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산촌체험마을 ③철원 쉬리마을

더위 탈출 꽃강에서 ‘쉬리’

▲ 이름에 꽃 화(花) 자를 쓰는 화강의 아름다운 풍경

철원군 김화읍 쉬리마을은 물놀이하기 좋은 가족 여행지다. 강원도 계곡의 한적한 시골 마을을 떠올렸다면 선입관은 금세 깨진다. 쉬리마을은 강변 물놀이 여행지에 가깝다. 화강 옆 철원화강쉬리캠핑장과 수영장 3개, 워터슬라이드와 물썰매장, 산책로 등이 있어 계곡보다 구성이 훨씬 다채롭다. 그리고 마을에서 운영해 한층 정겹고 살갑다. 쉬리마을이라는 이름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데 한몫한다. 
 

▲ 쉬리마을을 상징하는 공공 미술

쉬리마을은 지난 2007년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사업 공모에 당선돼 조성됐다. 화강(옛 남대천) 주변에 있는 학사리와 청양리 일원을 아울렀다. ‘쉬리’라는 이름도 그때 지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토종 민물고기 쉬리와 남북 분단을 소재로 1999년 개봉한 영화 〈쉬리〉를 내포한다. 이름에 화강의 맑은 자연,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주민의 마음이 담겼다.
 

▲ 지난 2006년 이래 화강과 쉬리마을에서 열리는 철원화강다슬기축제 <사진제공: 철원군청>

다슬기 유명

쉬리마을은 쉬리 못지않게 다슬기가 유명하다. 지난 2006년 이래 화강과 쉬리마을에서 철원화강다슬기축제가 열리고 있다. 소박한 마을 축제로 시작했는데, 2016년부터 철원군이 주최할 만큼 많은 이들이 찾는다. 올해는 8월1~4일에 방문객을 맞는다. 철원화강쉬리캠핑장(이하 쉬리캠핑장)과 화강워터플라이(Water Fly), 다슬기체험장 등에서 다양한 여름 프로그램이 펼쳐질 예정이다. 군 장비 전시, 군 문화 체험 마당도 축제의 흥을 돋운다.
 

▲ 김화교에 있는 조형물 ‘어부의 노래’

화강과 김화교는 그 모두의 상징이라 할 만하다. 화강(花江)은 ‘꽃강’이라는 뜻이다. 예부터 강변 경치가 꽃처럼 아름다워 그리 부른다. 
김화교는 화강 조망의 명소나 다름없다. 발아래 흐르는 화강과 주변 자연경관이 매우 아름답다. 김화교는 쉬리캠핑장과 김화 읍내를 잇는데, 다리 위에 쉬리와 다슬기 모양 터널이 자리한다. 쉬리 모양 터널이 ‘Forever Fish Project’, 다슬기 모양 터널이 ‘Forever Festival’이다. 다슬기 모양 터널 끝에는 어부가 그물을 던지는 장면을 연출한 조형물 ‘어부의 노래’가 눈길을 끈다. 오후 8시부터 다리에 경관 조명이 켜져 밤 산책 코스로도 좋다.
 

▲ 김화교와 다슬기 모양 터널 아래 놓인 징검다리가 정겹다.

다리 아래로는 징검다리가 놓여져 있다. 징검돌을 건너면서 유년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 징검다리에서 김화교의 쉬리와 다슬기 모양 터널이 또렷이 보이기에 대표적인 포토존이기도 하다. 다리 바로 밑에 평상이 있어 더위를 피해 쉬기에도 좋다. 낮 시간에 유료로 대여한다(다슬기축제 기간 제외).
 

▲ 김화교와 수변수영장을 잇는 워터슬라이드 <사진제공:철원군청>

김화교는 워터슬라이드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김화교 위에서 워터슬라이드를 타면 수변수영장으로 미끄러진다. 다리에 속하는 입구 위치가 특색 있어 아이들이 좋아한다. 쉬리캠핑장 내 수영장은 수변수영장 외에 한반도수영장과 대형수영장이 있다. 한반도수영장은 한반도 모양으로 쉬리캠핑장에서 가깝다. 그늘막이 넉넉해 유아 동반 가족이 애용한다. 바로 옆 물썰매장에서 워터슬라이드와 다른 물 미끄럼을 체험할 수 있다.
 

▲ 화강 옆에 자리한 대형수영장에서 물놀이하는 사람들 <사진제공:철원군청>

대형수영장은 수변수영장과 마찬가지로 화강 바로 옆이다. 수상레저체험장이 가까워 두루미 보트, 카누 등을 즐길 수 있다. 쉬리캠핑장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다. 수영장은 모두 유료다. 한반도수영장은 6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운영하는데, 방학 시즌에는 평일과 주말, 나머지 기간에는 주말만 개방한다. 수변수영장과 대형수영장은 방학 시즌 평일과 주말에 개방한다. 전화로 미리 확인하고 방문하는 게 좋다.
 

▲ 쉬리캠핑장에서 저격능선전투전적비 쪽으로 산책할 수 있다.

쉬리캠핑장은 2014년 조성한 쉬리생태공원이 전신으로 부지가 비교적 넓다. 사이트 바닥은 모래, 잔디, 데크 등으로 조금씩 다르다. 분수대와 모래 놀이터, 야외 쉼터 등을 갖췄다. 대형수영장 쪽 화강 변은 수변캠핑장이 있어 오토캠핑이 가능하다. 

2007년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조성
다양한 여름 프로그램·철원 지역 축제

가벼운 산책을 원할 때는 화강을 낀 남쪽 장수길이나 저격능선전투전적비 쪽이 무난하다. 장수길은 그늘진 강변 절벽 옆 데크가 매력이고, 저격능선전투전적비 쪽은 한국전쟁 2대 격전지로 불리는 저격능선전투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쉬리캠핑장에서 5~6km 거리에는 DMZ생태평화공원과 ‘사라진마을 김화이야기관’이 있다. 옛 김화군의 자취를 더듬어보는 장소다.
 

▲ 두루웰숲속문화촌에는 짚라인, 외나무다리 등으로 구성된 에코어드벤처가 아이들의 모험심을 길러준다.

캠핑 대신 실내 숙박을 원한다면 신철원 쪽 두루웰숲속문화촌을 추천한다. 숲속산책로와 목재문화체험장 등을 갖췄다. 짚라인, 외나무다리 등으로 구성된 에코어드벤처도 아이들의 모험심을 길러준다. 무엇보다 올해 6월28일 에코하우스가 개장해 깔끔한 잠자리를 제공한다.
 

▲ 소이산전망대에서 백마고지, 철원역, 농산물검사소, 노동당사 등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안보 여행지는 구철원에 밀집한다. 소이산전망대는 여름 산행이 고되기는 해도 철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소이산생태숲녹색길 가운데 봉수대오름길로 정상까지 오른다. 정상 전망대에서 백마고지, 철원역, 농산물검사소, 노동당사 등이 그림처럼 펼쳐져 철원평야를 실감케 한다. DMZ 남방 한계선 아래, 철원에서 원산으로 향하는 철길을 머릿속에 그리면 새삼 뭉클하다.
 

▲ 철원 노동당사와 김현선 작가의 조형물 ‘두근두근’

철원 노동당사(등록문화재 22호) 또한 늘 감회가 새롭다. 철원이 삼팔선 이북에 위치하던 1946년 북한이 지은 건물이다. 입구 계단에 남은 미군 탱크의 캐터필러 자국, 앙상한 외벽의 총탄 흔적 등이 전쟁의 상실감을 지금껏 간직하고 있다. 노동당사 앞마당에 있는 김현선 작가의 조형물 ‘두근두근’이 1945년 8월15일 이후 어느덧 64만7000여시간이 훌쩍 지났다고 증언한다. 11월까지 매주 토요일에는 DMZ마켓도 열린다.
지난 6월1일에는 DMZ평화의길 철원 구간이 개방했다. 철책선 통문이 민간인에게 열린 건 처음이다. 사전 신청하면 무작위로 추첨해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각 20명이 3시간가량 탐방할 수 있다. 풍경도 아름답지만, 그 길을 걷는다는 사실이 감동적이다.
 

▲ 한탄강과 기암괴석이 진경산수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고석정
▲ 직탕폭포와 군탄교 사이를 오가는 한탄강 래프팅 <사진제공:철원군청>

구철원에서 신철원으로 가는 길에 고석정을 지난다. 고석정은 한탄강과 기암괴석이 진경산수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임꺽정의 전설, 한국전쟁 당시 철의 삼각지, 고생대 지층의 단절 등 그 자체가 철원이 간직한 연대기다. 한탄강은 래프팅 명소다. 직탕폭포와 군탄교 사이를 오가며 여름 레저 스포츠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 철원 땅에 숨은 사연을 품은 노동당사 콘크리트 벽에서 새 생명이 자란다.

숨은 사연

철원은 원래 삼팔선 이북에 위치했다. 한국전쟁 후 대부분 폐허가 되거나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에 포함됐다. 이를 구철원이라 부른다. 신철원은 근래에 생긴 도심 같지만, 한국전쟁 직후 철원군청이 갈말읍 신철원리에 새로 들어서며 붙은 이름이다. 
김화읍 역시 삼팔선 북쪽에 속했으나 한국전쟁을 거치며 김화읍을 포함한 일부는 남한, 나머지는 북한 땅이 됐다. 철원은 그 땅에 숨은 사연을 알고 돌아보면 여행이 한층 깊어진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물놀이 코스: 철원화강쉬리캠핑장→두루웰숲속문화촌→한탄강 래프팅
DMZ 코스: 철원화강쉬리캠핑장→고석정→소이산→철원 노동당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철원화강쉬리캠핑장→두루웰숲속문화촌→고석정
둘째 날: 한탄강 래프팅→소이산→철원 노동당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철원화강쉬리캠핑장(영농조합법인 쉬리마을추진위원회) www.swiripark.com
- 철원군 관광 http://tour.cwg.go.kr
- 두루웰숲속문화촌 www.cwg.go.kr/site/duroowell
- DMZ평화의길 www.dmzwalk.com  

문의 전화
- 철원화강쉬리캠핑장(영농조합법인 쉬리마을추진위원회) 033)458-7200
- 철원군청 관광문화체육과 033)450-5365
- 두루웰숲속문화촌 033)450-5198
- 고석정(철원군시설물관리사업소) 033)450-5559
- 철원 노동당사(철원군시설물관리사업소) 033)450-5559
- DMZ평화의길 고객센터(방문 신청 접수) 1644-1303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철원(와수리),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44회(06:00~20:50) 운행, 약 1시간50분~2시간20분 소요. 와수시외버스터미널에서 택시 이용, 약 5000원. 서울-학사리, 동서울종합터미널 정류장에서 경기고속 3002번 버스 50분 간격(06:00~20:30)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철원화강쉬리캠핑장까지 도보 5분. 서울-학사리, 지하철 4호선 수유역 4번 출구 앞 정류장에서 경기고속 3005번 버스 50분 간격(06:20~20:4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철원화강쉬리캠핑장까지 도보 5분.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txbus.t-money.co.kr 경기고속 02)455-2114 

자가운전
세종포천고속도로(구리-포천) 신북 IC→호국로 35km→문혜지하차도 진입→호국로 10km→만경교차로 화강 방면 우회전→철원화강쉬리캠핑장

숙박 정보
- 한탄리버스파호텔: 동송읍 태봉로, 033)455-1234, www.hantanhotel.co.kr
- 대명관광호텔: 서면 와수로181번길, 033)458-8167
- 썬레저텔: 동송읍 태봉로, 033)456-2120

식당 정보
- 평남면옥(꿩냉면): 서면 와수로, 033)458-2044
- 생수송어횟집(송어회): 근남면 하오재로, 033)458-1205
- 운정가든(한우생갈비): 동송읍 이평로, 033)455-8533, http://cityfood.co.kr/ file2/h_0115/57347/index.html

축제·행사 정보
제13회 철원화강다슬기축제: 2019년 8월1~4일, 김화읍 화강(김화생활체육공원) 일원, 033)452-3600(철원군축제위원회)

주변 볼거리
DMZ생태평화공원, 사라진마을 김화이야기관, 순담계곡, 직탕폭포, 삼부연폭포, 철원 승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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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