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생활체육회장 선거비리 의혹 일파만파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2.20 10: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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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정치적 이권’으로 얼룩진 ‘밥그릇 싸움’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대선사조직 구축’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국민생활체육회장 선거가 부정선거와 자격논란에도 불구하고 강행됐다.(본지 840호 6-7면 참조) 선거 전 갖은 의혹이 제기됐던 회장 선출이 선거가 끝나고도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됐고 그로인한 논란은 더욱더 증폭되고 있다. 체육인들의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회장 선출이 정치권의 이권 개입 현장으로 전략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는 생체회장 선거 의혹 후폭풍을 취재했다.

유준상, “나는 짜여진 각본에 놀아난 피해자다”
“역대 회장 선거에서 돈 안 쓰여진 적이 없다”     

지난 16일 국민생활체육회 대의원총회를 통해 치른 차기 회장 선거에서 유정복 새누리당 의원이 148명의 대의원 투표결과 97표를 획득, 51표를 얻은 유준상 후보를 큰 차이로 제치고 당선됐다.

이로써 “생활체육은 복지”라고 주장하며 “생체회의 주인은 국민이며 체육을 통한 건강과 레저의 중심이 생체회에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겠다”던 유 후보의 각오는 한낱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악의적인 루머 확산

선거 다음 날 유 후보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결과에 승복한다”면서도 “내가 얻은 51표는 생체회의 발전을 진심으로 바라는 이들의 진정성이 깃든 표다. 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선거과정 중 드러난 의혹들에 대해서는 “억울하다”며 분개했고 “선거제도가 잘못됐다”며 제도상의 모순을 낱낱이 지적했다.


유 후보는 먼저 종목별 처장들에게 투표권이 부여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210여만 원의 급여를 받는 이들은 자신들의 입지를 견고히 지켜줄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차원에서 종목별 처장들은 지석모 생체회전국사무처장단협의회 회장(19대 총선 새누리당 경기 군포 예비후보)이 노골적으로 유 의원을 지지한 것을 문제 삼았다.

지 회장은 선거 전 처장단의 회장 직위를 이용해 유 의원의 당선 몰표 작업을 동조한 정황이 포착돼 물의를 빚고 있다.

유 후보는 “지 회장이 이번 총선에서 박근혜 위원장의 오른팔 격인 유 의원에게 줄을 대기 위해 생체회장직을 권유했고 추대하자는 움직임까지 벌였다”며 “유 의원 입장에선 가만히 있어도 1800만 회원의 회장직을 안겨준다는데 안 할 이유가 어디 있나?”고 유 의원과 지 회장 간에 모종의 딜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유 후보는 “나는 짜여진 각본에 놀아났다”며 보이지 않는 힘이 막후를 지배했다는 의혹 또한 제기했다.

 “지난달 18일 이광조 회장으로부터 불출마 소식을 접해 출마 준비를 했지만 늦었다”며 “유 의원과 지 회장은 정치적 커넥션으로 의기투합해 2년 전부터 생체회장직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고, 각 처장들에게 50~500만원의 돈을 썼다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 후보에 따르면 역대 생체회장 선거에서 돈이 안 쓰여진 적이 없으며 돈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유 후보는 “내가 돈이 어디 있나?”라며 “생체회의 발전을 위해 맨몸으로 뛰었던 나로서는 애당초 힘든 일이었다”고 개탄스러워 했다.

유 후보는 이어 “이번일이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돈 봉투 사건 급으로 불거질 여지도 보인다”고 향후 후폭풍을 예고하기도 했다.


선거일 하루 전까지 투표권자를 바꿀 수 있는 현행 선거제도의 모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유 후보는 “선거유세를 위해 선거인단 명단과 연락처를 확보하려 했지만 전혀 알 수 없었고 생체회에서는 선거 3일 전에 전화번호를 제외한 이름과 지역만이 명시된 명단을 줬다”고 밝혔다.

생체회가 선거유세를 방해하기 위해 명단 제공을 늦췄고 연락처를 빼고 줘 유세를 방해하는 등 형평성에 어긋났다는 것이다.

또한 “받은 명단의 투표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진정성을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녀 표를 약속받고 호응도 얻었지만 선거 하루 전 투표권자를 바꿔버려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돼 버렸다”고 억울해 하기도 했다.

억울한 점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유 후보가 당선된다면 대한체육회와 생체회를 통합하려 한다’는 루머가 떠돈 것이다.

유 후보는 사실이 아니라고 한사코 부인했다. 그는 “나는 대한체육회와 연계프로그램을 개발해 생체회가 더욱더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는데 이것이 선거 이틀 전 부터 처장단 사이에서 ‘통합하려 한다’는 루머로 확산됐다”고 억울해 했다.

유 후보는 “직위가 걸려있는 처장들에게 통합은 ‘밥그릇 싸움’이자 ‘자존심 문제’인데 이것을 용납하려 하겠는가?”라며 지 회장이 이를 의도적으로 악용했다고 주장했고 선거전 불법선거가 불거질 기미를 보이자 이를 잠식시키기 위해 담합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불법선거와 조직선거의 피해자라는 것이다.

경쟁자였던 유 의원에 대해 “국회의원이 하고 싶은 것이냐? 생체회장을 하고 싶은 것이냐”며 쓴소리도 서슴지 않았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다지기에 여념이 없어 생체회 행정에 공백이 생길 것이며 총선이 끝나면 11월 대선에 열중해야 하는 유 의원의 상황 때문에 또 다시 업무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한 것이다.

민주통합당 문방위원들도 유 의원 당선에 대해 성명서를 통해 “한마디로 실망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위원들은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측근인사를 회장으로 앉힘으로써 대선에서 생활체육회를 사조직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잘못된 선거제도


위원들은 또 “이러한 문제가 단지 기우(杞憂)였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정치적 중립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 한편 “선거 과정에 불거진 사전 선거운동과 대필 추천서 문제에 대해 별다른 조치 없이 선거를 진행시킨 문화체육관광부와 생체회는 자성해야 하며 지금이라도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진상조사에 들어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회장으로 당선된 유 의원에 대해선 “총선출마에 대한 입장 표명과 더불어 현역 국회의원직은 즉각 사퇴하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선거가 끝났지만 유 의원의 생체회장 선출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체육계 안팎에서는 유 의원이 1800만 생체회원들에게 당당한 회장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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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