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08③>연말연시 서민들의 고달픈 애환<돌격르포>

“하루벌이 하루살이에 쓴 소주만 들이켜요”


흉흉한 시국으로 다소 썰렁하긴 해도 연말은 연말이다. 백화점은 세일이 끝나기 전 겨울옷을 장만하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유흥업소가 즐비한 골목은 취객들로 넘쳐난다. 그러나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이들에게 흥청망청한 분위기는 남의 나라 일일 뿐이다. 경제가 휘청거릴 때마다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저소득층 서민들과 실직자, 노숙자, 노점상 등이 그들. 이들에게 연말은 새해엔 나아질 거란 희망조차 품기 어려운 추운 날들이다. 한 명의 손님이라도 더 받으려 동분서주하는 대리운전기사, 구직을 위해 쓸개까지 빼놓은 실직자, 내일의 일거리가 보장되지 않아 밤마다 쓴 소주를 삼키는 일용직 노동자 등 처절한 연말을 보내는 이들의 사연을 현장에서 들어봤다.

분주한 연말 분위기 속 생계걱정에 여념 없는 서민들
술자리 많은 연말 대목 노린 대리운전기사들의 힘든 일상
실업자 늘면서 대리운전기사, 노점 상인들 경쟁 치열해져
일정 수입 없는 실직자·노숙인 등 ‘더욱 가까운 불황’


10년간 몸담았던 직장에서 반 강제로 퇴사하고 지난 10월부터 대리운전을 시작한 박모(37)씨. 그의 하루는 오늘도 해가 떨어진 뒤 시작된다.
지난 15일 저녁 7시, 그날도 어김없이 박씨는 PDA를 들고 강남 유흥가 골목에서 손님으로부터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평소대로라면 손님이 뜸할 월요일 저녁이지만 때가 때이니만큼 연말특수를 누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버리지 못햇다.

대리운전자 늘어나
대목특수 사라져

그러나 한 시간이 지나도 PDA는 울리지 않았다. 초조감이 극에 달할 무렵 첫 번째 ‘오더’가 왔다. 내용은 ‘강남역-신설동 15K’. 강남역에서 신설동까지 1만5000원이란 뜻이다.
박씨는 콜센터 접수를 마치자마자 손님에게 전화를 걸었고 부리나케 강남역으로 이동, 얼큰하게 취한 남자손님을 태웠다. 무사히 첫 번째 손님을 집까지 태워준 뒤 1만5000원을 받은 박씨는 벤치에 앉아 다음 손님을 기다렸다.
마침 인근에 있는 손님으로부터 주문이 왔고 웬 횡재냐 싶었던 박씨는 급히 손님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러나 이미 손님은 먼저 온 대리운전 기사의 차를 타고 떠난 뒤였다. 대리운전을 부르는 사람들은 몇 개 업체에 전화를 걸어 먼저 오는 운전자에게 운전대를 맡기는 일이 허다해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박씨의 설명이었다.

그 후 박씨는 용산에서 일산으로, 마포역에서 강서구청 등으로 불려 다니며 5건의 대리운전을 해 새벽 5시경 약 8만원의 수입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그 가운데 택시비와 회사에 내야 하는 사납금, 식사비 등을 제하고 4만원가량의 순수익을 손에 넣은 채 지친 몸으로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박씨는 “그나마 연말이라 손님이 좀 있는 편이어서 집사람에게 몇 만원이라도 쥐어줄 수 있어 다행”이라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박씨와 같은 대리운전기사들에게 연말은 송년회 등 각종 모임으로 취객이 늘어나는 대목일 뿐이다. 크리스마스나 새해 첫 해맞이 등의 행사는 이들을 설레게 하지 않는다. 더 많은 이들이 흥청망청한 연말을 보내 PDA가 한 번이라도 더 울려주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나 연말특수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 대리운전업체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데다 실직 등의 이유로 대리운전기사를 택한 이들이 늘어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전국대리운전자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1월30일 기준으로 전국의 대리운전자 수는 7만6000여 명이다. 이는 지난 6월과 비교해 5000명이나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암암리에서 활동하는 대리운전기사가 적지 않은 만큼 얼마나 많은 이들이 대리운전 업계에 뛰어들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해지자 허탕을 칠 뿐만 아니라 쓸모없는 지출만 하고 돌아오는 대리운전자들도 허다하다. 대부분 대리운전 이용자들은 몇 군데의 업체에 전화를 건 뒤 가장 먼저 오는 대리운전자에게 자신의 차를 맡긴다.
때문에 기동성 싸움에서 진 운전기사들은 허탕을 칠 뿐만 아니라 쓸데없이 택시비만 낭비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 심지어 대리운전업체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가격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다 집단 폭력사태로 이어지는 사건 등이 이를 말해 준다.

여성 대리운전자의 경우 더 큰 고충을 감수하며 밤거리를 나선다. 술에 취한 남자손님들이 공공연히 보내는 야릇한 시선과 짓궂은 농담 등을 견디는 것은 여성 대리운전자들이 넘어야 할 산이다. 때로는 시선과 언어성희롱에서 그치지 않고 육탄공세를 펴는 취객도 있는 것이 현실.
실직한 남편을 대신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운전대를 잡게 됐다는 대리운전 경력 6개월 차의 주부 이모(35)씨. 처음엔 뭇 남성들의 농담을 받아주는 것이 몸의 피로함보다 훨씬 힘들었지만 몇 개월이 지나자 성적농담에 대응하는 요령도 터득했다. 그러나 지난달 손님에게 당한 성추행으로 큰 충격을 받고 결국 대리운전을 그만두게 됐다.

여성운전자에 쏟아지는
야릇한 시선과 짓궂은 농담

그날 밤도 술에 얼큰하게 취한 남자손님을 옆자리에 태우고 가던 이씨. 점잖은 인상에 깍듯이 예의를 갖추는 손님을 본 그녀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차가 출발하기가 무섭게 그 남성은 이씨에게 “2차 한번 가자”는 제안을 한 것.
놀란 이씨는 애써 웃으며 거절을 했지만 남성은 계속해서 2차를 요구했다. 결국 그녀는 길가에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나가려고 했다. 그 순간 그 남성은 이씨의 팔을 잡아 당겨 끌어안은 뒤 가슴을 만지려고 했다.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남성을 밀어낸 뒤 도망치듯 차에서 빠져나왔다.
이씨는 “그날 이후로 대리운전은 절대 하지 않는다”며 “술에 취하면 모든 여자를 업소의 여자로 보는 남성들이 있는 한 여자가 대리운전을 하는 것은 녹록치 않은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들뜬 연말분위기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또 다른 이들은 구조조정 등으로 실직하거나 사회에 나오기도 전 불합격이란 쓴잔만을 마시고 있는 구직자들이다. 하루아침에 백수로 전락하거나 면접의 기회조차 뜸한 이들에게 연말은 우울하기만 하다.
올 10월 아빠가 된 이모(28)씨는 그야말로 막막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100일 잔치를 하기도 전 실업자 신세가 돼 분유값 걱정을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1년 전 한 무역업체에 취직해 150만원 남짓한 월급을 받으며 세 식구의 가장이 된 이씨. 늘 빠듯한 살림이었지만 전셋집이나마 보금자리가 있고 직장이 있고 가족이 있다는 것에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그런 그에게 사장은 지난달 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했다. 회사 사정이 어려우니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라는 말이었다. 갑작스런 해고통보에 정신이 아득했던 이씨에게 사장은 봉투 하나를 건넸다. 아기 기저귀 값이라도 하라며 두 달 치 월급을 넣어 줬던 것.
회사가 기울어가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던 데다 자신을 친자식처럼 아꼈던 사장의 어쩔 수 없는 결단이었다는 것을 아는 이씨는 눈물을 머금고 사무실을 나와야 했다.

그는 그 후 건설현장을 찾아다니며 막노동으로 생활비를 벌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일거리를 찾기가 어려워 공치는 날이 늘어간다고 한다. 이씨는 “젊은 놈이 처자식 굶기겠느냐며 큰소리를 치긴 했지만 어린 딸아이를 보고 있으면 눈물부터 난다”고 말했다.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대학생 장모(25·여)씨도 초조한 마음으로 연말을 보내는 이들 중 하나다. 대학 4년 동안 대기업취업만을 목표로 달려왔던 장씨. 그러나 대학시절 동안 취업을 위해 쌓아왔던 각종 이력과 결과물로 밤을 새워 이력서를 작성해도 서류전형조차 통과되지 않자 눈높이는 차츰차츰 낮아졌다.
이제는 중소기업은 물론, 초대졸 사원을 모집한다는 기업에도 서슴없이 원서를 내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수십 개의 기업 중 면접시험의 기회를 준 업체는 단 두 곳. 두 업체에서도 장씨는 퇴짜를 맞았다.

넉넉지 못한 집안형편에 취업재수는 꿈도 꾸지 못한다는 장씨는 오늘도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서 취업사이트와 취업박람회 등의 정보를 검색하며 자기소개서를 고치고 또 고친다. 내년엔 많은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규모를 대폭 줄인다는 가슴 철렁한 뉴스는 마음 편히 눈조차 붙이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장씨는 “졸업 전 취업해 졸업식 날 부모님에게 사각모를 씌워 드리는 것이 꿈이었는데 졸업식장에도 가지 못할 것 같다”며 “왜 하필 올해 졸업해 사회에 발을 들이기도 전 절망감부터 맛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찬바람을 맞으며 장사를 하는 노점상인에게도 이 겨울은 유난히 춥다. 경기도 부천에서 5년째 붕어빵을 구워 파는 남모(46·여)씨는 어느 해보다 수입이 줄었다고 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남씨가 장사를 하는 장소와 불과 1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붕어빵 노점상이 3개나 생긴 탓이다.
재료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000원에 4개의 붕어빵을 팔고 있는데 비해 인근의 한 노점상은 1000원에 무려 8개의 붕어빵을 주고 있어 경쟁에서 밀리기도 한다. 최근에는 근처에 20대 여성 2명이 다코야끼라는 일본과자를 구워 팔아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어 손님의 발길이 한층 더 뜸해졌다고 한다.

남씨는 “손님을 끌기 위해 손해를 보면서 팔 수도 없고 장사를 그만둘 수도 없으니 하루하루가 힘들기만 하다”며 “내년에 대학교에 가는 첫째아들을 생각하면 한숨만 늘어간다”고 토로했다.
강추위와 싸우며 한뎃잠을 자는 노숙인들에게도 이번 연말이 달가울 리 없다. 서울역, 잠실역, 영등포역 등 노숙인의 메카(?)로 자리 잡은 곳에는 대낮부터 소주병을 끼고 행인 사이를 지나치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추위가 거세질수록 종이상자와 신문지로 몸을 감싼 채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으로 모여 들어 술로 추위와 절망감을 떨치고 있었다.

실직자 증가하면서
노숙인, 노점상도 늘어

갈수록 더해가는 불황은 20~30대의 청년들과 여성들까지 거리로 내모는 등 노숙인들의 풍경을 바꿔놓기도 하고 있다.
문제는 내년 초가 되면 노숙인들의 수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노숙인들이 거리생활을 하기 전 PC방이나 고시원, 쪽방 등을 전전하다 길거리로 나오는데 현재 이 장소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고 있다는 것이 이를 짐작케 한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밖에도 보일러를 틀 형편이 되지 않아 냉방에서 두꺼운 이불 몇 장에 의지해 생활하는 쪽방촌 노인들, 보증금이 없어 언제 터질지 모를 사건에 대한 불안감을 안은 채 고시원에서 지내는 노동자들, 일거리를 찾으러 새벽부터 인력시장에 나선 이들 등 서민들의 연말은 그 어느 때보다 싸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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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