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상자 열리는 ‘BBK 진실’ 후폭풍 예고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3.06 15:5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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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풍’ ‘검풍’에 버금갈 ‘BBK 쓰나미’ 정치판 덮친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BBK 사건이 재점화 되고 있다.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정봉주 전 의원이 수감되자 BBK 사건은 수면위로 떠올랐다. 또한 최근 김경준씨의 심경변화에 따른 발언이 시작되었고 ‘기획입국설’에 ‘가짜편지’를 작성한 신명씨가 배후를 밝히겠다고 나서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이는 과거 ‘북풍’과 ‘검풍’ 등에 버금가는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돼 여권은 지금 초긴장 상태다.

김경준 면회한 유원일 전 의원, 기획입국 친박인사 금주 폭로 예고
이달 말 검찰조사 받는 가짜편지 작성자 신명씨, 총선 엿새 전 폭로 예고

BBK 사건이 심상치 않다. 지난 2007년 대선의 최대 이슈였지만 이번 총선과 대선에서도 적지 않은 파란을 몰고 올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유인 즉 BBK 사건의 관련자들이 하나둘씩 입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 말기로 접어들며 청와대와 여권의 힘이 빠지자 보이지 않는 힘에 희생됐던 이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진실규명에 나섬에 따라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입 여는 당사자
긴장에 빠진 여권

가장 큰 핵심은 김경준씨의 심경변화이다. 유원일 전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23일 가졌던 김씨와 면회 당시 이야기를 소상히 밝혔다.


“경준이는(유 전 의원은 개인적 친분으로 호칭을 생략하고 ‘경준이’로 편하게 불렀다) 속았다고 생각한다”며 “양치기 소년이라는 비난을 받아야 되는지에 대해 자기변명을 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김씨의 심경에 변화가 있다는 얘기다. 유 전 의원은 “경준이는 자기가 낸 자료는 전혀 선택되지 않았다”며 억울해 하고 있는 김씨의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현재 BBK 사건과 관련해 해명되고 있지 않은 이슈 중 하나는 지난해 2월 스위스 계좌에 예치해둔 돈 140억원을 ㈜다스에 송금한 것이다.

당시 미국에서 진행된 소송에서 다스가 패했고 반대로 소액주주들로 구성된 옵셔널벤쳐스는 김씨에게 승소했는데도 김씨의 스위스 계좌 돈이 다스로 흘러 들어간 점은 여전히 의문이다.

일반적인 상식에서 본다면 김씨가 패소한 옵셔널벤쳐스로 갔어야 하고 승소한 다스에 돈을 지급할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에 대해 유 전 의원은 김씨가 “이전 계약사항이 이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어 “이 부분에서만은 경준이가 함구하고 있다. 대답을 하지 않는다”며 “또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또 다른 게....”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만약 유 전 의원이 말했듯 ‘또 다른 것’이 있다면 현재 재판과 수사에서 밝혀지지 않은 또 다른 ‘이면계약’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밝힌 것이다.

김경준, “이전 계약사항이 이행되는 것” 140억 다스 송금 관련 의혹
입 여는 당사자들, 박근혜 대권행보 급브레이크? 새누리 총선 참패?


김씨는 140억원의 다스 송금 외에 또 다른 사건을 밝혔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친박과 친이계 인사들이 차례로 찾아와 귀국을 종용하거나 귀국을 늦출 것을 요청했다고 밝힌 것이다.

경선 당시부터 여·야 의원들의 김씨 접촉설은 끊임없이 제기 되었지만 당사자인 김씨의 입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씨는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한나라당 인사 여럿이 미국에서 구금 중인 자신을 찾아와 회유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사실은 친박계 인사들이 김씨와의 접촉을 시도했고 실제 접촉이 이루어 졌다는 것이다. 김씨는 친박계 인사는 두 명으로 현역 여성 국회의원과 법조계 출신인 18대 총선 낙선자임을 밝혔다고 한다.

이에 대해 유 전 의원은 “검증 작업 중이다”며 “남성은 검증을 마쳤고 여성은 검증 마무리 단계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들이 돌아간 뒤에는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현재 구속 중)이 찾아와 친박인사들의 요구와 반대로 “선거가 끝날 때까지 입국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유 전 의원은 “경준이를 만난 인사는 남성이고 여성은 시도를 했지만 만나지는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검증이 완료 되는대로 밝힐 것이다”고 폭로를 예언했다.

유 전 의원은 늦어도 3월10일 안에는 폭로할 것을 예고해 금주 중 정치권에 일대 파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 전 의원의 폭로가 신빙성 있는 사실로 밝혀진다면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대권 행보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유 전 의원은 “그렇게 까지 되겠냐”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지만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그럴 여지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알고도 방관하며 숨겼다는 야당의 공격을 받을 것이 자명해 보이고 중대 범죄의 진실을 규명하기위해 노력 하기는 커녕 자신의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비난은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봉주 전 의원의 허위사실 공표죄로 수감된 뒤 불거진 ‘박근혜도 유죄’라는 여론은 더욱더 불거질 것으로 여겨진다.
 
김경준 심경변화
신명의 작심폭로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며 폭로를 예고한 인사는 김씨 뿐만이 아니다.

김씨의 ‘기획입국설 가짜편지’를 작성한 신명씨가 4·11 총선 직전인 4월5일 가짜편지의 배후를 밝히겠다고 전해온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명씨가 이날을 ‘D-데이’로 잡은 것은 지난 17대 대선 엿새 전 홍준표 전 대표가 신명씨의 편지를 공개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4·11 총선 엿새 전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대선 직전 김씨가 입국하자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은 청와대와 여당이 (김경준씨 입국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김씨와 같이 미국에서 수감됐던 신경화씨가 보냈다는 편지를 물증으로 공개한 바 있다.

해당 편지에는 “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니 신중하게 판단하길 바란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고 이는 대선에 큰 영향력을 끼쳤다.

하지만 신경화씨의 동생인 신명씨는 “형이 보냈다는 편지는 내가 작성한 것”이라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고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 측 인사가 편지 조작에 개입했다고 폭로했었다.

김윤옥 여사의 작은형부인 신기옥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회장 등이 ‘배후’라는 주장이다.

신명씨는 지난 1월 한 일간지와의 통화에서 “홍 전 대표가 이번 사건의 핵심 증거물인 가짜편지를 직접 들고 기자회견까지 한 만큼 그에 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달 중국으로 출국해 미국에 체류 중인 신명씨는 홍 전 대표를 상대로 편지 입수 경위, 가짜인지 알았는지 여부 등을 먼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최근에는 입장을 바꿔 3월 말께 귀국해 먼저 검찰조사부터 받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명씨는 “몸통은 놔두고 나를 먼저 조사한다면 결국 꼬리 자르기 수사가 돼서 배후 규명에 실패할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고 “편지를 쓰도록 시킨 지인 양모씨가 당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통제하고 있으니 아무 걱정 말라’고 했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이와 관련 지난달 KBS <뉴스9>는 “신명씨가 문제의 편지를 한나라당에서 검토까지 했었다고 말했다”며 추가 의혹을 새롭게 제기했다.

KBS에 따르면, 신명씨는 “한나라당 대선캠프 법률팀에서 여덟 번 검토를 했으니까 법률적으로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KBS는 이어 “신씨가 4년 전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엔, 가짜편지 작성을 종용했던 인사가 거짓진술을 지시했다고 밝혔다”며 “저한테 계속 거짓말을 하라고… 신 회장하고 통화하면서…(신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 윗동서라고 그것까지만 알았지”라는 신명씨의 발언을 보도하기도 했다.

사건의 실체와 배후가 점점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총·대선 뒤흔들
바람 ‘BBK 풍’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은연중에 <나꼼수>에서 밝힐 것을 암시한 유 전 의원의 폭로에 현 정권 실세들의 개입을 암시하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해온 신명씨의 폭로까지 더해진다면 총선과 대선 정국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나꼼수>팀도 지난주 방송 마지막 부분에서 금주 다뤄질 내용으로 ‘심경변화를 일으킨 김경준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며 BBK의 새로운 의혹 제기를 예고했었다.

친박인사 2명이 밝혀진다면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여 대권행보에 큰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명씨가 밝힐 배후와 가짜편지를 언론에 밝힌 홍 전 대표는 문론 BBK 당사자 의혹을 받고 있는 이 대통령까지 줄줄이 연루될 것으로 여겨져 여권과 청와대는 촉각을 곤두세우며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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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