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추적] 베일 벗는 ‘MB 대선자금’ 비밀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5.03 09: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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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500억” 천신일-A그룹 털면 나온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양재동 폭풍’이 세종로와 여의도에 몰아칠 조짐이다. 하이마트 사건에서 불거진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수사가 대선자금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게이트’는 최시중. ‘검은돈’ 수수를 시인한 그는 코너에 몰리자 대선에 사용했다고 털어놨다. 곧바로 말을 바꿨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진 후였다. 모든 게 검찰에 달렸다. 과연 살아 있는 권력 속으로 파고들 수 있을까.

“이명박 대통령은 불법 대선자금을 단 한 푼도 받지 않았습니다.”

2009년 5월 당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미국 워싱턴에서 현지 특파원들과 만나 털어놓은 얘기다. 그는 “선거운동 때 대기업으로부터 단돈 1만원도 받은 적이 없다”며 “그전에는 당선사례금 같은 것도 있었지만 이번엔 하나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제한 말이 “이 대통령이 완벽하게 합법적으로 선거운동을 했다고 하진 않겠지만…”이었다. 보기에 따라 불법이나 탈법이 있었음을 인정한 표현으로 비춰지는 대목이다.

“특별수사팀 구성
낱낱이 수사해야”

그랬던 그가 정권 핵심인사로선 금기어인 대선자금을 다시 언급한 것은 최근 양재동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와 관련 금품수수 의혹이 일면서다. 사업 시행사로부터 거액을 받았다고 시인한 최 전 위원장이 “받은 돈을 대선 때 여론조사 비용 등으로 사용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파이시티 불똥’이 이 대통령의 2007년 대선자금 문제로 튀었다.

청와대와 여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이 MB의 멘토이자 정권실세인데다 올 대선정국에 미칠 파급력이 불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야당은 아예 불법 대선자금 사건으로 규정했다. 민주통합당은 “검찰은 2007년 대선자금 전체에 대해 낱낱이 수사해야 한다.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단호한 수사 의지를 보이라”고 촉구했다.


그동안 ‘MB 사람들’은 “역대 어느 대선보다 돈을 적게 썼다”고 입을 모아왔다. 이 대통령 본인도 “깨끗한 대선을 치렀다”고 자부했다.

대선이 끝난 후 이 대통령은 경선에서 21억8098만원, 대선에서 372억4900만원 등 총 394억2998만원(법정 선거비용 제한액 465억9300만원)을 선거비용으로 썼다고 선관위에 신고했다. 경선비용 내역은 후원회 모금액 18억888만원과 맏형인 이상은씨로부터 차입한 3억4200만원 등이다. 대선비용은 국고 선거보조금 112억원, 제2금융권 대출 250억원 등으로 충당했다. 이 돈은 선거자금을 100% 돌려주는 정치자금법에 따라 국고 보전을 받아 모두 상환됐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실제 들어간 비용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어느 조직이든 마찬가지겠지만 대선 캠프 운영엔 영수증 없는 ‘가욋돈’이 적잖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 박근혜 후보와 경쟁했던 경선의 경우 본선보다 치열했던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최시중 “검은돈 수수…대선 때 사용” 폭로
불법자금 수사 확대 불가피…특검 가능성도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매머드급 캠프를 운영했다. 이 조직은 ‘돈 먹는 괴물’로 불렸다. 막대한 자금이 괴물의 ‘먹이’로 쓰였을 것이란 지적이다. 참고로 2003년 8월∼2004년 5월 진행된 2002년 대선자금 수사 결과 한나라당 이회창 캠프는 823억원, 민주당 노무현 캠프는 120억원의 불법자금을 모은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한나라당은 대기업들로부터 수백억원의 현금이 실린 차량을 통째로 넘겨받아 한동안 ‘차떼기당’이라 불리기도 했다.

정치권 인사는 “대선 직후 정치권에선 MB캠프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쓴 선관위 신고 금액보다 훨씬 많은 돈을 썼다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며 “경·본선 과정에서 최소 500억원 이상 쓰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 나왔었다”고 귀띔했다.

한 정치 분석가는 “이명박-박근혜가 맞붙은 경선은 곧 대선과 같았다. 당내에선 본선 못지않은 돈이 경선에 뿌려졌을 것이란 뒷말이 무성했다”며 “박 후보에 비해 당내 지지층이 미약했던 이 후보 측은 조직관리, 여론조사 등을 통해 ‘당심잡기’에 공을 들였는데, 여기에 많은 돈을 투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물론 MB 측이 역대 대선 후보들처럼 불법 대선자금을 받아 사용했다는 구체적인 물증이나 진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그동안 정황과 그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됐었다.


17대 대선 직전 대선자금 문제를 처음 거론한 사람은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다. 전 전 청장은 2007년 9월 한 방송에 출연해 “대선자금에 대해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며 “무슨 후보 포럼이니, 무슨 회 등 일부 대선 후보의 조직이 대기업들에 운영비조로 돈을 요구한다는 첩보가 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그로부터 두달 뒤 전 전 청장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불거졌다 흐지부지
제기됐다 유야무야

앞서 그해 5월엔 다소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1300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17대 대선에 바란다’는 제목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 기업의 4.2%가 ‘자금지원을 요청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아직 없지만 장차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한 곳도 14.9%에 달해 혼탁선거를 예고한 바 있다.

대선 이후 불거진 불법자금 의혹이 흐지부지 묻힌 적도 있다. MB캠프 자금 출처와 흐름은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극소수만 안다. 최 전 위원장과 함께 MB캠프에 깊숙이 관여했던 천신일 전 세중나모 회장이 그중 한명이다.

천 전 회장은 고려대 상대 동기인 이 대통령과 ‘절친’으로, 정가에선 “MB 측 인사치고 천신일에게 밥 한번, 용돈 한 번 받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었다. 그래서 천 전 회장은 MB 대선자금의 통로로 지목된다. 정치권 한 인사는 “천 전 회장의 자금흐름을 샅샅이 조사하면 검찰이 대선자금의 확실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2009년 천 전 회장은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대선자금 조성 의혹까지 받았다. 경선에서 이 대통령의 특별당비 30억원을 대납했다는 의혹이 그것. 또 천 전 회장은 경선 직전인 2007년 4월 자신과 가족 명의의 주식을 매각해 49억원을, 대선 직전인 같은해 11월에도 같은 방법으로 171억원을 확보하는 등 대선 전후 200억원대 주식을 팔아 현금화했는데, 이 돈이 대선자금으로 쓰였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천신일 의혹 진상조사특위’까지 꾸린 민주당은 “대선을 앞두고 천신일과 가족 등 특수관계인들이 주식을 팔아 현금화 한 금액이 200억원이 넘는다”며 “그 많은 자금을 어디서 조달했는지도 중요하지만 막대한 자금을 어디에 얼마가 사용했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 물증·진술 나오지 않아
설·소문 등 정황은 꾸준히 제기

그러나 대선자금 의혹은 검찰 수사에서 제외됐다. 검찰은 “전혀 다른 사안”이란 이유로 수사하지 않았고, 결국 천 전 회장은 46억여원 상당의 금품수수 혐의로만 구속기소됐다. 이후 민주당은 천 전 회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재계에서도 대선자금은 지난 4년 내내 ‘뜨거운 감자’였다. 일부 대기업은 불법자금 제공설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A그룹이 대표적이다. 전 정권에서 막혔던 A그룹의 대형 프로젝트가 MB정부 들어 ‘OK 사인’이 떨어지자 유착 의혹이 부상했고, 급기야 대선자금을 제공한 대가란 ‘빅딜설’까지 돌았다. 게다가 그룹 경영진과 MB 측 인사들이 각별한 인연도 있어 소문을 부채질했다.

이 대통령을 밀었던 B그룹도 도마에 올랐다. B그룹은 대선 직전 MB 지지 사실이 외부에 알려져 진땀을 흘렸다. 회사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고 발뺌했지만, 대선 주자와 관련된 내부 문건이 유출돼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정치권에서 대선자금 제공처로 지목한 기업도 있다. 모 의원은 C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일자 “이 비자금이 대선자금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며 “매우 민감한 사안인 만큼 대검 중수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법조계에선 10여개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거액의 자금을 대선후보 캠프에 후원했다는 얘기가 퍼지기도 했다. 사정당국이 대선 전후 정치권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이는 몇몇 기업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는 ‘대선자금 내사설’이 있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이내 쏙 들어가 버렸다.


재계에 제공설 난무
대기업 내사설 돌아

국민들의 시선은 검찰에 꽂혀 있다. 대선자금 수사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또 그 파장의 방향과 강도도 관심이다.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가 아니다. 단순 인허가 비리 사건”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야당의 파상공세와 현 정권에 대한 불신 여론이 워낙 커 수사 확대가 불가피한 형국이다.

MB정부 들어 ‘정치검찰’이란 오명을 뒤집어 쓴 대한민국 검찰. 검찰로선 어찌 보면 불명예를 스스로 벗어 던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셈이다. 정권 실세의 개인 비리로 후다닥 해치울지, 외풍을 넘어 살아 있는 권력 속으로 파고들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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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