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거물’ 노리는 심상찮은 ‘검풍’ 막전막후

  • 이해경 lovehk@ilyosisa.co.kr
  • 등록 2012.01.19 10: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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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선의 거목도 ‘검풍낙엽’…12월 대선까지 ‘검풍한설’

[일요시사 = 이해경 기자] 과거 특정 정당과 계파를 겨냥한 북풍(北風 안보위협), 안풍(安風 안기부예산 전용) 등 선거 판세를 뒤흔들었던 거대 쓰나미가 또 다시 정치판을 덮치고 있다. 노란 돈봉투 다발이 몰고 온 ‘검풍(檢風)’이 그것. 여·야는 물론 국회의장과 여권의 최대 잠룡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까지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그야말로 초메가톤급 강풍이 불어 닥친 셈이다. 기성정치권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고승덕발 검풍’이 총선과 대선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국회는 지금 폭풍전야 상태다.
 

임진년 새해가 밝자 여·야는 각각 쇄신과 통합 카드를 꺼내들고 총선과 대선의 필승을 다짐했다. 하지만 새해벽두부터 청천벽력 같은 폭로에 정치권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친이계를 겨냥한 돈봉투 사건이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와 비례대표 인선, 2010년 전당대회를 거쳐 2007 대선경선까지 거슬러 올라가더니만 이젠 야당으로 그 불똥이 옮겨 붙었다.

고승덕  의원의 연이은 폭로로 295명의 현역 국회의원들은 그 누구도 예외가 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이는 올 4월 총선과 12월 대선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진다.

고승덕발 ‘검풍’
파장은 어디까지?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한나라당 비대위는 고 의원의 폭로가 있자마자 신속하게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사태 수습에 나섰으나 거듭되는 폭로로 돈봉투 사건은 걷잡을 수 없는 진흙탕싸움이 되고 말았다.


한나라당에 가려졌긴 하지만 검찰이 야권으로까지 수사를 확대하면서 여야모두 사태의 조기 수습을 위해 총력을 다 하고 있다. 총선이 코앞에 닥쳤기 때문이다.

특히 궁지에 몰린 여야는 향후 전개될 검찰수사의 방향과 강도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총선은 물론 대선의 승패가 검찰의 칼끝에 맡겨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칼자루를 쥔 검찰의 수사가 특정정당의 전당대회 돈봉투 수사에 그칠 지, 한국정치의 오랜 악습이자 관행인 금권선거 전반을 수사대상으로 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또한 ‘계파자금이냐 대선잔금이냐를 놓고 말이 많은 자금출처 문제까지 파고들지 여부에 정치권뿐만 아니라 여론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노란 돈봉투 다발 몰고 온 ‘검풍’ 여야 동시 강타
칼자루 쥔 검, 정치권과 여론의 비상한 관심 모아

검찰로서도 최근 ‘벤츠여검사’와 ‘디도스 사건’, ‘이명박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가 민심의 뭇매를 맞고 있어 명예회복이 필요한 시점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대통령이 임기 말로 접어들며 극심한 레임덕에 빠져들자 검찰로서도 더 이상 권력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명분도 생겼다.


이러한 시점에서 검찰수사는 돈봉투 살포 대상 명단으로 의심되는 리스트의 존재가 확인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동안 이름이 오르내린 사람들의 거듭되는 부인으로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던 검찰이었지만 이 명단이 확인되면서 수사가 급진전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자금의 출처와 윗선 수사에 본격적으로 칼을 들이댈 태세여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 명단에 오른 이들은 자동적으로 검찰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메가톤급 파장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특히 국회의장이 소환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를 목전에 두고,  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는 원내외 인사는 총선 공천에서 배제시킨다는 ‘살생부론’까지 나돌고 있다.

물론 수사 결과에 따라 사실이 입증되면 정당법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6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돼 피선거권이 박탈되기 때문에 출마자체가 어렵게 된다.

김재원 한나라당 법률지원단장은 “검찰의 판단에 따라 과거의 모든 부정에 대해서 수사해달라는 것이 우리 당의 취지라고 검찰에 설명했다”면서 “검찰에서 이 문제를 정말 진지하게 수사해서 우리 당에 조금이라도 잘못한 것이 있다면 모든 수사를 진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너도나도 폭로
진흙탕 싸움터

고 의원의 폭로가 나오자 2010년 ‘7·14 전대’, 2007년 ‘8·20 대통령 후보 경선’으로 옮겨가더니 2006년과 2003년 전대에서도 돈 선거가 치러졌다는 의혹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서로 경쟁하듯 폭로를 일삼고 있어 당내 혼란을 부추김은 물론 제 얼굴에 침 뱉는 형국이다.

주요원인으로 한나라당내 뿌리 깊은 계파갈등이 손꼽히고 있다. 고 의원의 폭로로 친이계가 어려움에 직면하자 친박을 겨냥한 친이계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고, 홍준표 전 대표까지 가세했다 자신들의 계파를 지키기 위해 당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고 의원 폭로에 이어진 의혹은 2008년 총선에 앞서 비례대표 공천에 돈이 오갔다는 의혹이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도 지난 6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비례대표 의원(공천)도 돈과 관련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옛날에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는데, 최근에는 아주 은근하게 4년 내내 돌아다니지만 증명할 길은 없다”고 밝혔다.

같은 날 조전혁 의원도 라디오에 나와 2010년 전대 돈 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조 의원은 “2010년 전대 당시 1000만원이 담긴 돈 봉투를 뿌린 후보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내가 지도부에 출마했던 당시 전대에서 한 원외 당협위원장이 나에게 그런 말을 했다”며 확실한 물증은 밝히지 않았다.


이어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왔던 후보 2명이 동시에 돈 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홍전 대표와 원희룡 전 최고위원은 지난 10일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도 돈으로 조직을 동원한 선거였다고 폭로했다.

원 전 최고위원은 트위터를 통해 “대의원 동원비용은 후보에게 전가되기 마련”이라며 “지난 대선 후보 경선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홍 전 대표도  “당시 대선후보 경선은 조직 동원 선거였다”고 폭로했다.

‘3당2락’(30억을 쓰면 당선되고, 20억을 쓰면 최고위원 된다)라는 말이 떠돌고 있는 국회에서 이들의 폭로는 당내에서 대표와 최고위원 직책을 달기 위해서는 금전 살포가 만연돼 왔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증명하고 있다.

‘차떼기당’ 악몽 되살아나는 한나라당, 곤혹스런 박근혜
비난의 대상이 되어 버린 검찰, 명예회복의 절호의 찬스!

한편 이번 돈 봉투 사건은 흡사 지난 2003년 ‘차떼기사건’을 다시금 떠오르게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17대 총선을 4개월 앞두고 터진 차떼기사건으로 존폐위기 상황을 맞았다.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측근을 통해 대기업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트럭 째 받은 사건이 들통 났기 때문이다.


검찰은 9개월 동안의 수사를 통해 한나라당이 대선 당시 일부 대기업들로부터 823억원에 이르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수법은 국민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기가 막힌 방법이었다. 50억과 150억원씩 실은 2톤 트럭을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지하 주차장 등에서 트럭 째로 넘겼다. 사과박스에 돈을 넣어 주고받는 것이 대부분이었던 당시로서는 스케일이 다른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이후 ‘차떼기’는 한나라당의 부패 이미지를 상징하는 별칭이 되었고 민심이 한나라당에 등을 돌린 결정적인 사건으로 회자 되고 있다,

당시 박근혜 대표가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당 전면에 등장해 천막당사를 구현하며 총선에서 예상 밖의 선전을 했다.

하지만 2006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차떼기 악몽이 되살아났다. 공천헌금 파문으로 당이 흔들린 것이다.

5선의 김덕룡 의원과 재선의 박성범 의원이 각각 서울 서초구청과 중구청장 공천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각각 4억여원과 21만 달러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 된데다 한 달 뒤 고조흥 의원이 3억 원의 공천헌금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휘청거렸다.

 5·31 지방선거를 불과 40여일 남겨놓은 시점에서 한나라당은 차떼기 오명을 불식시키기라도 하려는 듯, 공천비리 의혹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것 역시 박근혜 대표체제 하에서였다. 이처럼 박 위원장이 당 전면에 나설 때마다 금품수수 관련 사건이 터져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한나라당이다.

‘인위적 물갈’이 아닌
‘여론 물갈이’에 기대

일각에서는 이번 파문을 계기로 당 차원의 ‘인위적 물갈이’가 아닌 ‘여론 물갈이’가 대폭 이뤄져 정치신인들이 대거 등장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물론 그 칼날은 검찰이 쥐고 있다. 검찰이 강도 높은 수사로 ‘보좌관만 잡아들이는 검찰’의 이미지를 벗어나 실세를 정조준 하는 수사를 한다면 자연스런 물갈이는 물론 대대적인 개혁과 혁신에 한걸음 다가 설 것으로 여겨진다.

‘북풍’과 ‘안풍’에 이어 선거의 거대한 바람으로 작용할 ‘검풍’의 강도가 얼마나 될지 사뭇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또 선거 승패를 떠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회의원들의 ‘돈 놓고 자리 사는’ 형태의 나쁜 악습이 완전히 뿌리 뽑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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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