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리스크’ 폭망한 식품업계 막전막후

돌이킬 수 없는 회장님의 일탈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일부 오너 일가의 일탈로 식품·외식업계 전반에 주홍글씨가 새겨지는 모양새다. 기업의 ‘오너리스크’ 악영향이 해당 기업과 오너 일가에 그치지 않고 투자자와 고객에게까지 번지고 있기 때문. 이 같은 상황서 잇따라 터지는 사건들은 이미 밑바닥까지 떨어진 이미지와 신뢰를 더욱 추락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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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외식업계가 오너 일가의 횡령·탈세·마약·성추행 등으로 인한 이미지 추락을 면치 못하는 형국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오너 일가의 외도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대리점 또는 가맹점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일가 외도
피해 일파만파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의 상장폐지 여부가 이르면 이달 내로 결정될 전망이다. 지난 9일 업계에 따르면, MP그룹이 코스닥시장위원회로부터 부여받은 4개월간의 개선기간이 이달 10일로 종료됐다.

MP그룹은 이날 기준 7영업일 이내, 즉 이달 23일 전까지 개선 계획 이행내역서와 결과에 대한 전문가의 확인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거래소는 MP그룹의 서류 제출일로부터 15영업일 이내에 코스닥시장위를 개최해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의결한다. 코스닥시장위가 계획대로 잘 이행됐다고 판단할 경우 MP그룹은 상장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MP그룹의 주식거래도 재개된다.


앞서 MP그룹은 정우현 전 회장이 150억원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되면서 2017년 7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됐다. 이에 MP그룹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경영 포기 추가 확약, 주요 관계임원 사임 및 사직 등을 통해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고 상생경영을 통한 주주가치 증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MP그룹의 영업손실은 2018년 사업보고서 연결재무제표 기준 2017년 17억700만원 적자서 2018년 3억7700만원 적자로 그 규모가 축소됐다. 매장 수는 2015년 말 390여개서 2017년 말 290여개로 줄었지만, 2019년 3월 기준 280여개로 비슷한 수준이다.

MP그룹 관계자는 “실적 개선과 문제가 된 임원의 경영참여 배제 등 상장유지와 거래재개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개선기간 동안 계획했던 대로 잘 이행했다는 걸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추락 모자라 불매·상폐 위기 
유명인 앞세워 잘나갔지만…손님 뚝

아오리라멘은 승리의 ‘버닝썬 사태’ 이후 ‘매출 폭락’이라는 폭탄을 맞았다. 승리의 라면회사로 유명세를 탔다가 되레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신한·KB국민·현대·삼성 4개 카드사로부터 아오리라멘의 관련 서류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지난 1월 최초 보도 전과 비교해 보도 후 3개월간의 매출이 최대 73% 하락했다.

최초 보도일인 1월28일 직후인 지난 2월 하루 평균 카드결제액은 1월 대비 22.9%포인트 감소했으며, 3월에는 1월 대비 46.7%포인트 감소했다. 아오리F&B는 지난달 공식 SNS에 “아오리라멘의 국내 43개 매장 가맹점주가 모두 승리의 지인 및 가족관계가 아니고 극히 일부일 뿐이며, 관련 있는 일부 가맹점은 폐업을 결정했다”며 “무고한 가맹점주들에게 피해가 더 커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양유업과 서울탁주(서울장수막걸리)의 처지도 다르지 않다. 남양유업은 고 홍두영 명예회장의 외손녀로 알려진 황하나씨의 구속으로, 서울탁주는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로이킴의 피의자 입건으로 불똥을 맞았다. 

황씨는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됐으며 영장실질심사서 지인의 권유로 마약을 했다며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유명인 연루
발 빼기 급급

로이킴은 정준영 등과 참여한 카카오톡 대화방에 음란물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로이킴은 경찰 소환조사를 위해 지난 9일 오전 비밀리에 귀국했으며, 현재 소환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소비자들은 남양유업과 서울탁주의 제품을 구입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며 불매운동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논란이 된 인물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으면서 “대리점주와 판매처 등이 피해를 입고 있다.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남양유업은 “황하나씨와 일가족들은 실제 남양유업과 전혀 관련이 없다. 창업주의 외손녀란 이유로 피해를 입고 있다. 일생을 낙농 발전을 위해 살다 가신 창업주의 명예 또한 실추되고 있다”며 “개인의 일탈행위가 회사와 관련 종사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해달라”고 밝혔다.
 

서울탁주 역시 “로이킴은 일반주주 중 1명으로 사내 영향력이 없는 일반주주일 뿐”이라며 “로이킴과 그 아버지의 회사인 것처럼 알려져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고 호소했다. 

원조 라면기업 삼양식품의 오너리스크도 갈수록 증대돼 회사의 재도약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회삿돈 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법정구속된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이 이번에는 탈세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법 마련됐지만
실효성은 그닥

앞서 전 회장은 구속된 상태서 ‘돈잔치’를 벌여 회사보다는 개인적인 부의 축적에 혈안이 됐다며 빈축을 사기도 했다. 

지난 15일 검찰과 식품업계에 따르면 회삿돈 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법정구속된 상태인 전 회장이 이번에는 탈세혐의로 재차 검찰수사를 받게 됐다. 전 회장은 정상 경영을 하지 않고 탈세 경영으로 이익을 남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북부지검은 서울지방국세청이 삼양식품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벌인 결과 탈세 규모나 방법이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 이달 초 전 회장을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함에 따라 수사를 벌이고 있다.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전 회장은 지난 2월14일 사법부로부터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정구속은 면했지만 무죄를 주장하던 최 전 회장은 물론, 호식이두마리치킨에 대한 이미지의 실추까지는 면치 못했다. 
 

최 전 회장의 성추행 논란은 호식이두마리치킨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번져 가맹점의 매출 하락으로까지 이어졌다. 실제 2017년 해당 사건이 알려진 후 전월 대비 가맹점당 매출은 20∼40%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최 전 회장 성추행 사건은 이른바 ‘호식이방지법’까지 탄생시켰다. 이 법은 오너리스크로 인한 가맹점의 피해를 가맹본부서 배상하는 것을 골자로 올해 1월1일부터 시행 중이다.

가맹·대리점 피해…실효성 없는 법안
떨어진 신뢰 “더 이상 회복 어렵다”

교촌치킨도 오너리스크 명단서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교촌치킨은 지난해 권원강 회장의 6촌인 권 전 상무가 가맹점 직원들에게 폭행·욕설 등의 갑질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물의를 빚었다.


하이트진로는 ‘일감 몰아주기’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검찰은 하이트진로가 삼광글라스와의 맥주용 캔 제조 및 유통 과정서 비상장 계열사를 포함시켜 통행세를 받았다고 보고 있다.

각종 오너리스크가 식품·프랜차이즈업계를 덮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마련된 오너리스크 방지법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 시행 이전의 피해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 데다 책임 규명도 어렵기 때문이다. 
 

▲ 아오리라멘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부터 오너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해 표준가맹계약서에 오너리스크에 따른 가맹본부의 배상책임을 기재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경영진과 오너 일가의 일탈행위로 가맹점이 손해를 입더라도 입증은 온전히 가맹점주가 해야 하는 상황이라 보상이 쉽지 않다. 법이 시행되기 전에 계약을 맺은 가맹점주들은 애초에 구제 대상에 오르지도 못한다.

법조계에서는 오너 일탈로 인한 매출 하락의 책임을 가맹점주들이 법적으로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특히 연예인 등 유명인 명성에 의존하는 가맹사업은 일반 가맹사업보다 위험성이 커 오너리스크 방지법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추가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떨어진 이미지
회복 방법은?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업체들도 이미지를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라며 “소비자와의 관계가 밀접한 만큼 오너리스크가 부담되는 건 당연지사다. 한번 떨어진 이미지와 신뢰를 다시 끌어올리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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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