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의 2019 마스터스 '풀스토리'

골프 황제, 그가 돌아왔다

오랫동안 ‘골프 황제’라는 칭호를 달고 전 세계 골프 팬들을 움직여왔다 해도 과언이 아닌, 빨간 티셔츠의 사나이 타이거 우즈. 그런 그가 부상과 스캔들로 시달린 몇 년간 미국프로골프(PGA)의 시계는 멈춰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지난달 15일 끝난 2019년 마스터스에서 43세의 노장 우즈가 14년 만에 그린재킷을 어깨에 걸치며 PGA의 시계는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타이거 우즈는 몇 년간 음주운전, 성추문 등 세간의 이슈를 몰고 다녔지만, 신기하게도 대중들은 언제나 타이거 우즈를 주목했다. 그는 보이는 행보마다 그 어떤 선수보다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2019년 마스터스에 우즈가 참가한 것 자체가 골프팬들을 열광시키긴 했지만, 그를 우승후보로 거론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우즈의 우승에 자신의 전 재산인 8만5000달러(약 1억원)를 베팅한 골프팬이 14배의 수익을 올렸을 정도다.

최고의 샷감
위대한 우승

연습 라운드부터 구름 관중을 끌고 다닌 우즈는 1라운드에서부터 단연 압도적인 인기 속에서 산뜻한 출발을 시작했다. 그의 샷감은 최고였고, 흥행은 초반부터 대박 조짐을 보였다.

우즈는 지난 4월12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1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기록, 6언더파 66타를 기록한 공동선두 브룩스 켑카(28·미국), 브라이슨 디섐보(26  ·미국)와 4타차 공동 11위에 올랐다.


마스터스에 22번째 출전하는 그는 전성기를 떠오르게 하는 드라이버 샷과, 정교한 아이언 샷을 보이며 자신에게 유독 몰려든 갤러리들을 충분히 만족시켰다. 사회자가 티잉그라운드에 선 우즈를 소개했을 땐 이날 오거스타GC에서 가장 큰 함성과 환호가 울려퍼졌고, 우즈만 바라보며 이동하는 갤러리가 워낙 많아 같은 조의 욘 람(25·스페인), 리하오퉁(24·중국)이 되레 소외된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우즈가 티샷을 마치면 갤러리 상당수가 다른 두 선수의 티샷을 기다리지 않고 움직였다.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로 꼽히는 로리 매킬로이(30·북아일랜드)도 우즈의 인기를 따라가지는 못했다.
 

타이거 우즈는 2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쳐 공동선두에 1타차로 따라붙으며, 공동선두 그룹에 불과 1타 뒤진 공동 6위(6언더파 138타)로 올라섰다. 1라운드 때 방향이 자주 바뀌는 바람 때문에 샷이 조금 흔들렸다던 우즈는 2라운드에서는 더 정교한 아이언 샷으로 버디를 6개나 뽑아냈다.

17번홀(파4) 3m, 18번홀(파4) 4m 거리 버디 퍼트가 홀 바로 앞에서 비켜나거나 멈추는 등 아쉬운 장면을 고려하면 더 많은 버디도 가능했다. 우즈는 이날 딱 두 번 그린을 놓쳤을 뿐이다. 그는 3라운드에서 버디 6개를 잡아내며 5언더파 67타를 쳐 선두 프란체스코 몰리나리(37·이탈리아)에 2타차 공동 2위(11언더파 205타)로 뛰어올랐다.

전 세계 감동과 흥분의 도가니로
경쟁자·유명인들의 예찬 쏟아져

첫날 2언더파, 2라운드에서 4언더파를 쳤던 우즈는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샷과 퍼트가 더 정교해졌다. 강력하면서 정확해진 드라이버에 아이언 샷도 똑바로 날아 16차례나 버디 기회를 만들었다. 1, 2라운드 때 보였던 짧은 퍼트 실수도 없었다.

최종 라운드에서는 천적이나 다름없는 몰리나리와 맞대결을 펼쳤다. 선두 몰리나리에게 2타 뒤진 공동 2위로 최종 4라운드를 시작한 우즈는 오거스타의 악명 높은 아멘코너(11∼13번홀)를 힘겹게 넘은 뒤 15, 16번홀에서 연속 버디로 역전에 성공했다. 결국 마지막 날 2타를 줄인 끝에 합계 13언더파로 우승했다.
 

승부는 역시 아멘코너에서 갈렸다. 신이 우즈에게 우승을 허락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더스틴 존슨, 브룩스 켑카, 잰더 쇼플리(이상 미국·12언더파) 등 공동 2위 그룹을 1타차로 따돌린 우즈는 우승 상금 207만달러(약 23억5000만원)를 받았다. 메이저 대회로는 2008년 US오픈 이후 11년 만의 우승이다. 그는 또 PGA투어 통산 81승으로 최다 우승 기록(82승·샘 스니드)에도 1승 차로 다가섰다. 


나이키 골프는 우즈의 추락과 함께 골프용품 사업에서 철수하고도, 우즈에 대한 의류 후원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마스터스 우승으로 나이키 골프는 헌정 광고를 게재해 또 한 번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나이키의 철수 후 새 후원사로 선택된 테일러메이드, 브리지스톤 등도 우즈의 우승으로 우즈가 사용한 클럽을 불티나게 팔고 있는 중이다. 이른바 ‘우즈 아이언세트 스페셜 에디션’은 일반 아이언보다 40% 비싼 2000달러에 판매되고 있지만 주문 폭주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마스터스를 주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은 매년 우승자의 마지막 퍼트 짧은 동영상을 트위터로 내보낸다. 지난해 패트릭 리드의 우승 장면은 4월24일을 기준으로 1년이 지나는 동안 39만3000명이 봤다. 그러나 4월15일 우즈의 우승 장면은 9일 만에 820만명이 시청했다. 스무 배가 넘는 시청률이다.

‘좋아요’ 숫자는 1만4800배 차이다. 지난해 리드의 우승 퍼트 트윗에는 45명이, 우즈의 우승 퍼트에는 66만6000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시청률 대박
스폰서 잔치

미국 스포츠매체인 ESPN은 지난 4월23일 타이거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 경제효과를 보도했다. 우즈가 쓰는 골프 공을 만드는 댄 머피 브리지스톤 사장은 “올해 마스터스 대회 때는 지난해에 비해 트래픽이 트위터가 209  %, 페이스북이 400%, 웹사이트가 205% 늘었다”고 말했다.

미국 중계방송사인 CBS에 따르면 올해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는 3720만명이 봤다. 지난해에 비해 41% 늘어난 숫자다. 컴퓨터를 활용해 TV와 소셜 미디어의 노출을 분석하는 검검스포츠의 브라이언 김은 “지난해 대회 노출효과 4억5000만달러에 비해 최소 1억달러 늘었다”고 봤다.
 

국내에서 경기를 중계한 SBS골프 채널의 시청률도 대박을 쳤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4월14일 SBS골프에서 방송된 2019 마스터스 토너먼트는 분당 시청률이 최고 1674%(최종 라운드 타이거 우즈 2번홀 플레이)까지 치솟았다. 골프팬들의 관심에 힘입어 최종 라운드 1부 중계는 1026  %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대회 평균 시청률은 0.486  %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 대회 평균 시청률 0.171%의 세 배 가까운 시청률이다. 골프팬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SBS골프도 42시간 최장시간 중계를 했다. 

한편 미국 뉴욕의 명소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타이거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건물을 녹색으로 장식해 화제를 모았다. 빌딩 측은 우즈가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다음 날 빌딩 상단을 녹색으로 물들였다. 동시에 붉은색 등으로 ‘NO.5’라는 글씨를 새겼다. 우즈의 5번째 마스터스 우승을 뜻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축하의 말을 전했다. 골프광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우즈를 축하한다. 진정으로 위대한 챔피언”이라면서 “얼마나 환상적인 인생 복귀인가”라고 박수를 보냈다.

전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우즈, 우승 축하한다. 가장 높은 곳과 바닥을 경험한 후 마스터스에서 다시 우승했다는 건 그의 탁월함과 인내, 그리고 결단의 증거”라고 말했다.

일으켜 세운 힘은 ‘가족’
그리고 체육관서 흘린 땀


메이저대회 통산 최다승 기록 보유자인 잭 니클라우스(18승·  미국)도 우즈를 축하했다. 니클라우스는 “정말 잘했다. 우즈와 함께 골프를 할 수 있어 나는 정말 행복하다. 이건 정말 환상적”이라고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함께 경기한 동료들도 빠지지 않았다. 최고령 메이저 우승에 도전했던 필 미켈슨(49·미국)은 “골프 인생에서 정말 대단한 순간이다. 우즈의 믿을 수 없는 성과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또 다른 그린재킷을 입었다. 골프 역사에 특별한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축하했다. 세계랭킹 5위 저스틴 토마스(미국)도 “위대한 승리다. 타이거가 있어 우리는 행복하다”고 말했다.

다른 스포츠 종목의 선수들도 찬사를 보냈다. 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픈 커리는 “스포츠에서 가장 위대한 컴백 스토리”라고 축하했고, ‘테니스 스타’ 세레나 윌리엄스는 “경기를 지켜보다 눈물을 흘렸다”며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위대함이다. 백만번 축하한다”고 감격해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6)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을 두고 “지금까지 본 최고의 재기”라며 박수를 보냈다.

우즈를 일으켜 세운 힘은 ‘가족’과‘체육관서 흘린 땀’이다. 황제의 위대한 부활은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영국의 골프매체 골프매직에 따르면 우즈의 하루는 오전 4시30분부터 시작된다. 먼저 4마일(약 6.4km)을 달린 우즈는 체육관으로 이동한다. 곧바로 웨이트트레이닝에 돌입하면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에 40여분간 온몸의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한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중량감 대신 횟수를 늘렸다. 최대치를 들기보다 적정 무게를 가급적 많은 횟수(최대 50회)로 나눠 들기를 반복했다. 그래야 부상을 막으면서 신체의 근육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식이요법도 병행했다. 수분은 근육 신경전달물질이 많은 이온음료(게토레이)로 보충했고, 근육 재생에 필수적인 고단백의 식단을 고수했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마친 뒤에는 연습장에서 3시간씩 샷 훈련을 했다. 필드 훈련의 마지막은 쇼트게임이며 1~2시간이 소요됐다. 이후 우즈는 한 번 더 4마일을 달린 뒤에 하루 훈련을 마무리했다.


우즈를 일으켜세운 또 다른 힘은 가족이었다. 우즈는 2007, 2009년에 낳은 딸 샘과 아들 찰리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수술한 뒤 자녀들과 낚시를 하거나 스포츠 경기 관람을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우즈는 여유를 되찾았다.

운동 늘리고
식이요법 병행

또한 현재 우즈의 연인인 허먼 역시 우즈의 부활을 이끈 인물로 꼽힌다. 우즈보다 9살 어린 허먼 역시 한때 돈을 목적으로 남자를 만나는, 이른바 ‘골드 디거(gold digger)’라고 조롱받았다. 하지만 우즈가 자신의 차 안에서 약물에 취해 잠든 혐의로 법원에 출두하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낼 때도 그를 옆에서 충실히 보좌하며 ‘그림자 내조’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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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