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노리는 KCGI 노림수

막기 전에 급소부터 친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서막이 열렸다. KCGI는 한진칼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 2대 주주로 등극했다. KCGI는 최근까지 경영권 개입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한진그룹 내 악재가 매듭지어지지 못하는 가운데 KCGI의 공세는 확대되고 있다. 이들의 신경전은 결국 소송전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지난 3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서울 연차총회 최종 브리핑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취임 이후 첫 공식 행사이자 첫 기자간담회였다. 지난 4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 이후 그룹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아울러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의 개입 여부로 그룹의 정상궤도 안착에 관심이 쏠렸다. 

강성부 펀드
적극적 공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이날 KCGI에 대해 “대주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한국형 행동주의 사모펀드’를 표방하는 KCGI는 지난해 말부터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의 지분을 야금야금 차지하고 있다.

KCGI를 이끌고 있는 강성부 KCGI 대표는 과거 LK투자파트너스를 설립해 투자 수익을 올리던 중 지난해 7월 독립, KCGI를 설립했다. 강 대표는 블라인드 펀드로 1300억원이 넘는 출자금을 모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KCGI는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면서 투자 배경에 대해 밝혔다.

KCGI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진칼은 대한항공과 진에어, 한진 등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회사”라며 “계열사들의 유휴자산 보유와 투자지연 등으로 매우 저평가돼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진칼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증대 기회도 매우 높다”며 “주요주주로서의 감시 및 견제 역할을 활발하게 수행할 경우 한진칼의 기업가치 증대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KCGI는 지난해 11월 장내매수를 통해 한진칼 지분의 9%를 확보, 2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을 단숨에 제쳤다. 이어 지난해 12월 한진칼 지분을 10.71%로 늘렸는데 한진칼의 핵심 자회사 한진으로 그 범위를 넓히기도 했다. 지난 1월엔 한진 지분 8.03%를 획득했고, 그 다음 달에 10.17%로 지분을 높였다.

KCGI는 지난 1월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공개 제안하는 등 본격적으로 고삐를 당기고 있다. KCGI는 한진칼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을 내세우는가 하면 대주주 일가 개인 차원의 비위 행위와 사익편취 행위, 상속세 절감 의혹, 계열사 지배 문제 등을 거리낌 없이 언급했다.

나아가 ‘회사에 대해 범죄행위를 저지르거나 회사의 평판을 실추시킨 자의 임원 취임 금지’를 거론하며 사실상 총수 일가를 정조준했다.

경영권 분쟁 서막? 기싸움 팽팽
꾸준히 지분 확보 적극 개입 의지

KCGI의 적극적인 행보와 함께 지난 3월 주주총회가 열렸다. 당시 KCGI는 한진칼 2대주주로서의 역할이 시험대에 올랐다.

당시 주총의 핵심 안건 중 하나는 ‘석태수 사내이사 사장 재선임’이었는데 KCGI는 석 사장의 연임을 반대했다. 석 사장이 한진해운 파산 등과 관련해 그룹을 위기에 빠트렸다는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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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석 사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사내이사에 재선임되면 더 투명한 책임경영을 통해서 회사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주주들에게 호소했다.

반면 주총에 참여했던 신민석 KCGI 부대표는 “한진해운 사태 당시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한진칼 사내이사로 한진해운 지원을 위해 상표권을 인수해 한진칼 주주 이익을 훼손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KCGI는 석 사장의 재선임 반대를 분명히 했지만 결과는 찬성 65.46%로 결국 재선임됐다. 석 사장 안건 외에도 재무제표 승인 등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혔지만 관철시키지 못했고 주총은 KCGI의 패배로 막을 내렸다.

KCGI는 이후 한진칼 보유 지분을 늘렸으며 지난 4월 14.84%에 이어 지난달 15.98%의 지분을 추가로 획득했다. 또 지분을 최대주주 고 조 전 회장(17.84%)과 2%포인트 내로 좁혔다.

KCGI는 한진칼 지분을 15.98%로 늘리면서 “‘승계 및 특수상황 부문’과 ‘글로벌 부문’을 신규사업 부문으로 신설했다”고 밝혔다. KCGI의 사업 신설은 한진칼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됐다.

지분 확대
관철 의지

KCGI는 승계 및 특수상황 부문에 대해 “기업의 성공적 승계와 특수상황서 주주와 기업은 물론, 경영자와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들 공동의 문제해결서 발생하는 투자기회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칼이 마주한 승계과정 등에서 역할을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글로벌 부문에 대해선 ‘신규 해외투자기관 발굴’과 ‘이를 통한 투자자 유치 업무 담당’이라고 소개했다.

KCGI는 5개의 계열사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SPC)인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를 중심으로 유한회사 엠마홀딩스, 유한회사 디니즈홀딩스, 유한회사 캐롤라인홀딩스, 유한회사 베티홀딩스가 한진칼 지분을 매입했다. 5개 계열사의 출자금은 각각 ‘KCGI 제1호(의 2∼5호) 사모투자합자회사’서 비롯됐다.

지분 15.98%를 달성하면서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공정거래법 제12조에 따르면 상장사 주식 15% 이상(비상장사 주식은 20%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기업결합신고’를 해야 한다. 기업결합신고란 2개의 기업이 1개의 기업으로 합병되거나 별개인 2개의 기업 가운데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의 주식을 취득해 실질적으로 경영을 지배하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신고하는 것을 말한다.

독과점 등 시장경제 왜곡 여부에 대해 심사를 받는 것이다.
 

▲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자산총액이나 매출액이 3000억원 이상인 회사가 자산총액이나 매출액이 300억원 이상인 기업의 주식을 취득할 때 기업결합신고를 해야 한다. 그 반대의 경우(자산총액이나 매출액이 300억원 이상인 회사가 자산총액이나 매출액이 3000억원 이상인 기업의 주식을 취득할 때)도 해당된다.

KCGI가 기업결합신고를 하게 된다면 투자자를 공개해야 한다. 심사 과정서 자금출처를 확인하기 때문이다. 사모펀드는 소수 투자자로 구성된 만큼 당사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 투자자 공개 시 한진칼의 접촉 여부도 KCGI에겐 리스크로 통한다. 한진칼서 투자자들을 우호세력으로 확보하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퇴직금…
상속세…

KCGI가 지분 확보를 계속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미 1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만큼 물러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수익 면에서도 나쁘지 않다. 한진칼 주가는 KCGI의 역할과 존재감이 부각되면서 상승세를 탔다. 고 조 전 회장 사망 전 한진칼 주가는 2만원대 수준이었지만 이후 4만원대를 기록했다. 주가가 상승하면서 수익도 상승했다.

KCGI는 한진칼 경영권 개입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지난 4일 한진칼 공시에 따르면 그레이홀딩스는 지난달 29일 ‘검사인 선임’을 요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청했다. 고 조 전 회장의 퇴직금 및 퇴직위로금 지급 관련 규정에 대해 주주총회, 이사회 결의가 이뤄졌는지 검사인 선임을 통해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KCGI가 소송을 제기한 까닭은 총수 일가의 상속세 마련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다. 상속세는 상속개시일(사망일) 전후 각각 두 달 동안의 주가를 기준으로 부과된다. 고 조 전 회장의 별세(4월8일)를 기준으로 한다면 상속세는 2월9일서 6월7일까지 한진칼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부과된다.

고 조 전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을 한진 일가는 상속세 마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브리핑서 상속세와 관련해 “제가 이런 언급을 하면 주가에 반영될까 조심스럽다”며 답변을 피한 바 있다. 주가가 상승할수록 상속세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KCGI는 고 조 전 회장의 퇴직금이 한진 일가의 상속세 조달 방안으로 판단, 제동을 걸고자 한다는 분석이다.

고 조 전 회장은 한진칼, 대한항공, 한진 등 5개 계열사서 총 107억1815만원의 보수를 받았고, 대한항공은 그에게 400억원대의 퇴직금을 지급했다. 위로금은 유족의 뜻에 따라 별도로 지급하지 않았다.

주식 15% 넘겨…추가 매입 관심
소송전 불사 ‘본게임 시작됐다’

한진그룹 측은 “고 조 전 회장의 퇴직금 및 퇴직 위로금과 조 회장 선임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레이스홀딩스는 조 회장 선임이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 공정위에 제출한 동일인 변경 신청서에 한진칼이 조 회장을 ‘회장’으로 기재했는지 여부도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 한진칼은 “KCGI의 요구와 관련해 추후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사진 왼쪽)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KCGI의 경영권 위협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진 일가의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진그룹은 지난달 공정위의 동일인(총수) 지명을 두고 가족 간 갈등을 노출했다. ‘총수를 누구로 할지’를 두고 조 회장을 비롯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이 의견일치를 보지 못한 것이다. 결국 공정위는 직권으로 조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조 회장은 국제항공운송협회 브리핑서 상속 지분 문제에 대해 “가족들과도 많이 협의하고 있고 합의가 완료됐다고 말씀은 못 드리지만 지금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며 가족 간 갈등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안팎서 흔들리는 한진그룹을 상대로 KCGI는 전열을 가다듬는 모양새다. 지난 3월 주주총회 이후 2라운드 돌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다.

내우외환
흔들흔들

조 회장은 국제항공운송협회 브리핑 당시 KCGI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 “KCGI와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최근에 만난 것은 없다”며 “(회사가)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작년으로 알고 있다”며 “KCGI가 제게 만나자고 연락을 해온 적은 없으며, 연락이 와도 주주로서 만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후 KCGI의 소송 제기로 당분간 긴장된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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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