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재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31)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잘못된 결정이 우유부단함 보다는 낫다
동업자 내부갈등 강제집행 해봐야 건질 것도 없어

“현명한 결정을 내린다면 그 무엇보다 좋다. 그러나 잘못된 결정을 내릴지라도 우유부단하여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다”라는 말이 있다. 
비록 자신에게는 작은 이익도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상대방에게는 막대한 타격을 가하게 되는 일들이 있다.
용기를 내어 과감하게 시행을 하다보면 예상외로 큰 이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조그만 손실을 염려하여 망설이다가는 모든 것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어떻게 잘 활용하는가의 차이점이라고 본다. 
후텁지근한 어느 여름 날, 소나기가 한차례 퍼붓고도 도심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었다. 경제가 어려운 때였지만 휴가철이 되자 저마다 산과 바다로 여행을 떠나고 있었다. 나 역시 시원한 계곡이든 바다든 가고 싶었지만, 회사 일이 산적한 탓에 휴가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던 터였다.
급한 업무로 출장을 다녀와서 땀을 식히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리고 있었다. 전라도가 고향인 정형식이라는 친구였다.

망설이지 마라

“어따, 잘 지내고 있는가? 나, 형식이여.”
전 직장 동료이자 친구인 정형식은 시내 70여 곳의 빌딩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용역회사 관리상무로 사무실이 마포에 있었다. 그는 이따금 골치 아픈 문제가 있거나 답답한 일이 있을 때면 나를 만나서 자문을 하는 절친한 사이였다.
“아, 정 상무, 반가우이. 오랜만일세.”
우리는 서로 반가운 마음에 안부를 묻고 휴가 얘기를 했다. 이 친구 역시 아직 휴가를 떠날 계제는 아니라고 했다. 그는 만난 지도 오래 됐으니 저녁식사나 같이 하자고 했다. 그가 강남구청에 볼일이 있다고 해서 우리는 강남구청 근처 P호텔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퇴근 무렵, 차량 정체를 감안해서 약속 시간보다 일찍 길을 나섰다. 택시를 타고 P호텔에 도착하니 정 상무가 먼저 나와 있었다. 손을 번쩍 치켜드는 그에게 한손을 들어 보이며 다가갔다.
“어따, 임 이사, 이거 참말로 오랜만이시.”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그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었다.
“하, 오랜 만일세. 그래 무슨 바람이 불어서 날 보려고 강남까지 오셨나.”
“어따, 하도 안 불러줘서 잘나간다는 자네 얼굴이라도 보려고 왔제.”
그가 농담조로 대꾸했다. 오래 묵을수록 좋은 게 친구라고, 좋은 벗은 언제 만나도 반갑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의 맞은편에 앉으며 가벼운 악수를 나누었다.


“그런데, 강남구청엔 왜?”
“아녀, 아녀. 얼마 전에 업무관계로 압류한 건이 있었는디, 상대방이 합의를 보자고해서 만나 필요한 서류 발급 하려고 왔는디. 아무래도 자넬 보고 가야 쓰겄다는 생각이 들어서.”
“눈물 나게 고맙구먼. 식사는 어디서 할까? 자네가 괜찮으면 이곳 2층 중국식당도 괜찮던데.”
“아무것이나 묵자고. 그란디 임 이사, 자네가 괜찮다면 식사하기 전에 자문을 좀 할 일이 있구만. 자네가 좀 어쩔란지?”

그가 전라도 사투리를 맘껏 섞어가며 양해를 구하고 있었다.
“그래? 무슨 말인가? 내 뱃속에 회오리바람이 일기 전에 빨리 끝내세!”
“물론이제. 길지 않을 거구만.”
정 상무가 테이블위에 놓인 블랙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말을 시작했다.
“뭐이냐 하면,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 회사가 관리하고 있는 빌딩 중에 실내 온천사우나가 있어. 그 사우나를 4명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네. 그란디 그 사람들이 지금까지 몇 달간 1억원이나 관리비를 체납하고 있단 말이여.”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

“아니? 무슨 관리비가 몇 달간 밀린 게 1억원이 넘는가. 대단하구만.”
“놀란 만도 하제. 나도 처음에는 일반관리비를 그렇게 많이 납부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어. 우리 직원들이 하는 말인디, 사우나에서 사용하는 전기세, 수도료 등 일반관리비가 모두 합쳐서 한 달이면 수천만원씩이나 되놔서, 몇 달만 밀렸다하면 금방 일억원 이상 체납 된다는 거여.”
“사우나도 돈만 있다고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하다가는 금방 망하겠는걸.”
“관리비가 많이 체납되면 우리도 관리비를 받아먹고 사는 관리회사 입장으로 부담스럽지 않겠어? 어쩔 수 없어 실질 운영자 4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하여 얼마 전에 승소판결을 받았제. 허나 받긴 했지만….”
“그 사람들 갚을 능력은 있어?”

나는 필요한 부분부터 짚어 물었다.
“말도 아니여. 재판이 끝난 얼마 후에는 그나마 운영하던 사우나도 문을 닫고 말았다네. 처음에는 손님이 꽤 있는 것 같더니 요즘 와서는 경기를 타는지 아니면 그 동네 사람들은 목욕도 하지 않는지, 하루에 몇 명 정도만 겨우 오니 어디 전기세라도 낼 수 있겄나. 그래 도저히 안 되겠는지 아예 문을 닫고 나타나지도 않더구먼.”
“아니 그렇게 영업이 안 된다는 말인가? 동업을 하다 보니 서로 의견이 엇갈려 제대로 된 운영을 할 수가 없었던 건 아닌가?”
“잘 봤어. 자네 말대로 동업자들끼리 서로 내부갈등을 빚다보니 사업에 관심을 쓰지 못했던 것 같더라고.”
“그래서?”

“직원들이 동업자 4명에 대해 알아 봤는디, 4명 중 3명은 재산이 거의 없는 빈 털털이고 강제집행을 해본들 건질 것도 없어. 한 명만 겨우 3층 다가구 주택을 본인명의로 소유하고 있다는구먼.”
“그것 참 다행이네.”
“그란디, 그 다가구 주택에는 채무자뿐만 아니라 다른 전세입자들이 함께 거주하고 있다는 거여. 문제는, 세입자들의 현황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거제. 강제경매를 진행하더라도 뭣을 알아야제. 등기부상 나타난 대출금은 8000만원뿐인데. 내가 간단히 계산 해봐도 주택시가에 대비해서 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을 빼면 강제경매진행을 해봤자 별로 실익이 없다 이거여. 그래서 내 이 고귀한 머리로는 도저히 판단이 서지 않고 감이 안 잡히지 뭔가. 괜히 경매비용만 날리는 꼴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하고….”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