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년> 문재인-민주당 결별 시나리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4.22 10:20:51
  • 호수 12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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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면 위장이혼이라도?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여야의 본격적 대결이 시작된 것이다. 이번 21대 총선은 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에 열리는 마지막 정기 선거다. 누가 제1당이 되느냐에 따라 집권 후반기에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가 판가름 난다. 과연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6·13지방선거 때처럼 이번에도 ‘친문 마케팅’으로 승부할 것인가. 정치권은 양상이 그때와는 다를 것이라 예상한다.
 

지난해 6월13일 열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창당 이래 최대의 압승을 거뒀다. 17개 지역 광역단체장 중 민주당 소속 후보가 14개 지역서 당선됐다. 민주당이 놓친 지역은 대구·경북(TK)과 제주뿐이었다. 

친문 마케팅
이제는 옛말?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이하 재보선)를 보면 당시 민주당의 기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12개 재보선 지역 중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경북 김천을 제외한 11곳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광역·기초의원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광역의원 당선자 총 824명(비례대표 포함) 중 민주당 소속은 647명으로 78.5%에 달했다. 기초의원도 민주당이 싹쓸이했다. 지역구 기초의원 2541명 중 민주당 소속 당선자는 50%가 넘는 1386명이었으며, 비례대표 기초의원 당선자는 239명이었다. 총 2927명의 기초의원 당선자 중 55.5%에 달하는 1625명이 민주당 소속이었다. 야권 당선자를 모두 합친 수보다 민주당의 당선자 수가 더 많았다.

당시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가 확실시된 이후 상황실에 나와 “이번 선거는 평화와 경제, 민생에 손을 들어준 것”이라며 “그 뜻을 가슴 깊이 잘 새기면서 겸손하게 집권당으로서 과제를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자축했다.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도 “모자라고 아쉬운 부분이 많은데도 국민들께서 믿음을 보내주셨다. 그래서 더 고맙고 더 미안하다”고 입장을 내놨다.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자 이를 분석하는 기사가 쏟아졌다. 공통된 분석은 ‘친문(또는 문재인) 마케팅’이 제대로 먹혔다는 것. 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 등을 선거벽보와 홍보물에 전면에 내걸어 유권자들의 표심을 끌어오는 전략이 바로 친문 마케팅이다.

지방선거 당시 후보들은 문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비문(비 문재인)계인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는 ‘문재민(문재인+이재명+민주당)’이란 표현을 만들어 사용했다. 그는 유세장서도 틈날 때마다 “문 대통령과 이재명은 문재인정부를 함께 만든 동지다. 문재인과 이재명은 한 몸”이라고 강조했다.

6·13 때는 사진만 찍어도 당선
문통↓ 민주당↑ 데드크로스 임박

의사 출신인 윤일규 천안병 국회의원 후보는 ‘문재인의 주치의’라는 타이틀로 선거운동을 펼쳤다. 최재성 송파을 국회의원 후보는 ‘문재인의 복심’이라는 어깨띠를 두르고 지역을 누볐다.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는 복수의 언론 인터뷰서 자신을 “문 대통령과 영혼으로 통하는 사이”라고 소개했다.

유세 현장에서는 ‘문재인’을 제외하면 설명이 안 될 정도로 그 이름이 자주 언급됐다. 친문계 핵심으로 통하는 전해철 의원은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하러 단상에 올라 10분 동안 26번이나 문 대통령을 언급했다. 

우원식 당시 공동선대위원장은 5분30초 동안 총 7번 문 대통령의 이름을 언급했다. ‘나라를 제대로 만들려는 문재인정부’ ‘적폐 청산을 통한 문재인의 개혁’ ‘한반도 평화를 위한 문재인정부 지지’ 등의 말을 쏟아냈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해당 마케팅 전략은 비단 유세장서만 국한되지 않았다. 당시 민주당 후보 사이에서는 홍보물에 문재인정부와 관련된 이력을 써놓거나 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넣으면, 여론조사서 10% 지지율 상승효과가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과연 친문 마케팅이 ‘친박(친 박근혜) 마케팅’과 무엇이 다르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럼에도 친문 마케팅은 멈추지 않았다.

떨어지는 문
어디까지?

어떤 후보는 자신을 소개할 때 ‘뼈노친문’(뼈부터 노무현, 친 문재인)을 강조했다. 어떤 후보는 자신의 홍보물에 ‘문재인과 함께’라는 문구를 집어넣었다. 어떤 후보는 건물 외벽 홍보물에 문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커다랗게 내걸었다. 그렇게 친문 마케팅은 계속 이어졌고, 그 효과는 민주당 입장에선 기대 이상이었다. 

민주당의 압승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지방선거를 전후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70% 이상 기록,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심리가 반영된 결과였다. 

문재인정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 굵직한 이벤트를 성사시켰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 테이블에서 만나는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은 선거 전날인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서 열렸다.

민주당은 친문 마케팅으로 최근 몇 년간 톡톡한 효과를 봤다. 그렇다면 1년 후 열릴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서도 친문 마케팅을 이어갈 것인가. 가능성은 ‘아니다’ 쪽에 가깝다. 민주당과 문 대통령의 지지율 격차는 크게 줄어 역전되기 일보 직전이다.
 

▲ 김무성 전 자유한국당 대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방선거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로 하락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47%로 집계됐으며 부정평가는 45%였다. 이는 긍정평가가 전주 대비 무려 6%포인트가 오른 결과다. 반대로 부정평가는 4%포인트 내렸다.

“강원 산불에 잘 대응했다”는 국민 여론이 반등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했다.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한 주 전만 해도 취임 후 최저치인 41%였다. 부정평가도 긍정평가보다 높았다. 

새누리도
그랬는데…

동 조사의 정당 지지율서 민주당은 전주보다 1%포인트 오른 38%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가 9%에 불과하다. 지난해 이맘때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70% 초반, 민주당의 지지율은 40% 중반으로 약 30%의 지지율 격차가 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만약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21대 총선 전에 역전된다.

이는 민주당 소속으로 총선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 대통령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민주당을 전면에 내세웠을 때 마케팅 효과가 더욱 크다는 결론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숨죽여왔던 비문이 주류인 친문에 반기를 드는 도화선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경향은 역대 선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2014년 6월4일에 실시됐다. 당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1년을 갓 넘긴 시점이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심판론으로 지지율이 급락했던 시기지만, 권력은 살아있었다. 

당시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은 경부선을 따라 박근혜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부산부터 시작해 서울까지 올라가는 유세 전략은 박 전 대통령이 2012년 18대 대선 때 사용했던 전략을 떠올리게 했다. 

새누리당 이완구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박근혜정부가 성공해야 대한민국이 성공하고 국민 모두가 성공할 수 있다”며 “그 출발은 박근혜정부와 호흡을 같이하는 지방정부를 만드는 데서 시작돼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당시 새누리당 지도부가 박근혜 마케팅을 한 이유는 대통령의 권력이 살아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지방선거 후보들이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못 쫓아가는 이유도 한몫했다. 

새누리당 전철 밟나…
20대 진박, 21대 진문?

박근혜 마케팅은 주효했다. 비록 광역단체장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의 전신)에 1석 차로 패했지만 나머지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당선자 수는 야권을 압도했다.


그러나 박근혜 마케팅은 2016년에 열린 20대 총선서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했다. 일부 TK 출마 후보들이 ‘진박 마케팅’을 사용했지만 대다수의 국민 정서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일부 TK 기반 국회의원들이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면서 국민들의 반감을 샀다.
 

▲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새누리당 지도부가 박 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사건도 발생했다. 친박계가 비박(비 박근혜)계를 몰아내는 공천을 하자 비박계 수장이던 김무성 당시 대표는 서울과 대구 등 일부 지역 공천장에 도장을 찍지 않은 채 부산으로 내려가는, 이른바 ‘옥새 파동’을 거행했다.

당초 새누리당은 20대 총선서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을 받았다. 그러나 진박 감별사 논란과 옥새 파동이라는 내부 분열로 결국 제1당 자리를 민주당에게 내줬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40% 중반,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40% 초반에서 30% 후반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은 당시 한국당의 ‘자중지란’을 지근거리서 지켜봤다. 민주당이 일찌감치 21대 총선 준비에 시동을 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당과의 지지율 격차는 국정 농단 사태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까지 줄어들었고, 최근 부산·경남(PK)에서는 한국당에 지지율 역전을 허용했다. 21대 총선 전 마지막 선거였던 4·3재보궐선거에서는 1명의 국회의원도 배출하지 못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서 열린 원외지역위원장 총회서 “내년 총선 240석을 목표로 준비하겠다”며 “총선서 승리하면 충분히 재집권이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안 단속
주효하나?

민주당은 문재인정부 1기 청와대 멤버들을 영입하고 있다. 문재인의 복심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다음 달 민주연구원장으로 당에 복귀한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한병도 전 정무수석, 윤영찬 전 소통수석,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송인배 전 정무비서관, 권혁기 전 춘추관장 등은 총선 출마가 예상된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영입 가능성을 전했다.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들어가기 전 민주당 지도부가 내부단속에 나선 것으로 읽힌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비문 축출설’ 나오는 이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공천 룰이 윤곽을 드러냈다. 현역 의원이 21대 총선에 출마하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당내 경선을 거쳐야 한다. 당내 평가를 거쳐 ‘하위 20%’에 해당하는 현역 의원은 공천 심사와 경선 때 20%를 감점하는 안도 잠정 결정됐다. 반대로 정치 신인에게는 10%의 가산점이 주어진다.

이는 당내 비문계 현역 의원들에게는 불리, 새로 영입된 문재인정부 청와대 1기 출신 인사들에게는 유리한 기준이다.

10%의 가산점을 받는 정치신인의 기준은 총선에 한 번도 출마하지 않은 경우로 규정했는데 최근 민주당에 입당한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과 권혁기 전 춘추관장이 이에 해당한다.

대대적인 ‘물갈이’를 염두에 둔 기준이라는 해석이 민주당 안팎에서 들려오는 이유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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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