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앞 등불’ 바미당 안철수 등판론

보따리는 싸놨고…총대는 누가?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바른미래당의 운명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당의 존폐 여부를 둘러싼 이야기들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당 지도부의 리더십은 추락했다. 의원들 사이서 알게 모르게 그어놓은 선은 선명해지는 형국이다. 브레이크 없는 내홍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이번 사태 이후 당의 모습은 ‘바미하지 않을’ 전망이다.
 

▲ 유승민·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사진공동취재단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은 창당과 동시에 ‘한 지붕 두 가족’ 꼬리표를 쉽게 떼지 못했다. 애당초 이 같은 표현은 우려 차원서 나왔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서로 다른 노선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기대감도 있었지만 바미당은 노선갈등으로 꾸준히 파열음을 냈다. 정치권 관계자는 바미당의 현주소에 대해 “언젠가 크게 한 번 터질 일이었다”고 전했다.

분? 합?
앞날은?

바미당 내 갈등의 표면화는 지난 4·3보궐선거를 기점으로 한다. 4월 보궐선거의 결과는 참담했다. 지난해 6·13지방선거서 겪은 참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바미당은 원내 3당임에도 불구, 3.57%를 득표해 민중당에게 밀린 4위를 기록했다.

선거 이튿날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는 분란의 신호탄이었다. 이날 손학규 대표는 선거결과에 대해 “참패로 끝났다”면서도 “불모지인 경남도에 바미당의 위치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고 자평했다. 이어 “당을 흔들려는 일각의 시도에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 등 바른정당계 인사들은 손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 최고위원은 “즉시 모든 의원들은 조기 전당대회 준비로 의견을 모아달라”며 “최소한 재신임 투표라도 하자”고 밝혔다.


손 대표의 측근인 이찬열 의원은 강하게 반대했다. 이 의원은 “몇몇 의원들의 내부 총질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깨끗하게 갈라서서 제 갈 길을 가는 것이 서로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속 의원들끼리 한데 모여 충돌한 것이다. 당시 바미당이 분열의 기로에 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언주 의원은 이날 ‘당원권 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 의원은 지난달 선거를 앞두고 보수성향 인터넷 방송 <고성국 TV>에 출연, 손 대표를 겨냥해 “창원서 숙식하는 것도 제가 보면 정말 찌질하다”며 “아무것도 없이 ‘나 살려주세요’ 이렇게 하면 짜증 난다”고 말했다. 당시 손 대표는 지원유세를 위해 창원성산에 방을 얻은 바 있다. 

당원권 정지 1년은 바미당 중앙윤리위원회서 내릴 수 있는 징계 중 ‘제명’ 다음으로 높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의원의 징계가 확정된 것을 두고 “사실상 이 의원에게 당을 나가라는 이야기”라며 “이 의원의 탈당에 명분을 제공해줬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 후폭풍, 갈수록 점입가경
노선갈등·선거참패…곪던 갈등 폭발

바미당은 패스트트랙 지정 표결로 한 차례 더 부딪혔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당내 이견으로 접점을 찾기 어려웠다. 바미당은 표결로 패스트트랙 추인을 결정키로 했다.

지난 23일 열린 의원총회서 표결이 이뤄졌다. 표결 결과는 찬성 12표와 반대 11표. 패스트트랙은 우여곡절 끝에 합의됐지만 팽팽한 표차로 당 분열은 가팔라지는 모양새였다.

의총 직후 유승민 전 공동대표는 “당의 의사결정이 이런 식으로 이뤄진 것은 굉장히 심각하다”며 “당의 현실에 자괴감이 든다. 동지들과 함께 당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사진 오른쪽)와 김관영 원내대표

 


한편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를 받은 이 의원은 의총 한 시간여 뒤 바미당을 탈당했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 자리서 패스트트랙에 대해 “당 내부에 이견이 있는데도 의총서 상정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행태”라며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표결 결과가 단 한 표차이로 갈라졌음을 미뤄볼 때 이 의원이 징계를 받지 않고 의총에 참여했다면 상황은 다소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 의원은 선거제 개편안 등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것에 반대한 바 있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이 의원의 한 표가 있었으면 12대 12로 부결”이라며 “왜 그토록 당원권 정지에 목을 맸는지 드러난다”고 비판했다.

바미당의 합의안 추인으로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안 패스트트랙은 동력을 얻는 듯했으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 위원인 바미당 오신환 의원이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오 의원은 패스트트랙 추인 여부를 결정한 의총 이튿날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12대 11이란 표결 결과가 말해주듯 합의안 추인 의견은 온전한 ‘당의 입장’이라기보다 ‘절반의 입장’이 됐다”며 “누더기 공수처법안을 위해 당의 분열에 눈감으며 제 소신을 저버리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12대 11
후폭풍

패스트트랙의 안건은 소관위원회 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지정 가능하다. 공수처의 소관위는 사개특위다. 사개특위 위원 수는 총 18명으로 11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사개특위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9명과 한국당 7명, 바미당 1명, 그리고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 1명으로 구성돼있다. 공수처 패스트트랙에 찬성한 민주당과 평화당 등 10명은 찬성, 한국당 7명은 반대 입장이다.

캐스팅보트를 바미당이 쥐고 있는 셈이다. 결국 오 의원이 반대하면 이른바 ‘패스트트랙 패키지’ 불발로 이어진다.

오 의원이 공수처 반대 입장을 드러내자 당 지도부는 이날 ‘사보임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보임은 사임과 보임을 일컫는다. 사임과 보임은 각각 맡은 자리서 물러나는 것과 어떤 직책에 임명하는 것을 뜻한다. 즉 사보임이란 국회 상임위원회나 특별위원회 등에서 기존 위원을 물러나게 하고 새 위원을 임명하는 것이다.

사보임은 원내대표의 고유권한으로 원내대표는 상임위 등에 소속 의원들을 임명하거나 물러나게 할 수 있다. 원내대표는 이를 국회의장에게 신청한 뒤 국회의장의 승인 여부에 따라 사보임이 결정된다. 국회법에 따라 특위 위원은 임시회 회기 중 사보임이 불가능하지만, 부득이할 경우 의장의 허가를 받으면 가능하다.

지난 24일 공수처 등 패스트트랙을 강하게 반대한 한국당이 의장실을 점거,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오 의원의 사보임 저지를 촉구한 까닭이다.
 

▲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위원서 사보임 처리된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

오 의원의 반대표로 패스트트랙이 무산 위기에 처하자 김관영 원내대표는 사보임을 추진했다. 김 원내대표는 오 의원 대신 채이배 의원을 사개특위에 배치하기로 했고, 오 의원은 즉각 반발했다.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국회 본청 의사과를 찾아 이를 저지했다. 의사과는 사보임 서류를 접수하는 곳이다.


바른정당계 좌장인 유 전 공동대표는 의사과 앞 복도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떤 이유로든 사보임을 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말했고, 김 원내대표가 사보임을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약속했다”며 “동료 의원들을 거짓말로 속이는 것은 묵과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당내 균열은 점차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바미당은 다음 날 25일 소속 의원들 간 내분 격화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사보임을 강행했다. 바미당은 오 의원 대신 채 의원을 사개특위 위원으로 교체하는 내용의 사보임 신청서를 팩스로 의사과에 제출했다.

유 전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유 전 공동대표를 비롯해 오신환·이혜훈·정병국·하태경 의원은 문 의장이 입원해 있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향했다. 문 의장은 전날 한국당 의원들과의 충돌로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그러나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병원 관계자의 설명에 문 의장과의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정계 개편?
현상 유지?

유 전 공동대표는 이날 “팩스로 사보임계를 제출했다는 것 자체가 당이 정상이 아니다”며 “의장이 사보임을 절대 허락하지 않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 의장은 병동서 사보임 신청서를 결재했다.

바미당은 그간 정계개편이라는 키워드서 자유롭지 못했다. 노선갈등은 정계개편의 군불을 지폈고, 소속 의원들의 탈당은 기름을 부었다. 저조한 선거 결과도 한몫했다. 다만 가능성만 거론됐을 뿐 당 전체가 흔들린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4월 보궐선거 참패와 패스트트랙 이견 표출로 당은 획기적인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차기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았다는 점도 배제하기 어렵다. 바미당의 현상 유지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패스트트랙 과정서 분당이나 합당이라는 말들이 거리낌 없이 나왔다”며 “어느 쪽으로든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분당 가능성이 제기됐다. 창당 이후 당의 완전한 통합이 요원했던 터라 이번 시점서 갈라설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정치권 안팎의 반응을 종합해볼 때 바미당이 당장 공중분해될 가능성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해석이다.
 

▲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바른정당계인 이혜훈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통합 당시 합리적 중도와 개혁적 보수가 같이하기로 합의가 됐고 당의 헌법에도 그렇게 규정했다”며 “통합 이후 우리는 진보인데 중도를 빼고 보수와 진보의 결합으로 바꿔달라고 계속 얘기하시는 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보수와 진보는 서로 각기 다른 방향을 달리는 2개의 말이라고 볼 수 있다”며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말 두 마리를 동시에 끌고 갈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국민의당 전체가 아니고 일부”라고 덧붙였다.

정당보조금이 꽤 남아 있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바미당은 원내 3당임에도 불구, 20석을 넘겨 교섭단체를 형성했다.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의 보조금 차이는 상당하다. 일각에선 바미당이 내년 총선을 대비해 50억원가량의 자금을 구비 중이라고 전했다.

탈당하고 혈혈단신, 현실적 한계는?
지도부 리더십 타격, 주목받는 유-안

바미당 이상돈 의원은 지난 22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갈라선다는 것의 의미를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정당법에는 분당이란 개념이 없다. 당의 주류에 불만이 있는 의원들이 그냥 맨몸으로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바미당이 국가서 보장을 많이 받고, 교섭단체 프리미엄도 있다”며 “바미당서 내분이 있어도 한쪽이나 다른 쪽에서 쉽게 나가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교섭단체기 때문에 계속 정부 보조금이 나온다. 그걸 포기하고 맨몸으로 나오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3지대론 형성’도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패스트트랙 사태가 있기 전 바미당은 평화당과 함께 3지대론으로 이목을 끌었다. 바미당 소속 호남출신 의원들은 평화당 의원들과 접촉한 바 있다. 바미당 박주선·김동철 의원이 대표적이다.

바미당 박주선 의원은 지난 19일 가톨릭평화방송(C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손 대표에게 ‘임기가 있기 때문에 물러나지 못하겠다고 하는 말만 가지고는 안 되고, 지지율이 땅바닥을 치고 있는데 어떻게 다시 지지율을 높여 총선서 승리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과 비전을 제시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는 바른정당계 바른미래당 의원들

박 의원은 손 대표에게 “그 대안으로 바미당이 주도해 제3지대서 빅텐트를 치고, 국민의당에 있었던 평화당 소속 의원들이 참여를 하겠다고 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바미당의 중심축 중 하나인 유 전 공동대표는 3지대론에 대해 부정적이다.

유 전 공동대표는 지난 18일 의총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지역당이 되겠다는 차원서 평화당과 합쳐서 호남 선거만 생각하면 당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바미당 스스로 개혁적 중도보수정당으로 일어서고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며 3지대론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일각에선 3지대론에 바미당과 평화당의 공통분모가 존재한다고 본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장 총선을 앞두고 3지대 구축을 언급하는 것은 당 내외적으로 비판이 될 수 있다”면서도 “‘거대 양당체제의 기득권 타파’라는 명분으로 불씨는 언제든지 살릴 수 있다. 가능성이 완전히 없다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에선 바미당의 최대주주인 유 전 공동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복귀를 점친다. 바미당 창당의 두 핵심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타격을 받은 점도 유효했다.

공통분모
역할론은?

이준석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BBS 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서 “손 대표의 유일한 대안이 ‘유승민-안철수 역할론’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대안 중에서 유의미하고 많은 분들이 기대하고 있는 대안인 것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폭주에 대해 유 전 공동대표나 안 전 공동대표와 정치하는 사람들의 공감대가 오랜만에 형성됐다”며 “역할론이 뒤바뀔 때가 됐고,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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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