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발’ 1600억대 깡통어음…‘중국으로’ 국부유출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지난해 금융투자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1600억원대 ‘중국기업어음부도 사건’의 경찰 수사 결과가 나왔다. 경찰은 관련 직원들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또 관리·감독 소홀이 이번 사건의 큰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고 한화·이베스트증권에도 함께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을 검찰에 제시했다. 1600억원은 모두 중국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부유출 논란까지 일고 있다.
 

지난 4일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역외 자회사(CERCG캐피탈)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한 어음(ABCP)을 국내 증권사들에 판매하는 과정서 뒷돈을 받은 혐의(특정경제처벌법상 사기 및 수재, 자본시장법 위반)로 한화증권 직원 A씨와 이베스트증권 직원 B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검찰 송치 전 A, B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A씨는 구속됐다.

알면서?

경찰에 따르면 한화·이베스트증권 소속 두 직원은 중국 CERCG로부터 52만5000달러(약 5억6000만원)의 뒷돈을 받고 CERCG캐피탈의 ABCP를 국내 증권사들에게 무리하게 판매했다. 1600억원대 ABCP가 부도에 이른 이유가 중국외환국(SAFE)의 승인이 필요한 CERCG 본사의 지급보증이 실행되지 않은 점인데 사전에 SAFE 승인에 대해 현대차증권 등 국내 증권사 6곳에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기 혐의를 적용할 수준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중국기업어음부도 사건’은 지난해 5월8일 한화·이베스트증권이 ABCP를 발행해 국내 증권사에 판매하면서 시작됐다.


한화·이베스트증권은 특수목적회사(금정제십이차)를 세운 뒤 중국 에너지기업 CERCG의 역외 자회사가 발행한 회사채 1억5000만달러어치(약 1646억원)를 담보(기초자산)로 이 어음을 발행했다. 해당 어음을 사들인 국내 증권사는 현대차증권(500억원), BNK투자증권(300억원), KB증권(200억원) 등 6개이다.

그런데 지난해 11월9일 이 어음이 만기를 맞자 부도가 났다. CERCG 본사가 지급보증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600억원에 달하는 어음이 휴지조각이 된 것이다.

중국외환국(SAFE)의 승인이 없었기 때문에 CERCG 본사는 지급보증을 하지 않았다. 중국은 자본 유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기 때문에 돈이 중국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지급보증의 경우 반드시 허가를 받게 한다. 

피해액이 가장 컸던 현대차증권은 애초에 상품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두 증권사 직원들을 고소했다. 수사에 착수한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한화·이베스트증권을 압수수색까지 벌였다. 이 과정서 경찰은 A씨와 B씨가 중국 기업으로부터 뒷돈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한화·이베스트증권에도 함께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을 검찰에 제시했다. 수사기관이 개인이 아닌 증권사 법인에까지 혐의를 적용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두 증권사의 관리·감독 소홀이 이번 사건의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 것이다.

1600억원대 어음 휴지조각 돌변
경찰, 대표이사 및 법인에도 혐의

경찰 관계자는 “이 부분에 있어 두 증권사가 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조사 과정서 한화·이베스트증권 대표이사를 모두 소환했다. 이에 따라 검찰의 수사가 한화·이베스트증권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서 ‘중국기업어음부도 사건’를 거론하며 “정상적 금융거래하면 부도위험이 보도됐을 때 펀드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며 “부도 위험을 알고도 계속 판매를 이어간 것을 파렴치한 행위이자 사기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이 사건과 관련한 최종 책임자는 누구라고 생각하냐는 지 의원의 질문에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라고 생각한다”며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의 자산유동화어음 사태로 소비자에게 미친 피해가 큰 만큼 다시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깡통어음 사건과 관련 서울경찰청이 불법을 저지른 관련자 외에도 법인까지 모두 기소의견을 내자 금융투자업계는 긴장하는 모습이다. 지금까지 증권가서 직원의 일탈이나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이들에 대한 1차 조사와 처벌은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이 진행하지만 법인에 책임을 묻는 건 추후 금융당국의 몫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경찰이 1차 수사단계서부터 증권사의 대표이사들을 소환하는 등 강력한 모습을 보였고 이례적으로 법인에도 혐의를 적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용평가사의 상환능력 평가만을 참고하는 것은 완전하지 않다”며 “신용평가기관의 위험통제는 신용위험의 관점서 이뤄지는 만큼 이외의 잠재적인 위험의 통제와 유동화 시장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시장 참가자의 노력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태가 발생한 후에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증권사 내부통제 시스템도 지적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화·이베스트증권이 소속 직원의 비리를 사전에 감지하지 못한 점이 사건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몰랐다?

한화투자증권 측은 “우선 직원의 법 위반행위에 대해선 송구하다”며 “법인 차원의 관리감독은 이뤄졌다고 경찰 조사 과정서 충분히 설명했다. 앞으로 검찰 및 법원서 충실히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이베스트증권 측도 “직원의 사기 혐의에 대해 경찰 수사 과정서 충분히 설명했다. 앞으로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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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