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경제사령탑 ‘홍&김’ 궁합 보니…

닮은 듯 다른 ‘왕실장’과 ‘예스맨’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투톱의 시대가 지고 원팀의 시대가 올까. ‘경제 투톱’ 김동연·장하성 1기 경제팀은 잇단 불협화음을 노출한 끝에 경질됐다. 새로운 2기 홍남기·김수현 팀은 ‘원팀’을 강조했다. 전임 경제팀서 비롯된 엇박자 논란을 의식, 우려를 일찌감치 차단한 셈이다. 여느 때보다 두 사람의 합이 주목을 받고 있다. ‘홍&김’은 낙관론과 비관론을 동시에 받고 있다.
 

▲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으로 내정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동시에 경질했다. 문 대통령은 김 장관과 장 실장의 후임으로 각각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김수현 사회수석을 내정했다. 경제사령탑이 예산정국서 전격 교체된 것이다. 내년도 예산심사가 국회서 진행 중이었다.

교체설 돌다
결국 아웃!

김동연·장하성 경제팀이 동시에 경질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그간 교체설은 번번이 제기됐다. 다만 문 대통령의 결정은 예상됐던 시기보다 앞섰다. 결국 문 대통령의 의지로 해석됐다.

문재인정부는 경제 분야서 좀처럼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을 교체했다. 지난 8월에는 김동연·장하성 경제팀에게 “완벽한 팀워크”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결과에 직을 건다는 결의로 임해줄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문정부는 경제 성장 둔화 등 악재서 자유롭지 못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선 경제정책 전환을 주장했다. ‘경제 참사’라는 표현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문 대통령은 3대 경제정책(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을 내려놓지 않았다. 특히 소득주도성장에 있어서 물러서지 않았다. 소득주도성장은 문정부의 경제정책 중 가장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문제는 경제팀의 불협화음이었는데 문 대통령은 경제정책에 강한 확신을 보였다. 경제팀은 반대로 마찰을 빚어 논란을 낳았다. 김동연·장하성 경제팀은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으로 지난 5월에 처음으로 부딪혔다.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으나 장 전 실장은 반대였다.

‘고용 참사’를 두고도 엇갈렸다. 김 부총리는 경제 정책 수정의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장 전 실장은 고용상황의 개선을 확신했다.

‘김 부총리 패싱 논란’은 결정적이었다. 당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권한을 기재부 장관에게 줬기에 경제부총리라고 한다. 경제컨트롤타워는 경제부총리에게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김 부총리는 소득주도성장에 회의적이었다. 반면 장 전 실장은 제일 잘 한 일로 소득주도성장을 꼽았다. 최근엔 경제 전망을 두고 정반대의 입장을 보였다.

김동연·장하성 경제팀의 파열음은 짙어졌다. 경제적 성과가 없는 상황이었다. 문 대통령은 비교적 이른 시기에 경제팀을 경질했다. 투톱 체제의 김동연·장하선 경제팀은 저성장 국면서 경제 정책에 대한 불협화음으로 교체됐다.

예산정국서 경제 투톱 김&장 경질
전임들의 엇박자 의식…원팀 강조

후임으로 내정된 2기 경제팀은 ‘원팀’과 ‘경제 정책지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 후보자와 김수현 신임 정책실장은 지난 9일 내정됐다. ‘김&장’ 경질과 같은 날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원팀을 강조했다.

윤 수석은 이날 이들의 임명을 발표하면서 “두 분은 참여정부시절 청와대서 3년,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사회수석과 국조실장으로 지금까지 정무적 판단과 정책조율을 성공적으로 해왔다”며 “원팀으로써 호흡을 맞춰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동연·장하성 경제팀처럼 마찰은 없을 것이란 해석이다.
 

▲ 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

홍 후보자와 김 실장도 이를 의식한 듯 했다. 홍 후보자는 내정된 날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서 기자들과 만났다. 홍 후보자는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이 1기 팀으로서 잘 해왔는데 외부에 의견이 다른 게 많이 표출되면서 문제가 지적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경제에 대해서는 경제부총리가 중심이 돼 끌고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 후보자는 “경제정책은 경제 부총리가 중심이 돼 경제팀을 ‘원팀’으로 이끌어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 실장은 홍 후보자에게 힘을 실어줬다. 김 실장은 “경제부총리의 활동을 지원하고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더 이상 ‘투톱’ 같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의 ‘패싱 논란’을 짚은 것이다.

홍 후보자와 김 실장의 호흡은 전임 경제팀보다 기대할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 후보자는 내정된 날 “김 실장을 개인적으로 잘 안다”며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둘은 지난 노무현정부 때부터 오늘날 문정부까지 함께 일하고 있다.

홍 후보자와 김 실장은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서 함께 근무했다. 홍 후보자는 경제수석실 행정관을, 김 실장은 국정과제비서관을 역임했다. 문정부 들어서 홍 후보자와 김 실장은 각각 국조실장과 사회수석을 지냈다.

“우린 하나”
한 목소리

홍 후보자와 김 실장은 정책 이견 우려에 대해서도 “소득주도 성장을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홍 후보자는 지난 9일 “소득주도 성장은 논쟁하기보다 우선 추진하되 문제가 발생하면 조정하거나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실장도 지난 11일 춘추관 브리핑서 문정부의 3대 경제정책에 대해 “분리할 수 없이 묶인 패키지”라고 아예 못을 박았다. 김 실장은 “속도와 성과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큰 틀에서의 방향은 전혀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경제 진단에 대해서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홍 후보자는 지난 9일 “올해 어려움이 내년에 금방 개선되지 않고 상당 부분 힘들 수 있지만 지금의 경기 상황을 ‘침체’ ‘위기’라고 말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경제는 심리’라는 말을 각인하고 가능한 희망적 관점서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 역시 “경제 하방압력이 높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여러 제반 대외환경도 불확실성이 누적되는 것 또한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위기냐 아니냐’ 말하는 건 적절치 않고, ‘경제 기초가 튼튼하다, 아니다’는 등의 논쟁을 할 여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맥을 같이 했다.

홍 후보자와 김 실장은 김동연·장하성 경제팀이 보인 불협화음을 의식, 발생할 수 있는 우려에 대해 대부분 언급한 셈이다.

한편 일각에선 홍 후보자와 김 실장이 강조한 ‘원팀’이 제대로 운영될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두 사람이 걸어온 길과 현재의 위치 그리고 환경 등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지난해 6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서 현안 간담회 직후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홍 후보자는 ‘성실하고 일 잘하는 공무원’이란 평을 받는다. 홍 후보자의 성실함은 정평이 나 있다. 홍 후보자는 특유의 성실함으로 인해 정권을 가리지 않고 기용됐다. 정치색이 옅은 점도 장점으로 작용했다.

그는 노무현정부와 박근혜정부에선 청와대서 근무했다. 홍 후보자는 박근혜정부 당시 정책조정수석비서관실 기획비서관과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을 역임했다. 이명박정부에선 기재부 대변인과 기재부 정책조정국 국장을 맡았다. 

결국 홍 후보자의 성실함과 옅은 정치색은 ‘시키면 잘 하는 사람’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홍 후보자를 두고 ‘예스맨’이란 표현이 나오는 까닭이다. 


반면 김 실장은 홍 후보자와 결이 다르다. 김 실장은 노무현정부와 문정부서 중용돼 굵직굵직한 사안들을 담당했다. 김 실장은 지난 2005년 노무현정부 당시 ‘세금폭탄’ 논란으로 이어진 종합부동산세를 확대한 장본인이다.

잘 맞을까?
기대와 우려

김 실장은 문재인정부 사회수석 시절 신고리 원전 건설 중단과 대입제도 개편, 부동산 정책 등 핵심 현안을 맡았다. 김 실장은 당시 ‘왕수석’이라고 불렸던 이유다. 김 실장은 신임 정책실장으로 내정되면서 청와대 장악력은 더욱 높아졌다. 김 실장은 문 대통령의 대선서 정책 공약 등을 구상해내기도 했다. 김 실장의 청와대 장악력이 장 전 실장보다 강력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결국 김 실장의 영향력이 가시적인 가운데 홍 후보자가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된다. 정책실장의 강력한 영향력 행사는 김 부총리의 과거를 답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선을 긋는 모양새다. 홍 후보자가 일선서 뛰는 역할을 수행하고 김 실장이 전체적인 그림을 조율한다는 것이다. 

홍 후보자가 청와대 참모와 장관들을 지휘할 수 있을지도 주목할만하다. 홍 후보자가 이끌어갈 청와대 관료 중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종원 경제수석비서관은 행시기수로 홍 후보자보다 선배다. 통상 경제부총리가 경제 관료보다 선배지만 홍 후보자의 경우는 다르다. 

특히 김 실장은 윤 수석에게 힘을 실어줄 예정인 만큼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실장은 “경제수석이 내각과 좀 더 소통하고 협의할 수 있도록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며 “현안은 현안대로 각 수석이 챙기고, 정책실장은 미래를 위한 성장과 혁신 과제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경제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홍 후보자와 김 실장 간 미묘한 신경전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물론 홍 후보자의 업무 스타일에 따라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홍 후보자는 팀워크, 협의 등에 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홍남기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

 

홍 후보자가 장관을 어떻게 지휘할 수 았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홍 후보자의 지휘를 받게 될 정치인 장관들 역시 정부 내 영향력이 상당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과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 홍종학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대표적이다.

김 실장의 경제 분야 전문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홍 후보자에 비해 김 실장은 경제 전문가라고 보기 어렵다. 그런 연유로 일각에선 홍 후보자와 김 부총리의 공감대 형성이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본다.

오랜 시간 한솥밥 “개인적으로 잘 안다”
말 잘 듣는 홍·영향력 강한 김…호흡은?

김 실장은 문 대통령이 지난 시정연설서 언급한 ‘포용국가’를 사실상 진두지휘하게 된다. 포용국가의 틀 안에서 경제정책은 영향을 받을 공산이 크다. 경제를 총괄하게 될 홍 후보자와 정부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릴 김 실장 간 협의가 어떻게 이뤄질지 주목된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경제 전문가가 아니라는 시각과 관련, “제가 경제전문가가 아니라는 걱정을 하는 것 같다. 다만 경제학을 했다 안 했다 식의 논의는 부적절하다”며 “청와대에도 경제수석, 일자리수석, 등 경제전문가들이 있다. 저는 이분들이 과감하게 내각과 함께 일할 수 있게 뒷받침하면서 전체 국정과제를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우려하는 분들에게는 걱정을 더는 일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동연·장하성 경제팀에 이어 홍 후보자와 김 실장이 내정된 것을 두고 야당의 반발이 거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야당은 홍남기·김수현 경제팀에 대해 정반대의 평가를 내렸다.

지난 11일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홍남기·김수현 경제팀을 향해 “경제가 짙은 먹구름 상황에서 문재인정부는 국면 전환 능력이 매우 의심스러운 2기 경제팀을 국민들께 내놓았다”며 포문을 열었다.

윤 대변인은 홍 후보자에 대해 “노무현정부 청와대서 문 대통령과 일했고, 이낙연 국무총리를 보좌했다. 또 임종석 비서실장의 대학동문으로서 현 정권 핵심들과 밀접한 관계”라며 코드인사 비판을 이어갔다. 김 실장에 대해선 “도시공학 전공자로서 경제에 문외한이고, 경제 전반을 거시적으로 총괄하는 식견도 능력도 없다”고 날을 세웠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같은 날 홍 후보자와 김 실장이 내정된 것에 대해 “걱정스럽다. 안쓰럽다”며 자신의 SNS 페이스북에 글을 게재했다. 손 대표는 “대통령이 남의 말 안 듣기로 유명하다는 말이 근거 없는 말이기를 바랐는데, 이번 인사를 보면 대통령의 고집이 대단한 것 같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도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지난 9일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 경질은 예산정국 한 가운데에 있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하다”며 “두 사람 간의 갈등이 교체의 한 원인이 되었다는 점에서도 개운치 못하다”고 밝혔다.
 

▲ 물 들이키는 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

반면 정의당은 2기 경제팀에 대해 반기는 모양새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같은 날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이를 튼튼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경제민주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실현할 적임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최 대변인은 “정의당은 경제부총리 인사청문회를 통해 개혁의 적임자인지 꼼꼼하게 검증할 것”이라며 송곳검증을 예고했다.

홍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11월 말로 예상됐다. 그러나 민주당은 속도조절에 나섰다. 민주당은 홍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내년도 예산안 처리 이후 열기로 했다. 시기는 12월 초다.

통상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 대상자를 지명하고 2∼3일 안에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로 보낸다. 국회는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요청안을 접수한 날부터 20일 안에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이후 국회는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 대통령에게 송부한다. 따라서 홍남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예산심사 법정기한인 오는 12월2일 이전에 열린다. 민주당은 그 이후 청문회를 열겠다는 것이다.

청문회 두고
여야 기싸움

기존대로라면 예산정국이 펼쳐지면서 인사청문회가 진행된다. 민주당은 시기를 미뤄 야권의 ‘청문회-예산안 연계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야권이 홍 후보자의 청문회 과정서 불거질 수 있는 도덕성, 자질 논란 등을 예산안과 연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야권은 “정치적 속셈”이라며 불쾌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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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