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총선 필승카드’ 현미경 해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4.12 15:05:08
  • 호수 12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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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곳간이 열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보수 야당의 호들갑일까, 당·정·청의 노림수일까.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문재인정부의 잇단 정책 결정을 ‘총선용 카드’로 규정하고 있다. <일요시사>에서는 총선용 카드로 의심받는 것들을 추려 심층 해부했다.
 

▲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서 발언하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기-승-전-총선’ 차원의, 일부 고교 3학년생들의 내년 투표권을 보는 꼼수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지난 10일,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서 한 말이다.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 의장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고교 무상교육=총선용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1년 당겨
무상교육

다른 보수야당의 반응 역시 한국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인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임재훈 의원은 “지난해 세수가 충분히 확보돼 올해 2학기부터 시행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내년과 내후년에 각각 연 2조원가량의 막대한 재원이 투입된다면 (고교 무상교육이 지속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보수야당도 고교 무상교육 도입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나 원내대표, 정 의장, 임 의원 모두 “고교 무상교육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보수 야당으로부터 고교 무상교육 정책이 총선용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 9일 올해 2학기 고교 3학년부터 단계적 무상교육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2020년에는 고교 2학년까지 확대하고, 2021년에는 고교 전 학생을 대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서 “교육받을 권리는 헌법에 규정된 기본권”이라며 “초등학교, 중학교에 이어 고교 무상교육의 완성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 실현을 위해 필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춰 국민 삶에 도움을 드릴 것”이라며 “학비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가정의 부담이 크게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당·정·청은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는 기존의 고교 무상교육 로드맵을 1년여 앞당겼다. 보수야당이 고교 무상교육을 총선용이라고 지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2020년 4월15일에 열린다.

고3 무상교육, 올 2학기로 앞당겨
선거연령 19→18세와 맞물려 파장

공직선거법상 21대 총선의 선거인 명부 작성 기준일은 2020년 3월24일이다. 이를 기준으로 만 19세인 자는 투표가 가능하다. 올해 무상교육 혜택을 받게 될 고교 3학년생 중 생일이 3월24일 전인 자는 유권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민주당, 바미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선거연령을 현행 만 19세서 18세로 낮추는 안을 추진 중이다. 선거연령 하향을 포함한 ‘선거제 개혁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는 논의가 국회서 이루어지고 있다.

만약 선거법 개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현 고교 3학년 49만여명에게 선거권이 주어진다. 21대 총선의 판세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다. 당·정·청이 고교 3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교육을 우선 실시한다는 발표는 새로 유입될 유권자를 고려한 정책이라는 뒷말을 낳고 있다.
 

▲ 당정청 고교무상교육 갖는 더불어민주당

무상교육의 우선 대상자가 고교 1학년이 아니라는 점도 보수야당이 석연찮아 하는 지점이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시행을 하려면 고교 1학년부터 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당·정·청이 저소득층이나 농어촌 등이 아닌 학년으로 적용 대상을 구분한 이유도 불확실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김한표 의원은 “선거연령 하향에 해당하는 고교 3학년부터 무상교육을 시행하는데 (당·정·청의)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고교 무상교육이 실시될지 여부에 대해서도 보수야당은 회의적이다. 이를 지속적으로 시행할 재원이 없다는 이유다.

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국가부채는 심각하게 쌓여가고 경기는 둔화되면서 세금 낼 국민은 아우성인데 정부가 무상이라는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원 확보
가능한가?

당·정·청은 2024년까지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이 절반씩 부담해 고교 무상교육의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고교 3학년 무상교육 예산은 교육청의 자체 예산으로 편성하기로 했다. 2021년 고교 전 학년 무상교육을 위해서 17개 시도교육청이 내야 하는 예산규모는 약 1조원이다.

고교 무상교육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연 2조원의 안정적인 재원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 그러나 당·정·청이 밝힌 계획은 시도교육감의 협조에 기대는 방식이다. 이에 ‘누리과정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16년 박근혜정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부담을 지방교육청에 떠넘겨 보육대란을 초래한 바 있다.

교육부는 이미 각 시도교육감의 협조를 구했다는 입장이다. 설세훈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각 시도 교육감들을 한 명 한 명 찾아가서 설명하고 협의했다”며 “고교 무상교육의 필요성에 모두 동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3년 뒤 새 교육감이 선출돼 당·정·청과 대립각을 세운다면 고교 무상교육은 큰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문제는 2024년 이후다. 교육부는 향후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밝히고 있지 않다. 이주희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과장은 “2024년까지 5년간은 무상교육에 필요한 실소요금액을 국고에서 지원하지만, 이후에 어떻게 할지는 그때 가서 방안을 논의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현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고교 무상교육을 완성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장관과 진영 신임 행정안전부장관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도 총선용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다. 한국당은 “재난 추경을 이유로 문재인정부가 총선용 추경에 올인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나아가 나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정부에게 “분리 추경 해주시라. 추경안을 두 개로 내주시라”라고 요구했다. 재난 추경과 비재난 추경을 분리해서 제출하라는 뜻이다.

그는 “일단 가장 시급한 과제인 화재복구와 피해주민 지원, 그리고 포항지진 및 미세먼지 관련 대책을 세우고 추진하겠다. 이 정권의 ‘총선용 끼워팔기 추경’서 ‘재난 안전 추경’을 따로 뽑아내서 초스피드로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재난 추경에 ‘소득주도성장’ ‘일자리’ 등이 포함된다면 반대하겠다”고도 했다.


재난·비재난
분리 무시하고…

김정재 원내대변인도 별도 논평을 통해 “한국당은 재난 추경을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강원 산불, 미세먼지, 포항지진과 같은 재해를 극복하려면 정부 지원이 한시가 급한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민주당은 재난 추경을 ‘절름발이’ 추경이라며 장애 비하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어떻게든 추경에 ‘세금 일자리’를 끼워넣겠다는 심산”이라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당·정의 입장은 다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한국당이 신속한 추경 처리를 위해 요구한 재난 추경안 분리 제출에 대해 “함께 제출할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국민 안전과 민생을 위한 추경을 총선용이라고 폄훼하고 있다”며 맞섰다.

앞서 홍 부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강원도 산불 피해 지원 방안, 미세먼지 저감 대책, 민생경제 긴급 지원 계획 등이 담긴 추경 예산안을 보고했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홍 부총리는 올해 추경안 규모가 7조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세먼지 대응을 포함해 국민의 안전을 강화하는 것이 추경의 한 축이다. 특히 기획재정부 등 재정당국에서는 산불 진화·예방 인력확충, 산불 대응 헬기 구매 비용 등 산불 대응 시스템을 강화하는 구상을 검토 중이다.

3·8개각 역시 총선용이라는 시선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달 8일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서 “김부겸, 김영춘, 김현미, 도종환, 유영민, 홍종학 등 내년 총선을 위해 경력 한 줄 부풀린 사람을 불러들이고, 박영선 등 한 줄 달아줄 사람들로 교체 투입한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당·정이 서로 바통을 주고받은 것이다. 강원도 산불 현장서 전임자인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장관은 진영 신임 장관에게,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장관은 문성혁 신임 장관에게,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박양우 신임 장관에게, 홍종학 전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박영선 신임 장관에게 각각 인수인계를 했다.

반면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장관 후보자와 조동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장관 후보자가 동시 낙마하며, 김현미 국토부장관, 유영민 과기부장관은 여의도 복귀에 실패했다.  

추경 7조 중 강원 산불은 얼마?
당정 바통터치, 한 번 더 남았다

총선 출마 계획에 적신호가 켜졌다. 청와대를 통해 김 장관이 올해 연말까지 국토부를 이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8월에 민주당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기존 관측보다 약 4개월 늦은 복귀가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김 장관은 3선 국회의원이다. 비례대표로 시작해 경기 고양정서 내리 재선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김 장관의 복귀가 늦어진다고 해서 4선 가도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반면 유영민 과기부장관의 상황은 다르다. 그는 민주당 현 부산 해운대갑 지역위원장으로 부산 해운대갑은 바미당 하태경 최고위원이 재선에 성공한 지역구다. 

유 장관 입장에서는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 그는 지난해 말 일부 민주당원들 앞에서 총선 출마 의지를 밝혔을 만큼 출마 의지가 강하다. 그러나 장관으로 취임 후 지역을 관리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은 유 장관이 최근 청와대에 “빨리 후임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최근 부산·경남(PK) 민심이 집권여당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도 유 장관이 조바심을 내게 하는 요소다. 민주당은 4·3재보궐선거서 두 지역 모두 다른 당에게 내줬다. 비록 경남 창원·성산은 진보 단일화로 정의당과 손을 잡고 승리를 거뒀지만, 의석을 늘리는 데는 실패했다.
 

▲ 당정청 고교무상교육 협의 후 기념촬영 갖는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당내에선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인 민홍철 의원은 선거 직후 “비겼으나 졌다”며 “경남의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소회를 밝혔다.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이번 재보궐선거서 기록적인 투표율을 보인 것은 ‘정치로 민생을 살피라’는 국민들의 간절한 여망일 것”이라며 “이번 선거를 통해 나타난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여 여야가 민생경제 회복과 개혁 입법 처리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다소 부정적인 해석을 내놨다.

총선용 인선은 그 효과가 이미 검증됐다. 박근혜정부에서는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 개각을 단행, 경쟁력을 갖춘 다수의 장관들을 당으로 돌려보냈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최경환 의원, 해양수산부장관을 지낸 이주영·유기준 의원, 행정자치부장관을 지낸 정종섭 의원,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을 지낸 윤상직 의원 등이 그들이다.

난감해진
두 장관님

이들은 모두 20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사표를 낸 청와대 참모진들도 총선 때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이미 효과가 검증된 방법을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이 마다할 리 없다. 김 장관, 유 장관 두 사람을 제외하고도 21대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큰 장관은 다수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진선미 여성부장관,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장관 등이 그들이다. 올해 연말쯤 중폭 개각이 전망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총리추천제’ 국회의장 왜?

문희상 국회의장이 다가올 21대 총선서 국회가 국무총리를 추천하는 안을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했다. 

지난 10일 국회서 열린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개원 100주년 기념사를 통해 그는 “국회서 총리를 복수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내용을 2020년 총선서 국민투표에 부쳐 다음 정권서 시작하는 개헌에 대한 일괄타결 방안을 논의하자”고 말했다.

이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완화하는 차원서 제안됐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에 공감한 여야는 이를 극복할 분권형 개헌안을 논의했으나, 권력구조 개편 등 핵심 쟁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합의에 실패한 바 있다.

이계성 국회 대변인은 국회의 총리 추천제에 대해 “여야가 각각 추천한 총리 후보자 가운데 한 명을 대통령이 택하는 방식으로, 국회가 추천한 만큼 임기가 보장돼 ‘책임총리제’를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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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