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민주당 정책그룹 실체

다 모셔가는 이유가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더좋은미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로 구성된 조직이다. 민주당의 싱크탱크 격으로 통한다. 소속 의원들은 문재인정부 들어 당 내외 요직 진출로 주목을 받았다. 최근 구성원들은 정치적 현안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좋은미래는 어떤 곳이고, 누가 자리하고 있을까.
 

▲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이 지난달 28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강훈식·조승래·남인순·박완주·정춘숙·위성곤·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완주 의원실

더좋은미래(이하 더미래) 소속 의원들은 지난달 29일 중국 충칭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만났다. 이 총리가 중국을 방문한 시기, 더미래 멤버 17명도 충칭으로 워크숍을 왔던 참이었다. 이 총리는 이날 자신의 숙소 식당서 더미래 구성원들과 1시간가량 자리를 함께했다. 만남은 더미래 측에서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리는 이튿날 귀국길서 이번 회동에 대해 “옛날부터 비교적 가까운 사람들”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정책만?

더미래는 지난 19대 국회서 출범했다. 더미래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진보·개혁성향 의원들로 구성됐다. 더미래는 스스로 ‘민주당 정책의견·정치행동 그룹’이라고 일컫는다. 현역 의원이 참여하고 있는 이 모임은 매주 수요일 아침 현안과 정세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조직한 모임은 여럿 있다. 그중에서도 더미래가 주목을 받는 까닭은 멤버들의 활발한 활동 때문이다. 더미래 소속 의원들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당 지도부와 장관으로 뻗어나갔다.

더미래 맴버들은 20대 국회서 민주당 지도부에 진출했다. 우상호·우원식 전 원내대표는 모두 더미래 소속이다. 박완주·박홍근 전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남인순 의원과 이해찬 대표가 임명한 홍익표 수석대변인, 이재정 대변인도 더미래 회원이다.


국회 상임위원회 간사 중에서도 더미래 출신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기동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박완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간사, 윤관석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 홍의락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 홍익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가 그들이다.

더미래는 장관을 배출하기도 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대표적이다. 진 장관은 여가부장관으로 입각하기 전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상당수의 더미래 소속 의원들이 장관에 진출한 만큼 더미래는 ‘장관 등용문’이라 불리기도 했다.

더미래 회원들은 당 지도부와 장관 외에도 여러 방면서 활약 중이다. 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과 은수미 성남시장, 진성준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은 더미래 소속이다. 지난해 6·13지방선거 당시 국회의원 재보선에 당선된 국회의원들도 더미래에 가입했다. 김성환·송갑석·이규희·이후삼 의원은 6월 지방선거 이후 합류했다.

더좋은미래 멤버 분야별 요직 기용
“계파 관련 없어” 순수 정책 모임? 

더미래 멤버들이 기용된 까닭은 단체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평이다. 정기적인 정책 공부와 토론 과정서 다듬어진 회원들의 정무적·실무적 감각을 간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미래 소속 의원들은 지난 대선 당시 더미래연구소라는 싱크탱크를 설립했다. 대선 승리를 위한 정책분야의 활로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사를 맡았고, 정현백 전 여가부장관이 2대 이사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더미래 회원들은 소신 발언으로 한 차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더미래는 전대를 앞두고 ‘민주당 전대와 과제’를 주제로 한 집담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7월 열린 해당 토론회서 회원들은 차기 지도부에게 바라는 점을 거리낌 없이 언급했다.


당시 초선의 강훈식 의원은 “4년 뒤 야당이 발목 잡아서 아무것도 못했다는 말을 하지 않으려면 협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선의 우상호 의원은 “전대 이후 공통의 과제를 설정하고 함께 뛰는 의원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더미래는 최근까지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미래는 지난달 28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에 대해 입장을 내놨다. 더미래 소속 의원들은 이날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오늘날 대한민국은 권력을 이용해 이권에 개입하고, 권력을 남용해 조직적으로 범죄를 은폐·축소하는 참담한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며 김학의, 버닝썬, 장자연 사건과 KT 정관계 로비의혹 사건 등을 언급했다.

더미래는 “공수처 설치는 이러한 권력형 비리와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한 국민적 명령이자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기소권 없는 공수처 설치에 반대한다”며 “기소권 없는 공수처 설치는 공수처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회원은 더미래 대표인 박완주 의원을 비롯해 강훈식·기동민·남인순·위성곤·정춘숙·조승래 의원이었다. 박 의원은 지난해 9월 더미래의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전직 대표였던 유 부총리는 입각과 함께 대표직서 물러났다.

정치권 안팎에선 더미래의 강점을 이구동성으로 ‘탈계파’라고 말한다. 특정 계파에 치우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한때 사조직 논란을 야기한 ‘부엉이 모임’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는 해석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더미래는 설립 초기부터 계파와 거리를 둔 모임이었다”며 “‘정책 중심 모임’으로 줄여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소신껏

실제로 더미래는 누군가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한 바 없다. 지난 민주당 전대서도 더미래는 집단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소속 의원들이 지지했던 후보도 제각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서도 더미래는 특별한 공개지지 등을 하지 않을 전망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모임은?

더미래 외에도 민주당 의원들의 모임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경제공부 모임인 ‘경국지모’는 지난해 9월 조직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 문제가 정부와 여당에게 악재로 작용하는 만큼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경국지모는 매주 금요일 정부와 경제 관계자 등을 초청해 강의를 듣는 것으로 전해졌다.

운동권 출신이 주축이 된 민주평화연대(이하 민평련)는 정세 토론 모임으로 토론은 매주 화요일에 열린다. 민평련의 대표는 우원식 의원으로 설훈·오영훈·이인영 의원 등이 소속돼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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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