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재수회’ 액션플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6.03 10:20:51
  • 호수 12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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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지켜라!” 드디어 출동하는 ‘문벤져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재수회’는 정권 실세들의 모임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들로 구성됐다. 지금의 문 대통령을 있게 만든 공신들이다. 그동안 재수회는 소문만 무성했을 뿐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러나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복귀와 맞물려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오는 모습이다.
 

▲ 조국 민정수석, 조윤제 주미대사,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

재수회는 ‘재인을 수시켜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모임()’이다. 지난 2012년 대선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결성한 모임으로 알려진다. 2012년은 18대 대선이 있던 해로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48.02%)는 박근혜 후보(51.55%)에게 약 3%포인트 차이로 아깝게 패했다. 대선 재수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문의 남자
멤버는?

재수회의 멤버는 당정청에 포진해 있다. 주요 멤버는 청와대의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정부의 서훈 국가정보원장, 조윤제 주미 대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박광온 의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등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8월 사임한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과 지난 1월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직을 사임한 탁현민 대통령행사기획자문위원도 수시로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멤버로 알려진다. 모두 문 대통령의 당선과 국정운영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최측근들이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뼈문’(뼛속까지 친문)의 대표격이다. 그는 충북 청주서 태어나 청주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99년 정계에 입문했다. 


지난 17대 총선 때 국회에 입성한 그는 19대 국회까지 내리 3선에 성공했다. 노 비서실장은 현역 의원이던 시절 국회 신성장산업포럼 대표와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전임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노 비서실장을 소개하는 자리서 “국회서 다년간 신성장산업 포럼을 이끌며 다져온 산업·경제계 등 각계 현장과의 풍부한 네트워크 및 소통 능력이 강점이며, 민생경제 활력을 불어넣어 포용 국가의 기틀을 다져야 할 상황서 비서실을 지휘할 최고 적임자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노 비서실장은 두 번의 대선 모두 문 대통령의 곁을 지킨 정치적 동지다. 지난 2012년 대선 때 문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수행했으며, 지난 2017년 대선 당시에는 조직본부장을 맡아 문 대통령 당선에 공을 세웠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지난 1월8일 노 비서실장에 대해 “지금의 난관을 돌파하려면 공직 기강을 잡는 것이 급선무인데, 노 비서실장이 군기반장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며 “10년 넘게 그와 함께 국회의원 생활을 했으니 그에 대해 알 만큼 안다. (노 비서실장을) 한마디로 평가하면 카리스마를 갖춘 제갈공명 같은 인물이다. 또 시인으로서 부드러움도 겸비했으니 외롭고 힘든 국민들에게는 위로와 용기를,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국민들에게는 힘껏 응원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진문’(진짜 친문)으로 통한다. 부산 출신인 그는 서울대 법대를 나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로스쿨 법학박사 과정을 밟았다. 이후 대법원 양형제도 연구위원회 위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법무부 검찰인권평가위원회 위원,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등 시민단체는 물론 정부 인권 관련 조직에 두루 참여한 이력을 갖고 있다.

조 수석은 진보적 성향의 소장파 학자다. 법조계 경력은 없지만 그는 다수의 대학서 법대 교수로 활동하며 전문성을 증명했다. 특히 폭넓은 헌법 및 형사법 지식과 인권의식을 토대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왔다는 평을 받아왔다. 

실세부터
진문까지


문 대통령과는 지난 2012년 대선 때부터 연을 맺어왔다.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이던 시절 ‘김상곤 혁신위원회’의 혁신위원으로 활동했다. 문 대통령이 당선된 19대 대선 때는 SNS와 유세를 통해 문 대통령 당선을 도왔다.

문 대통령은 그런 그를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했다. 검찰 출신이 아닌 학계 출신 인사가 민정수석에 임명되는 것은 참여정부 마지막 이호철 전 민정수석 이후 10년 만이다. 

조 수석은 ‘최장수’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문정부 수립 이래 청와대 수석급 중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참모는 조 수석이 유일하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이 물러나는 와중에도 문 대통령은 조 수석을 교체하지 않으며 그에게 여전한 신뢰를 보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서 최근 차관급 인사를 평가하면서 “문 대통령은 몸통인 조 수석은 그대로 두고 깃털인 조현옥 전 수석만 경질했다”며 “조국을 위한, 조국에 의한, 문재인의 조국 사랑 인사였다”고 비판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노영민 비서실장

조윤제 주미대사 역시 재수회의 일원이다. 부산 출신 경제학자인 그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경제보좌관과 주영국대사를 지낸 이력을 갖고 있다. 지난 2017년 5월에는 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유럽연합 및 독일을 방문한 바 있다. 2017년 11월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당시 그를 영접한 사람은 조 대사 내외였다.

19대 대선 때는 문 대통령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소장으로 활동했다. 이 때문에 문정부 출범 초부터 경제 및 외교 분야서 중책으로 기용될 인물로 자주 거론됐다. 한때 조 대사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뒤를 이을 신임 비서실장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지금의 ‘문’을 만든 공신들
노영민·조국·서훈·양정철…

청와대 수석 중에서 조 수석이 최장수라면, 대사 중에서는 조 대사가 최장수다. 문정부의 1기 4강 대사 가운데 조 대사를 제외한 주중·일·러대사 모두 교체됐다. 조 대사는 최근 한미정상 통화 유출 사태로 책임론에 휩싸여 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서 “일개 외교부 참사관이나 야당 국회의원 한 사람에게만 물을 일이 아니다”라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조 대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조 대사의 책임론에 대해 “우선은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수습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유보적 입장을 내놨다.

현역 국회의원 중에서는 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대표적 재수회 멤버로 불린다. 전남 해남 출생인 그는 고려대 사회학과를 나와 곧바로 MBC에 기자로 입사했다. 이후에는 사회부, 국제부, 정치부를 거치며 청와대 출입기자, 도쿄특파원 등으로 활동했다. 

<9시 뉴스데스크> 앵커, <100분토론> 사회자로 활약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2008년 그는 보도국장으로 승진했지만, 이명박정부의 ‘미디어법’에 반발해 투쟁에 앞장섰다가 보도국장직서 해임당했다. 

이후 문 대통령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당시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지난 2014년에 있었던 7·30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통해 국회 입성에 성공한 박 의원은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이던 시절 그의 비서실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오랜 기간
인연 맺어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은 서울 출생으로, 여의도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를 나온 법조인이다. 서울중앙지검 검사와 대검 마약과장을 거쳐 노무현정부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역임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신 전 실장은 문 대통령을 직속상관으로 모시며 손발을 맞췄다. 지난 2005년 사정비서관을 그만둔 그는 법률사무소 김앤장에 들어가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19대 대선 때 문재인캠프로 자리를 옮겨 법률지원단장직을 수행했다. 

신 전 실장은 문정부 출범 직후 민정수석 또는 법무부장관 후보 하마평에도 오르내렸다. 그러다 지난 2017년 6월 국정원 예산과 인사를 관장하는 기조실장으로 임명됐다. 1년2개월이 지난 지난해 8월 신 전 실장은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서훈 국정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재수회 멤버다. 인터넷언론 <더팩트>는 양 원장이 서 원장과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구의 한 한정식집에서 비공개로 만나 만찬을 가졌다고 지난달 27일 보도했다.

즉각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이 불거졌다. 양 원장이 있는 민주연구원은 민주당의 싱크탱크로 선거 때 전략 기획 및 공천 작업을 주도하는 기관이다. 양 원장 부임 이후 민주연구원이 사실상 민주당의 ‘총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서 원장은 대한민국 정보당국의 수장이다.


2017 대선 프로젝트 중추
‘문캠프’ 출신 다수 포진

두 사람은 문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로 잘 알려져 있다. 양 원장은 현 정권의 ‘실세’로 통한다. 문 대통령을 항상 지근거리서 보좌했다. 19대 대선 때 문재인 후보 비서실 부실장을 맡았던 양 원장은 당시 문 후보의 메시지, 일정 등을 관리했다. 2016년 6월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서 물러난 후 네팔로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났을 때 양 원장과 탁현민 대통령행사기획자문위원이 함께한 일화는 유명하다.

서 원장은 국정원 3차장과 대북전략실장을 역임한 ‘베테랑 대북 전문가’다. 그는 김대중-노무현정부서 ‘대북 협상’을 주도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과는 18대 대선 때 민주당 선대위 ‘미래캠프’ 산하 남북경제연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19대 대선 때도 선대위 국방안보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문 대통령 당선에 힘을 보탰다.

이 때문에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두 사람의 만남을 문 대통령의 의중과 연결시킨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달 29일 “‘문 대통령의 의중에 따른 것 아니겠는가’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서 원장은 즉각 물러나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문 대통령이 파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서훈 국가정보원장 ⓒ사진공동취재단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이 회동을 두고)여당 내 공천 추천자 정보 수집, 야당을 죽이기 위한 정보 수집, 국정원을 통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 모의 시도라는 시나리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지난달 28일 서 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국정원의 정치 관여를 금지한 국정원법 9조 위반 혐의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모르지만, 국정원장이 여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과 만난 것만으로도 정치 개입의 여지는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야권 의혹
“정치개입”

반면 당사자들과 청와대, 민주당은 사적 만남일 뿐 국정원의 정치개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양 원장은 논란이 일자 “당일 만찬은 독대가 아니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적인 지인들이 함께한 모임”이라며 “특별히 민감한 이야기가 오갈 자리도 아니었고 그런 대화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사람의 사적 만남에 대해 국정원의 국내 정치개입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2017년 대선 프로젝트는 대단위로 진행됐다. 학계 출신 전문가 그룹인 ‘심천회’, 실무자 그룹인 ‘광흥창회’, 그리고 이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문 대통령 최측근 그룹인 재수회 3개 팀을 가동했다. 이 중 ‘머리’라고 할 수 있는 재수회가 실제 선거판에 개입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부엉이모임’은?

친문 인사들의 모임인 소위 ‘부엉이모임’이 정치권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해당 모임은 ‘부엉이처럼 밤을 새워 달(moon: 문재인 대통령)을 지킨다’는 뜻에서 비롯됐다.

문 대통령 측근인 전·현직 의원 50여명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엉이모임 멤버로는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을 비롯해 박범계·박광온·황희·이철희 등 현역 의원,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도종환 문화체육부장관,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이호철 전 청와대 수석,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정태호 일자리수석 등이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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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