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9인 잠룡’ 기해년 플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1.02 11:15:54
  • 호수 11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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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돼지해 용꿈 꾸게 해주소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2019년 기해년 새해가 다가왔다. 60년에 한 번 돌아오는 황금돼지의 해를 맞은 잠룡들은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2019년 한 해 몸값을 올리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차기 대선의 향배가 결정될 공산이 크다. 복이 들어온다는 돼지해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 (사진 왼쪽부터)이낙연 국무총리, 황교안 전 국무총리,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

2019년 잠룡들은 어느 해보다 활발한 활동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50% 이하로 떨어지면서 잠룡들이 운신할 폭이 그만큼 넓어졌기 때문이다. 여권 잠룡들에게는 자기 정치를 할 기회가 찾아왔으며, 보수야권 잠룡들에게는 발목을 잡던 박근혜 탄핵정국서 벗어날 기회가 주어졌다.

이낙연

이낙연 국무총리는 정치권이 예상하는 대권 1순위다.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조사서 1위에 올라 있다. ‘이낙연 대망론’이 여의도서 가장 뜨거운 이유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세인 데 반해 이 총리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는 아이러니가 2019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세 총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재 그에 대한 위상은 굳건하다. 경제 투톱으로 불리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청와대 정책실장 인선에 이 총리가 핵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 대통령도 이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향후 친문(친 문재인) 지지자들의 선택을 받기 좋은 환경에 있는 것이다.


관건은 총리직을 내려놓은 다음의 행보다. 대선 전까지 대권주자로서 존재감을 계속 보일지는 미지수다. 당내 경선서의 경쟁력도 장담할 수 없다. 총리 퇴임 후 야인 신분이 된다면 경쟁력은 빠른 속도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역대 총리들의 대권도전 실패 사례가 주는 교훈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이 총리의 21대 총선 출마 가능성에 주목한다.

황교안

보수야권의 희망으로 불린다. 각종 여론조사서 이 총리에 이은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보수진영에선 1위다. 최근 강연정치로 자신의 주가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절제된 언어로 문재인정부 정책서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는 모습이 몸값을 높이는 데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관건은 행정가서 탈피해 정치가로의 변신에 성공하느냐다. 오는 2월에 열릴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전당대회가 변신의 첫 번째 관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황 전 총리는 당 대표 출마를 결정하지 못한 채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여의도 안팎으론 취약점이 너무도 분명하기 때문에 장고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들린다.

이낙연 VS 황교안 총리 매치 임박
19대 대선 상종가 유승민·심상정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황 전 총리의 경우 박근혜정부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며 “당 대표로 나오든 총선에 나오든 집권여당에선 이를 물고 늘어질 것이다. 프레임에 완전히 노출돼있다고 보면 된다. 본인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시민

전망이 가장 밝은 대권주자 중 한 명이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앉기 전부터 연예인 뺨치는 인지도를 가졌다. 모진 세월의 풍파를 견디며 얻은 잡초와도 같은 생명력은 유 이사장이 가진 가장 큰 힘이다.

그 외 요소들도 긍정적이다. 국회의원을 하며 현실정치에 단련됐으며, 보건복지부장관을 역임해 관료사회에 대한 이해도도 갖췄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호위무사’라는 평가는 여권 최대 계파인 친노(친 노무현)·친문(친 문재인)에게 크게 어필하는 부분이다.

상승세는 2019년에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 이사장은 내년 1월 유튜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시중에 판치는 가짜뉴스에 엄중 대응하기 위함이라는 게 그 이유다. 정치권은 유 이사장의 다음 행보를 정계복귀로 조심스레 내다본다.

관건은 유 이사장의 의지다. 그는 자신의 이사장 취임식서 “정치를 하고 말고는 의지의 문제”라며 “다시 공무원이 되거나 선거에 출마할 의지가 현재로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1959년생인 유 이사장은 황금돼지띠다.

유승민

19대 대선 때의 기세가 무색하게 현재의 상황은 그리 밝지 못하다. 바른미래당 내에서 우군이었던 측근들이 탈당하거나 탈당설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당내 입지가 좁아진 건 당연지사.

2019년 유 전 대표에게 있어 키워드는 ‘홀로서기’와 ‘복당’이다. 측근들의 이탈로 홀로서기 시험대에 올랐다. 혼자서도 이전만큼의 정치력과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느냐에 따라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이어가느냐의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에는 유 전 대표를 둘러싼 복당설의 실체가 밝혀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 12월17일 대구에 내려와 강대식 전 동구청장 등 측근들과 긴급회동을 갖고 한국당 복당과 관련해 심도 깊은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 최근 기자들과 만나 “유 전 대표는 탈당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태를 수습했다. 정치권에선 2월 중으로 열릴 예정인 전당대회가 바른미래당 탈당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심상정

19대 대선이 낳은 또 한 명의 대권주자다. 대표직을 내려놓아 미디어 노출도가 이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여전히 여성 정치인 중 대권에 가장 근접해 있다.


2019년은 정의당을 제1야당으로 성장시킨다는 약속을 지켜낼 수 있느냐가 결정되는 해다. 이미 교두보는 마련됐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발간한 ‘권역별 비례대표 의석배분 방식에 따른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의 시사점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난 20대 총선에 대입했을 시 정의당의 의석수는 36석으로 증가한다. 기존 5석에서 비약적인 증가가 예상된다.
 

▲ (사진 왼쪽부터)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

고 노회찬 전 원내대표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노 전 원내대표가 유명을 달리하기 전 정의당 관계자는 당내 최대 숙제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심상정, 노회찬 이후의 인물을 길러내지 못하고 있는 게 가장 큰 숙제”라고 답한 바 있다. 그만큼 두 사람의 존재감이 당내서 절대적이라는 의미다. 심 의원에게는 한쪽 날개를 잃은 정의당을 총선 대박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숙제가 안겨졌다. 심 의원 역시 1959년생으로 황금돼지띠다.

안철수

과거의 영광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한때 ‘안철수 신드롬’의 당사자였으나 잇단 패배로 심각한 내상을 입은 상태다. 현재 독일로 건너가 국책연구기관인 막스프랑크 연구소에 머물고 있는데 2019년 귀국이 유력하다. 귀국 후 곧바로 정계복귀를 할지 주목된다. 

최근 안 전 공동대표는 지지자들에게 손편지를 써 주목받았다. 편지를 통해 그는 “무더위와 강추위를 겪으면서 우리들은 나이테처럼 더욱 단단하게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는데 이는 곧 정계 복귀설로 번졌다.


안 전 대표 측은 “독일로 떠날 때 인사도 하지 못한 지지자들에게 안부를 전한 것뿐”이라며 “(정계 복귀는)전혀 아니다”라고 설을 일축했다.

안 전 대표에게 2018년은 잊고 싶은 해다. 6·13지방선거서 서울시장으로 출마했지만, 박원순 시장을 꺾기는커녕 한국당 김문수 전 후보에게도 밀려 3위에 그쳤다. 대권주자로서 믿기 어려운 참패였다. 귀국 후 탈당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바른미래당을 되살려낼지가 관건이다.

이재명

굴곡진 한 해였다. 지난 대선 때 비록 문 대통령에게 경선서 졌지만, 체급을 올리는 데 성공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여세를 몰아 6·13지방선거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현재의 자리로 올라섰다.

그러나 곧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이 봇물 터지 듯 제기되면서 정치적 위기에 처했다. 이후 ‘친형 강제입원’ ‘검사 사칭’ ‘대장동 개발’ 등에 대한 의혹으로 기소됐다. 이 중 검사 사칭, 대장동 개발 관련 혐의에 대한 증인 심문, 증거조사 등은 오는 10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내상 입은 안철수 “재기 가능할까?”
‘도지사 듀오’ 이재명·김경수 닮은꼴

자신에 대한 혐의를 벗는 게 최우선 과제다. 2019년은 이 지사에게 위기이자 기회의 해라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26일 “의혹 중 핵심인 혜경궁 김씨에 대한 부분은 기소를 피했다”며 “만약 지금 혐의에 대해 무죄가 확정되면 모든 의혹을 털고 대선에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경수

이재명 경기도지사 입장에선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부러울법하다.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과 공모해 선거 과정서 포털사이트 댓글을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지사의 1심 재판은 지난 12월28일 마무리됐다. 오는 1월 중 김 지사에 대한 선고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김 지사 사건은 빈 깡통처럼 소리만 요란했던 사건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특별검사팀은 김씨 일당의 진술 외 핵심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법조계 안팎에선 김 지사를 무너뜨릴 ‘결정적 한방’이 없다는 평가다.

김 지사와 민주당 입장에선 오는 1월 선고공판 때 무죄를 받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야당에 반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지난 5월 해당 사건의 특검 도입을 요구했다. 김성태 당시 원내대표는 단식 투쟁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김 지사가 빠지면 특검을 도입할 이유가 없다는 게 당시 한국당의 논리였다. 

김부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함께 김부겸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장관은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눈여겨보는 대권주자로 알려져 있다.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서 태어나 민주당계 최초로 영남 국회의원에 당선된 김 장관은 이해찬식 민주당 장기집권 플랜서 빠질 수 없는 사람이다.

장관 임기를 잘 마치는 일이 우선이다. 2018년 한 해는 크고 작은 사건들로 시끄러웠다. 야권은 사고가 있을 때마다 행안부에 대한 지적을 잊지 않았다. 한국당은 최근 울산을 찾은 김 장관에게 “대권병에 걸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지난 12월18일 원내대책 회의에 참석해 “민생 파탄, 공권력 실종, 빈발한 안전사고에 대응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할 행안부장관이 벌써부터 대권 놀음이나 하고,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만 열을 올리니 국민의 삶은 더욱 어려워진다”고 쏘아붙였다.

정치권은 김 장관이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여의도로 돌아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문 대통령이 내년 상반기에 개각 카드를 꺼내들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김 장관의 본격적인 정치 행보는 여의도로 복귀하는 시점에 시작될 예정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의도 황금돼지띠

황금돼지띠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정의당 심상정 의원만 있는 게 아니다. 정치권에는 1959년생 정치인의 전성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름 있는 정치인이 많이 포진해 있다.

여의도에만 1959년생 국회의원이 심 의원을 포함해 13명이나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영선·김두관·박재호·권미혁 의원, 자유한국당 한선교·함진규·강석진·이종명·곽상도 의원,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 민주평화당 최경환 의원, 정의당 심상정 의원,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이 그들이다.

국회의원을 그만두고 6·13지방선거에 나가 당선된 민주당 소속 양승조 충남도지사도 1959년에 태어났다. 민주당 소속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역시 같은 해에 태어났다. 원외 인사로는 ‘보수논객’ 전여옥 전 의원이 대표적인 황금돼지띠 인사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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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