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 (42)프라임그룹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2.28 09: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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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부터 배웠나…어설픈 재벌 흉내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백 회장 가족이 소유한 사실상 오너 개인회사
매출 90% 지원성 거래…2008년부터 비중 급증

2000년대 들어 재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프라임그룹은 지난달 기준 총 30여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는 ‘프라임개발’과 ‘아바타엔터프라이즈’, ‘토탈커뮤니케이션그룹영컴’ 등이다. 이들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1988년 8월 설립된 프라임개발은 사무 및 상업용 건물 등 비주거용 빌딩 건설·임대업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프라임개발은 오너일가가 70%에 가까운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10%대 밑돌다 폭증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은 지분 63.25%(483만1085주)로 최대주주다. 백 회장의 부인 임명효 동아건설 회장과 동생 백종진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도 각각 3.63%(27만7200주), 1.83%(14만주)의 지분이 있다. 나머지 지분은 아바타엔터프라이즈(19.25%·147만700주), 기획재정부(11.15%·85만1515주), 프라임산업(0.5%·3만7900주), 프라임에이엠(0.39%·3만주) 등이 나눠 갖고 있다.

문제는 프라임개발의 자생력이다.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프라임개발은 2010년 매출 167억원 가운데 90%인 151억원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프라임개발에 일거리를 준 곳은 프라임캐피탈(23억원), 아바타엔터프라이즈(22억원), 테크노마트(20억원), 류안(17억원), 프라임인터내셔날(15억원), 프라임건설(14억원), 프라임네트웍스(13억원) 등 무려 29개사에 이른다. ‘식구’들이 대부분 달라붙어 밀어준 셈이다.


프라임개발의 관계사 의존도가 처음부터 높았던 것은 아니다. 2007년까지만 해도 평균 10%대를 밑돌다 2008년부터 거래 금액과 그 비중이 급증했다.

프라임개발이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2년 6%(총매출 1495억원-내부거래 97억원) ▲2003년 1%(1924억원-6억원) ▲2004년 2%(563억원-10억원) ▲2005년 1%(509억원-5억원) ▲2006년 2%(2023억원-42억원) ▲2007년 2%(3010억원-52억원)로 낮았다. 이후 2008년 13%(2469억원-311억원)로 올라가더니 2009년 74%, 2010년 90%까지 치솟았다.

2009년의 경우 총매출 281억원에서 내부거래로 거둔 금액이 209억원에 달했다. 2010년과 마찬가지로 아바타엔터프라이즈(28억원), 테크노마트(27억원), 프라임인터내셔날(24억원), 프라임네트웍스(24억원), 프라임캐피탈(20억원), 프라임건설(19억원), 류안(15억원), 일산프로젝트(11억원) 등 28개사가 지원했다.

오너일가는 프라임개발이 계열사들을 등에 업고 거둔 실적을 바탕으로 짭짤한 ‘용돈(?)’도 챙겼다. 프라임개발은 2009년 순손실(-341억원)이 발생했지만 3억원을 배당했다. 2008년 역시 순손실(-930억원)에도 불구하고 10억원이나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2005년엔 18억원, 2006년과 2007년에도 각각 10억원씩 풀었다.

내부거래 비중이 심상찮은 프라임 계열사는 또 있다. 바로 아바타엔터프라이즈(이하 아바타)와 토탈커뮤니케이션그룹영컴(이하 영컴)이다.

1998년 11월 설립된 아바타는 상가임대, 분양대행, 시설물관리 등 비주거용 건물 개발 및 용역 공급업체다. 이 회사도 원래 내부거래율이 높지 않았다. 2003년 1%(81억원-1억원)에서 2004년 16%(90억원-14억원), 2005년 31%(70억원-22억원)로 오르더니 2006년 52%(88억원-46억원), 2007년 59%(238억원-140억원)까지 급증했다.

2008년 내부거래 금액은 75억원으로 다시 줄었다. 그러나 외부매출이 주저앉으면서 2009년 99%(12억원-11억9000만원), 2010년 95%(2억원-1억9000만원)로 그 비중은 오히려 늘었다. 두해 모두 프라임개발로부터 올린 매출이다.

1997년 1월 설립된 영컴은 광고 대행업체로 2009년 프라임산업(12억원)과 프라임에이엠(1억원), 동아건설(2억원) 등 관계사들이 총매출 56억원 중 15억원(27%)에 달하는 ‘일감’을 퍼줬다. 그전엔 더 심했다. 영컴의 내부거래율은 ▲2004년 75%(108억원-81억원) ▲2005년 59%(104억원-61억원) ▲2006년 53%(120억원-64억원) ▲2007년 74%(178억원-132억원) ▲2008년 46%(118억원-54억원)로 나타났다. 2010년의 경우 공시를 아예 하지 않았다.


부인·자녀가 대주주

두 회사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아바타와 영컴은 백 회장 가족들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우선 아바타는 프라임그룹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백 회장은 지분 33%(6만5340주)를 쥔 최대주주로, 직접 아바타 대표이사까지 맡고 있다.

임 회장은 25.64%(5만760주)의 지분이 있으며, 회장 부부의 자녀인 권우씨와 아영씨는 각각 20.91%(4만1400주), 20.45%(4만500주)를 보유 중이다. 영컴도 백 회장이 지분 43.96%(1만7584주)로 최대주주다. 이어 아영씨가 40%(1만6000주)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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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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