 정부 조사발표에 대한 추적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밝힌 바 있다. 그 결과 LG화학 배터리 사고제품이 모두 특정 시기, 특정 공장서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특정 시기
특정 공장서…

LG화학 제품의 화재사고 건수는 총 14건으로 전체 화재 26건의 54%를 차지했다. 특이점은 14건 화재 모두 2017년 2분기부터 4분기 동안 LG화학 중국 남경공장서 만들어진 초기 물량이라는 것이다. 

LG화학 제품 화재 중 2018년 이후에 생산된 제품은 단 한 번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 만약 열악한 설치 환경과 배터리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PCS 등의 문제였다면 2018년 이후 제품에는 왜 단 한 번의 화재도 일어나지 않았는지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 

이 의원은 “이 시기에 만들어진 LG화학의 배터리 제품에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말해도 무리가 없다”고 언급했다.  


이 이원은 그 근거로 삼성SDI의 경우 총 9건의 화재가 일어났는데 ‘2014년 3분기(1건), ‘2015년 3분기(1건)’ ‘2015년 4분기(1건)’ ‘2016년 4분기(1건)’ ‘2018년 2분기(4건)’ 등 제조일자가 다양했지만 LG화학은 2017년 2∼4분기 중국공장 초기모델서만 화재가 났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30일 발생한 충남 예산 소재 태양광발전소 ESS배터리 화재사고 당시 LG화학이 사고 이전에 방문해 배터리셀 하나하나를 점검해 문제가 될 만한 셀(일명 약한 셀)들을 찾아 새 배터리로 교체를 해주고 전력변환장치인 PCS도 점검을 마쳤다. 

ESS 화재 54% LG 제품…中 남경 제품
자발적 리콜 요청…원인 규명이 먼저?

이 의원에 따르면 LG화학 담당자들도 이 발전소만큼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결국 사고가 발생했고 LG화학 담당자들은 조사 과정서 ‘멘붕이 왔다’는 식의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 부분이 배터리가 당초 생산과정 당시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부분이라고 이 의원은 설명했다. 

정부 민관합동 조사단은 ESS배터리 화재 원인에 대해 배터리시스템 결함, 전기충격에 대한 보호체계미흡, 운용 환경 관리 미흡, ESS 통합관리 체계부재 등 4가지를 들은 바 있다.

이 의원은 “최초 발화지점에 대한 확진도 매우 중요한데 정부는 이 지점서 솔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실상 ESS 배터리 시설의 화재는 배터리 및 배터리보호시스템의 결함서 비롯됐다는 게 유력하다”는 이 의원은 “정부의 발표를 복기해 살펴보면 ‘배터리시스템 결함’과 ‘전기충격에 대한 보호체계 미흡’은 삼성SDI, LG화학이 만든 배터리와 배터리보호 시스템에 결함이 있다는 말과도 같다”며 “결론적으로 배터리와 배터리보호시스템이 무결점하다면 ‘배터리 랙’이 발화지점으로 지목되지 않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국감서 이슈
관계자 멘붕

2018년 9월1일 발생한 충북 영동군 ‘다니엘영동태양광’ ESS화재는 LG화학 배터리 2017년 4분기 제조제품이 설치된 곳이었다. 화재 원인 감식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법안전감정서를 통해 ‘배터리 모듈서 발화된 것으로 추정’했다. 

2018년 12월17일에 발생한 충북 제천의 화재도 발화 지점은 배터리였다. 지난 5월4일에 발생한 경북 칠곡의 사고도 LG화학의 배터리서 시작됐다. 배터리제조사가 자신들의 귀책사유가 없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발화가 PCS 쪽에서 시작해 배터리 쪽으로 전도됐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증명된 바가 없다. 

이번 이 의원의 ESS화재 조사에는 LG화학의 담당 관리자들도 포함돼 진행됐다.

LG화학 관련자들은 의원실의 화재 최초 발화지점이 배터리 시스템 ‘랙’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부인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배터리시스템에서의 발화는 결국 이 시스템을 제조해 납품한 배터리 제조사의 책임 이라는 점도 부인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의원은 이와 관련해 녹취록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조사과정서 LG화학에게 2017년에 생산된 ESS배터리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요청했지만 아직 LG는 관련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 의원에 따르면 LG화학 내부서도 리콜을 심각하게 고민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많으나 경영진은 리콜을 진행하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 판매된 물량까지 리콜을 진행해야 해 약 1500억원의 추가비용과 신뢰도 추락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LG화학은 12월까지 자신들이 실험을 진행해 원인분석을 더 꼼꼼히 하겠다는 입장만 밝힌 상태다. 
 

▲ LG화학 배터리

이 의원은 LG화학에 대해 “글로벌 리더기업으로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사람들이 사건은 은폐하고 물밑서 쉬쉬하며 합의를 종용해서는 안될 일”이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관련 화재가 재발할 때마다 국가 경쟁력과 기업의 신뢰는 무너질 것”이라며 “특정시기 생산된 관련 배터리가 전국에 198개소나 더 있다. 지금이라도 자발적인 리콜을 진행하는 것이 당장의 손해보다 미래의 신뢰와 세계시장을 점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일 열린 국감장서도 비슷한 맥락의 질의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김준호 LG화학 부사장은 “문제가 됐던 배터리들이 주로 난징공장서 제조한 것이 맞지만 민관협동 조사위원회서 발표했듯 화재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원인은 아니다”라며 “현재 유관기관과 실증 재현실험을 하고 있는 만큼 연말까지 원인이 밝혀지는 대로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콜 결정은?
자발적 조사


LG화학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LG화학이 제품 결함을 숨기거나 교체를 회피하는 게 아니라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 동일한 이슈가 없도록 하는 것과 실사용자의 추가적인 피해를 없애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에 최근 발생한 화재의 경우 아직 원인이 나오지 않았지만, 선제적 조치로 2017년 남경공장산 배터리를 포함한 사이트는 70%로 제한가동 중이며 손실비용에 대해 당사가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원인 규명활동은 정밀실험 및 분석은 물론, 사이트보다 더 가혹한 환경의 시험까지 포함해 올해 말을 시한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이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며, 만약 명확한 원인 규명이 되지 않더라도 교체를 포함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ESS 화재사고 원인 조사 발표하는 정부 민관합동조사단

의원들이 주장한 자발적 리콜 여부에 대한 질문에 관계자는 “배터리가 소비재는 아니기 때문에 리콜의 개념이 아닌 교체 등으로 관련 조치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LG화학에는 악재가 겹치게 됐다.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김준호 LG화학 부사장은 “문제가 제기된(중국 남경공장 생산) 배터리가 만약 해외 사업장서도 문제가 발생할 경우 배터리 교체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험 배터리 전국 198개소…추가 피해 우려
소송과 실적 악화·화재까지…겹치는 악재

LG화학이 해당 제품의 국내외 판매 물량에 대해 리콜을 진행하게 될 경우 약 1500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대외적 신뢰도 또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LG화학은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업황 악화로 주력사업인 석유화학 부문의 수익성이 감소한 데다, 전지 부문서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6508억원) 대비 57.7% 감소한 2754억원에 그쳤고, 2분기 영업이익(2675억원) 또한 전년 7033억원 대비 62% 급감했다. 

LG화학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ESS 충당금 이슈와 전지 부문 적자가 LG화학 실적에 타격을 주고 있다”며 “배터리 부문서 성장을 기대했지만 이 또한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도 “LG화학은 기존 주력사업인 석유화학 부문서 번 돈을 미래 성장 동력인 배터리에 쏟아 부었다”며 “배터리 부문 적자가 이어질 전망이라 LG화학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전도 LG화학의 발목을 잡고 있다. 소송과 맞소송이 이어지며 양사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으나, 양측이 소송전에 열중하는 사이 글로벌 시장서 입지가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배터리 시장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LG화학의 앞뒤로 자리하는 중국과 일본 기업이 LG화학의 빈틈을 노리고 있다는 우려다. 

잇따른 악재
소송전 발목

업계 관계자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 시장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며 “원통형 배터리인 삼성SDI와 달리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으로 형태가 비슷해 직접적인 경쟁상대”라며 “먼저 소송을 제기한 것은 LG화학이지만 최근 ESS 화재 등의 악재가 겹치며 외려 곤란해진 상황”이라고 평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