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에 각 세우는’ 민주당 의원들 막전막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7.08 10:06:08
  • 호수 12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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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총선모드? 샅바싸움 시작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21대 총선이 다가오고 있어서일까.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내부서 반기의 조짐이 새나온다. 주로 이해가 상충되는 지역구 의원들 사이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요시사>는 그들의 불만이 무엇인지, 왜 불만이 나오는지를 집중 해부했다. 
 

▲ 문재인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다. 그는 지난 19대 대선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5월 가진 취임 2주년 방송 대담서 “무조건 그 속도로 인상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한발 빼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노동계의 생각은 다르다. 최저임금위원회 소속 노동자위원들은 지난 2일 자신들의 첫 요구안으로 시급 1만원을 제시했다.

당 내부서
불만 고조

최저임금위는 공전 상태다. 지난 3일 위원회는 노사 양측의 요구안을 갖고 밤샘 논의를 거쳤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노동계의 시급 1만원과 경영계의 8000원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노사 양측에 수정안을 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문 대통령은 노동계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촛불정부’를 자부하는 지금의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는 데 노동계의 지분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박근혜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일각에선 노동계가 문정부에 요구하는 사항을 ‘촛불청구서’라 부른다.

그러나 당내 사정은 다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부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의원들이 있다. 그들은 ‘최저임금 동결론’을 주장하고 있다. 주로 당내 경제통 의원들과 비문계 인사들이 이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당내 경제통이자 당대표 경제특보를 맡고 있는 최운열 의원은 거듭 최저임금 동결론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그는 “지난 1분기 성장률의 내용을 보면 민간 부문의 성장률이 0.1%고 정부 부문이 마이너스 0.6%”라며 “민간 부문 0.1%는 상당히 위험한 신호”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최저임금 동결론에 당내 상당수 의원이 함께 동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최근 이 같은 의견을 이해찬 대표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대 노조의 반발을 예상해 민주당 지도부가 실제로 최저임금 동결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표 떨어질라” 당내 총선 위기론↑
최(저임금)·신(공항)·자(사고) 암초

비문(비 문재인)계서도 최저임금 동결론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문계 중진으로 분류되는 송영길 의원은 “내년 최저임금은 동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신 근로장려세제와 주거비, 사교육비 완화 등을 통해 기업 부담을 줄이면서 근로자의 실질적 가처분소득을 늘려주는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당내 대표적 비문계로 알려진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장관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예방한 후 기자들과 만나 “최저임금에 관한 입장은 여러 차례 밝힌 바 있기 때문에 똑같은 입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 3월 열린 자신의 인사청문회서 “내년 경제 상황이 (최저임금을)동결해야 할 정도로 심각해지면, 동결에 가까운 수준으로 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역구 의원들 입장에선 최저임금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유권자의 상당수가 지역 자영업자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민주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지역 사무실로부터 자영업자들의 항의전화가 많이 온다는 말을 들었다”며 “경기도 좋지 않은데 최저임금까지 인상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다. 자영업자들을 달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이러다가 총선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있다”고 털어놨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에 대해서는 비문·대구경북 지역구 의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장관이 이 문제를 국무총리실서 재검토한다는 합의문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지역구 의원
위기감 느껴

앞서 김 장관은 이 같은 결정을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부울경 광역단체장을 만나 합의했다. 김해신공항 검증 논의를 국무총리실로 이관한다는 내용이었다. 

대구경북과 부울경이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부울경에선 국토부의 이번 결정으로 가덕도신공항 입지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대구경북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은 반응이다. 3년 전 합의로 간신히 잠잠해졌던 지역 갈등 문제가 국토부의 이번 결정으로 다시금 수면 위로 오른 것이다.

민주당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구 수성갑을 지역구로 둔 김부겸 의원은 “5개 지방자치단체의 합의로 이뤄진 만큼 그 합의의 절차를 존중해야 한다. 3개 지자체서 이야기한다고 바로 이렇게 해도 되느냐”며 “총리실서 철저히 절차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 대표적 비문계 인사인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구 북구을을 지역구로 둔 홍의락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실이라면 어처구니없는 행동이다. 5개 광역단체장의 합의정신은 어디로 갔느냐”며 “최소한 5개 단체장이 다시 만나는 형식적 절차라도 있어야 말이 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민주당 구미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현권 의원 역시 “5개 단체장이 합의하는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총리실서도 재검토 과정서 5개 단체장의 의견을 모두 수렴해 반영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경북 지역 야당 인사들도 거들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긴급 공동발표문을 통해 “그동안 국토부는 수차례 김해신공항 건설 사업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고 공언해왔다”며 “김해신공항 건설 사업의 재검토를 받아들인다면, 영남권을 또 다시 갈등과 분열로 몰아가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사태가 확산되는 움직임을 보이자 김 장관은 수습에 나섰다. 부울경 광역단체장들이 문제를 제기해 합의점을 찾는 과정이지, 기존 김해신공항 건설 추진을 변경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김 장관은 “부울경서 제기한 안전, 소음, 관문공항의 확장성 등 쟁점에 대해 합의점을 찾자는 것이지 원점으로 돌리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총리실이 김해신공항 입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입지를 바꿀 것이냐’는 질문에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강 건너
불 보듯?

이 같은 수습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대구경북 의원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점차 가중되고 있다. 안 그래도 험지서 한국당과 싸워야 하는 상황인데 신공항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현 정권이 정치적으로 ‘TK(대구경북) 패싱’을 선택했다는 말이 들려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부에선 김해신공항을 변경하지 않을 것이라 말하지만, 새롭게 들여다봐서 만약 부적합 판정이 나온다면 어떻게 하겠나”라며 “안 그래도 부산 민심이 흉흉하다는 말이 들리는데 그때도 김해신공항을 밀어붙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종국에 가서는 가덕도신공항으로 변경될 것이라 내다봤다.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문제도 민주당 내 반발이 심하다. 최근 전북교육청이 전주 상산고 등의 재지정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논란의 불씨가 당겨졌다.
 

▲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북 출신의 민주당 정세균 의원은 “이번 상산고 재지정 취소 과정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전북교육청이 재지정보다 취소 쪽에 무게를 두고 행정 절차를 강행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전북교육청은 상산고 평가 기준을 다른 지역 기준점(70점)보다 높은 80점으로 잡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지난달 26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서 “하나고(서울)를 제외하면 모두 미달이다. 거의가 그렇다는 것은 기준이 문제라는 뜻 아니냐”며 “전북교육청이 기준점을 80점으로 올린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같은 자리서 김승환 전북교육감을 향해 “일반고와 자사고의 평가 기준을 같이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일반고를 평가했더니 70점이 넘기 때문에 80점으로 했다는 점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TK 패싱’에 부글부글
자영업자 항의 이어져

자사고 폐지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이자 국정과제다. 문 대통령이 내놓은 공약은 설립 취지에 어긋나게 운영되고 있는 특수목적고(이하 특목고)와 자사고를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고, 특목고와 자사고의 우수학생 선발 기능을 폐지토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 때문에 교육부와 지역 교육청이 문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해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러한 일각의 주장은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최근 국회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문정부는 대통령 한마디에 좌지우지되지 않는다. 지난 정부와 다르다”며 “교육정책은 대통령 한마디에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평가와 여론 등을 반영해 추진되고 있다”고 일각의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다.

청와대 역시 일각서 제기되고 있는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상산고 지정 취소(폐지) 동의 여부는 교육부 권한이며, 청와대는 이에 대해 의사 결정한 바 없다”고 밝혔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 중진들이 공개 반발하면서 청와대 기류도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자사고 문제를 두고 벌어지는 논란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주 서울 지역 자사고 13곳에 대한 평가 결과가 예정돼있다. 이미 전국 곳곳에서는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서울 22곳 자사고 학부모들 모임인 ‘자사고학부모연합회’(자학연)는 지난 3일 ‘자사고 폐지를 막아달라’는 취지의 편지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김새는
전북·TK

정치권에선 자사고 폐지 문제가 결국 정치적 논리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자사고의 수보다 일반고의 수가 많기 때문에 문정부의 자사고 폐지 노선이 선거에서는 유리할 수 있다는 견해다. 실제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집회도 있지만, 이를 찬성하는 측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역교육단체 28개 단체가 참여하는 ‘상산고 자사고 폐지-일반고 전환 전북도민대책위’는 최근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는 대통령이 공약한 대로 자사고 등 특권학교 폐지를 선언하고 교육 자치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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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만 아는 보수대연합

장동혁만 아는 보수대연합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방선거를 53일 앞두고 미국으로 떠났다. 그러자 일각에선 “장 대표가 지방선거 패배 후 부정선거론을 제기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장 대표가 취임 직후 구상했던 보수 대연합은 이미 무너졌다. 그의 구상은 왜 무너졌을까? 그리고 누가 그다음을 노리고 있을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1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장 대표는 미국 국제공화연구소의 초청을 받았다. 원래는 지난 14일부터 2박4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초청 측의 요청으로 3일 앞당겨 출국했다. 누가 뭐래도 앞당긴 출국 장 대표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세계의 자유를 지키는 최전선 워싱턴 DC로 출발했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코 외면할 수 없기에 나아간다”고 주장했다. 6·3 지방선거를 53일 앞둔 시점에서, 그것도 일정을 더 늘린 출국이었다. 그 스스로는 “6·3 지방선거는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는 거대한 전선이 될 것”이라며 “지방선거를 앞둔 현재의 분열과 고통의 시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고, 위기의 대한민국 앞에서 우리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지난 14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너무 갑작스럽게 비밀스럽게 가셔서 명분을 모르겠다”며 “선거를 코앞에 앞둔 상황에서 공천도 마무리가 안 됐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도 같은 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지금 가장 우선으로 해야 할 것은 선거가 어려운 상황에서 뛰어야 하는 후보들이 단 하루라도 낭비하지 않도록 후보를 빨리 결정지어 주는 일”이라며 “그걸 포기하고 미국에 간 것은 이번 선거가 이미 어렵게 된 마당에 포기하는 심정으로 차라리 다음에 어떤 정치적 행보를 위해서 지지층 결집을 목적하려고 간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지난 11일 경기 수원 방문 도중 기자들을 만나 “미국에 지방선거 표를 찍어줄 유권자가 있느냐”며 “리더가 이번 지방선거를 포기한 거 아니냐는 느낌을 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런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장 대표와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이 미국 국회의사당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한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9일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국제공화연구소의 중요한 목적·역할 중 하나는 각국 부정선거 감시”라며 “장 대표가 그에 대한 기법을 배우고 와서 지방선거 패배 후 부정선거 때문에 졌다고 얘기하려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윤희석 전 대변인도 같은 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비슷한 주장을 했다. 보다 못한 <조선일보>는 지난 10일 국제공화연구소 근무 경력이 있다는 익명의 워싱턴 DC 외교·안보 싱크탱크 연구원의 발언을 인용해 “개발도상국·후진국의 선거 도중 발생할 수 있는 부정을 감시하는 국제공화연구소를 단순히 부정선거론 연구기관으로 매도하는 것은 상당히 모욕적인 수사”라면서 장 대표를 두둔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8월 당 대표 당선 과정에서 대여 투쟁과 단일 대오를 강조했다. 선출 직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도 “단일 대오로 뭉쳐 제대로 싸우는 야당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지금부터 단일 대오에서 이탈해 내부 총질하는 분들과 당론을 계속 어기는 분에 대해서는 결단하겠다”고 주장했다. 선거 앞두고 미국행…일각선 “부정선거론 배우러?” 극복 못 한 모순…당내 한 제외하고 당외 이와 연대? 이후 진행된 것은 한 전 대표·김 전 최고위원 제명과 배 의원 당원권 1년 정지 등 친한계 일원들에 대한 징계였다. 이들 중 배 의원은 법원에 징계 효력 정치 가처분을 신청했고, 지난달 인용돼 징계 효력에서 벗어났다. 친한계 구성원들은 다수의 방송 시사 프로그램에 활발하게 출연하면서 이익과 불이익을 동시에 전달하고 있다. 원외 인사들도 방송 출연을 통해 존재감을 유지하면서 이들의 의견을 왕성하게 전달한다. 하지만 장 대표 등 친한계가 아닌 국민의힘 인사들에 대해서도 공격적인 의견을 밝히기 때문에 비판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해 9월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면서 “방송에서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를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그가 한 전 대표 대신 선택한 연대 시도 대상은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였다. 지난 1월엔 이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공천 헌금 의혹·통일교 게이트 특검법 공동 추진을 합의했다. 지난달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여 투쟁 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이 대표와의 연대를 통해 보수 대연합을 시도한 것이라는 해석이 다수 나왔다. 하지만 이 대표는 “공조와 연대는 다르다”면서 선거 연대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도 이 대표가 국민의힘에서 징계를 받고 대표직에서 물러나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을 토대로 국민의힘에 대한 강한 반감을 유지하고 있다. 당내 경쟁자와의 투쟁을 위해 불미스럽게 당을 나간 외부 인사와의 연대를 추구하는 그림에 대해선 한동안 “모순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보수 대연합은 당내 갈등을 봉합한 후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인 순서”라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당선 과정에서 구 친윤(친 윤석열)계와 강경 보수 성향 윤 어게인 세력의 지원을 받았다. 이를 토대로 장 대표의 구상을 확인할 수 있다. 장 대표는 친한계를 국민의힘에서 내보낸 후 구 친윤계·윤 어게인을 묶어 강경한 선명 보수 야당을 만들어 그 위에 군림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구 친윤계 중 상당수는 대구·경북·강원 등 국민의힘의 텃밭으로 통하는 지역 내 유지들과 밀착해 정치활동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어게인 세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두둔하면서,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했다. 두 세력에 대해선 “같은 ‘보수’라는 테두리 안에 있을 뿐, 성향이 전혀 다르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구 친윤계는 언론 노출을 가급적 피하면서 지역구 관리에 공을 들이는 토착 보수 성향을 보인다. 반대로 윤 어게인 세력은 대규모 집회 개최·유튜브 활동 등 강경한 의견을 왕성하게 표현하는 것에 주력한다. 실패한 연대 이대로 포기? 아울러 구 친윤계는 윤 어게인 세력과 밀착하는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지난달 국민의힘 의원 전원 명의로 발표된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선언에도 참여하는 등 윤 전 대통령을 이미 지웠다. 반대로 전한길씨 등 윤 어게인 세력은 절윤 선언을 격렬하게 비판하면서 장 대표에 대해서도 독한 비난을 이어갔다. 장 대표로선 지난해 당 대표 선거 출마 이후부터 구상했던 “구 친윤계·윤 어게인을 묶는다”는 목표가 어긋난 것으로 보여질 여지가 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 지방선거 패배와 장 대표 체제 붕괴에 대비해 ‘포스트 장동혁’을 거론하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거친 후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 포스트 장동혁에 도전할 수 있는 인사로는 ▲오세훈 서울시장 ▲한 전 대표 ▲신동욱 수석최고위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달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공천 1차 마감 시한까지 신청하지 않았다. 이어 당의 인적 쇄신·절윤 선언 실천·혁신 선대위 설치 등을 요구하면서 장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다. 오 시장은 추가 공모 기간 내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이때까지도 “서울시장 출마가 아니라 장 대표 체제 붕괴 후 당권에 도전하려는 게 아니냐”는 말이 돌아다녔다. 따라서 오 시장의 선거 당락을 떠나 그가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되지 않는다. 서울시장 5선에 성공하더라도 당 대표 출마 및 당선 후 겸직을 막을 법적 제한은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4일 전입신고를 하는 등 부산 북갑에서 재보궐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확정된 전재수 의원은 이곳에서 3선을 했고, 현재 부산 내 유일한 민주당 의원이다. 한 전 대표가 이곳에서 당선돼 민주당의 부산 내 근거지를 소멸하면 국민의힘에 복귀해 다시 당권·대권에 도전할 명분이 붙는다. 신 최고위원에 대해선 지난해 12월부터 “포스트 장동혁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장 소장은 지난해 12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의힘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로는 안 되겠다면서 신 최고위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으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고 주장했다. “구 친윤계로서는 오 시장도 구 친윤계와 성향이 다른 수도권 내 보수 성향 엘리트에 속해 부담스러워할 것이고, 오랫동안 갈등했던 한 전 대표는 말할 것도 없다”는 분석도 돌아다녔다. 신 최고위원에 대해선 한동안 서울시장 출마설도 돌았지만, 실제로 출마하지는 않았다. 3인방 행보는? 성향이 전혀 다른 세력을 조율하면서 그 수장으로 군림하는 데에는 ▲전략적 경계 설정 및 수용 ▲고도화된 소통 ▲정치적 영향력 행사 기술 ▲유연한 지도력 등 고난도 정치술이 필요하다. 이 정치술을 갖추고 세력 조율을 시도했던 대표적인 정치인은 조선 제22대 임금 정조였다. 효종·현종은 어느 한 세력이 일방적인 우위를 점하지 않는 방향으로 서인·남인의 당쟁을 관리했다. 하지만 2대 독자로서 강한 정통성과 고집 센 성격을 가졌던 숙종은 주기적으로 환국을 일으켜 한 세력에 일방적으로 정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왕권을 강화했다. 서인은 학문 방향·남인에 대한 대응 등 논점에서 의견이 엇갈려 노론·소론으로 갈라졌다. 영조가 즉위했을 때는 노론·소론의 당쟁이 극대화됐다. 이 때문에 소론·남인 강경파가 영조를 인정하지 못해 군사 반란을 일으킨 이인좌의 난이 발생했다. 이후 영조가 추진했던 탕평책은 노론·소론의 온건파만 조정에 남겨놔 균형을 유지하는 완론 탕평이었다. 이 때문에 종전엔 없던 탕평파라는 당파가 탄생했다. 이들은 영조의 완론 탕평에 협조해 살아남았다. 하지만 탕평파에는 영조의 사도세자 살해를 끝까지 막지 못했다는 정치적 약점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탕평파의 핵심이었던 사도세자의 처가 풍산 홍씨는 세손 정조의 정치 보복을 우려해야 했다. 정조의 즉위를 도왔던 세력은 영조의 계비 정순왕후의 처가 경주 김씨 가문이었다. 결국 영조의 완론 탕평은 유교에서 금기시하는 척신 정치로 나아갔다. 정조는 즉위 초엔 홍인한·정후겸 등 자신의 즉위를 방해한 세력의 핵심을 숙청한 후 측근 홍국영에게 전권을 맡겼다. 그러다가 홍국영이 과도한 권력욕을 드러내자 숙청한 후 영조와 정반대로 준론 탕평을 추진했다. 준론 탕평은 각 당파의 강경파를 전면에 내세워 당파마다 선명한 당론을 내세우게 한단 것이다. 이는 곧 “영조 이전의 정치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었고, 각 당파에 스스로 생각하는 의리를 명확하게 밝히라고 요구하는 체제였다. 그들의 의리 중 무엇이 옳고 그른지 선택하는 심판 겸 절대자는 정조 자신이었다. 정조가 홍국영 숙청 이후 선택한 정국 관리 대리인은 소론 강경파 겸 시파였던 서명선이었다. 이어 그를 견제하기 위해 영조 대에 사실상 조정에서 사라졌던 남인을 조정에 편입시키려고 남인 영수 채제공에게 고위직을 부여했다. 아울러 자신의 스승이었던 김종수와 초강경파인 심환지 등 노론 벽파와 정민시 등 노론 시파도 조정에 공존시켰다. 각 당파의 수장들을 골고루 챙겨 자신으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한 경쟁을 시킨 것이었다. 각 당파의 강경파만 엄선해 조정에 공존시켜야 했기 때문에, 정조의 갈등 조정 업무는 매우 많았다. 김종수는 이따금 갈등을 일으켰다. 정조는 매번 적당한 선에서 김종수를 처벌하면서 그 갈등을 무마했다. 정조도 김종수에 대해선 “위험에 직면하면 위험에서 건져주고, 거의 죽게 되면 죽음에서 구원해 줬다”고 말했다. 선거 패배하면 주목받을 ‘포스트 장’ 누구? 정조의 준론 탕평 갖가지 비결…누가 갖췄나? 서명선은 공개적으로 “저는 채제공과 의리상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고, 채제공이 역적이 아니면 저는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명선은 이인좌의 난 이후 남인에 대한 감정이 격렬해진 소론 일각의 정서를 조정에서 공론화했다. 그런데 막상 서명선은 심환지로부터 탄핵당했다. 서명선이 영의정이 된 것에 심환지가 불만을 품은 것이었다. 그러자 정조는 크게 분노해 김종수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그런데 “내가 당신에게 상처를 줄까 봐 두렵다”면서 벽파를 ‘우리 벽패는’이라고 일컫는 등 심환지에게 수많은 밀지를 보냈던 사람은 정조였다. 심환지는 보는 즉시 태워 없애야 하는 밀지를 보관해 후세까지 전하게 했다. 이 밀지 모음이 ‘정조 어찰첩’이다. 정조는 심환지에게 밀지를 보내 정국 관리 구상을 밝히면서 심환지에게 구체적인 역할을 부여하는 등 막후에서 ‘정국’이란 거대한 연극의 감독 겸 주연을 맡았다. 이것으로도 부족해 정조는 세자에게 양위한 후 스스로 정예부대로 육성했던 장용영을 데리고 수원 화성으로 물러앉아 조정을 감독하는 원격 통치를 구상했다. 정조가 정했던 시기는 1804년이었지만, 정조는 1800년 훙서했다. 정조가 구상했던 준론 탕평은 정조 말고는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정조는 할아버지의 극진한 총애를 받을 정도로 공부에 몰두해 즉위 후엔 스스로 성리학의 정통이자 스승을 자처했다. 이는 신하들이 임금을 가르치는 경연을 없애고, 임금이 신하를 가르치는 초계문신제를 채택한 것에서 확인된다. 아울러 서명선·김종수·정민시 등은 정조가 세손 시절부터 가까이 지내면서 사조직 동덕회를 조직할 정도로 측근이었다. 조정 내부엔 정조의 준론 탕평에 동조하는 시파가 있었고, 정조 어찰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벽파와의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조정 외곽엔 영남 남인 1만명이 연명해 정조의 사도세자 복권을 시도하고 정조의 준론 탕평에 호응하는 등 지지를 보내고 있었다. 친위 무력 기반 장용영도 있었다. 이것으로도 부족해 밀지를 주고받으면서 막후에서 정국을 설계하면서 이끄는 부지런함까지 갖췄다. 꿈꾸는 잠룡들 과연 국민의힘은 서로 전혀 다른 구 친윤계·친한계·강경 보수를 모두 조율할 수 있는 수장을 배출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선 모두의 인정을 받는 월등한 실력과 부지런함을 갖춰야 한다. 장 대표가 지금이라도 이를 소화할 수 있을지, 아니면 새로운 누군가가 나타날지, 보수 성향 유권자의 가슴은 타들어 가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