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박근혜 ‘금연정책’ 비교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5.27 10:43:52
  • 호수 12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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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와의 전쟁’ 그 결과는?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문재인정부가 ‘담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비가격 금연정책’ 강화라는 카드다. 흡연율을 빠르게 낮추기 위한 실질적 금연 카드로 읽힌다. 담뱃값을 손봤던 박근혜정부와는 다른 행보다.
 

보건복지부가 ‘흡연을 조장하는 환경 근절을 위한 금연종합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목표인 2022년까지 남성 흡연율을 29% 이하로 떨어뜨리기 위한 시작점이다.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문정부의 강한 금연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문정부는 이러한 세부 내용을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진행한다는 복안이다. 

멘솔 없어져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담뱃갑의 변화다. 문정부는 종류별로 고유 디자인(색상·글자 크기·글씨체·상표 표시·소재 등)을 갖고 있는 담뱃갑 디자인을 똑같이 한다는 계획이다. 표준 디자인의 도입이다. 이는 담배회사가 ‘매력적인 담뱃갑 디자인’을 통해 흡연을 유도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표준화된 담뱃갑은 2022년 도입이 목표다.

담뱃갑에 그려진 경고 그림의 크기도 변한다. 경고 문구가 새겨진 면적은 현행대로 20%를 유지하는 한편, 그림의 면적은 30%서 55%로 크게 해 담뱃갑 전체 면적 중 75%를 차지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빠르면 2020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광고물도 변화한다. 동물이나 만화 캐릭터를 광고물에 넣을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인상적이다. 또 소매점에서는 담배광고와 동일한 규모로 금연광고를 하는 것이 의무화된다.


영상물에 일정 분량 이상의 흡연 장면이 나오면, 해당 영상의 도입부에 반드시 금연 공익광고를 내보내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이는 청소년이 흥미를 가질 만한 요소를 미연에 차단하기 위함으로 읽힌다.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2.8%였던 남녀 청소년의 흡연율은 2018년 6.7%로 떨어졌다. 10년 사이 절반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최근 3년을 기준으로 하면 얘기가 다르다. 청소년 흡연율은 최근 오름세로 돌아섰다. 2016년 최저치인 6.3% 이후 2017년 6.4%, 2018년 6.7%를 기록했다.

실내흡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부분도 눈길을 끈다. 현행은 연면적 1000㎡ 이상 건축물과 일부 공중이용시설만 실내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도록 돼있지만, 문정부는 이를 확대해 2021년에는 500㎡ 이상의 건축물까지, 2023년에는 모든 건축물을 금연구역으로 할 계획이다.

2025년에는 모든 실내흡연실을 폐쇄할 예정이다.

문정부는 길거리 흡연과 이에 따른 간접흡연에 대한 대책도 내놨다. 실외 흡연 가능 구역을 전국적으로 1만개까지 늘린다는 복안이다(현재 금연구역의 흡연 가능시설 632개). 

이번 발표에는 수제담배·전자담배에 대한 부분도 포함됐다. 수제담배의 경우 제조에 필요한 장비를 영리 목적으로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전자담배의 경우 흡연 시 사용하는 ‘흡연 전용기구’에 경고그림을 부착하는 안이 나왔다. 일반 담배에 준하는 수준으로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목표점은? 흡연율 29%↓
담배업계 반발 어쩌나…


가향물질이 든 담배도 2021년부터 단계적으로 퇴출한다는 방침이다. 가향물질은 담배에 첨가된 향을 의미한다. 박하나 초콜릿향이 대표적이다. 이는 세계적 추세에 부합한다.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담배에 가향물질을 첨가하는 행위를 완전히 금지한다.

금연치료도 강화된다. 금연구역서 흡연하다 적발된 사람에게 금연치료를 받는 전제로 과태료를 감면해주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금연교육을 이수하면 50%를 감면해주고, 보건소 등에서 금연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면제해주는 식이다.

문정부는 병원서 이루어지는 금연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모두 강력한 비가격정책들이다. 이는 가격정책을 사용했던 박근혜정부와 대비된다. 지난 2015년 박정부는 국민의 흡연율 감소를 위해 담뱃값을 기존 2500원서 4500원으로 약 2000원을 인상했다. 

이는 당시 ‘꼼수 증세’ 논란을 불러왔다. 2000원을 인상하면 흡연율 저하보다 세수 확보 효과가 더욱 크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쏟아졌다. 안종범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이 지난 2014년 브리핑을 통해 “담뱃값 인상은 흡연으로 인한 국민 건강상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현재에 이르러서는 담배 판매량 감소와 세수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지난 4월26일 발표한 ‘2019년도 1분기 담배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담배 판매량은 7억8000여만갑으로 집계됐다. 박정부가 가격정책을 펴기 전인 2014년 1월부터 3월까지의 판매량이 9억4000여만갑인 것에 비해 1억6000여만갑이 줄어든 것이다.

세수 확보 효과도 나타났다. 2019년 1월부터 3월까지 걷힌 담배 제세부담금은 2조2000여억원으로 2014년 동 기간의 1조4000여억원에 비해 약 8000억원이 늘었다. 담뱃값 총 4500원에 대한 세금과 부담금은 담배소비세 1007원, 지방교육세 443원, 폐기물부담금 24원, 국민건강증진기금 841원, 부가가치세 409원, 개별소비세 594원, 원가·마진 1182원이다.

길거리 흡연도

문정부의 비가격정책이 실제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실질적인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문정부가 발표한 세부 내용은 국민건강증진법, 담배사업법 등의 개정으로 실현 가능하다. 담배업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문정부는 강력한 금연 정책인 담뱃값 재인상에 대해 당장은 검토하지 않을 방침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세계적인 담배와의 전쟁

영국과 프랑스 등 8개국은 표준담뱃갑을 도입해 시행 중이다. 2012년 표준담뱃갑을 도입한 호주는 흡연율 2.3%포인트 감소라는 효과를 거뒀다.


표준담뱃갑은 담배 회사의 담뱃갑 광고를 원천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해외에서는 금연 정책 시행을 넘어 담배공급을 규제하는 ‘담배종결전’을 추진하고 있다. 담배진열 금지, 담배광고 금지, 필터사용 금지, 담뱃세 인상 등이다. 2025년까지 흡연율을 5% 미만으로 낮춘다는 목표를 잡은 국가도 있다.

국내 흡연율은 2008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7년에는 성인 남성 흡연율이 역대 최저치인 38.1%에 이르렀으나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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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북한 도발에 역대 정부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대북 확성기를 틀거나 삐라를 날리면서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북한도 오물 풍선과 무인기를 날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물론 윤정부도 참지 않았다. 북한처럼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 이 비밀 작전은 국가안보실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군 관계자로부터 국가안보실 지시로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6개월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언급했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라는 평가다. 안보실 중 국방·안보 파트는 1차장 소관이다. 나머지는 각각 외교와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태효 전 1차장이었다. 계속되는 군 거짓말 내란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우리 군 무인기라며 공개한 사진 외에도 우리 군이 보낸 또 다른 무인기가 있다는 진술을 군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팀에 “백령도에서 날린 무인기 두 대 중 한 대는 평양에 추락했고, 나머지 한 대는 평양 인근에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김명수 합참의장과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사실관계 공개 자체를 거부해 왔다. 앞서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은 북한 외무성이 지난해 10월 “한국이 10월3일, 9일, 10일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범시켜 삐라(대북 전단지)를 살포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국방부 국방과학연구소는 국회에 제출한 ‘북 전단 무인기 비교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우리 군 드론작전사령부(드작사)에 납품한 무인기의 전체적인 형상이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등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고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켰다며 외환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있었던 북한군의 서울 상공 무인기 침투와 2024년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한 대북 작전이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해 국가원수 경호 방공망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다가 2024년 5월부터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수천 개를 한국에 살포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윤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남북 긴장이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상황 관리에 치중했다. “국방·안보 1차장 소관”…정보융합팀 추진? 국군조직법상 부적절…당시 실장들은 몰랐다 그러자 민주당 등에서도 오물 풍선의 자유 낙하를 기다리는 군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휴전선 상공에서 풍선을 격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당시 “북한이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 다양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드론사에 무인기 침투 작전을 지시한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수사 중이다. 군 안팎에선 ‘김 전 장관→김 의장→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드론사에 지시가 내려갔을 가능성과, 김 전 장관이 김 의장이나 이 본부장을 건너뛰고 드론사에 직접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합동참모본부와 방첩사령부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사령관은 무인기 북파 시점을 전후해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과 김 의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특검팀은 “2024년 6월 드론사 방첩대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는 군 현역 장교의 증언도 확보했다. 당시 드론사 방첩대 지휘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맡았다. 드론사는 적 무인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에 출범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합동 전투부대로, 국군조직법에 따라 합참의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안보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부대다. 그러나 특검팀에 출석한 군 관계자는 “모든 군 작전은 상급 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지시를 받는데 무인기 침투 작전은 대통령실 안보실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며 “북한이 무인기 추락 사실을 공개한 날 작전을 수행한 드론사령부에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격려금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관계없는 안보실 왜? 민주당 부승찬 의원도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대통령)의 지시라며 국가안보실 직통으로 무인기 침투 작전을 하달했다”는 내부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당 외환유치진상조사단은 올해 초부터 드론사가(歌) ▲무인기 기종 재고 현황 ▲평양에 드론이 침투한 지난해 10월 드론사 상황일지 ▲삐라통을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터 보유 여부 등의 자료 제출에 성실히 응하고, 수사기관이 김 사령관과 핵심 참모들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안보실은 당시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인성환 제2차장이 지난 2024년 3월 드론사를 공식 방문한 바 있다”며 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이는 육·해·공군 주요 사령부 현장 확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부대 방문이며, 당시 드론사의 업무보고 등 공식 일정에 다수의 드론사 장병들이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또 “김용대 드론사령관은 같은 해 8월 국가안보실 방문 당시 드론 전력화 방안 및 국방혁신위원회 안건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방부 및 방사청 관계관 다수와 함께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다수의 인원이 함께한 공식 방문과 안보 태세 강화를 위해 정상적으로 추진한 업무를 ‘북풍 몰이’로 연결 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자,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외환 의혹 관련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연결고리’를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 통수권자인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 군부대까지 이어지는 지휘체계 전체가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이 김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 구속하고, 군검찰과 협조해 여 전 사령관·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추가 구속한 것도 외환 수사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계엄 비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노상원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 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수상한 연결고리 김봉규 정보사 대령의 “(노씨가)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다. 언론에 특별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는 경찰 진술 등도 특검으로 송부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주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드론사가 안보실의 지시로 무인기 침투 비밀 작전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가리키는 시기는 지난해 8월이다. 안보실은 산하에 1·2·3 차장을 둔다. 이들은 각각 국방과 외교,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 전 1차장이었다. 안보실장은 장호진·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었으나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안보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실세 중의 실세였다. 최종적으로 안보실장이 모든 보고를 받지만 핵심 정보는 김태효 전 차장이 먼저 훑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 전 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북파공작부대(HID)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속초 갔던 김, HID 출신 용산 스카우트 왜? “방문 이례적” 대북 공작 플랜 일환이었나 김 전 차장이 HID를 방문한 이후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인간정보 특기(820) 육관사관학교 60기 출신 오모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갔다. 오 중령은 인성환 당시 안보실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지난 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실이 당시에 언급했던 것처럼 오 중령이 소속된 팀은 ‘대북 특수정보’를 다룬다. 대북 문제에 대해 깊숙하게 알지 못하는 김 전 1차장을 사실상 보좌하는 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오 중령은 정보사 내 얼마 남지 않은 ‘대북 공작’ 전문가로 꼽힌다. 12·3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성욱 정보사 대령의 계보를 잇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안보실의 지시로 드론사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실행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오 중령이 속한 팀이 작전의 밑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보사 내부의 분석이다. 무인기를 언제 평양에 보내고 어떤 방법을 구사해야 하는지도 대북 공작의 한 종류기 때문이다. 일부러 들키려 분명한 목적 정보사 한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를 날린 시기를 보면 대북 공작 플랜을 한두 달 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 때나 막 날리는 게 아니다. 어떤 목적을 정한 이후 그다음 시기를 정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대북 공작은 일부러 들키게 하거나 정말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일부러 들키려 한 공작은 ‘북풍 공작’이다. 이 방법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쓰지 않았던 방법이다. 자칫하면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고 실패할 경우 정보사의 피해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