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단독 후… 한국자산신탁 불공정약관 철퇴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5.27 10:11:36
  • 호수 12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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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특약 무효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자산신탁의 신탁계약서가 ‘불공정약관’이라며 철퇴를 가했다. <일요시사>는 앞서 한국자산신탁의 갑질과 불공정약관 의혹 등을 연속 보도한 바 있다. 한국자산신탁의 신탁계약서가 불공정약관으로 판명되면서 유사한 신탁계약서를 사용했던 부동산신탁업계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한국자산신탁(이하 한자신)의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서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자신의 신탁계약서와 특약사항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법)의 적용을 받는 약관에 해당된다. 공정위는 한자신의 신탁계약서 특약사항의 일부 조항이 약관법을 위반한 불공정약관이기 때문에 무효로써 수정 및 삭제 조치를 내렸다. 

30년 만에 
처음 판단 

<일요시사>는 앞서 한자신이 ‘대구시 수성구 두산동 13번지 지상 오피스텔 및 근린생활시설 신축 및 분양사업’(이하 대구 두산동 신축 분양사업)서 위탁자의 돈을 쌈짓돈처럼 사용한 의혹을 제기했다(<일요시사> 1160호 ‘한자신의 이상한 영업’ 참조).

한자신은 부도난 시공사에게 허위 공사대금을 위탁자 동의 없이 지급한 의혹이 있다. 시공사의 하도대금 미지급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방조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불어 추가공사가 없었음에도 공사비를 증액하는 등 신탁사로서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6월 한자신이 선관주의·충실의무를 위반해 위탁자의 신탁재산에 손실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대구 두산동 신축 분양사업의 위탁자인 정유경씨는 “한자신이 선량한 위탁자의 재산을 마음대로 유용해 피해를 입었다”며 “신탁계약서에 있는 부당한 면책 조항으로 위탁자를 상대로 갑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갑질 의혹 최초 보도 이후 공정위 조사
신탁계약서 무효 판단…업계 파장 예상

정씨는 지난해 8월31일 공정위에 한자신의 신탁계약서와 특약사항이 불공정약관이라며, 약관심사를 청구했다. 공정위는 9개월여 만인 지난 17일 정씨와 한자신이 체결한 신탁계약서가 불공정약관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공정위 문건에 따르면 정씨가 약관심사를 청구한 18개 조항 중 13개(약관 4개 조항, 특약사항 9개 조항)가 불공정약관으로 무효인 것으로 나타났다. 
 

▲ 공정거래위원회의 약관심사 결과 통지문

▲약관 제11조(건물·건축 등) 제3항= 수탁자가 신탁재산으로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에는 위탁자가 시공사에 대한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무효)

▲약관 제15조(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수탁자가 신탁건물의 건축공사, 신탁재산의 처분·관리·운용, 그밖의 신탁사무에 대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해 처리한 경우 신탁기간 중 또는 신탁 종료 후 위탁자, 수익자, 우선 수익자 및 그 상속인에게 손해가 발생되더라도 그 책임을 지지 않는다.(무효)

금감원도
“문제 있다”

▲약관 제21조(하자담보 책임 등)= ①위탁자는 신탁기간 중 또는 신탁 종료 후 그 신탁한 토지에 하자가 있거나 그로 인해 손해가 발생된 경우 그 책임을 진다.(무효)


②수탁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로써… 신탁부동산에 대해 발생된 하자 및 그 하자가 있음을 원인으로 위탁자 또는 수익자에게 발생된 손해 등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무효)

▲특약사항 제22조(시공사의 부도, 파산 등)= ① 丙(병-시공사)은 공사를 중도 포기할 수 없다. 다만 丙의 부도, 파산, 인수, 합병 등의 사유로 인해 공사 중단, 지연으로 예정 공기에 공사를 완공하기 어렵다고 乙(을-신탁사)이 판단하는 경우 丙은 건축물의 공사를 중지하고, 공사 현장을 乙이 지정하는 자에게 즉시 명도해야 한다. 이 경우 乙은 공사 도급 계약을 해지·해제하고 예정 가격 및 계약 조건을 제시해 乙의 내부 규정서 정하는 방법 및 절차에 따라 시공사를 재선정할 수 있다. 甲(갑-위탁자)과 丙은 이에 일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무효)

③ 제1항과 같이 공사중단, 지연 또는 丙이 공사를 계속할 수 없는 경우 ‘본 사업’ 및 ‘본 신탁계약’과 관련된 丙의 모든 권리행사는 즉시 중단된다. 丙은 새로운 시공사 선정 등으로 인한 입주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등 乙에게 발생한 모든 손해를 부담해야 하며, 본 사업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은 본 사업의 정산 시에 일괄 정산하기로 한다.(무효)
 

▲ 일요시사는 지난해 한국자산신탁의 신탁계약서 11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불공정약관 의혹을 제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한국자산신탁의 신탁계약서가 불공정약관이라고 판단했다.

⑥ 본조에 의한 공사도급계약의 해지, 시공사 변경 및 그에 따른 사업비(공사비 등)의 증가 등 본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乙이 행한 일체의 행위 및 그 결과(공사비 정산 포함)에 대해 甲, 丙 및 丁은 乙에게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무효)

▲특약사항 제29조(사업시행자의 권한)= 乙이 본 신탁계약의 각 규정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령 및 사업인허가 조건의 이행, 본 사업 관련 민원의 발생 및 분양관련 일체의 사항, 각종 용역계약 및 소송, 자금조달 등으로 비용 또는 책임을 부담하는 경우에는 그 면책을 위해 乙이 본 사업에 관한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乙이 부담하는 비용 발생 시 乙은 이를 甲의 부담으로 신탁재산에서 집행하되, 신탁재산으로부터의 집행이 어려울 경우 丙이 이를 책임지고 甲에게 대여하거나 직접 乙에게 대지급하기로 한다.(무효)

▲특약사항 제30조(면책조항)= ① 乙이 본 사업을 원만히 수행하기 위해 처리하는 모든 업무 및 그 결과는 甲에게 귀속된다. 이에 대해 甲은 일체의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무효)

② 본 사업과 관련해 乙의 귀책사유가 아닌 사유로 乙이 부담하는 비용 또는 乙에게 손해배상(손실)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귀책사유가 있는 甲 또는 丙이 이를 부담하지 않을 경우, 乙은 乙의 부담비용 또는 손해배상(손실) 상당액을 신탁재산서 우선 충당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해 수익자는 일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무효)

③ 신탁등기의 유효성은 우선 수익자가 점검, 확인해야 한다. 수탁자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없으며 「신탁법」 제8조에 의한 사해신탁에 의거 본 신탁계약이 취소되거나, 「신탁법」 제22조서 규정한 신탁 전의 원인으로 발생된 권리의 실행으로 신탁부동산에 관한 소유권변동이 있는 경우 乙은 (우선)수익자에 대해 그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무효)

선관주의
충실의무 위반

▲특약사항 제32조(기타)= ① 어떠한 원인에서든지 본 신탁계약의 일부 용어, 약정, 조건 또는 규정이 불법이거나 무효이거나 집행 불가능하더라도,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본 신탁계약의 나머지 조항은 유효하고 집행 가능하며 완전한 효력을 갖는다.(무효)

② 본 신탁계약의 내용은 법령에 위배되지 않으며, 乙에게 효력을 가지는 법원의 재판, 행정기관의 행정처분이나 신탁감독기관의 관련 지침과 지도 등에 위배되지 않도록 변경·처리될 수 있음을 甲, 丙 및 丁은 이해하고 보장한다.(무효)

<일요시사>는 한자신의 신탁계약서 견본 2부(분양형·차입형)와 복수의 위탁자와 체결한 신탁계약서 11건을 입수해 비교·분석한 결과, 한자신의 신탁계약서가 공정위서 정한 불공정약관의 대표적인 유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일요시사> 1183호 ‘한자신 불공정약관 의혹 추적’ 참조). 


약관 심사한 18개 조항 중 13개 불공정
11개 부동산신탁사 계약서 수정 불가피

당시 <일요시사>는 한자신의 신탁계약서 특약사항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거나 부당한 면책 조항으로 위탁자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갑질 계약이라고 보도했다. 법조계에선 한자신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항을 특약에 넣음으로써 약관규제법을 우회적으로 피해갔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약관심사 결과 <일요시사> 보도가 대부분 사실인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공정위가 한자신의 신탁계약서 일부 조항을 무효라고 결정하면서, 위탁자들의 피해 구제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법 104조(불공정한 법률행위)에 따르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해 현저하게 공정성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정했다.

한자신은 공정위 결정에 대해 말을 아꼈다. 한자신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한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정위가 부동산신탁 시장이 열린지 30년 만에 처음으로 특약사항을 약관으로 본 것이다. 부동산신탁업계 전체가 함께 논의해야 될 사안”이라고 밝혔다. 

전면 수정
후폭풍 예고


한자신 신탁계약서의 특약사항 일부가 불공정약관이라고 판단한 공정위의 결정은 부동산신탁업계에 큰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국내 11개의 부동산신탁사들이 한자신과 비슷한 신탁계약서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신탁사 고위 관계자는 “부동산신탁사들은 여타 금융업과 달리 다루는 상품이 서로 다르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신탁계약서도 대동소이하다”고 설명했다. 향후 11개의 부동산신탁사들의 신탁계약서 수정 및 삭제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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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