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국조특위 해부

툭하면 꺼내드는 ‘국조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정치권이 외쳤던 공공부문 채용비리 척결은 공허하다. 여야는 지난해 말 채용비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그러나 회의 한 번 열린 적이 없다. 여야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정국경색을 야기했다. 비단 채용비리뿐만이 아니다. 정치권은 그간 걸핏하면 국정조사를 주장했다.
 

▲ 한 자리에 선 홍영표·나경원·김관영 여야 원내대표

공공부문 채용비리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는 지난해 12월17일 여야 합의로 구성됐다. 같은 해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채용비리 의혹과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 등이 불씨가 됐다. 여야 3당은 진통 끝에 채용비리 국조특위에 합의했지만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엇박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합의 직후부터 파열음을 냈다.

나 원내대표가 이날 “조사 대상에 강원랜드가 명기돼있지 않은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하자 홍 원내대표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공공부문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반박했다. 이어 나 원내대표는 “강원랜드가 아닌 공공부문”이라고 하자 홍 원내대표는 “서울교통공사가 명시돼있지 않고 공공부문으로 돼있다”고 받아쳤다.

결국 같은 달 27일 열린 본회의서 채용비리 국정조사 계획서는 불발됐다. 여야는 다음 본회의서 이를 처리하기로 했으나 계획서는 통과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2월20일 발표한 ‘공공기관 채용실태 정기 전수조사’를 발표했다. 정부는 1025개 기관(공공기관 333개·지방공공기관 634개·기타 공직유관단체 238개)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총 182건의 채용비리가 적발됐다.

채용비리 국조특위에 합의한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은 같은 달 22일 국정조사 정상화를 촉구했다. 바미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적폐”라며 “국민 앞에서 청와대와 여야가 함께 약속한 합의 내용에 따라 국조 계획서 채택을 위한 특위를 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조특위는 거대 양당의 소극적 행태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민주당은 국정조사만 따로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정조사를 유치원 3법과 연계하기로 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본회의서 유치원 3법은 통과되지 못했다. 한국당은 유치원 3법이 패스트트랙에 오른 만큼 국정조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국당의 태도는 그다지 적극적이지 못하다. 강원랜드 의혹의 경우 한국당 권성동·염동열 의원이 재판을 받고 있다.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은 지난해 11월 결심공판서 권 의원과 염 의원으로부터 청탁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권 의원과 염 의원이 채용청탁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던 상황에서 나온 증언이었다. 현재 권 의원과 염 의원은 관련 재판을 받고 있다.

또 김성태 전 원내대표의 딸이 KT 채용비리 의혹에 휩싸이며 발목을 잡았다. 이석채 전 KT 회장은 해당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22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김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10월 서울시청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감서 시청 진입을 시도하며 파행을 빚은 바 있다. 당시는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채용 논란이 불거질 때였다. 이날 김 전 원내대표는 ‘청년일자리 도둑질 서울시, 고용세습 엄정수사 촉구’라는 플래카드와 함께 “우리 자식들, 청년들의 일자리를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도둑질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해결하자던 채용비리 국조, 감감무소식
정치권 대결 구도만 심화, 책임은 누가?

한국당은 난감한 모양새다. 채용비리 국조특위를 주장했지만 김 전 원내대표가 채용비리 의혹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지난 3일 국회 정론관서 “김 전 원내대표가 자신의 딸 KT 특혜채용에 직접 관여한 의혹이 드러났다”며 “검찰 수사 과정서 2011년 당시 김 전 원내대표가 직접 딸의 계약직 지원서류를 KT 사장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이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한국당은 검찰이 여론몰이 수사를 기도하고 있고, 언론이 이에 편승해 팩트 확인도 없이 보도를 일삼고 있다며 법적 조치까지 거론하고 나섰다”며 “청년 일자리를 도둑질당했다고 공공기관의 채용비리에 대한 국정조사를 주장했던 한국당이 자당 의원의 특혜채용 비리 의혹에는 감싸기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채용비리 국조특위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까닭은 채용비리 이외의 국정조사와 무관하지 않다. 이른바 ‘손혜원 국정조사’가 대표적이다. 무소속 손혜원 의원은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자 민주당을 탈당했다. 한국당 및 바미당 등 야당은 관련 의혹이 불거지면서 손 의원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여야는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는 형국이다.

여야는 지난달 4일, 3월 임시국회 개회 합의 당시 손 의원의 국정조사 여부를 두고 첨예하게 맞붙었다. 당시 홍 원내대표는 “손 의원의 국정조사 등에 대해선 조율이 되지 않았다”며 “정쟁을 위해 손 의원을 표적으로 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 손혜원 무소속 의원

반면 손 의원의 국정조사를 강하게 촉구한 나 원내대표는 “여당에게 최소한의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기회를 줬지만 끝끝내 발로 걷어찼다”고 일갈했다.

최근까지 정국이 살얼음판을 걷는 가운데 손 의원에 대한 국정조사 논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3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손 의원과 관련된 목포 부동산 거래 내역을 모두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검찰의 수사 방향에 따라 손 의원의 국정조사 여부는 정국의 핵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채용비리 국조특위 역시 동력을 상실할 공산이 크다.

일각에선 국정조사를 정치권의 이슈몰이용 도구로 평가한다. 여야가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국정조사를 이용한다는 해석이다. 특정 사안을 중앙 이슈로 부상시키고 여야가 첨예한 대결을 펼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회의 시계도 함께 멈춰선다. 국회는 4월을 관통하고 있지만 올해 본회의는 9차례에 그쳤다.

살얼음판

정치권 관계자는 “국정조사는 여론의 관심이 큰 사안을 두고 진행되는 만큼 정치권의 존재감 다툼이 치열하다”며 “국정조사가 꼭 필요할 때도 있지만 정쟁을 목적으로 두고 있는 경우도 더러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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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