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앞 등불’ 바미당 안철수 등판론

보따리는 싸놨고…총대는 누가?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바른미래당의 운명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당의 존폐 여부를 둘러싼 이야기들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당 지도부의 리더십은 추락했다. 의원들 사이서 알게 모르게 그어놓은 선은 선명해지는 형국이다. 브레이크 없는 내홍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이번 사태 이후 당의 모습은 ‘바미하지 않을’ 전망이다.
 

▲ 유승민·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사진공동취재단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은 창당과 동시에 ‘한 지붕 두 가족’ 꼬리표를 쉽게 떼지 못했다. 애당초 이 같은 표현은 우려 차원서 나왔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서로 다른 노선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기대감도 있었지만 바미당은 노선갈등으로 꾸준히 파열음을 냈다. 정치권 관계자는 바미당의 현주소에 대해 “언젠가 크게 한 번 터질 일이었다”고 전했다.

분? 합?
앞날은?

바미당 내 갈등의 표면화는 지난 4·3보궐선거를 기점으로 한다. 4월 보궐선거의 결과는 참담했다. 지난해 6·13지방선거서 겪은 참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바미당은 원내 3당임에도 불구, 3.57%를 득표해 민중당에게 밀린 4위를 기록했다.

선거 이튿날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는 분란의 신호탄이었다. 이날 손학규 대표는 선거결과에 대해 “참패로 끝났다”면서도 “불모지인 경남도에 바미당의 위치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고 자평했다. 이어 “당을 흔들려는 일각의 시도에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 등 바른정당계 인사들은 손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 최고위원은 “즉시 모든 의원들은 조기 전당대회 준비로 의견을 모아달라”며 “최소한 재신임 투표라도 하자”고 밝혔다.

손 대표의 측근인 이찬열 의원은 강하게 반대했다. 이 의원은 “몇몇 의원들의 내부 총질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깨끗하게 갈라서서 제 갈 길을 가는 것이 서로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속 의원들끼리 한데 모여 충돌한 것이다. 당시 바미당이 분열의 기로에 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언주 의원은 이날 ‘당원권 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 의원은 지난달 선거를 앞두고 보수성향 인터넷 방송 <고성국 TV>에 출연, 손 대표를 겨냥해 “창원서 숙식하는 것도 제가 보면 정말 찌질하다”며 “아무것도 없이 ‘나 살려주세요’ 이렇게 하면 짜증 난다”고 말했다. 당시 손 대표는 지원유세를 위해 창원성산에 방을 얻은 바 있다. 

당원권 정지 1년은 바미당 중앙윤리위원회서 내릴 수 있는 징계 중 ‘제명’ 다음으로 높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의원의 징계가 확정된 것을 두고 “사실상 이 의원에게 당을 나가라는 이야기”라며 “이 의원의 탈당에 명분을 제공해줬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 후폭풍, 갈수록 점입가경
노선갈등·선거참패…곪던 갈등 폭발

바미당은 패스트트랙 지정 표결로 한 차례 더 부딪혔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당내 이견으로 접점을 찾기 어려웠다. 바미당은 표결로 패스트트랙 추인을 결정키로 했다.

지난 23일 열린 의원총회서 표결이 이뤄졌다. 표결 결과는 찬성 12표와 반대 11표. 패스트트랙은 우여곡절 끝에 합의됐지만 팽팽한 표차로 당 분열은 가팔라지는 모양새였다.

의총 직후 유승민 전 공동대표는 “당의 의사결정이 이런 식으로 이뤄진 것은 굉장히 심각하다”며 “당의 현실에 자괴감이 든다. 동지들과 함께 당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사진 오른쪽)와 김관영 원내대표

 

한편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를 받은 이 의원은 의총 한 시간여 뒤 바미당을 탈당했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 자리서 패스트트랙에 대해 “당 내부에 이견이 있는데도 의총서 상정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행태”라며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표결 결과가 단 한 표차이로 갈라졌음을 미뤄볼 때 이 의원이 징계를 받지 않고 의총에 참여했다면 상황은 다소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 의원은 선거제 개편안 등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것에 반대한 바 있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이 의원의 한 표가 있었으면 12대 12로 부결”이라며 “왜 그토록 당원권 정지에 목을 맸는지 드러난다”고 비판했다.

바미당의 합의안 추인으로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안 패스트트랙은 동력을 얻는 듯했으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 위원인 바미당 오신환 의원이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오 의원은 패스트트랙 추인 여부를 결정한 의총 이튿날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12대 11이란 표결 결과가 말해주듯 합의안 추인 의견은 온전한 ‘당의 입장’이라기보다 ‘절반의 입장’이 됐다”며 “누더기 공수처법안을 위해 당의 분열에 눈감으며 제 소신을 저버리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12대 11
후폭풍

패스트트랙의 안건은 소관위원회 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지정 가능하다. 공수처의 소관위는 사개특위다. 사개특위 위원 수는 총 18명으로 11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사개특위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9명과 한국당 7명, 바미당 1명, 그리고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 1명으로 구성돼있다. 공수처 패스트트랙에 찬성한 민주당과 평화당 등 10명은 찬성, 한국당 7명은 반대 입장이다.

캐스팅보트를 바미당이 쥐고 있는 셈이다. 결국 오 의원이 반대하면 이른바 ‘패스트트랙 패키지’ 불발로 이어진다.

오 의원이 공수처 반대 입장을 드러내자 당 지도부는 이날 ‘사보임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보임은 사임과 보임을 일컫는다. 사임과 보임은 각각 맡은 자리서 물러나는 것과 어떤 직책에 임명하는 것을 뜻한다. 즉 사보임이란 국회 상임위원회나 특별위원회 등에서 기존 위원을 물러나게 하고 새 위원을 임명하는 것이다.

사보임은 원내대표의 고유권한으로 원내대표는 상임위 등에 소속 의원들을 임명하거나 물러나게 할 수 있다. 원내대표는 이를 국회의장에게 신청한 뒤 국회의장의 승인 여부에 따라 사보임이 결정된다. 국회법에 따라 특위 위원은 임시회 회기 중 사보임이 불가능하지만, 부득이할 경우 의장의 허가를 받으면 가능하다.

지난 24일 공수처 등 패스트트랙을 강하게 반대한 한국당이 의장실을 점거,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오 의원의 사보임 저지를 촉구한 까닭이다.
 

▲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위원서 사보임 처리된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

오 의원의 반대표로 패스트트랙이 무산 위기에 처하자 김관영 원내대표는 사보임을 추진했다. 김 원내대표는 오 의원 대신 채이배 의원을 사개특위에 배치하기로 했고, 오 의원은 즉각 반발했다.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국회 본청 의사과를 찾아 이를 저지했다. 의사과는 사보임 서류를 접수하는 곳이다.

바른정당계 좌장인 유 전 공동대표는 의사과 앞 복도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떤 이유로든 사보임을 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말했고, 김 원내대표가 사보임을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약속했다”며 “동료 의원들을 거짓말로 속이는 것은 묵과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당내 균열은 점차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바미당은 다음 날 25일 소속 의원들 간 내분 격화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사보임을 강행했다. 바미당은 오 의원 대신 채 의원을 사개특위 위원으로 교체하는 내용의 사보임 신청서를 팩스로 의사과에 제출했다.

유 전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유 전 공동대표를 비롯해 오신환·이혜훈·정병국·하태경 의원은 문 의장이 입원해 있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향했다. 문 의장은 전날 한국당 의원들과의 충돌로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그러나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병원 관계자의 설명에 문 의장과의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정계 개편?
현상 유지?

유 전 공동대표는 이날 “팩스로 사보임계를 제출했다는 것 자체가 당이 정상이 아니다”며 “의장이 사보임을 절대 허락하지 않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 의장은 병동서 사보임 신청서를 결재했다.

바미당은 그간 정계개편이라는 키워드서 자유롭지 못했다. 노선갈등은 정계개편의 군불을 지폈고, 소속 의원들의 탈당은 기름을 부었다. 저조한 선거 결과도 한몫했다. 다만 가능성만 거론됐을 뿐 당 전체가 흔들린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4월 보궐선거 참패와 패스트트랙 이견 표출로 당은 획기적인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차기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았다는 점도 배제하기 어렵다. 바미당의 현상 유지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패스트트랙 과정서 분당이나 합당이라는 말들이 거리낌 없이 나왔다”며 “어느 쪽으로든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분당 가능성이 제기됐다. 창당 이후 당의 완전한 통합이 요원했던 터라 이번 시점서 갈라설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정치권 안팎의 반응을 종합해볼 때 바미당이 당장 공중분해될 가능성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해석이다.
 

▲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바른정당계인 이혜훈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통합 당시 합리적 중도와 개혁적 보수가 같이하기로 합의가 됐고 당의 헌법에도 그렇게 규정했다”며 “통합 이후 우리는 진보인데 중도를 빼고 보수와 진보의 결합으로 바꿔달라고 계속 얘기하시는 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보수와 진보는 서로 각기 다른 방향을 달리는 2개의 말이라고 볼 수 있다”며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말 두 마리를 동시에 끌고 갈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국민의당 전체가 아니고 일부”라고 덧붙였다.

정당보조금이 꽤 남아 있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바미당은 원내 3당임에도 불구, 20석을 넘겨 교섭단체를 형성했다.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의 보조금 차이는 상당하다. 일각에선 바미당이 내년 총선을 대비해 50억원가량의 자금을 구비 중이라고 전했다.

탈당하고 혈혈단신, 현실적 한계는?
지도부 리더십 타격, 주목받는 유-안

바미당 이상돈 의원은 지난 22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갈라선다는 것의 의미를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정당법에는 분당이란 개념이 없다. 당의 주류에 불만이 있는 의원들이 그냥 맨몸으로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바미당이 국가서 보장을 많이 받고, 교섭단체 프리미엄도 있다”며 “바미당서 내분이 있어도 한쪽이나 다른 쪽에서 쉽게 나가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교섭단체기 때문에 계속 정부 보조금이 나온다. 그걸 포기하고 맨몸으로 나오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3지대론 형성’도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패스트트랙 사태가 있기 전 바미당은 평화당과 함께 3지대론으로 이목을 끌었다. 바미당 소속 호남출신 의원들은 평화당 의원들과 접촉한 바 있다. 바미당 박주선·김동철 의원이 대표적이다.

바미당 박주선 의원은 지난 19일 가톨릭평화방송(C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손 대표에게 ‘임기가 있기 때문에 물러나지 못하겠다고 하는 말만 가지고는 안 되고, 지지율이 땅바닥을 치고 있는데 어떻게 다시 지지율을 높여 총선서 승리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과 비전을 제시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는 바른정당계 바른미래당 의원들

박 의원은 손 대표에게 “그 대안으로 바미당이 주도해 제3지대서 빅텐트를 치고, 국민의당에 있었던 평화당 소속 의원들이 참여를 하겠다고 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바미당의 중심축 중 하나인 유 전 공동대표는 3지대론에 대해 부정적이다.

유 전 공동대표는 지난 18일 의총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지역당이 되겠다는 차원서 평화당과 합쳐서 호남 선거만 생각하면 당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바미당 스스로 개혁적 중도보수정당으로 일어서고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며 3지대론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일각에선 3지대론에 바미당과 평화당의 공통분모가 존재한다고 본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장 총선을 앞두고 3지대 구축을 언급하는 것은 당 내외적으로 비판이 될 수 있다”면서도 “‘거대 양당체제의 기득권 타파’라는 명분으로 불씨는 언제든지 살릴 수 있다. 가능성이 완전히 없다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에선 바미당의 최대주주인 유 전 공동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복귀를 점친다. 바미당 창당의 두 핵심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타격을 받은 점도 유효했다.

공통분모
역할론은?

이준석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BBS 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서 “손 대표의 유일한 대안이 ‘유승민-안철수 역할론’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대안 중에서 유의미하고 많은 분들이 기대하고 있는 대안인 것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폭주에 대해 유 전 공동대표나 안 전 공동대표와 정치하는 사람들의 공감대가 오랜만에 형성됐다”며 “역할론이 뒤바뀔 때가 됐고,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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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정청래’ 험지 공략법

‘강성 정청래’ 험지 공략법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한 달에도 몇 번씩 험지를 찾아 선거 유세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런 그는 진보 진영에서조차 ‘강성 중 강성’으로 꼽힌다. 차가운 보수의 심장을 녹일 정 대표의 험지 공략법은 무엇일까? 6·3 지방선거가 채 50일도 남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선거가 100일도 더 남은 시점부터 선거 전략을 고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는 지난 3월 시·도당 비례대표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당 대표가 된 순간부터 6월3일 출구조사 발표 날을 상상했다”며 “실무자들에게 새벽 5시 일정을 좀 잡으라고 했다. 새벽 시장에 가겠다. 그리고 동서남북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다니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후보들 앞으로 이어 “‘대표부터 우리 후보, 당원들, 선거운동원들까지 지극 정성을 다하면 결국 하늘도 움직이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이재명정부를 가장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험지인 지역에는 각각 ▲전재수 부산시장 ▲김부겸 대구시장 ▲오중기 경북도지사 ▲김상욱 울산시장 등이 후보로 나선다. 정 대표는 이곳에 도전한 후보를 소개할 때마다 “승리를 위한 필승카드”라며 자신감을 북돋웠다. 지난 18일 16개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 작업을 마무리한 민주당은 재보궐선거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먼저 울산 남부갑에 전태진 변호사를 공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황희 공관위원장은 “울산 남구갑은 이번 재보궐 선거구 중 민주당 험지에 해당하는 곳”이라면서 “인재 영입 1호 인물을 울산 남구갑에 배치하는 전략공관위 결정은, 가장 험지에 가장 참신하고 뛰어난 후보를 배치한다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낮은 자세’와 ‘주민 스킨십’을 투트랙으로 험지 표심 사냥에 나섰다. 정 대표는 험지에 출마한 후보의 손을 잡고 재래시장 등 바닥 민심을 훑으며 주민과의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8일 정 대표는 대구를 찾았다. 정 대표는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를 치켜세우며 “대구 선거에서 이길 유일한 필승 카드라고 생각한다. 지방선거 때마다 대구·경북 그러면 그늘진 생각부터 들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김 후보께서 대구에 밝은 희망의 빛을 쏘아 올려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8일에는 울산을 찾아 김상욱 울산시장 후보와 울산 남부갑에 출마하는 전태진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날 정 대표는 남구 신정시장에서 시민들과 만난 뒤 “울산은 민주당이 어려운 지역이라고 많이 말씀한다”면서도 “오늘 와서 보니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 상인이 귓속말로 ‘제가 지금은 빨간 옷을 입고 있는데 마음은 파랗다’고 전했다”며 “울산에도 조심스럽게 파란 바람이 일렁이고 있다. 최선으로 울산 시민을 섬기겠다”고 강조했다. 후보 손잡고 적진으로 정면 돌파 “막상 오니 파란 물결” 자신감도 충남 보령에서는 “이곳 보령을 누가 민주당에 어려운 지역이라고 말하느냐”며 “오늘 와서 보니까 단 한 명도 웃지 않은 분이 없었다. 다들 웃어주고 엄지척 해주고 우리 민주당 잘하고 있으니 더 잘해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어깨에 무거운 역사적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에는 약 한 달 만에 경남을 다시 찾았다. 이날 정 대표는 욕지도 앞바다에서 선상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육지 중심적인 사고에서 잠시 벗어나 섬마을 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듣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최고위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와 허성무 경남도당위원장 등이 함께했다. 정 대표는 최근 약 한 달 사이에 경남만 세 차례를 방문했다. 지난달 18일 하동·진주를 찾은 데 이어 23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양산으로 향했다. 정 대표는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남 선거를 분석해 봤을 때 대체로 민주당이 약간 우세한 정도인 것 같다”며 “그래서 부산과 울산, 경남 중에서 민주당이 가장 집중해야 할 지역으로 경남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남은 무당층이 다른 지역보다 좀 많은 것으로 제가 파악하고 있다”며 “경남 통영시 욕지도에서부터 파란 바람을 불러일으키려고 오늘 섬에 왔다. 경남을 파란 바람으로 물들일 때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험지에서 ‘이곳은 예전처럼 보수 지지세가 강하지 않다’는 여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민심이 과거와 다르게 흐른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밑 작업으로 풀이된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가 험지를 방문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 역시 출마 선언 당시 ‘민주당’ ‘이재명’ ‘내란’ 등 보수 지지자에게 반감을 살 만한 내용은 제외하고, “경제 도시 대구를 만들 사람”이라는 실용주의 가치를 내세웠다. 따라서 민주당 지도부가 보수의 심장인 TK를 찾는다면 오히려 대구 표심이 돌아설 것이란 관측도 제시됐다. 그러나 정 대표가 광폭 행보를 보이는 데에는 이미 험지에서조차 표 계산이 끝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유 있는 자신감 한 민주당 관계자는 “강성 이미지에 묻혀서 그렇지 정 대표는 이기고 지는 싸움에 있어서 굉장히 예리하게 분석하는 능력을 갖췄다.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무슨 단어를 써야 민심에 먹히는지 전략을 굉장히 잘 세우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담이지만 일머리가 좋고 힘쓰는 일도 무척 잘한다고 한다”며 “시장에서 딸기를 상자째 나르고 농촌에서 밭을 갈아엎는 노동 현장에 특화된 인물”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여권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서는 오히려 여권 프리미엄이 핸디캡이 될 것으로 우려했지만 코스피 상승과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성과 등이 맞물려 지금의 여론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텃밭을 비운 사이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경쟁하면 험지도 겨뤄볼 만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 역시 <일요시사>를 통해 “예산 배정과 정책 입법 등은 정부에서 하지만 국회의 역할도 크다. 지금 이 대통령이 정치를 잘하고 있고 보수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이 대통의 실용주의에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그 기조와 맞물려 집권 여당 대표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 대표는 “국민의힘이 완전히 망가진 상황인 만큼 민주당 지도부의 행동이 더 눈에 띌 수밖에 없다”며 보수 결집력이 느슨해진 점 역시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가져왔다고 봤다. 지난 20일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역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3~17일 전국 18세 이상 25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65.5%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는 30.0%, ‘잘 모름’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5%다. 리얼미터는 “중동 위기 속 원유 대량 확보 및 코스피 6200선 회복 등 경제·에너지 안보 성과가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인권 발언, 현직 대통령 최초 세월호 12주기 참석 등으로 중도층과 청년층의 지지를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압승 어게인? 민주당도 정당 지지율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6~17일 전국 18세 이상 1011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민주당은 50.5%, 국민의힘은 31.4%를 각각 기록해 19.1%p 격차를 벌렸다. 두 조사는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 응답률은 5.4%다. 정당 지지도 조사 응답률은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3.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은 2018년에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해당 지방선거는 2017년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1년여 만에 실시된 첫 전국 단위 선거로, 민주당은 17곳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4곳에서 승리해 중앙 권력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쥐게 됐다. 당시 민주당은 처음으로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3곳에 모두 승기를 꽂았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대구와 경북 단 2곳의 광역단체 수성에 그쳐 ‘보수 침몰’ 직전까지 내몰렸다. 최대 승부처였던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서도 ▲부산 오거돈(55.2%) ▲울산 송철호(52.9%) ▲경남 김경수(52.8%) 후보 등이 과반을 넘겨 당선됐다. 민주 계열 정당이 부·울·경 광역단체에서 승리한 사례는 처음인 만큼 정치권에서도 ‘성공한 동진 전략’으로 평가했다. 국회의원 재보선도 사실상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민주당은 ▲서울 송파을 ▲부산 해운대을 ▲울산 북구 ▲경남 김해을에서 당선을 확정 지었다. 기초단체장 선거 역시 총 226곳 가운데 민주당이 151곳, 한국당이 53곳에 승기를 꽂았다. 서울시 25개 구청장 선거도 서울 서초구를 제외하고는 24개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 다시 한번 기대하는 ‘2018 지선 압승’ 지지율 업고 싹쓸이…이번에도 통할까? 당시 민주당의 당대표는 추미애 의원이었다. 선거 기간 동안 추미애 대표는 특유의 ‘추다르크’ 성격을 앞세워 험지를 찾았고, 투표 전날에는 마지막 유세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이어지는 경부선 라인을 따라 움직였다. 추 대표는 “영남지역은 저희가 조직을 갖추지 못했는데, 한 분 한 분 눈빛을 지켜보니 과거와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8년 전 추 대표가 문정부 국정 기조에 맞춰 ‘한반도 평화’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면, 지금 정 대표는 ‘강력한 개혁’과 ‘일하는 정부’를 강조하고 있다. 선거 유세 역시 추 대표는 연설로 표심을 공략한 반면 정 대표는 선상 최고위 회의 등 입체적인 퍼포먼스에 공을 들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선거와 마찬가지로 2018년 지방선거 역시 ‘보수 막판 결집’이 최대 분수령이었다.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목소리를 낮춘 ‘샤이 보수’에게 희망을 걸었지만, 끝내 그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결국 샤이 보수의 반란은 없었다는 게 당시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은 선거 마지막 날까지 ‘문정부 심판론’을 밀어 붙였지만 민심은 집권여당 쪽으로 기울었다. 과거 사례를 이정표 삼기에 앞서 민주당이 마지막까지 자세를 낮추고 겸손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 대표 역시 “대통령 지지율도 고공행진이고 민주당 지지율이 상당히 높다 보니 일부 후보나 당에서 마치 선거가 쉬운 것처럼, 다 이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며 “쉬운 선거는 없다. 모든 선거는 다 어렵다”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고 경계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지방선거가 2018년 지방선거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확정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방심했다 ‘훅’갈라 이 관계자는 “지금 각종 여론조사 수치는 샤이 보수가 포함되지 않은 결과”라며 “최근 현장 사진을 보면 험지를 찾은 민주당과 그들을 반기는 시민이 한 컷에 담기는데 이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유세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사람은 물론 샤이보수 성향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지 않는 유권자가 변수”라며 “보수 결집력이 민주당 험지 선거를 판가름할 하나의 척도”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집 나갔다 돌아오니 ‘싸늘’ 아직도 시달리는 대표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지도부가 뚜벅뚜벅 험지로 향하는 사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여전히 방미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를 위해 방미했다”고 밝혔으나 뚜렷한 성과 없이 귀국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서울시당위원장인 배현진 의원은 당무가 지연된 점을 언급하며 “열흘이나 집을 비운 가장이 언제 와서 정리하려나 실소만 터져나온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조차 날 선 목소리가 나오자 장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맹탕 방미’ 논란을 반박했다. 장 대표는 “미국 정부와 의회, 조야를 아울러 많은 분을 만나 우리 입장을 충실히 전달했다”며 “미국 공화당 핵심 인사들과 실질적인 핫라인을 구축해 한미 동맹을 지탱할 신뢰 토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접촉 인사를 묻는 질문에는 “외교 관례상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당 지지율 하락에 따른 사퇴 압박에는 “저는 당원들이 선택한 대표”라며 “필요한 거취는 제가 결정할 것”이라며 사퇴에 선을 그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