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 서른셋의 반란 (3)꿈

사라진 님

허균을 <홍길동전>의 저자로만 알고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선시대에 흔치않은 인물이었다. 기생과 어울리기도 했고, 당시 천대받던 불교를 신봉하기도 했다. 사고방식부터 행동거지까지 그의 행동은 조선의 모든 질서에 반(反)했다. 다른 사람들과 결코 같을 수 없었던 그는 기인(奇人)이었다. 소설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허균의 기인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파격적인 삶을 표현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삶을 누려야 한다는 그의 의지 속에 태어나는 ‘홍길동’과 무릉도원 ‘율도국’.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조선시대에 21세기의 시대상을 꿈꿨던 기인의 세상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말을 마친 허균이 비에 흠뻑 젖은 옷을 벗어 삼복에게 주었다.

옷을 받아 든 삼복이 어디서 구해왔는지, 보송보송한 옷 한 벌을 허균에게 건넸다.

“나리, 나리의 뜻이 정녕 그러하시다면….”

“이 놈아, 그게 나의 뜻이냐. 네 놈의 주둥아리가 그리 원하는 일이니 내가 어떻게 마다할 일이더냐.”  

“네! 나리도 참….”


목욕재계

삼복이 자신의 입을 손으로 한 번 비벼대고는 쭈뼛거렸다. 

“이놈아, 게서 목욕하는 거 구경하려고 그러느냐?”

“그건 구경해서 뭐한데요.”

“그런데 왜 그러고 있느냐 말이다. 이놈아.”

삼복이 갑자기 뭔가 생각나는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참 깜빡했네. 나리, 급히 다녀오겠습니다.”


“절대로 터지지 않게 조심해서 다룰 일이야.”  

능글맞은 웃음을 흘리며 삼복이 급히 고개를 돌렸다.

삼복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허균은 주위를 살펴보았다.

휑하니 터진 객사의 한 모퉁이에 마련된 목욕 장소가 그런 대로 아늑했다.

비록 여기저기 틈새가 벌어져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살핀다면 영락없이 속속들이 보여주어야 할 판이었으나 그런 대로 사람들의 시선을 가릴 만했다.

허균이 바가지에 물을 떠서 머리에서 기울였다.

비와 다를 바 없는 같은 물이었건만 이상하리만치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다시 물을 한 바가지 떠서 이번에는 머리가 아닌 자신의 가운데로 기울였다.

그곳에서 짜릿한 기분이 일어나더니 서서히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매창아, 나의 월중항아야.”

막 잠자리에 들려는 순간이었다. 아련하게 들려오는 그 소리에 눈을 뜨고 귀를 곧추세웠다.

잠시 후 다시 창호지로 바른 방문 틈 사이로 애절하게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매창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초롱으로 다가갔다. 

초롱에 불을 켜고 가만히 가슴을 쓸어내렸다.

가슴을 스쳐 지나가는 손길에 하얀 살이 시선에 들어왔다.

작은 가슴이 심하게 뛰고 있었고 온몸이 붉게 물들어가는 듯 달구어지고 있었다.

크게 심호흡하고 조심스럽게 방문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 야심한 시간에 뉘신지요!”


목소리의 주인공이 자신이 오매불망하는 연인임을 확신한 매창의 목소리에 원망과 그리움의 회한이 묻어 있었다.

“매창아, 나의 월중항아야!”

삼복을 보내고 목욕재계하는 허균
매창이 애타게 찾는 사람은 누구?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급히 방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어둠 속에 당당히 서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방에서 흘러나가는 불빛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의 모습을 확인하자 격한 기운이 서러움으로 바뀌어갔다.

“나리, 소녀 여기 있나이다!”

매창이 맨발로 어둠 속으로 뛰어나갔다.

거의 종이 한 장 차이의 간격을 두고 매창이 얼음처럼 굳어졌다.

그러기를 잠시, 쓰러지듯이 사내의 널따란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러나 그 사내에게서는 아무런 반응도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차라리 목석이라 표현해도 좋을 만큼 전혀 움직임이 없었다.

고개 들어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희미한 불빛 사이로 움푹 파인 볼이 시선에 들어왔다.

매창의 손이 자신도 모르게 그 얼굴로 향했다.

“나으리, 어찌 이리 야위셨는지요. 나리의 그리움도 소녀만하였던가 보옵니다. 어서 드시지요.”

순간 어둠 속 남자의 손이 매창의 손을 떼어냈다.

“아니다. 네가 내게서 가져간 마음을 가지러 왔다. 여기서 지체할 시간이 없으니 어서 내어놓아라!”

“무슨 말씀이옵니까, 마음을 내어놓으라니요. 나리께서 제게 주신 그 마음은 이미 제 마음이 삼킨 지 오래되었나이다. 어찌 이제 와서 내놓으라 하시는지요.”

“밤마다 네가 와서 그 마음을 가져가지 않았느냐!”

그리 말하는 사내의 얼굴에 표정이 없었다.

더 이상 그 실체에 대해 미덥지 못했던지 사내의 얼굴을 찬찬히 살피기 시작했다.

초췌한 모습, 이렇다 할 표정 하나 없는 촌은 유희경이 매창의 손을 잡고 신발도 벗지 않은 채 방으로 이끌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촌은이 다짜고짜 매창의 옷고름을 풀기 시작했다.

손이 잠시 스치는 것 같더니 바로 매창의 가슴살이 그대로 드러났다.

매창은 촌은이 그리도 서두르는 이유를 알 만했다. 

자신의 사무침과 같은 이유 때문이라 생각하고 가만히 그에게 몸을 맡기며 행동을 주시했다.

그러나 촌은은 옷을 벗기는가 싶더니 갑자기 매창의 가슴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휘젓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잠시 후 자신의 가슴 속에서 살이 토실토실 오른 보름달을 끄집어내고 있었다.

매창이 의아한 시선으로 촌은과 보름달을 번갈아 보았다.

촌은의 행동도 행동이려니와 느닷없이 자신의 가슴 속에서 보름달은 또 웬 것이란 말인가.

“보아라, 나의 마음을 밤마다 와서 가져가더니 이렇게 살이 토실토실 올랐구나.”

촌은이 그 달을 가슴에 품더니 급히 열려진 방문을 통해 어둠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매창은 옷고름이 풀린 채 촌은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허공을 휘적거릴 뿐 아무 것도 스치지 않았다.

“나리! 나으리!”

오매불망 그리던 연인을 그대로 보낼 수 없는 노릇이었다.

급히 그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묘한 일이었다.

닿을 듯 닿을 듯 보이는 촌은과의 거리가 자꾸 멀어지고 있었다. 그를 놓칠세라 한층 더 빨리 뒤를 따랐다. 

자나깨나 잊지 못했던 연인이 매창의 처절한 몸부림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을을 벗어나더니 산으로 방향을 잡았다.

마을을 벗어나자 숲길이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길게 펼쳐져 있었다. 

다시 한 번 매창이 촌은을 부르며 손을 뻗었다.

한순간 그 손이 촌은에게 닿았다 싶었는데, 잡힌 것은 바짝 마른 나무 가지였고, 그것에 손이 닿자마자 하얀 피가 솟구쳤다.

소스라치게 놀라 뒤로 물러서는데 촌은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저만치 가고 있었다. 

요상한 꿈

그 모습을 바라보자 마치 몸이 굳은 듯 발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자리에서 사라져가는 촌은의 모습을 바라보며 시선을 자신의 가슴으로 주었다.

보름달이 빠져나간 그 자리에 휑하니 구멍이 나 있었고 그 구멍에서 하얀 피가 흐르고 있었다.

“나으리! 어찌 제게 이러십니까. 어찌….”

매창은 흐느끼고 있었다. 아니, 절규에 가깝도록 울부짖으며 흐르는 하얀 피를 두 손으로 막고 있었다.

한참을 울다 문득 이상한 생각이 일어나 고개를 들었다. 그곳은 숲이 아닌 바로 자신의 방이었다. 
 

<다음 호에 계속>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