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당 5색’ 기해년 현안

‘산 넘어 산’ 올해도 싸우다 끝낼 거요?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새해를 바라보는 5당의 속내가 복잡하다. 각 정당이 처한 난국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처리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5당 각각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더 나은 한 해를 기대하고 있다. 기해년을 맞아 이들이 풀어야 할 과제들은 무엇이 있을까.
 

 

20대 국회의 2018년은 그야말로 격동의 한 해였다. 올 한 해 국회는 꽤나 시끄러웠다. 원내 5당을 둘러싼 정치적 사건·사고들이 한몫했다. 해당 사안들은 앞으로도 각 정당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5당 각각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는 까닭이다.

집안 단속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2019년은 ‘집안 단속’으로 시작될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지난 6·13지방선거서 압승을 거뒀다. 민주당은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선거서 대구와 경북 그리고 제주를 제외한 전 지역에 깃발을 꽂았다.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서도 크게 승리했다. 민주당은 기초단체 226곳 가운데 151곳서 당선인을 배출했다. 선거 결과에 따라 문재인정부의 중간평가는 후한 점수를 받았다. 당시 민주당의 지지율은 50%를 훌쩍 넘겼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집권 20년론’은 당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다만 그 기세는 최근 들어 한풀 꺾였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어느덧 40% 아래로 추락했다. 집권 여당인 까닭에 문재인 대통령을 둘러싼 악재가 작용한 점을 간과하기 어렵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당내 인사들의 파문은 결정적이었다. 민주당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범계·김정호 의원 등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를 관통하면서 여론의 비판을 한 몸에 받았다.


이 지사를 향한 의혹은 오는 1월 말에 열리는 ‘친형 강제입원 혐의’와 관련된 재판으로 수렴하는 모양새다. 배우 김부선과의 스캔들은 고소 취하로 일단락되긴 했지만 이 지사는 이 과정서 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를 언급해 논란을 야기했다. 민주당 내부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당시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며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여론도 ‘진흙탕 싸움’을 지적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민주당은 김소연 대전 시의원의 폭로로 야당과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박 의원의 전략공천으로 김 의원은 지난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해 시의원에 당선됐다. 김 의원은 당선 이후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박 의원 측근들의 불법 정치자금 요구 정황을 폭로했고 박 의원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의원은 박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방조죄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했지만 검찰은 지난 12일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오히려 민주당은 김 의원을 닷새 뒤 제명 처리했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사건과 관련된 전문학 전 대전시의원을 ‘혐의 없음’으로 처리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검찰이 전 전 의원에 대한 구속 수사 결정을 내리자 그를 제명했다. 이를 두고 지역 정가는 물론 정치권서도 모순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민주, 소속 정치인 잇단 논란에 촉각
한국, 계파·복당·태극기 등 과제 산적

최근 발생한 ‘공항 갑질’ 논란의 주인공도 민주당 소속의 김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공항 내 신분확인 절차 과정서 부적절한 언행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그는 거짓 해명 논란에 이어 음모론을 제기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일관하기도 했다. “갑질은 내가 당했다”며 당시 근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동을 보였던 그는 결국 고개를 숙였다.

소속 정치인들의 연이은 논란은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과 무관하지 않다. 공교롭게도 논란의 주인공들은 지난 6월 지방선거서 당선된 인사들이다. 공항 갑질 논란의 당사자인 김 의원은 지난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서 당선됐다.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 국면을 타개하고, 후반기 국정 동력을 좌우하는 총선 결과를 위해 본격적인 집안 단속에 나설 공산이 크다.


지지율 제고를 위한 당 차원의 대책도 강구될 전망이다. 최근 민주당은 경제악화로 등 돌린 민심을 다시 붙잡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민주당은 현장 목소리를 중심으로 민생 경제 정책을 세우고자 ‘청책투어’에 나섰다. 민심 이반이 확장되는 것에 경각심을 드러낸 것이다.

민주당은 핵심 지지층을 다잡는 데에도 힘쓸 예정이다. 특히 민주당은 노동계와의 갈등을 풀기 위해 적극적인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민주당은 탄력근로제 등으로 노동계와 갈등을 빚었다. 당시 홍영표 원내대표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며 민주당과 노동계의 갈등이 극에 달하기도 했다. 지난 22일 민주당 박주민·이수진 최고위원과 을지로위원회 박홍근 위원장은 굴뚝 위에서 농성을 벌인 민주노총 소속 파인텍 노동자들을 만났다.

갈등 봉합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최대 과제는 ‘계파 갈등 봉합’으로 꼽힌다. 한국당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위원장 체제로 인적쇄신을 단행하고 있다. 한국당은 최근 현역 의원 21명을 ‘물갈이’하면서 1차 인적쇄신을 마무리했다. 인적쇄신에 대한 평가가 난무하는 상황서 시선은 자연스레 전당대회로 쏠리고 있다.

차기 총선서 공천권을 행사하는 당 대표가 누가 되는지에 따라 한국당의 해묵은 계파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김 비대위원장은 계파주의를 ‘한국당의 병’이라 지적했지만 친박(친 박근혜)계와 비박(비 박근혜)계의 갈등은 쉽사리 봉합되지 못하는 형국이다. 한국당 전대는 곧 계파 갈등 해소와 심화의 기로에 놓여 있다는 해석이다.
 

▲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친박계 한국당 홍문종 의원은 지난 26일 비대위·중진연석회의서 “얼마 전 한국당 김무성 의원이 모 잡지와의 인터뷰서 친박당을 없애버릴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며 “그냥 넘어가도 되는 것이냐”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김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신하였다’ ‘신하 대접을 받았다’는 김 의원이 대통령을 ‘가시나’라고 불렀으면서 대통령 대접을 했느냐”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말하라면 수많은 사건을 말할 수 있지만 말하지 않겠다”며 노골적으로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은 올해가 지난 이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전대가 다가올수록 당내 영향력 확보를 위해 두 계파의 갈등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차기 당 대표의 선출에 따라 계파 갈등은 ‘교통정리’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이탈자들의 복당 역시 지나치기 어렵다. 한국당 전대 전후를 기점으로 추가 이탈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한국당 내 친박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때 ‘당을 버렸던 사람들’이란 이유에서다. 이들의 복귀가 또 다른 갈등의 씨앗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태극기 부대의 수용 여부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한국당 내에선 태극기 부대를 두고 이견이 맞서고 있다. 한국당 오세훈 국가미래비전 특별위원장은 복당 기자회견서 “태극기 부대의 충정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비박계 인사인 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극단적 주장은 배척돼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물론 태극기 부대서도 한국당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일각에선 김무성·정진석·권성동·김성태 의원과 바미당 유승민·이혜훈·하태경 의원을 ‘탄핵 7적’이라 칭하는 등 노골적으로 비박계에 대한 감정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들은 시위 과정서 해당 의원들의 사진에 낙서를 하며 처단식을 거행하고, 문자폭탄을 보내는 등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탈 저지
바른미래당

바미당은 한국당 이학재 의원(전 바미당 의원)의 탈당 이후 소속 의원들의 이탈을 막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 의원을 비롯해 신용한 전 바미당 충북지사 후보와 전·현직 국회의원과 기초의원 등이 짐을 쌌다. 이 의원의 탈당 여파가 어디까지 이어지느냐에 따라 바미당의 향배가 좌우될 전망이다. 손학규 대표는 지난달 26일 “바미당을 창당한 그 뜻을 우리 당원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해주기를 바란다”며 호소했다. 이외에도 바미당은 고질적인 ‘당내 화학적 결합’ 문제를 봉합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바미당 지도부의 리더십 문제도 공식화됐다. 바미당은 손 대표 체제 이후에도 지지율에 변화가 없다. 이를 두고 일찌감치 바미당 내부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바미, 이탈자 막고 평화·외연 넓히고
정의, ‘포스트 노회찬’ 발굴로 도약?

바미당 권오을 경북도당 위원장은 지난 11월25일, 서울 여의도 모처서 열린 전·현직 지역위원장 모임에 참석해 “내년 3월까지 당 지지율이 15%를 넘지 못하면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자리엔 손 대표와 오신환 사무총장, 권은희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를 비롯해 전·현직 지역위원장 150여명이 참석했다. 바미당의 지지율은 한 차례를 제외하고 10%를 넘은 적이 없다.

손 대표의 단식 이후에도 선거제 개편이 불투명한 점 역시 당 지도부의 리더십을 흔들고 있다. 바미당은 선거제 개혁에 사활을 걸었지만 연일 험로를 걷고 있다.

일각에선 흔들리는 당을 바로잡기 위한 처방으로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복귀를 기대한다. 유승민 전 공동대표의 거취를 둘러싸고 여러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서 당내 구심점이 될 만한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재 잡기
민주평화당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은 호남 정당서 외연을 확장해 저조한 지지율을 타개하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평화당은 지난 6월 지방선거서 미미한 성과를 보였다. 평화당은 광역단체장 선거서 한 곳도 차지하지 못했고, 기초단체장 5석을 얻는 데 그쳤다. 5석도 모두 호남지역이었다. 평화당은 선거 과정서 ‘인재난’을 겪기도 했다. 평화당은 선거 결과에 대해 창당 이후 4개월 만의 지방선거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당의 존재감은 최근까지도 큰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다.

평화당 지지율은 5개 정당 중 가장 낮다. 1%의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던 평화당은 최근까지 5% 내외의 저조한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평화당 관계자는 “총선 이후 당이 어떻게 될지 솔직히 장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 정동영(민주평화당, 사진 왼쪽)·이정미(정의당) 대표

평화당은 창당 이후 이렇다 할 국정 이슈를 주도하지 못했다. 다만 정동영 대표가 취임 이후 선거제 개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평화당은 당력을 총 집중할 전망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현행 선거제도에 비해 소수 정당에 유리할 뿐 아니라 평화당의 존재감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진다. 선거제 개혁이 이뤄진다면 평화당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제 개혁은 야3당의 공조 아래 진행되고 있지만 평화당은 가장 적극적으로 선거제 개혁을 주창한 정당으로 꼽힌다. 평화당은 정 대표 취임 이후 선거제도 공동개혁 상황실 설치에 앞장서는 등 선거제 개편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수혈 급한
정의당

정의당은 총선 전까지 진보 진영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새로운 피를 수혈하기 위해 애쓸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올해 고 노회찬 전 의원을 떠나보냈다. 고 노 전 의원의 작고로 정의당은 큰 슬픔에 휘청거리는 듯했지만 오히려 똘똘 뭉치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정의당은 한때 창당 이후 최고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최근까지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의당은 바미당, 평화당과 함께 선거제 개혁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국회 공식 논의 기구인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심상정 의원이라는 점은 기대감을 갖게 하는 요소다. 이정미 대표는 단식 이후 일궈낸 여야 합의를 어떻게든 지켜낼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선거제 개혁의 골자인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며 민주당 역시 같은 맥락이다. 최근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으면서 민주당의 향후 행보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정의당은 다가오는 총선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고삐를 당길 전망이다. 정의당은 민주당과 한국당에 이어 지지율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차기 총선서 ‘해볼 만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정의당은 간판 정치인이었던 고 노 전 의원을 떠나보냈지만 이른바 ‘포스트 노회찬’을 발굴하기 위해 힘쓸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고 노 전 의원의 별세 이후 설립된 ‘노회찬 재단’을 정치학교 형태로 설립, 진보정치 후계자를 양성할 예정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5당 지지율은?

최근 5당의 지지율은 민주당, 한국당, 정의당, 그리고 바미당과 평화당 순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4일과 26일 이틀간 조사해 2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은 36.3%로 1위를 기록했지만 전주 대비 1.7%포인트 하락했다.

한국당은 전주 대비 0.2%포인트 오른 25.6%를 기록해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정의당 8.6%, 바미당 8.2%, 평화당 2.3% 순이었다.

정의당과 바미당은 각각 전주 대비 0.5%포인트, 2.6%포인트 상승했으며 평화당은 전주 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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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