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총선 필승카드’ 현미경 해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4.12 15:05:08
  • 호수 12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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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곳간이 열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보수 야당의 호들갑일까, 당·정·청의 노림수일까.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문재인정부의 잇단 정책 결정을 ‘총선용 카드’로 규정하고 있다. <일요시사>에서는 총선용 카드로 의심받는 것들을 추려 심층 해부했다.
 

▲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서 발언하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기-승-전-총선’ 차원의, 일부 고교 3학년생들의 내년 투표권을 보는 꼼수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지난 10일,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서 한 말이다.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 의장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고교 무상교육=총선용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1년 당겨
무상교육

다른 보수야당의 반응 역시 한국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인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임재훈 의원은 “지난해 세수가 충분히 확보돼 올해 2학기부터 시행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내년과 내후년에 각각 연 2조원가량의 막대한 재원이 투입된다면 (고교 무상교육이 지속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보수야당도 고교 무상교육 도입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나 원내대표, 정 의장, 임 의원 모두 “고교 무상교육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보수 야당으로부터 고교 무상교육 정책이 총선용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 9일 올해 2학기 고교 3학년부터 단계적 무상교육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2020년에는 고교 2학년까지 확대하고, 2021년에는 고교 전 학생을 대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서 “교육받을 권리는 헌법에 규정된 기본권”이라며 “초등학교, 중학교에 이어 고교 무상교육의 완성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 실현을 위해 필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춰 국민 삶에 도움을 드릴 것”이라며 “학비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가정의 부담이 크게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당·정·청은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는 기존의 고교 무상교육 로드맵을 1년여 앞당겼다. 보수야당이 고교 무상교육을 총선용이라고 지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2020년 4월15일에 열린다.

고3 무상교육, 올 2학기로 앞당겨
선거연령 19→18세와 맞물려 파장

공직선거법상 21대 총선의 선거인 명부 작성 기준일은 2020년 3월24일이다. 이를 기준으로 만 19세인 자는 투표가 가능하다. 올해 무상교육 혜택을 받게 될 고교 3학년생 중 생일이 3월24일 전인 자는 유권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민주당, 바미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선거연령을 현행 만 19세서 18세로 낮추는 안을 추진 중이다. 선거연령 하향을 포함한 ‘선거제 개혁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는 논의가 국회서 이루어지고 있다.

만약 선거법 개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현 고교 3학년 49만여명에게 선거권이 주어진다. 21대 총선의 판세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다. 당·정·청이 고교 3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교육을 우선 실시한다는 발표는 새로 유입될 유권자를 고려한 정책이라는 뒷말을 낳고 있다.
 

▲ 당정청 고교무상교육 갖는 더불어민주당

무상교육의 우선 대상자가 고교 1학년이 아니라는 점도 보수야당이 석연찮아 하는 지점이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시행을 하려면 고교 1학년부터 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당·정·청이 저소득층이나 농어촌 등이 아닌 학년으로 적용 대상을 구분한 이유도 불확실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김한표 의원은 “선거연령 하향에 해당하는 고교 3학년부터 무상교육을 시행하는데 (당·정·청의)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고교 무상교육이 실시될지 여부에 대해서도 보수야당은 회의적이다. 이를 지속적으로 시행할 재원이 없다는 이유다.

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국가부채는 심각하게 쌓여가고 경기는 둔화되면서 세금 낼 국민은 아우성인데 정부가 무상이라는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원 확보
가능한가?

당·정·청은 2024년까지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이 절반씩 부담해 고교 무상교육의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고교 3학년 무상교육 예산은 교육청의 자체 예산으로 편성하기로 했다. 2021년 고교 전 학년 무상교육을 위해서 17개 시도교육청이 내야 하는 예산규모는 약 1조원이다.

고교 무상교육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연 2조원의 안정적인 재원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 그러나 당·정·청이 밝힌 계획은 시도교육감의 협조에 기대는 방식이다. 이에 ‘누리과정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16년 박근혜정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부담을 지방교육청에 떠넘겨 보육대란을 초래한 바 있다.

교육부는 이미 각 시도교육감의 협조를 구했다는 입장이다. 설세훈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각 시도 교육감들을 한 명 한 명 찾아가서 설명하고 협의했다”며 “고교 무상교육의 필요성에 모두 동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3년 뒤 새 교육감이 선출돼 당·정·청과 대립각을 세운다면 고교 무상교육은 큰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문제는 2024년 이후다. 교육부는 향후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밝히고 있지 않다. 이주희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과장은 “2024년까지 5년간은 무상교육에 필요한 실소요금액을 국고에서 지원하지만, 이후에 어떻게 할지는 그때 가서 방안을 논의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현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고교 무상교육을 완성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장관과 진영 신임 행정안전부장관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도 총선용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다. 한국당은 “재난 추경을 이유로 문재인정부가 총선용 추경에 올인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나아가 나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정부에게 “분리 추경 해주시라. 추경안을 두 개로 내주시라”라고 요구했다. 재난 추경과 비재난 추경을 분리해서 제출하라는 뜻이다.

그는 “일단 가장 시급한 과제인 화재복구와 피해주민 지원, 그리고 포항지진 및 미세먼지 관련 대책을 세우고 추진하겠다. 이 정권의 ‘총선용 끼워팔기 추경’서 ‘재난 안전 추경’을 따로 뽑아내서 초스피드로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재난 추경에 ‘소득주도성장’ ‘일자리’ 등이 포함된다면 반대하겠다”고도 했다.


재난·비재난
분리 무시하고…

김정재 원내대변인도 별도 논평을 통해 “한국당은 재난 추경을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강원 산불, 미세먼지, 포항지진과 같은 재해를 극복하려면 정부 지원이 한시가 급한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민주당은 재난 추경을 ‘절름발이’ 추경이라며 장애 비하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어떻게든 추경에 ‘세금 일자리’를 끼워넣겠다는 심산”이라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당·정의 입장은 다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한국당이 신속한 추경 처리를 위해 요구한 재난 추경안 분리 제출에 대해 “함께 제출할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국민 안전과 민생을 위한 추경을 총선용이라고 폄훼하고 있다”며 맞섰다.

앞서 홍 부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강원도 산불 피해 지원 방안, 미세먼지 저감 대책, 민생경제 긴급 지원 계획 등이 담긴 추경 예산안을 보고했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홍 부총리는 올해 추경안 규모가 7조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세먼지 대응을 포함해 국민의 안전을 강화하는 것이 추경의 한 축이다. 특히 기획재정부 등 재정당국에서는 산불 진화·예방 인력확충, 산불 대응 헬기 구매 비용 등 산불 대응 시스템을 강화하는 구상을 검토 중이다.

3·8개각 역시 총선용이라는 시선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달 8일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서 “김부겸, 김영춘, 김현미, 도종환, 유영민, 홍종학 등 내년 총선을 위해 경력 한 줄 부풀린 사람을 불러들이고, 박영선 등 한 줄 달아줄 사람들로 교체 투입한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당·정이 서로 바통을 주고받은 것이다. 강원도 산불 현장서 전임자인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장관은 진영 신임 장관에게,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장관은 문성혁 신임 장관에게,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박양우 신임 장관에게, 홍종학 전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박영선 신임 장관에게 각각 인수인계를 했다.

반면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장관 후보자와 조동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장관 후보자가 동시 낙마하며, 김현미 국토부장관, 유영민 과기부장관은 여의도 복귀에 실패했다.  

추경 7조 중 강원 산불은 얼마?
당정 바통터치, 한 번 더 남았다

총선 출마 계획에 적신호가 켜졌다. 청와대를 통해 김 장관이 올해 연말까지 국토부를 이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8월에 민주당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기존 관측보다 약 4개월 늦은 복귀가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김 장관은 3선 국회의원이다. 비례대표로 시작해 경기 고양정서 내리 재선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김 장관의 복귀가 늦어진다고 해서 4선 가도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반면 유영민 과기부장관의 상황은 다르다. 그는 민주당 현 부산 해운대갑 지역위원장으로 부산 해운대갑은 바미당 하태경 최고위원이 재선에 성공한 지역구다. 

유 장관 입장에서는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 그는 지난해 말 일부 민주당원들 앞에서 총선 출마 의지를 밝혔을 만큼 출마 의지가 강하다. 그러나 장관으로 취임 후 지역을 관리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은 유 장관이 최근 청와대에 “빨리 후임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최근 부산·경남(PK) 민심이 집권여당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도 유 장관이 조바심을 내게 하는 요소다. 민주당은 4·3재보궐선거서 두 지역 모두 다른 당에게 내줬다. 비록 경남 창원·성산은 진보 단일화로 정의당과 손을 잡고 승리를 거뒀지만, 의석을 늘리는 데는 실패했다.
 

▲ 당정청 고교무상교육 협의 후 기념촬영 갖는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당내에선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인 민홍철 의원은 선거 직후 “비겼으나 졌다”며 “경남의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소회를 밝혔다.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이번 재보궐선거서 기록적인 투표율을 보인 것은 ‘정치로 민생을 살피라’는 국민들의 간절한 여망일 것”이라며 “이번 선거를 통해 나타난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여 여야가 민생경제 회복과 개혁 입법 처리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다소 부정적인 해석을 내놨다.

총선용 인선은 그 효과가 이미 검증됐다. 박근혜정부에서는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 개각을 단행, 경쟁력을 갖춘 다수의 장관들을 당으로 돌려보냈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최경환 의원, 해양수산부장관을 지낸 이주영·유기준 의원, 행정자치부장관을 지낸 정종섭 의원,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을 지낸 윤상직 의원 등이 그들이다.

난감해진
두 장관님

이들은 모두 20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사표를 낸 청와대 참모진들도 총선 때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이미 효과가 검증된 방법을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이 마다할 리 없다. 김 장관, 유 장관 두 사람을 제외하고도 21대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큰 장관은 다수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진선미 여성부장관,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장관 등이 그들이다. 올해 연말쯤 중폭 개각이 전망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총리추천제’ 국회의장 왜?

문희상 국회의장이 다가올 21대 총선서 국회가 국무총리를 추천하는 안을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했다. 

지난 10일 국회서 열린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개원 100주년 기념사를 통해 그는 “국회서 총리를 복수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내용을 2020년 총선서 국민투표에 부쳐 다음 정권서 시작하는 개헌에 대한 일괄타결 방안을 논의하자”고 말했다.

이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완화하는 차원서 제안됐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에 공감한 여야는 이를 극복할 분권형 개헌안을 논의했으나, 권력구조 개편 등 핵심 쟁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합의에 실패한 바 있다.

이계성 국회 대변인은 국회의 총리 추천제에 대해 “여야가 각각 추천한 총리 후보자 가운데 한 명을 대통령이 택하는 방식으로, 국회가 추천한 만큼 임기가 보장돼 ‘책임총리제’를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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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