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생활체육회장 선거비리 의혹 일파만파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2.20 10: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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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정치적 이권’으로 얼룩진 ‘밥그릇 싸움’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대선사조직 구축’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국민생활체육회장 선거가 부정선거와 자격논란에도 불구하고 강행됐다.(본지 840호 6-7면 참조) 선거 전 갖은 의혹이 제기됐던 회장 선출이 선거가 끝나고도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됐고 그로인한 논란은 더욱더 증폭되고 있다. 체육인들의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회장 선출이 정치권의 이권 개입 현장으로 전략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는 생체회장 선거 의혹 후폭풍을 취재했다.

유준상, “나는 짜여진 각본에 놀아난 피해자다”
“역대 회장 선거에서 돈 안 쓰여진 적이 없다”     

지난 16일 국민생활체육회 대의원총회를 통해 치른 차기 회장 선거에서 유정복 새누리당 의원이 148명의 대의원 투표결과 97표를 획득, 51표를 얻은 유준상 후보를 큰 차이로 제치고 당선됐다.

이로써 “생활체육은 복지”라고 주장하며 “생체회의 주인은 국민이며 체육을 통한 건강과 레저의 중심이 생체회에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겠다”던 유 후보의 각오는 한낱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악의적인 루머 확산

선거 다음 날 유 후보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결과에 승복한다”면서도 “내가 얻은 51표는 생체회의 발전을 진심으로 바라는 이들의 진정성이 깃든 표다. 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선거과정 중 드러난 의혹들에 대해서는 “억울하다”며 분개했고 “선거제도가 잘못됐다”며 제도상의 모순을 낱낱이 지적했다.


유 후보는 먼저 종목별 처장들에게 투표권이 부여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210여만 원의 급여를 받는 이들은 자신들의 입지를 견고히 지켜줄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차원에서 종목별 처장들은 지석모 생체회전국사무처장단협의회 회장(19대 총선 새누리당 경기 군포 예비후보)이 노골적으로 유 의원을 지지한 것을 문제 삼았다.

지 회장은 선거 전 처장단의 회장 직위를 이용해 유 의원의 당선 몰표 작업을 동조한 정황이 포착돼 물의를 빚고 있다.

유 후보는 “지 회장이 이번 총선에서 박근혜 위원장의 오른팔 격인 유 의원에게 줄을 대기 위해 생체회장직을 권유했고 추대하자는 움직임까지 벌였다”며 “유 의원 입장에선 가만히 있어도 1800만 회원의 회장직을 안겨준다는데 안 할 이유가 어디 있나?”고 유 의원과 지 회장 간에 모종의 딜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유 후보는 “나는 짜여진 각본에 놀아났다”며 보이지 않는 힘이 막후를 지배했다는 의혹 또한 제기했다.

 “지난달 18일 이광조 회장으로부터 불출마 소식을 접해 출마 준비를 했지만 늦었다”며 “유 의원과 지 회장은 정치적 커넥션으로 의기투합해 2년 전부터 생체회장직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고, 각 처장들에게 50~500만원의 돈을 썼다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 후보에 따르면 역대 생체회장 선거에서 돈이 안 쓰여진 적이 없으며 돈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유 후보는 “내가 돈이 어디 있나?”라며 “생체회의 발전을 위해 맨몸으로 뛰었던 나로서는 애당초 힘든 일이었다”고 개탄스러워 했다.

유 후보는 이어 “이번일이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돈 봉투 사건 급으로 불거질 여지도 보인다”고 향후 후폭풍을 예고하기도 했다.


선거일 하루 전까지 투표권자를 바꿀 수 있는 현행 선거제도의 모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유 후보는 “선거유세를 위해 선거인단 명단과 연락처를 확보하려 했지만 전혀 알 수 없었고 생체회에서는 선거 3일 전에 전화번호를 제외한 이름과 지역만이 명시된 명단을 줬다”고 밝혔다.

생체회가 선거유세를 방해하기 위해 명단 제공을 늦췄고 연락처를 빼고 줘 유세를 방해하는 등 형평성에 어긋났다는 것이다.

또한 “받은 명단의 투표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진정성을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녀 표를 약속받고 호응도 얻었지만 선거 하루 전 투표권자를 바꿔버려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돼 버렸다”고 억울해 하기도 했다.

억울한 점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유 후보가 당선된다면 대한체육회와 생체회를 통합하려 한다’는 루머가 떠돈 것이다.

유 후보는 사실이 아니라고 한사코 부인했다. 그는 “나는 대한체육회와 연계프로그램을 개발해 생체회가 더욱더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는데 이것이 선거 이틀 전 부터 처장단 사이에서 ‘통합하려 한다’는 루머로 확산됐다”고 억울해 했다.

유 후보는 “직위가 걸려있는 처장들에게 통합은 ‘밥그릇 싸움’이자 ‘자존심 문제’인데 이것을 용납하려 하겠는가?”라며 지 회장이 이를 의도적으로 악용했다고 주장했고 선거전 불법선거가 불거질 기미를 보이자 이를 잠식시키기 위해 담합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불법선거와 조직선거의 피해자라는 것이다.

경쟁자였던 유 의원에 대해 “국회의원이 하고 싶은 것이냐? 생체회장을 하고 싶은 것이냐”며 쓴소리도 서슴지 않았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다지기에 여념이 없어 생체회 행정에 공백이 생길 것이며 총선이 끝나면 11월 대선에 열중해야 하는 유 의원의 상황 때문에 또 다시 업무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한 것이다.

민주통합당 문방위원들도 유 의원 당선에 대해 성명서를 통해 “한마디로 실망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위원들은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측근인사를 회장으로 앉힘으로써 대선에서 생활체육회를 사조직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잘못된 선거제도


위원들은 또 “이러한 문제가 단지 기우(杞憂)였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정치적 중립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 한편 “선거 과정에 불거진 사전 선거운동과 대필 추천서 문제에 대해 별다른 조치 없이 선거를 진행시킨 문화체육관광부와 생체회는 자성해야 하며 지금이라도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진상조사에 들어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회장으로 당선된 유 의원에 대해선 “총선출마에 대한 입장 표명과 더불어 현역 국회의원직은 즉각 사퇴하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선거가 끝났지만 유 의원의 생체회장 선출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체육계 안팎에서는 유 의원이 1800만 생체회원들에게 당당한 회장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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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