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문이 선택한 김조원 신임 민정수석 내정자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7.29 10:25:25
  • 호수 12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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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도 잡는 진문이 떴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신임 민정수석으로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내정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정부 시절 함께 청와대서 일하고, 지난 대선 문재인 캠프서 활동해 ‘친문’으로 분류된다. 비법률가 출신으로 감사원 사무총장을 지냈다. 

▲ 신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 ⓒ한국항공우주산업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교체했다. 후임에는 이례적으로 법률가 출신이 아닌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이 사실상 내정됐다. 더불어민주당 및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번 인사서 조 수석을 비롯해 정태호 일자리수석,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등을 교체한다. 

조국의 빈자리
얼마나 메울까

조 수석은 내달로 예측되는 개각서 법무부장관에 이름을 올릴 것이란 게 중론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조 수석에게는 잠시 휴식 시간을 주고, 나머지 수석들에게는 총선을 준비할 시간을 주겠다는 의도”라며 “검증이 막바지 단계라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이달 안에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정수석에 재야 운동권 이호철씨 등 비법률가 출신을 중용했듯, 문 대통령도 비법률가 출신인 김 내정자를 발탁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검찰개혁과 더불어 검찰과의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가 임명된다면 역대 민정수석 중 비법률가 출신으로는 김대중정부의 김성재 전 민정수석(신학 전공·교수) 등에 이어 세 번째다.

이번 인사를 통해 법무부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 모두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의 최장수 민정수석 임기(2년4개월)를 넘어서진 못했지만 조 수석은 2017년 5월 임명돼 문재인정부 청와대서 가장 오래 자리를 지킨 핵심 참모가 됐다. 조 수석을 제외하고 1기 청와대 수석급 인사들은 모두 새 얼굴로 교체된 상태다.


차기 민정수석에 낙점된 김 내정자는 ‘진문’으로 통한다. 그는 노무현정부 시절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이 이끄는 민정수석실서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했다.

진문·비법률가·캠프 코드 맞아 
노정부 청와대서 문과 근무 이력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 대표 시절 당의 당무감사원장을 맡기도 했다. 2015년 11월 문 대통령은 김 내정자를 당무감사원장에 임명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문재인 캠프에 합류해 경남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당선을 도왔다. 

김 내정자는 문재인정부 초기 그의 이력과 다소 거리가 먼 금융감독원장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란 사실이 조명되기도 했다. 김 내정자는 사석서 문 대통령을 ‘친구’라고 표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등산이 공통 취미인 두 사람은 함께 산에 오르며 막걸리 잔을 기울일 만큼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와 여당 관계자는 김 내정자는 문 대통령의 생각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조 수석을 이을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 김조원 신임 청와대 민정수석

반면 야권에선 문 대통령이 집권 중반까지 ‘회전문 인사’를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당초 민정수석으로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인사로 조국 법무부장관, 윤석열 검찰총장, 김조원 민정수석으로 이어지는 사정라인이 윤곽을 드러냈다. 검찰개혁 등 정책 기조를 이어가면서 동시에 문재인정부 후반기 공직 기강을 바로잡겠다는 청와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조 수석은 검경수사권 조정과 검찰개혁 등을 매듭짓고, 윤 총장은 적폐청산 수사를 이어가는 역할인 것으로 풀이된다. 

역대 민정수석
3번째 비법률가 

문 대통령을 상관으로 두고, 노무현정부의 공직기강과 민주당의 당무감사를 맡았던 김 내정자는 이번에도 같은 역할을 요구받았다. 김 내정자는 방산비리로 어수선했던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분위기를 쇄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내정자는 1957년 6월22일 경상남도 진양군(현 진주시)서 5남매 중 맏이로 태어났다. 영남대학교 행정학과 3학년 재학 중인 1978년 행정고시 22회에 합격했다. 1979년 교통부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총무처 등을 거쳐 1985년 감사원으로 자리를 옮긴 뒤 감사원 부감사관, 감사원 감사관, 감사원 제1국 제1과 과장 등을 역임했다. 

감사원 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에너지와 교통, 교육, 재정금융, 자치행정 등 5개과를 두루 거쳐 실무에 밝은 현장형 인물으로 통했다고 알려져 있다. 국가전략사업평가단장을 맡을 당시 민자유치사업과 지형균형개발사업 감사 등의 주요 감사를 진두지휘한 경험도 있다.

2003년 12월부터 2005년 3월까지는 감사원 국가전략사업평가단장을 맡았다. 2005년 3월부터 2006년 12월까지는 대통령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는데, 이때 당시 민성수석이었던 문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 근무를 했다. 공직을 떠난 뒤에는 경남과학기술대학교(옛 진주산업대학교) 총장과 건국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 등을 역임했다.

2015년 11월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김 내정자를 당무감사원장에 임명하며 “인품과 함께 감사원서 공직하고 감사원 사무총장을 역임하셔서 전문역량을 겸비한 분”이라며 “책임의 당직문화를 정착시킬 적임자”라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당무감사원이 설립된 지 나흘 만에 새정치민주연합 조직감사를 3주 동안 실시했다. 김 내정자는 당시 조직감사 기준으로 ▲국민 눈높이 감사 ▲철저한 신상필벌의 원칙 ▲부작위(不作爲) 감사 ▲새정치연합의 근본을 되살리는 감사를 제시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의원 총선거 공천에 감사결과를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우자 일부 지역위원회 등에서 반발이 나오기도 했지만 김 내정자는 흔들리지 않았다. 김 내정자는 “당의 조직에 대한 감사의 차원을 넘어 당의 각 조직이 혁신을 위해 담대하고 도전하는 혁신의 기풍을 만들어내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조직감사를 진행했다.

김 내정자는 감사를 진행하면서 일부 의원들의 부적절한 행동이 적발되거나 알려지자 다선의원들에 대해서도 강한 징계를 요구했으며, 감사를 거부한 의원들에 대해서는 “당헌·당규를 거부하는 것은 당의 권능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김 내정자는 친문의 핵심으로 분류됐던 노영민 비서실장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징계했다. 2015년 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던 노 비서실장의 ‘시집 강매’ 사건이 불거졌다. 김 내정자는 당시 노 비서실장의 시집 강매 사건에 엄중징계를 요청한 장본인이다. 재심 요구도 기각했다.

노 실장은 결국 당윤리심판원으로부터 당원 자격 정지 6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곧바로 이어진 20대 총선서도 불출마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조-윤-김
새 사정라인

지난 대선 기간 문 대통령 대선캠프에 참여해 경남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바 있는 그는 문재인정부의 초대 금융감독원장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다. 2017년 8월 말 김 내정자가 금융감독원장 후보로 검토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비금융권 출신으로 금융시장 개혁의 키를 쥐게 할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김 내정자가 원래 맡고 있던 더불어민주당 당무감사원장을 사임하자마자 내정설이 돈 것이라 신빙성 있는 말로 여겨졌다.

금융권 일각에선 문 대통령과 김조원의 관계를 고려할 때 전형적 낙하산 인사로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참여연대는 그해 8월28일 성명서를 내고 “김 전 사무총장은 금융 경력이 부족하고 금융 전문성도 부족하다”며 “신임 금융감독원장 임명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금융감독원장에 비전문가가 임명되면 금융개혁의 방향과 대상이 본질을 비껴갈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내부출신 인사가 아니기에 금융권의 개혁작업을 객관적으로 이끌 수 있으리라는 평가들도 많았다. 그해 9월4일 금융감독원 노조는 ‘10년-무너진 금감원’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김조원의 금융감독원장 내정을 환영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9월6일 금융권의 예상을 깨고 최흥식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를 문재인정부의 초대 금융감독원장에 임명했다.


김 내정자는 2017년 10월 검찰의 방산비리수사로 경영공백 상태였던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그는 당시 방산비리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하성용 전 사장이 사임하면서 위기에 빠진 한국항공우주산업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당무감사원장 시절
인연 떠나 엄중 징계

한국항공우주산업은 검찰 수사과정서 채용비리와 협력기업을 통한 비자금 조성, 분식회계 등의 의혹이 불거지면서 대외 신뢰도가 대폭 추락했다. 2017년 7월 초만 해도 6만원대였던 주가는 검찰의 수사 이후 3만5000원대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당시 감사원 출신의 고위공직자가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으로 내정되자 우려의 목소리가 항공업계 곳곳서 들려왔다. “항공 전문가도, 전문 경영인도 아닌 사람이 어떻게 KAI를 이끌 수 있겠느냐”는 말부터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앉혔다”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이를 의식이라도 한 듯 김 내정자는 취임사를 통해 “2030년 매출 20조원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지고 경영 정상화를 위해 혁신과 성장, 상생 등 3대 과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혁신을 통해 세계적인 항공우주기업으로 성장을 이루고 지역사회, 협력업체의 발전도 KAI의 주요 가치로 삼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새로운 경영시스템 구축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경영혁신TF’를 구성해 인사, 재무, 회계, 구매, 영업 등 업무 전반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는 방안을 수립해나갔다. 또 미래 전략사업과 연구·개발 업무의 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 전반의 혁신도 추진했으며, 특히 선진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미래 핵심역량을 높여나갔다.

방산비리 혐의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은 지 5개월여 만에 방만한 조직의 슬림화를 위해 본부를 절반가량으로 줄이는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결과는 1년 뒤 나타났다.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던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지난해 1분기 매출액 6412억원, 영업이익 410억원의 실적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9%, 영업이익은 276% 증가하는 등 흑자로 돌아섰다.

집권 후반기 
조직 안정화

조직을 안정화시킨 김 사장은 미래 먹거리 사업이자 핵심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도 적극 나섰다. 항공MRO사업 확정과 한국형전투기(KF-X)사업, 우주센터 착공 등 밀린 숙제들을 하나둘 해결해나가고 있으며, KAI가 생산하는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과 수리온, 파생헬기 등의 해외 수출을 위해 동남아와 남미 등 세계 각국을 누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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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