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년> 문재인-민주당 결별 시나리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4.22 10:20:51
  • 호수 12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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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면 위장이혼이라도?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여야의 본격적 대결이 시작된 것이다. 이번 21대 총선은 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에 열리는 마지막 정기 선거다. 누가 제1당이 되느냐에 따라 집권 후반기에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가 판가름 난다. 과연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6·13지방선거 때처럼 이번에도 ‘친문 마케팅’으로 승부할 것인가. 정치권은 양상이 그때와는 다를 것이라 예상한다.
 

지난해 6월13일 열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창당 이래 최대의 압승을 거뒀다. 17개 지역 광역단체장 중 민주당 소속 후보가 14개 지역서 당선됐다. 민주당이 놓친 지역은 대구·경북(TK)과 제주뿐이었다. 

친문 마케팅
이제는 옛말?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이하 재보선)를 보면 당시 민주당의 기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12개 재보선 지역 중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경북 김천을 제외한 11곳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광역·기초의원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광역의원 당선자 총 824명(비례대표 포함) 중 민주당 소속은 647명으로 78.5%에 달했다. 기초의원도 민주당이 싹쓸이했다. 지역구 기초의원 2541명 중 민주당 소속 당선자는 50%가 넘는 1386명이었으며, 비례대표 기초의원 당선자는 239명이었다. 총 2927명의 기초의원 당선자 중 55.5%에 달하는 1625명이 민주당 소속이었다. 야권 당선자를 모두 합친 수보다 민주당의 당선자 수가 더 많았다.

당시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가 확실시된 이후 상황실에 나와 “이번 선거는 평화와 경제, 민생에 손을 들어준 것”이라며 “그 뜻을 가슴 깊이 잘 새기면서 겸손하게 집권당으로서 과제를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자축했다.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도 “모자라고 아쉬운 부분이 많은데도 국민들께서 믿음을 보내주셨다. 그래서 더 고맙고 더 미안하다”고 입장을 내놨다.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자 이를 분석하는 기사가 쏟아졌다. 공통된 분석은 ‘친문(또는 문재인) 마케팅’이 제대로 먹혔다는 것. 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 등을 선거벽보와 홍보물에 전면에 내걸어 유권자들의 표심을 끌어오는 전략이 바로 친문 마케팅이다.

지방선거 당시 후보들은 문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비문(비 문재인)계인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는 ‘문재민(문재인+이재명+민주당)’이란 표현을 만들어 사용했다. 그는 유세장서도 틈날 때마다 “문 대통령과 이재명은 문재인정부를 함께 만든 동지다. 문재인과 이재명은 한 몸”이라고 강조했다.

6·13 때는 사진만 찍어도 당선
문통↓ 민주당↑ 데드크로스 임박

의사 출신인 윤일규 천안병 국회의원 후보는 ‘문재인의 주치의’라는 타이틀로 선거운동을 펼쳤다. 최재성 송파을 국회의원 후보는 ‘문재인의 복심’이라는 어깨띠를 두르고 지역을 누볐다.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는 복수의 언론 인터뷰서 자신을 “문 대통령과 영혼으로 통하는 사이”라고 소개했다.

유세 현장에서는 ‘문재인’을 제외하면 설명이 안 될 정도로 그 이름이 자주 언급됐다. 친문계 핵심으로 통하는 전해철 의원은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하러 단상에 올라 10분 동안 26번이나 문 대통령을 언급했다. 

우원식 당시 공동선대위원장은 5분30초 동안 총 7번 문 대통령의 이름을 언급했다. ‘나라를 제대로 만들려는 문재인정부’ ‘적폐 청산을 통한 문재인의 개혁’ ‘한반도 평화를 위한 문재인정부 지지’ 등의 말을 쏟아냈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해당 마케팅 전략은 비단 유세장서만 국한되지 않았다. 당시 민주당 후보 사이에서는 홍보물에 문재인정부와 관련된 이력을 써놓거나 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넣으면, 여론조사서 10% 지지율 상승효과가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과연 친문 마케팅이 ‘친박(친 박근혜) 마케팅’과 무엇이 다르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럼에도 친문 마케팅은 멈추지 않았다.

떨어지는 문
어디까지?

어떤 후보는 자신을 소개할 때 ‘뼈노친문’(뼈부터 노무현, 친 문재인)을 강조했다. 어떤 후보는 자신의 홍보물에 ‘문재인과 함께’라는 문구를 집어넣었다. 어떤 후보는 건물 외벽 홍보물에 문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커다랗게 내걸었다. 그렇게 친문 마케팅은 계속 이어졌고, 그 효과는 민주당 입장에선 기대 이상이었다. 

민주당의 압승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지방선거를 전후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70% 이상 기록,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심리가 반영된 결과였다. 

문재인정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 굵직한 이벤트를 성사시켰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 테이블에서 만나는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은 선거 전날인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서 열렸다.

민주당은 친문 마케팅으로 최근 몇 년간 톡톡한 효과를 봤다. 그렇다면 1년 후 열릴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서도 친문 마케팅을 이어갈 것인가. 가능성은 ‘아니다’ 쪽에 가깝다. 민주당과 문 대통령의 지지율 격차는 크게 줄어 역전되기 일보 직전이다.
 

▲ 김무성 전 자유한국당 대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방선거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로 하락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47%로 집계됐으며 부정평가는 45%였다. 이는 긍정평가가 전주 대비 무려 6%포인트가 오른 결과다. 반대로 부정평가는 4%포인트 내렸다.

“강원 산불에 잘 대응했다”는 국민 여론이 반등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했다.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한 주 전만 해도 취임 후 최저치인 41%였다. 부정평가도 긍정평가보다 높았다. 

새누리도
그랬는데…

동 조사의 정당 지지율서 민주당은 전주보다 1%포인트 오른 38%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가 9%에 불과하다. 지난해 이맘때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70% 초반, 민주당의 지지율은 40% 중반으로 약 30%의 지지율 격차가 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만약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21대 총선 전에 역전된다.

이는 민주당 소속으로 총선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 대통령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민주당을 전면에 내세웠을 때 마케팅 효과가 더욱 크다는 결론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숨죽여왔던 비문이 주류인 친문에 반기를 드는 도화선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경향은 역대 선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2014년 6월4일에 실시됐다. 당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1년을 갓 넘긴 시점이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심판론으로 지지율이 급락했던 시기지만, 권력은 살아있었다. 

당시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은 경부선을 따라 박근혜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부산부터 시작해 서울까지 올라가는 유세 전략은 박 전 대통령이 2012년 18대 대선 때 사용했던 전략을 떠올리게 했다. 

새누리당 이완구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박근혜정부가 성공해야 대한민국이 성공하고 국민 모두가 성공할 수 있다”며 “그 출발은 박근혜정부와 호흡을 같이하는 지방정부를 만드는 데서 시작돼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당시 새누리당 지도부가 박근혜 마케팅을 한 이유는 대통령의 권력이 살아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지방선거 후보들이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못 쫓아가는 이유도 한몫했다. 

새누리당 전철 밟나…
20대 진박, 21대 진문?

박근혜 마케팅은 주효했다. 비록 광역단체장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의 전신)에 1석 차로 패했지만 나머지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당선자 수는 야권을 압도했다.


그러나 박근혜 마케팅은 2016년에 열린 20대 총선서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했다. 일부 TK 출마 후보들이 ‘진박 마케팅’을 사용했지만 대다수의 국민 정서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일부 TK 기반 국회의원들이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면서 국민들의 반감을 샀다.
 

▲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새누리당 지도부가 박 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사건도 발생했다. 친박계가 비박(비 박근혜)계를 몰아내는 공천을 하자 비박계 수장이던 김무성 당시 대표는 서울과 대구 등 일부 지역 공천장에 도장을 찍지 않은 채 부산으로 내려가는, 이른바 ‘옥새 파동’을 거행했다.

당초 새누리당은 20대 총선서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을 받았다. 그러나 진박 감별사 논란과 옥새 파동이라는 내부 분열로 결국 제1당 자리를 민주당에게 내줬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40% 중반,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40% 초반에서 30% 후반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은 당시 한국당의 ‘자중지란’을 지근거리서 지켜봤다. 민주당이 일찌감치 21대 총선 준비에 시동을 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당과의 지지율 격차는 국정 농단 사태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까지 줄어들었고, 최근 부산·경남(PK)에서는 한국당에 지지율 역전을 허용했다. 21대 총선 전 마지막 선거였던 4·3재보궐선거에서는 1명의 국회의원도 배출하지 못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서 열린 원외지역위원장 총회서 “내년 총선 240석을 목표로 준비하겠다”며 “총선서 승리하면 충분히 재집권이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안 단속
주효하나?

민주당은 문재인정부 1기 청와대 멤버들을 영입하고 있다. 문재인의 복심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다음 달 민주연구원장으로 당에 복귀한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한병도 전 정무수석, 윤영찬 전 소통수석,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송인배 전 정무비서관, 권혁기 전 춘추관장 등은 총선 출마가 예상된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영입 가능성을 전했다.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들어가기 전 민주당 지도부가 내부단속에 나선 것으로 읽힌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비문 축출설’ 나오는 이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공천 룰이 윤곽을 드러냈다. 현역 의원이 21대 총선에 출마하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당내 경선을 거쳐야 한다. 당내 평가를 거쳐 ‘하위 20%’에 해당하는 현역 의원은 공천 심사와 경선 때 20%를 감점하는 안도 잠정 결정됐다. 반대로 정치 신인에게는 10%의 가산점이 주어진다.

이는 당내 비문계 현역 의원들에게는 불리, 새로 영입된 문재인정부 청와대 1기 출신 인사들에게는 유리한 기준이다.

10%의 가산점을 받는 정치신인의 기준은 총선에 한 번도 출마하지 않은 경우로 규정했는데 최근 민주당에 입당한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과 권혁기 전 춘추관장이 이에 해당한다.

대대적인 ‘물갈이’를 염두에 둔 기준이라는 해석이 민주당 안팎에서 들려오는 이유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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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