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내놓고 딴생각하는 김정주 속내

13조 왔다 갔다…마음은 콩밭에?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카카오, 넷마블과 사모펀드 KKR, 베인캐피털, MBK파트너스 총 다섯 곳이 참여한 넥슨 인수전의 본입찰이 마감됐다. 이번 인수전은 매각 규모만 총 13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거래인만큼 그 향방을 두고 업계의 시선이 집중돼있다. 이런 가운데 김정주 NXC 대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가상화폐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는가 하면, 골프장 사업을 명목으로 용인에 땅을 구입하기도 했다. 넥슨을 팔려고 내놓고 비(非)게임 사업에 투자하는 김 대표의 속내는 무엇일까?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 거래인 게임업체 넥슨 인수전의 본입찰이 마감됐다.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미국서 마감된 넥슨 매각 본입찰에는 카카오, 넷마블, MBK파트너스, KKR, 베인캐피털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관심을 모았던 중국 텐센트는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인수전은 매각 규모만 총 1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게임 시작
13조원 빅딜

당초 넥슨 본입찰은 지난 2월 예비입찰 이후 4월 중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지난달 15일로 미뤄졌으며 이후에도 마감 시한이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김정주 NXC 대표가 원하는 가격과 인수업체 측이 제시한 가격 사이의 간극이 큰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매물 대상은 김 대표와 특수관계인 넥슨 지주회사의 NXC 지분 98.64%이다. 넥슨 보유 지분 47.98%의 가치는 6조∼7조원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넥슨이 상장된 일본 증시의 공개 매수 조항을 고려하면 최대 13조원의 인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매각 액수가 10조원이 넘다 보니 일부 후보의 경우 자금조달 여부가 불확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경우 향후 인수 후보 간 연합이나 제3의 후보 등장이라는 변수도 배제할 수 없다.


넥슨 본입찰은 인수 후보 모두 컨소시엄이 아닌 단독으로 참여한 것이 특징이다. NXC와 매각주관사인 UBS, 도이치증권, 모건스탠리 등이 본입찰까지 개별입찰 참여원칙을 고수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다.

본입찰 마친 넥슨 인수전…주인은 누구?
가격이 가장 큰 변수…무산될 가능성도?

다만 매각 협상 진행 과정서 다양한 전략 싸움과 물밑 작업이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현재 인수 후보 주체들이 단독입찰로 각개 전투를 벌이는 상황이다.

현재 본입찰대로 단독입찰을 추진할 경우 각 사업자별로 장단점이 뚜렷한데, 자금 조달 측면에서는 사모펀드가 유리할 수 있고 경영 측면에서는 국내 기업인 카카오나 넷마블이 유리할 수 있다.

김 대표가 올해 초 “넥슨을 전 세계서 더욱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 데 뒷받침이 되는 여러 방안을 놓고 숙고 중”이라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경영을 유지할 수 있는 형태의 M&A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김정주 NXC 대표

업체 간 컨소시엄은 자금조달이 용이한 사모펀드와 전략적 투자자가 손을 잡는 형태로 이뤄질 공산이 크다. 게임운영과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향후 사업시너지를 고려하면 넷마블과 카카오 위주로 컨소시엄이 구성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카카오와 넷마블 입장에선 유용할 수 있는 현금이 2조원 안팎에 그치다 보니, 넥슨 인수 의사를 밝힌 사모펀드와 손을 잡으면 자금 조달이 훨씬 수월할 수 있다.


가상화폐도?
꾸준한 관심

예비입찰과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들이 컨소시엄에 합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텐센트는 넷마블의 3대 주주이면서 카카오의 2대 주주인 만큼 어떤 형태로든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텐센트는 넥슨 매출의 절반에 이르는 ‘던전앤파이터’를 중국에 퍼블리싱하면서 매년 넥슨에 1조원을 지불하고 있다.

텐센트로서는 던전앤파이터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고 로열티 지출을 줄이기 위해 매각에 개입하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다.

현재 넥슨 매각은 인수후보 우선협상권 획득과 인정, 기업 실사, 구체적인 계약 조건과 가격 협상, 대금 지불 등 많은 절차가 남아있다. 이 과정서 인수 후보 간 전략에 따라서 매각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이런 가운데 김 대표가 블록체인 분야에 추가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이목을 끌고 있다. 이에 대해 넥슨 매각 이후 게임이 아닌 다른 분야로의 도전을 준비 중인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정주 NXC 대표는 지난해 말께 가상화폐 거래 중개업체 타고미에 투자했다. 타고미는 개인투자자를 위한 가상화폐 거래 대행 서비스 제공 업체다. 골드만삭스 임원 출신의 그레그 투사르, 유니온스퀘어벤처스 출신의 제니퍼 캠벨 등이 설립했다.

김 대표 외에도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했다.

땅 산 이유는?
골프장에 관심

NXC는 2017년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의 지분 65.19%를 912억원에 인수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벨기에 투자전문 자회사 NXMH를 통해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를 인수하는 등 가상화폐 및 블록체인 분야에 대한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다는 것.

또 김 대표가 평소 블록체인을 미래 먹거리로 여겨왔다는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 같은 김 대표의 행보가 다음 목표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넥슨 매각 추진도 새로운 도전에 집중하기 위한 결단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한 매체에 따르면 김 대표가 GS가(家)와 함께 골프장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경기도 용인 지역에 땅을 사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달 31일 업계에 따르면 가승개발은 최근 용인시 소재 토지 4220㎡(1276평)를 약 21억7000만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가승개발은 골프장 운영 등을 사업 목적으로 하는 기업으로 2016년 1월 NXC가 GS가 3세 경영회사인 승산과 50%씩 공동 투자한 곳이다. 승산은 고(故) 허만정 GS 창업주의 다섯째 아들 고 허완구 승산 회장 일가가 소유하고 있다.


가승개발은 이번에 경기도 용인 소재의 2964㎡ 규모 땅을 15억2500만원에, 1256㎡ 규모 땅을 6억4600만원에 각각 취득하기로 했다. 가승개발은 용인 땅 취득과 관련 “사업 영위를 위한 부동산 확보”라고 설명했다. 가승개발은 이 땅들을 오는 12월23일 취득 완료할 계획이다.

인수전 치열한데 다른 사업 기웃
뜬금없이 가상화폐·골프장 눈독

앞서 가승개발은 올해 초 4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서 NXC와 승산으로부터 20억원씩 추가로 투자받은 바 있다. 당시 이에 정통한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가승개발이 골프장 사업을 실제로 진행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유상증자했다”고 설명했다.

즉 골프장 사업 진행을 위한 유상증자 후 첫 토지 매입인 만큼 골프장 규모에 맞게끔 향후 토지 매입이 추가적으로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승개발의 사업목적은 종합 체육시설업과 골프장 운영 건설사업, 골프장 운영과 관련된 부대사업, 관광호텔업이다. 이렇다 보니 김 대표가 비게임 사업에 잇따라 실탄을 장착하는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넥슨그룹의 지배구조는 ‘김정주 및 특수관계인-NXC-넥슨(일본법인)-넥슨코리아 및 계열사’로 돼있다. 김 대표가 넥슨 매각 과정서 블록체인과 관련된 비게임 사업 부문은 제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혹은 우선 모두 매각한 뒤 원하는 부문만 다시 사들이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창업자인 김 대표가 그동안 게임 외 사업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기 때문에 나오는 관측이다. 실제로 NXC는 레고 중개사이트 ‘브릭링크’, 노르웨이 명품 유아용품 브랜드 ‘스토케’ 등을 인수한 바 있다.

새로운 도전?
비게임 주력

김 대표는 넥슨 매각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롭고 도전적인 일에 뛰어든다는 각오”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새로운 도전’이 블록체인 등 신기술에 대한 투자사업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의 입장문서 구체적인 매각 계획이나 사업 방향을 읽긴 어렵지만 새로운 도전을 강조한 만큼 비게임사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간 내 세계시장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사업영역이 많지 않아 신중히 결정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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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