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풍 몰고 온 4?11 총선] ② 꽉 막힌 청와대 플랜

  • 홍정순 jshong@ilyosisa.co.kr
  • 등록 2012.04.16 15: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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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완승…그래도 MB 미래 ‘갑갑’

[일요시사=홍정순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한숨 돌린 모양새다. 지난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이 대통령이 일단 면죄부를 얻으면서다. 그간 이 대통령은 야권의 거센 정권심판 압박에 턱밑까지 물이 차오른 상태였던 것. 하지만 본격 대선정국이 바짝 다가오며 더욱 거센 맹공을 예고한 야권과 흔들리는 ‘이명박-박근혜 밀월관계’ 탓에 이 대통령의 안심은 금물처럼 보이는 상황이다.

의석 수 늘어난 야권, 대선정국서 MB심판론 이어갈 것

내곡동 사저?형님의혹…특검?청문회 단단히 벼르는 야권

청와대가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간 ‘내곡동 사저’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 등 정부여당에 줄줄이 터진 악재 탓에 이 대통령은 야권으로부터 ‘하야’ ‘탄핵’ 등 거센 정권심판 압박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 4?11 총선에서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새누리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며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가게 됐다. 때문에 청와대가 면죄부를 얻어 일단 한숨 돌릴 수 있게 된 것.

일단 숨통 트인 청와대

임기 말까진 보장 못해?


총선 결과를 반색한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흔들림 없이 국정을 수행하겠다”며 임기 말 국정운영에 대한 자신감까지 드러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1일 밤 총선의 윤곽이 드러나자 논평을 통해 “현명한 선택을 한 국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정부는 안정된 국정운영과 민생을 챙기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며, 국익과 미래를 위한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오전 참모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총선 결과와 관련해 “어려울 때일수록 흔들리지 말고 열심히 일하라는 의미로 이해한다”고 입장을 밝혔다고 박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민생문제 해결을 흐트러짐 없이 해야겠다고 결의하는 계기로 삼자”며 “남은 임기 동안 공직자들은 민생 챙기기를 위해 비상기간이라는 자세로 업무에 임해주고, 특히 청와대가 모범을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야당은 지난 4?11 총선에서 사실상 패했다는 평이지만 의석수는 크게 늘린 상태다. 당장 19대 국회 원 구성에서 야당이 상임위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것이 청와대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향후 국회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무차별 민간인 불법사찰의 청문회 증인으로 이 대통령을 세울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야당은 또 그간 총선 정국에 묻혔던 ‘내곡동 사저’ ‘대통령의 측근·친인척 비리’ 등도 청문회 및 특검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한미FTA 재협상내지는 폐기와 제주해군기지 건설 철회를 주장할 공산도 큰 상태다.

대선정국서 이어질

야권의 ‘MB심판론’


때문에 이 대통령의 핵심 정책 추진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엇보다 또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돌발악재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임기 말 야권의 집요한 공세가 이어지며 이 대통령이 벼랑 끝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농후해 졌다.

여기에 친이계 인사들 역시 총선에서 줄줄이 낙선하며 임기 말 레임덕을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박형준ㆍ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 18대 총선 공천을 주도했던 이방호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 등이 모두 처참한 성적으로 고배를 마셨다.

특히 ‘왕차관’으로 불린 MB정부의 실세 박 전 차관의 경우 아예 당선권 경쟁에 끼지도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친이계 좌장 격인 이재오 새누리당 후보는 참여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노무현의 입’ 천호선 통합진보당 후보와 오차범위 내의 접전 끝에 가까스로 수성에 성공해 겨우 체면치레를 한 상황이다.

게다가 총선에서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준표 전 원내대표 등 중진급 인사들 역시 줄줄이 낙선함에 따라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가교 역할을 맡을 인물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갖가지 정책을 두고 당청 갈등이 깊어질 공산도 커진 상태다.

무엇보다 ‘이명박-박근혜의 밀월관계’가 흔들리며 이 대통령을 좌불안석으로 만들고 있다. 총선 결과 박 위원장의 브랜드 파워가 입증되며 미래권력으로의 권력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뚜껑열린 4?11 친이계 인사 줄줄이 낙선해 MB 레임덕 가속화

‘박’ 대권위해 MB ‘팽’ 시킬까?…미래권력에 MB운명 간당간당

사실상 총선을 코앞에 두고 새누리당은 청와대와 보조를 맞춰가며 한미FTA 및 제주해군기지를 두고 입장을 번복한 야권에 십자포화를 퍼부으며 찰떡공조를 선보였다. 이에 ‘정권심판론’이 점차 희석되며 이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의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임기 말 레임덕과 함께 민심이 바닥치기 시작했음에도 박 위원장은 이 대통령을 감싸고 부양까지 자처했다. 이 대통령 탈당에도 선을 그은 것.

여기에 이 대통령 역시 박 위원장에 대해 “아주 유능한 정치인”이라고 추켜세우며 화답했다. ‘친이학살’이라고 주장하며 공천을 받지 못한 친이계 인사들의 집단탈당 예고로 시끄러웠던 당도 일순간에 정리됐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과 박 위원장 간 모종의 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며 두 사람의 밀월관계에 힘을 보탰다.

그간 두 사람의 연대로 이 대통령의 레임덕 속도가 상당히 늦춰지는 효과를 얻었다. 하지만 본격 대선정국이 시작되며 다시금 ‘정권심판론’이 불어 닥칠 경우 박 위원장이 이 대통령과 단절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승리하자마자 청와대를 엄호하다 역풍이 불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무엇보다 두 사람의 흔들리는 밀월관계는 갑자기 튀어나온 무차별 불법사찰 파문을 거치며 확인된 바 있다. 사찰 파문이 정국을 초토화시키자 박 위원장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질 사람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청와대 엄호를 꺼리는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수도권 민심 탓에


MB ‘엄호’ 꺼리는 박

게다가 총선 이후 박 위원장이 ‘불법사찰방지법 제정’을 앞세웠다는 점에서 향후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속도를 낼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무엇보다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수도권 민심은 ‘현 정부와의 차별화 없이 12월 대선이 없다는 것’을 박 위원장에게 경고하고 있다.

야권은 또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감안해서라도 현 정부의 각종 의혹에 대해 파상공세는 불 보듯 빤한 상황이다. 박 위원장으로선 더 이상 이 대통령을 옹호하거나 감쌀 이유가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

때문에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 두 사람의 밀월관계의 진동은 더욱더 심해질 전망이다. 총선 이후 가속화되는 레임덕 속에서 이 대통령의 향후 행보가 더욱더 괴로워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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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