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3주년 특집 특별초대석> 북한인권시민연합 차미리·김소희 선임간사

“인권은 인권일 뿐 색깔로 보지 마세요”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한국엔 3만7000명의 북한이탈주민들이 살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폭력으로 자유를 억압받는 인권 유린 현장에 노출돼왔다. 260만명의 강제 노동자, 정치범 수용소 등으로 국제 사회의 지탄을 받던 북한은 세계 최악의 인권 탄압국으로 선정됐다. 북한 주민들에겐 현실이다. 북한을 떠나면 더 나아질까. 아니다. 저주받은 땅을 떠나 도착한 한국에선 또 다른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다. 북한 주민들과 북한이탈주민들의 인권 현주소를 <일요시사>가 조명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전 세계적으로 북한 인권문제를 다룬 최초의 단체다. 인권은 인권일 뿐이라며, 정치색을 씌워 바라보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는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차미리 선임간사(이하 차)와 김소희 선임간사(이하 김)의 목소리에는 북한이탈주민(이하 새터민)들의 인권 하나만을 위해 일해온 그들의 사명감이 묻어났다. 최근 이슈화된 북한의 식량난과 새터민들의 인권 현황, 그리고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대화로 풀어봤다. 다음은 두 간사와의 일문일답.

-최근 북한의 식량난이 극심해져 ‘제2 고난의 행군’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김: 제2 고난의 행군이 맞다. 북한 경제가 최근에 안 좋아졌다. 1차적 원인은 경제 딜레마다. UN 대북제재 때문에 북한 경제에 타격이 크다. 또 북중 무역 평가 이후에 수출이 90프로 줄었다고 들었다. 북한 내부에선 만리마 운동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심각한 상황이 맞다.

-1차 고난의 행군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김: 1차 고난의 행군 때는 식량난이 너무 심각해 한 집 걸러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지금은 그래도 죽지 않고 사는 방법을 안다. 밀수나 뭐 그런 것들. 하지만 하루 벌어 사는 사람들이다. 몸이 아플 때는 돈이 없어 병원에 갈 수가 없다.

▲차: 맞는 말이다. 식량은 어떻게 해결해도 그 외에 케어가 전혀 되지 않는 상황이다.

-북한에 있는 여성들의 경우에는 인권문제가 더 심각하다.
▲김: 맞다. 북한은 사실 여성이 모든 경제력을 쥐고 있다. 남성은 무조건 직장 배치가 되는데 터무니 없는 돈을 받기 때문에, 여성들이 따로 부업을 해야 생계유지가 가능하다. 가정폭력도 성행한다. 남편이 손찌검을 해서 보안원에게 신고해도 가정의 일이니 알아서 해라 그러는 분위기다. 그래서 신고도 잘 안 하려고 한다. 유엔에 북한 대표가 왔는데 전문가임에도 부부강간의 개념 자체를 아예 모르고 이해를 못한다. 성평등 인식이 정말 많이 부족하다.


▲차: 북한 대학교 내에서도 여성은 특수학과에 진학하는 것이 불가하다고 법으로 돼있다.

▲김: 직무 추천표도 남녀로 나눠서 분류돼있다.

‘북’만큼 ‘남’도 지옥이다”
엉망인 새터민들의 남한생활

-가족이 탈북을 하게 되면 남은 가족들은 북한서 보복을 받나?
▲차: 한 가족의 일원이 탈북을 하면 마을 사람들이 그 가족을 더 감시한다. 이동의 자유도 없고 이사를 편하게 할 수도 없다.

▲김: 탈북하신 분들 중에서 인권활동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북한에 남은 가족들이 잘못될까봐 걱정이 많다.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아무 말도 안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그렇게 유명한 친구가 아니어도 그렇다. 다들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런 두려움에도 탈북을 감행한다. 가장 가까운 중국으로 가면 좀 괜찮나?
▲김: 북한서 남자들은 직장에 매여 있어서 탈북하기가 어렵다. 남자들의 경우는 불법 체류자기 때문에 중국 어느 공장을 가더라도 돈을 잘 못받는다. 그래서 탈북하는 사람의 70프로가 거의 여자다. 인신매매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중국 농촌에 있는 고령자나 장애인들한테 시집을 간다. 거기서는 북한서 여자가 오면 신부로 온 게 아니라 돈 주고 사온 사람이다. 도망갈 수 있으니깐 감시하자 이런 분위기다. 그렇게 노예처럼 살고 인권유린 상황에 계속 노출되는 거다.

▲차: 매일 밤마다 다른 남자들한테 강간을 당한다던지 집안서 노동을 도맡아 한다. 노래방, 채팅방에 팔려나가는 경우도 많다.


-나중에 한국으로 오면 그래도 좀 낫지 않나.
▲김: 한국에 넘어오는 과정서도 브로커한테 성폭행을 많이 당한다.

▲차: 정착지원금이 정부로부터 나오지만 브로커 비용으로 갚아나가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새터민들은 사회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 있다. 하나원을 퇴소하면 한국 사회서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모르고, 혼돈과 외로움을 겪게 된다. 언어도 어렵고, 생활도 해야 하고, 가족에게 돈도 보내야 하고. 마음이 급해진다. 그러니 여성 분들은 자꾸 성인업소 같은 곳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탈북 후 나타나는 새터민들의 불안과 트라우마에 대해 정부가 따로 하고 있는 건 없나.
▲차: 하나원에 있는 동안 정착기간 12주가 있다. 그 안에서 심리 상담도 하고 건강 검진도 한다. 하나원을 나와서도 심리 상담이 가능하다.

▲김: 경찰서에서도 담당형사가 있는데 형사 한 분이 여러 명을 맡고 있다. 새터민들의 개인적인 고충을 들어줄 수는 있어도 그 분들이 다 해결해줄 수는 없는 것 같다.

-하나원에서는 취업이나 정착을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나.
▲차: 굉장히 많다. 미용 관련된 일이나 바리스타 같은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다. 열심히 일하는 경우도 많다. 근데 바리스타라고 하면 원두도 외국어고 기계도 외국어다. 공부를 하고 익히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꾸준하게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여유가 없다. 빨리 돈을 벌어야 하니깐. 또 사회에서는 이 친구가 일에 충분히 익숙해질 여유를 주지 않는다.

브로커에 성폭행도
비용 갚다 날샐 판

-실제로 새터민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잘 적응하는 경우는 어떤가.
▲차: 한국에 입국한 지 5년 만에 본인이 부족한 공부를 더 채우고 대학 진학을 후 해외서 인턴십을 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 외국에 유학 가는 능력 있는 친구도 많다.

▲김: 공부뿐만 아니다. 예술 쪽으로 두각을 보이는 친구들도 많다.

-한국 사회의 편견도 새터민들의 적응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김: 사실 많은 단체가 새터민에 대한 인식 교육을 하고 있다. 우리도 그렇고. 그런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 북한 관련된 뉴스는 정치적으로 안 좋을 때가 많다. 예를 들면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 이런 것들. 하지만 이런 건 북한정권서 하는 것이다. 북한 정권과 새터민들은 완전히 분리해서 바라봐야 한다. 주변에 한국 학교를 다니는 새터민 친구가 있는데 그런 뉴스가 나올 때마다 위축된다고 한다. 친구들이 “북한 왜 그래?”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고. 걔가 그걸 어떻게 아나?(웃음)
 

▲차: 개인적으로 보태면 다름을 인정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고향이 다른 친구라고 생각해달라. 그걸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알면 새터민에 대한 편견서 우리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또 다른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차: 북한 시민 인권과 관련된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서 걱정이 많았다. 다들 북한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난 그저 인권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일 뿐이다. 말 그대로 사람의 권리를 위해서 일을 하는 것 뿐이니 그렇게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김: 북한이라고 하면 정치적으로 해석된다. 보수단체 아니야? 하면서 우리 인권운동이 매도될 때가 있다. 사실 그럴 때 힘이 빠진다. 국제사회서 아프리카 난민 문제를 다룰 때 정치색을 입히지 않는 것처럼 북한 인권활동도 그렇게 순수하게 봐줬으면 좋겠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