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자가 띄운 ‘소떡’ 원조 논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8.05 09:45:47
  • 호수 12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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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주인 누구…국민간식 쟁탈전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소떡(소시지를 두른 떡) 디자인 특허권을 두고 두 회사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특허권을 둔 제조사와 납품사의 양쪽 주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형국이다. 소떡 논란에 대해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 방송인 이영자가 소떡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 ⓒMBC

지난해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서 연예인 이영자가 휴게소서 소떡을 즐겨 먹는 장면이 나오면서 큰 화제가 됐다. 휴게소서 팔던 이 소떡은 편의점으로 진출하며 새로운 국민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 식품업계는 이 상품의 경쟁력을 찾기 위해 고민하다가 새로운 형태의 소떡을 만들어보자는 결론을 내린다. 

영역 확대
편의점 진출

지난달 19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떡·빵 및 과자류 제조하는 A사에 근무한다는 직원은 국민청원에 글을 게시했다.

그는 “우리의 소떡 제품을 유통한 B사의 계열사 D사가 우리 몰래 특허청에 디자인 등록을 했다. 제품을 빼앗아간 것도 모자라 오히려 우리에 민사소송을 거는 등 파렴치한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탐욕에 눈이 먼 악덕 업체의 만행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국민청원을 하게 됐다”고 게시했다. 

이어 “B사가 발주한 5000만원 상당의 제품을 7월18일 기준 2개월이 넘도록 납품을 받아 가지도 않고 현재 재고에 쌓여있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B사는 이미 납품받은 제품에 대한 1억30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입금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A사는 해당 상품은 소떡을 비롯해 빵 및 과자류 제조업을 회사로 B사는 이 제품들 납품하는 회사다. 이 글은 ‘B사의 악행’이라는 제목으로 SNS와 커뮤니티 등에 일파만파 퍼졌다. 이에 네티즌들도 댓글을 달며 분노를 표출했다. 

특히 이 내용은 카페 위주로 빠르게 퍼져나가며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았다. 인******님은 카페에 “작은 기업이 큰 기업에 흔히 당하는 수법이다. 파악하기 힘든 저작권이나 특허권을 몰래 자기 앞으로 등록해 둔 다음 적당할 때 디자인권을 침해했다며 경고장을 보낸다”고 글을 올렸다. 

디자인특허권 등록 두고 엇갈린 주장 
한 단계 업그레이드로 이어진 소떡 열풍 

이어 “이번 소떡 사건은 지속적인 기업사냥꾼의 모습이 보인다. 자회사 측에 생산설비를 따로 차려 조금씩 납품이 되던 물건을 받지 않는다. 훨씬 규모가 작은 회사 입장에선 이게 갑질이라는 걸 알아도 동의를 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사건으로 11명의 장애인이 근무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힘없는 기업을 괴롭히는 사건은 더욱 더 없었으면 좋겠다”고 썼다.

직원 28명 중 11의 장애인이 근무를 하는 A사는 B사에 “장애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지 말라”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휴게소서 소떡이 히트를 치자 B사 직원들은 상품 리뷰를 꼼꼼히 살펴보며 아쉬운 점을 파악했다고 한다. 기존 형태의 소떡은 한입에 먹기에 부담스러운 크기로, 입가에 양념이 묻는 등의 불편함이 있었다.
 

B사는 내부회의를 통해 소떡을 새롭게 만들고자 고심하다가 떡 안에 소시지를 넣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낸다. B사 관계자는 A사 측에 전화해 구멍이 난 형태의 떡에 비엔나 크기의 소시지를 넣을 수 있냐고 물어보며 점점 구체적으로 디자인을 잡아 나갔다.


인연서 
악연으로… 

B사 관계자가 A사로 찾아가 원하는 소떡의 디자인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B사는 A사 관계자들과 회의를 진행할 때에도 그림을 그리며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때 B사는 A사에 아이디어를 제공했으니 특허를 진행한다는 것도 합의했다고 주장한다. 

특허청에 따르면 디자인 등록을 받기 위해서는 신규성, 공업상 이용 가능성을 충족해야 한다. 등록하려는 디자인이 출원 전에 대중에게 알려진 적이 없어야 하며, 해당 디자인의 물품을 다량으로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B사 관계자는 “A사는 OEM(주문자 위탁생산방식) 공장을 운영하는 회사다. 회사의 상품을 제작·의뢰해서 만들어주는 공장을 운영하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A사가 우리에게 제품을 팔아달라는 게 아니라 우리가 A사에게 제작 의뢰를 한 상품만 만들어주는 회사인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B사 측은 A사가 소떡에 욕심을 내는 이유는 떡이 들어가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했다. A사는 주로 떡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회사로 ‘떡 박사’라 불리는 회장이 있어 기술력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B사는 샘플이 완료되는 시점서 디자인 특허를 신청했고, A사는 약 한 달 뒤인 납품이 진행되는 시점에 특허를 신청했다. 특허청은 똑같은 제품이라는 이유로 특허등록 출원을 반려한 상황이다.

B사 관계자는 “A사가 특허권에 욕심을 내는 이유는 다른 편의점에 납품하기 위해 한 것 같다”며 말했다. 이에 대해 A사 관계자는 “우리는 납품할 때 특허 신청을 했다. 양사가 샘플을 주고받은 시점인 한 달 전부터 특허 신청을 하면서 빼앗긴 셈”이라고 강조했다.

발주한 제품
가져가지 않아

지난해 10월 이 제품은 M 편의점서 출시돼 인기를 끌었는데 올해 1월부턴 C사 편의점서도 이 제품이 팔리기 시작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B사는 A사에 협의를 해놓고 경쟁 업체에 공급했다면서 항의했다. B사는 C사 편의점을 비롯해 각종 인터넷 사이트서도 소떡 제품이 판매되는 것에 대해서 A사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C사는 올해 4월 업체 간 특허권 분쟁으로 인해 판매를 중단했다.
 

편의점 관계자는 같은 상품이 경쟁 편의점서 팔리는 것에 대해 “유통사와 공급사 간 계약의 문제지, 전혀 문제가 될 부분은 아니다. 예를 들어 빙그레 우유 같은 편의점에 많이 판매하고 있지 않느냐”며 말했다.

이외에도 B사는 A사의 여러 주장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B사 관계자는 “특허권 분쟁을 두고 대기업의 갑질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A사가 더 오래됐고 공장도 훨씬 많다. 우리는 그 회사에 비해 신생이다. 어디가 더 대기업인지는 찾아보면 알 수 있다”고 항변했다. 


장애인사업장 강점 내세워 과한 요구?
양사 간 갈등… 법적 공방도 불가피

제품의 매출 실적이 좋아지면 직접 제조공장을 만든다는 A사 주장에 대해 “절대 아니다. 우리가 공장 세우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2017년 우리 회사는 공장을 세울 계획이 있었고 A사는 남은 재고가 있어 좋게 협의를 했다. 우리 회사가 공장 짓는 동안 OEM 공장을 찾아야 하는 상황서 A사를 만난 것이다. OEM 공장으로 계약하고 생산량이 줄어들지 않게 주문 제작을 많이 넣어 서로에게 도움이 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A사는 발주한 물건에 대해 가져가지 않는다는 A사의 주장에 대해서는 “올해 6월말 계약을 마쳤다. 이후 마지막 물건 출고하기 전 사진을 찍어놓고 계속 그러는 것이다. 그쪽서 우리를 매도시켜야 하니까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고 억울해했다.

납품 금액 미입금에 대해 B사 관계자는 “이전까지 입금을 잘해왔다. A사가 말하는 비용은 이번에 소송을 진행 하다보면 피해 보상액을 이쪽에 청구해야 되는데, 법적으로 공탁금을 건 것”이라며 “그걸 마치 저희가 못 받은 것처럼 얘기하는 것일 뿐이다. A사 회장은 ‘자기 회사는 장애인사업장이기 때문에 혜택을 많이 받는다. 혜택을 나눠줄 테니 특허권에 대해 같이 나눠 갖자’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피해”
양측 평행선

B사는 특허권 분쟁사건이 사람들 입방에 오른 이후로 분위기가 많이 안 좋았다고 전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한테 비방 전화가 오거나 불매운동하겠다는 악성 댓글도 달렸다. 양사는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야놀자 vs 여기어때  

숙박 O2O기업 ‘야놀자’가 종합숙박앱 ‘여기어때’ 운영사 위드이노베이션을 상대로 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야놀자가 지적한 건 여기어때의 ‘페이백’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야놀자의 ‘마이룸’ 서비스와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마이룸’ 서비스는 숙박업체가 위탁한 일부 객실을 판매하는 것으로, 구매한 이용자는 50% 할인 쿠폰을 받게 되고, 해당 숙박업체에 재방문 시 이용자는 할인쿠폰이 적용된 가격으로 객실을 사용할 수 있다.

야놀자는 2016년 6월17일 해당 비즈니스 모델을 특허로 출원하고, 이듬해 10월 등록을 끝마쳤다.

마이룸 서비스 따라한 페이백?

위드이노베이션은 같은해 9월 ‘페이백’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숙박업체로부터 위탁 받은 객실을 판매하고, 이용고객에게 50% 할인쿠폰을 발급해주는 서비스다. 

야놀자 측은 “여기어때의 페이백 서비스는 그 명칭만 다를 뿐 마이룸 서비스와 동일하다. 여기어때의 특허권 침해로 우리는 십수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놀자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 변호사는 “여기어때의 페이백 서비스는 야놀자의 특허 발명 각 구성요소와 구성요소 간 유기적 결합관계가 그대로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마이룸 관련 특허가 여러 가지가 있고, 아직 소장이 당사에 접수되지 않아서 구체적인 답변은 어렵다. 야놀자가 주장하는 특허는 페이백 서비스와 구성이 다르다”고 반론했다. <구>
 

<기사 속 기사> 식품업계 베끼기 

식품업계의 따라하기가 도를 지나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개 경쟁 업체의 인기 제품을 모방해 유사제품을 출시하는 게 관행이지만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여름 비빔면 시장을 노린 라면 업체들의 신제품 경쟁을 살펴보면, 농심은 4월20일 ‘미역듬뿍 초장비빔면’을 시장에 내왔다.

여름 비빔면이 면과 비빔소스만으로 구성된 것을 탈파하기 위해 고심한 농심은 건더기 스프로 ‘미역’을 골랐다.

농심 연구원들은 초록색 미역 분말이 면발 개발에 들어가서 ‘알긴산’ 성분이 쫄깃한 면발 식감을 만든다는 점을 착안한 것.

비슷한 이름에 포장도 헷갈리게?

하지만 경쟁사인 오뚜기와 팔도는 같은 달 29일 미역초비빔면과 미역초무침면을 선보였고 삼양식품도 미역새콤비빈면이 공개됐다.  

전문가들은 표절을 방지하는 방법 중 하나로 특허권 등록을 꼽았다.

디자인 전문 업체 소프트리는 2013년 자사가 개발한 벌집 아이스크림에 대한 디자인 특허를 취득했고, 2년 뒤인 2015년 경쟁사와 부당 경쟁 행위 및 디자인 침해 소송서 승소할 수 있었다.

한 법조인은 “음식물 제조도 특허권 등록이 가능하다. 사안마다 다른 부분이긴 하지만, 제조 방법이나 기술에 대한 특허를 내서 받아들여지면 일정 부분 권리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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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