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앞 등불’ 바미당 안철수 등판론

보따리는 싸놨고…총대는 누가?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바른미래당의 운명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당의 존폐 여부를 둘러싼 이야기들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당 지도부의 리더십은 추락했다. 의원들 사이서 알게 모르게 그어놓은 선은 선명해지는 형국이다. 브레이크 없는 내홍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이번 사태 이후 당의 모습은 ‘바미하지 않을’ 전망이다.
 

▲ 유승민·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사진공동취재단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은 창당과 동시에 ‘한 지붕 두 가족’ 꼬리표를 쉽게 떼지 못했다. 애당초 이 같은 표현은 우려 차원서 나왔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서로 다른 노선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기대감도 있었지만 바미당은 노선갈등으로 꾸준히 파열음을 냈다. 정치권 관계자는 바미당의 현주소에 대해 “언젠가 크게 한 번 터질 일이었다”고 전했다.

분? 합?
앞날은?

바미당 내 갈등의 표면화는 지난 4·3보궐선거를 기점으로 한다. 4월 보궐선거의 결과는 참담했다. 지난해 6·13지방선거서 겪은 참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바미당은 원내 3당임에도 불구, 3.57%를 득표해 민중당에게 밀린 4위를 기록했다.

선거 이튿날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는 분란의 신호탄이었다. 이날 손학규 대표는 선거결과에 대해 “참패로 끝났다”면서도 “불모지인 경남도에 바미당의 위치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고 자평했다. 이어 “당을 흔들려는 일각의 시도에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 등 바른정당계 인사들은 손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 최고위원은 “즉시 모든 의원들은 조기 전당대회 준비로 의견을 모아달라”며 “최소한 재신임 투표라도 하자”고 밝혔다.


손 대표의 측근인 이찬열 의원은 강하게 반대했다. 이 의원은 “몇몇 의원들의 내부 총질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깨끗하게 갈라서서 제 갈 길을 가는 것이 서로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속 의원들끼리 한데 모여 충돌한 것이다. 당시 바미당이 분열의 기로에 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언주 의원은 이날 ‘당원권 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 의원은 지난달 선거를 앞두고 보수성향 인터넷 방송 <고성국 TV>에 출연, 손 대표를 겨냥해 “창원서 숙식하는 것도 제가 보면 정말 찌질하다”며 “아무것도 없이 ‘나 살려주세요’ 이렇게 하면 짜증 난다”고 말했다. 당시 손 대표는 지원유세를 위해 창원성산에 방을 얻은 바 있다. 

당원권 정지 1년은 바미당 중앙윤리위원회서 내릴 수 있는 징계 중 ‘제명’ 다음으로 높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의원의 징계가 확정된 것을 두고 “사실상 이 의원에게 당을 나가라는 이야기”라며 “이 의원의 탈당에 명분을 제공해줬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 후폭풍, 갈수록 점입가경
노선갈등·선거참패…곪던 갈등 폭발

바미당은 패스트트랙 지정 표결로 한 차례 더 부딪혔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당내 이견으로 접점을 찾기 어려웠다. 바미당은 표결로 패스트트랙 추인을 결정키로 했다.

지난 23일 열린 의원총회서 표결이 이뤄졌다. 표결 결과는 찬성 12표와 반대 11표. 패스트트랙은 우여곡절 끝에 합의됐지만 팽팽한 표차로 당 분열은 가팔라지는 모양새였다.

의총 직후 유승민 전 공동대표는 “당의 의사결정이 이런 식으로 이뤄진 것은 굉장히 심각하다”며 “당의 현실에 자괴감이 든다. 동지들과 함께 당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사진 오른쪽)와 김관영 원내대표

 


한편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를 받은 이 의원은 의총 한 시간여 뒤 바미당을 탈당했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 자리서 패스트트랙에 대해 “당 내부에 이견이 있는데도 의총서 상정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행태”라며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표결 결과가 단 한 표차이로 갈라졌음을 미뤄볼 때 이 의원이 징계를 받지 않고 의총에 참여했다면 상황은 다소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 의원은 선거제 개편안 등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것에 반대한 바 있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이 의원의 한 표가 있었으면 12대 12로 부결”이라며 “왜 그토록 당원권 정지에 목을 맸는지 드러난다”고 비판했다.

바미당의 합의안 추인으로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안 패스트트랙은 동력을 얻는 듯했으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 위원인 바미당 오신환 의원이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오 의원은 패스트트랙 추인 여부를 결정한 의총 이튿날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12대 11이란 표결 결과가 말해주듯 합의안 추인 의견은 온전한 ‘당의 입장’이라기보다 ‘절반의 입장’이 됐다”며 “누더기 공수처법안을 위해 당의 분열에 눈감으며 제 소신을 저버리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12대 11
후폭풍

패스트트랙의 안건은 소관위원회 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지정 가능하다. 공수처의 소관위는 사개특위다. 사개특위 위원 수는 총 18명으로 11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사개특위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9명과 한국당 7명, 바미당 1명, 그리고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 1명으로 구성돼있다. 공수처 패스트트랙에 찬성한 민주당과 평화당 등 10명은 찬성, 한국당 7명은 반대 입장이다.

캐스팅보트를 바미당이 쥐고 있는 셈이다. 결국 오 의원이 반대하면 이른바 ‘패스트트랙 패키지’ 불발로 이어진다.

오 의원이 공수처 반대 입장을 드러내자 당 지도부는 이날 ‘사보임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보임은 사임과 보임을 일컫는다. 사임과 보임은 각각 맡은 자리서 물러나는 것과 어떤 직책에 임명하는 것을 뜻한다. 즉 사보임이란 국회 상임위원회나 특별위원회 등에서 기존 위원을 물러나게 하고 새 위원을 임명하는 것이다.

사보임은 원내대표의 고유권한으로 원내대표는 상임위 등에 소속 의원들을 임명하거나 물러나게 할 수 있다. 원내대표는 이를 국회의장에게 신청한 뒤 국회의장의 승인 여부에 따라 사보임이 결정된다. 국회법에 따라 특위 위원은 임시회 회기 중 사보임이 불가능하지만, 부득이할 경우 의장의 허가를 받으면 가능하다.

지난 24일 공수처 등 패스트트랙을 강하게 반대한 한국당이 의장실을 점거,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오 의원의 사보임 저지를 촉구한 까닭이다.
 

▲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위원서 사보임 처리된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

오 의원의 반대표로 패스트트랙이 무산 위기에 처하자 김관영 원내대표는 사보임을 추진했다. 김 원내대표는 오 의원 대신 채이배 의원을 사개특위에 배치하기로 했고, 오 의원은 즉각 반발했다.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국회 본청 의사과를 찾아 이를 저지했다. 의사과는 사보임 서류를 접수하는 곳이다.


바른정당계 좌장인 유 전 공동대표는 의사과 앞 복도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떤 이유로든 사보임을 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말했고, 김 원내대표가 사보임을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약속했다”며 “동료 의원들을 거짓말로 속이는 것은 묵과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당내 균열은 점차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바미당은 다음 날 25일 소속 의원들 간 내분 격화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사보임을 강행했다. 바미당은 오 의원 대신 채 의원을 사개특위 위원으로 교체하는 내용의 사보임 신청서를 팩스로 의사과에 제출했다.

유 전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유 전 공동대표를 비롯해 오신환·이혜훈·정병국·하태경 의원은 문 의장이 입원해 있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향했다. 문 의장은 전날 한국당 의원들과의 충돌로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그러나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병원 관계자의 설명에 문 의장과의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정계 개편?
현상 유지?

유 전 공동대표는 이날 “팩스로 사보임계를 제출했다는 것 자체가 당이 정상이 아니다”며 “의장이 사보임을 절대 허락하지 않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 의장은 병동서 사보임 신청서를 결재했다.

바미당은 그간 정계개편이라는 키워드서 자유롭지 못했다. 노선갈등은 정계개편의 군불을 지폈고, 소속 의원들의 탈당은 기름을 부었다. 저조한 선거 결과도 한몫했다. 다만 가능성만 거론됐을 뿐 당 전체가 흔들린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4월 보궐선거 참패와 패스트트랙 이견 표출로 당은 획기적인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차기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았다는 점도 배제하기 어렵다. 바미당의 현상 유지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패스트트랙 과정서 분당이나 합당이라는 말들이 거리낌 없이 나왔다”며 “어느 쪽으로든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분당 가능성이 제기됐다. 창당 이후 당의 완전한 통합이 요원했던 터라 이번 시점서 갈라설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정치권 안팎의 반응을 종합해볼 때 바미당이 당장 공중분해될 가능성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해석이다.
 

▲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바른정당계인 이혜훈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통합 당시 합리적 중도와 개혁적 보수가 같이하기로 합의가 됐고 당의 헌법에도 그렇게 규정했다”며 “통합 이후 우리는 진보인데 중도를 빼고 보수와 진보의 결합으로 바꿔달라고 계속 얘기하시는 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보수와 진보는 서로 각기 다른 방향을 달리는 2개의 말이라고 볼 수 있다”며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말 두 마리를 동시에 끌고 갈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국민의당 전체가 아니고 일부”라고 덧붙였다.

정당보조금이 꽤 남아 있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바미당은 원내 3당임에도 불구, 20석을 넘겨 교섭단체를 형성했다.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의 보조금 차이는 상당하다. 일각에선 바미당이 내년 총선을 대비해 50억원가량의 자금을 구비 중이라고 전했다.

탈당하고 혈혈단신, 현실적 한계는?
지도부 리더십 타격, 주목받는 유-안

바미당 이상돈 의원은 지난 22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갈라선다는 것의 의미를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정당법에는 분당이란 개념이 없다. 당의 주류에 불만이 있는 의원들이 그냥 맨몸으로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바미당이 국가서 보장을 많이 받고, 교섭단체 프리미엄도 있다”며 “바미당서 내분이 있어도 한쪽이나 다른 쪽에서 쉽게 나가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교섭단체기 때문에 계속 정부 보조금이 나온다. 그걸 포기하고 맨몸으로 나오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3지대론 형성’도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패스트트랙 사태가 있기 전 바미당은 평화당과 함께 3지대론으로 이목을 끌었다. 바미당 소속 호남출신 의원들은 평화당 의원들과 접촉한 바 있다. 바미당 박주선·김동철 의원이 대표적이다.

바미당 박주선 의원은 지난 19일 가톨릭평화방송(C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손 대표에게 ‘임기가 있기 때문에 물러나지 못하겠다고 하는 말만 가지고는 안 되고, 지지율이 땅바닥을 치고 있는데 어떻게 다시 지지율을 높여 총선서 승리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과 비전을 제시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는 바른정당계 바른미래당 의원들

박 의원은 손 대표에게 “그 대안으로 바미당이 주도해 제3지대서 빅텐트를 치고, 국민의당에 있었던 평화당 소속 의원들이 참여를 하겠다고 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바미당의 중심축 중 하나인 유 전 공동대표는 3지대론에 대해 부정적이다.

유 전 공동대표는 지난 18일 의총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지역당이 되겠다는 차원서 평화당과 합쳐서 호남 선거만 생각하면 당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바미당 스스로 개혁적 중도보수정당으로 일어서고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며 3지대론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일각에선 3지대론에 바미당과 평화당의 공통분모가 존재한다고 본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장 총선을 앞두고 3지대 구축을 언급하는 것은 당 내외적으로 비판이 될 수 있다”면서도 “‘거대 양당체제의 기득권 타파’라는 명분으로 불씨는 언제든지 살릴 수 있다. 가능성이 완전히 없다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에선 바미당의 최대주주인 유 전 공동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복귀를 점친다. 바미당 창당의 두 핵심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타격을 받은 점도 유효했다.

공통분모
역할론은?

이준석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BBS 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서 “손 대표의 유일한 대안이 ‘유승민-안철수 역할론’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대안 중에서 유의미하고 많은 분들이 기대하고 있는 대안인 것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폭주에 대해 유 전 공동대표나 안 전 공동대표와 정치하는 사람들의 공감대가 오랜만에 형성됐다”며 “역할론이 뒤바뀔 때가 됐고,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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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