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3주년 특집 특별초대석> 북한인권시민연합 차미리·김소희 선임간사

“인권은 인권일 뿐 색깔로 보지 마세요”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한국엔 3만7000명의 북한이탈주민들이 살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폭력으로 자유를 억압받는 인권 유린 현장에 노출돼왔다. 260만명의 강제 노동자, 정치범 수용소 등으로 국제 사회의 지탄을 받던 북한은 세계 최악의 인권 탄압국으로 선정됐다. 북한 주민들에겐 현실이다. 북한을 떠나면 더 나아질까. 아니다. 저주받은 땅을 떠나 도착한 한국에선 또 다른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다. 북한 주민들과 북한이탈주민들의 인권 현주소를 <일요시사>가 조명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전 세계적으로 북한 인권문제를 다룬 최초의 단체다. 인권은 인권일 뿐이라며, 정치색을 씌워 바라보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는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차미리 선임간사(이하 차)와 김소희 선임간사(이하 김)의 목소리에는 북한이탈주민(이하 새터민)들의 인권 하나만을 위해 일해온 그들의 사명감이 묻어났다. 최근 이슈화된 북한의 식량난과 새터민들의 인권 현황, 그리고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대화로 풀어봤다. 다음은 두 간사와의 일문일답.

-최근 북한의 식량난이 극심해져 ‘제2 고난의 행군’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김: 제2 고난의 행군이 맞다. 북한 경제가 최근에 안 좋아졌다. 1차적 원인은 경제 딜레마다. UN 대북제재 때문에 북한 경제에 타격이 크다. 또 북중 무역 평가 이후에 수출이 90프로 줄었다고 들었다. 북한 내부에선 만리마 운동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심각한 상황이 맞다.

-1차 고난의 행군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김: 1차 고난의 행군 때는 식량난이 너무 심각해 한 집 걸러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지금은 그래도 죽지 않고 사는 방법을 안다. 밀수나 뭐 그런 것들. 하지만 하루 벌어 사는 사람들이다. 몸이 아플 때는 돈이 없어 병원에 갈 수가 없다.

▲차: 맞는 말이다. 식량은 어떻게 해결해도 그 외에 케어가 전혀 되지 않는 상황이다.

-북한에 있는 여성들의 경우에는 인권문제가 더 심각하다.
▲김: 맞다. 북한은 사실 여성이 모든 경제력을 쥐고 있다. 남성은 무조건 직장 배치가 되는데 터무니 없는 돈을 받기 때문에, 여성들이 따로 부업을 해야 생계유지가 가능하다. 가정폭력도 성행한다. 남편이 손찌검을 해서 보안원에게 신고해도 가정의 일이니 알아서 해라 그러는 분위기다. 그래서 신고도 잘 안 하려고 한다. 유엔에 북한 대표가 왔는데 전문가임에도 부부강간의 개념 자체를 아예 모르고 이해를 못한다. 성평등 인식이 정말 많이 부족하다.

▲차: 북한 대학교 내에서도 여성은 특수학과에 진학하는 것이 불가하다고 법으로 돼있다.

▲김: 직무 추천표도 남녀로 나눠서 분류돼있다.

‘북’만큼 ‘남’도 지옥이다”
엉망인 새터민들의 남한생활

-가족이 탈북을 하게 되면 남은 가족들은 북한서 보복을 받나?
▲차: 한 가족의 일원이 탈북을 하면 마을 사람들이 그 가족을 더 감시한다. 이동의 자유도 없고 이사를 편하게 할 수도 없다.

▲김: 탈북하신 분들 중에서 인권활동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북한에 남은 가족들이 잘못될까봐 걱정이 많다.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아무 말도 안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그렇게 유명한 친구가 아니어도 그렇다. 다들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런 두려움에도 탈북을 감행한다. 가장 가까운 중국으로 가면 좀 괜찮나?
▲김: 북한서 남자들은 직장에 매여 있어서 탈북하기가 어렵다. 남자들의 경우는 불법 체류자기 때문에 중국 어느 공장을 가더라도 돈을 잘 못받는다. 그래서 탈북하는 사람의 70프로가 거의 여자다. 인신매매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중국 농촌에 있는 고령자나 장애인들한테 시집을 간다. 거기서는 북한서 여자가 오면 신부로 온 게 아니라 돈 주고 사온 사람이다. 도망갈 수 있으니깐 감시하자 이런 분위기다. 그렇게 노예처럼 살고 인권유린 상황에 계속 노출되는 거다.

▲차: 매일 밤마다 다른 남자들한테 강간을 당한다던지 집안서 노동을 도맡아 한다. 노래방, 채팅방에 팔려나가는 경우도 많다.

-나중에 한국으로 오면 그래도 좀 낫지 않나.
▲김: 한국에 넘어오는 과정서도 브로커한테 성폭행을 많이 당한다.

▲차: 정착지원금이 정부로부터 나오지만 브로커 비용으로 갚아나가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새터민들은 사회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 있다. 하나원을 퇴소하면 한국 사회서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모르고, 혼돈과 외로움을 겪게 된다. 언어도 어렵고, 생활도 해야 하고, 가족에게 돈도 보내야 하고. 마음이 급해진다. 그러니 여성 분들은 자꾸 성인업소 같은 곳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탈북 후 나타나는 새터민들의 불안과 트라우마에 대해 정부가 따로 하고 있는 건 없나.
▲차: 하나원에 있는 동안 정착기간 12주가 있다. 그 안에서 심리 상담도 하고 건강 검진도 한다. 하나원을 나와서도 심리 상담이 가능하다.

▲김: 경찰서에서도 담당형사가 있는데 형사 한 분이 여러 명을 맡고 있다. 새터민들의 개인적인 고충을 들어줄 수는 있어도 그 분들이 다 해결해줄 수는 없는 것 같다.

-하나원에서는 취업이나 정착을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나.
▲차: 굉장히 많다. 미용 관련된 일이나 바리스타 같은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다. 열심히 일하는 경우도 많다. 근데 바리스타라고 하면 원두도 외국어고 기계도 외국어다. 공부를 하고 익히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꾸준하게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여유가 없다. 빨리 돈을 벌어야 하니깐. 또 사회에서는 이 친구가 일에 충분히 익숙해질 여유를 주지 않는다.

브로커에 성폭행도
비용 갚다 날샐 판

-실제로 새터민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잘 적응하는 경우는 어떤가.
▲차: 한국에 입국한 지 5년 만에 본인이 부족한 공부를 더 채우고 대학 진학을 후 해외서 인턴십을 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 외국에 유학 가는 능력 있는 친구도 많다.

▲김: 공부뿐만 아니다. 예술 쪽으로 두각을 보이는 친구들도 많다.

-한국 사회의 편견도 새터민들의 적응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김: 사실 많은 단체가 새터민에 대한 인식 교육을 하고 있다. 우리도 그렇고. 그런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 북한 관련된 뉴스는 정치적으로 안 좋을 때가 많다. 예를 들면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 이런 것들. 하지만 이런 건 북한정권서 하는 것이다. 북한 정권과 새터민들은 완전히 분리해서 바라봐야 한다. 주변에 한국 학교를 다니는 새터민 친구가 있는데 그런 뉴스가 나올 때마다 위축된다고 한다. 친구들이 “북한 왜 그래?”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고. 걔가 그걸 어떻게 아나?(웃음)
 

▲차: 개인적으로 보태면 다름을 인정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고향이 다른 친구라고 생각해달라. 그걸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알면 새터민에 대한 편견서 우리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또 다른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차: 북한 시민 인권과 관련된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서 걱정이 많았다. 다들 북한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난 그저 인권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일 뿐이다. 말 그대로 사람의 권리를 위해서 일을 하는 것 뿐이니 그렇게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김: 북한이라고 하면 정치적으로 해석된다. 보수단체 아니야? 하면서 우리 인권운동이 매도될 때가 있다. 사실 그럴 때 힘이 빠진다. 국제사회서 아프리카 난민 문제를 다룰 때 정치색을 입히지 않는 것처럼 북한 인권활동도 그렇게 순수하게 봐줬으면 좋겠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