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강’ 기죽은 야당 실상

여기저기 끼지 못하고…유령 취급?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거대 양당이 정기국회의 쟁점 이슈를 선점하면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의 존재감이 미약해지고 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새 지도부 체제를 중심으로 도약을 시도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바른미래당은 ‘당 정체성 논란’이 최근까지도 끊이질 않고 있다. 민주평화당은 현직 국회의원들의 ‘탈당설’이 제기되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다.
 

지난 20대 총선 결과 다당제 국회가 출범했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과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이 등판하면서 국회는 다당제 체제가 됐다. 다당제 국회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았다. 다양한 정책적 목소리를 담을 수 있다는 기대감과 다당제의 이점으로 꼽히는 협의와 합의를 국회에 녹여내기 어렵다는 우려가 공존했다. 다당제 국회는 지방선거와 북한의 비핵화 등 굵직굵직한 이슈를 통과했고, 최근 정기국회의 문을 열었다.

출범 이후
연일 제자리

바미당과 평화당은 존재감을 좀처럼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10월 정기국회의 첫 일정인 대정부질문서부터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그림자에 가려진 형국이다. 

게다가 두 당 내부에선 정기국회를 관통하면서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지지율은 연일 답보상태다. 바미당과 평화당은 정기국회를 통해 가시적인 전환을 모색하는 모양새지만 다소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바미당은 손학규호 출범 이후 내부 결속 다지기에 나섰다. 바미당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합당 이후 내부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선 당내 갈등이 후보 간 갈등으로 번졌고, 지방선거 참패로 이어졌다.


바미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입해 당 재건에 나섰다. 이후 바미당은 지난 9·2전당대회를 통해 손학규 대표를 신임 당 대표로 선출했다. 손 대표는 취임 이후 첫 당직 인선서 사무총장에 바른정당 출신 오신환 의원을, 비서실장에 국민의당 출신 채이배 의원을 지명했다. 

전당대회 과정서 불거진 계파갈등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실제로 손 대표 취임 이후 당내 잡음은 어느 정도 줄어들었다. ‘최고참’인 손 대표는 당 전면에 나서면서 당내 갈등을 진화해 호평을 받았다.

다만 당의 완전한 화학적 결합은 요원해 보인다. 최근 바미당 내에선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동의 문제를 놓고 의원들 간 마찰이 있었다.

바미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난달 6일 국회 본회의장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 모든 정치 세력이 한뜻으로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안을 처리하고, 한국의 강력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자는 대통령과 여당의 요청에 바미당은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김 원내대표는 비핵화의 진전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비준안 처리가 한미 동맹의 균열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경청할 가치가 있다”며 “국회 결의안을 채택하고, 이후 비준 동의를 논의하자”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의 연설이 있던 날 바미당 지상욱 의원과 이언주 의원은 국회 비준 동의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한반도 비핵화 달성이라는 당의 정강·정책을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이 의원 역시 “북한의 진정성이 의심스러운 상황서 국회가 힘을 실어줄 때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가 비핵화 진척 정도를 짚었음에도 불구하고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손 대표는 같은 날 소상공인·자영업자 직능단체 대표자들과 정책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우리 의원들은 애국심과 애족심, 애당심을 가져야 한다”며 사실상 지 의원을 겨냥했다. 

민-한 거대 양당 그림자에 존재감 흐릿
바미당, 정기국회서도 당내 잡음 여전

이에 지 의원은 다음날 SNS 페이스북을 통해 “손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애국심, 애당심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다”며 공개 질의했다. 손 대표는 다음 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 의원의 공개질의와 관련된 질문에 웃으면서 “됐어, 됐어”라며 즉답을 피했다. 당 의원과 당 지도부가 서로 맞서는 양상이었다.

바미당 지도부는 진화에 나섰지만 최근까지도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동의 여부에 이견이 있었다. 당내 갈등의 중심에 섰던 지 의원은 지도부의 ‘재신임’을 묻기도 했다. 바미당은 지난 1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의원총회서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김 원내대표는 “판문점 선언 및 평양공동선언 비준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며 “마치 당장 처리를 해 줄 것으로 오해하는 이들이 있는데, 논의를 시작하자는 말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내 이견과 갈등을 감안한 듯 ‘의결’보다 ‘논의’에 초점을 맞췄다. 

김 원내대표는 ▲판문점 선언 비준안 비용추계 재산정 ▲북측, 국회 비준과 동일한 효력 갖는 국내법적 절차 진행 ▲북한의 현재 핵 불능화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 등 세 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하며 비준동의에 있어 신중한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지 의원은 전제조건에 대해 “대한민국과 달리 북한은 김정은 1인 체제 국가다. 국내법적 절차는 사문화될 수 있는 소지가 많아 효력이 발생하기 어렵다. 핵 불능화의 노력이란 게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씀을 주셔야 한다”라며 조목조목 따졌다. 

특히 “(김 원내대표가) 기자들한테 비준을 꼭 하겠다고 말씀을 하고 다니신다는 얘기도 기자들을 통해서 들려온다. 해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판문점 비준안
갈등 수면위로

그는 “원내대표님과 모든 당직자 분들도 개인의 의견이 마치 당의 뜻인 것처럼 오해가 되는 처신을 신중하게 해주시면 좋겠다”며 “또 그런 일이 생길 때는 신임을 여쭙지 않을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번 사안을 통해 바미당은 완전한 결합을 이뤄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각에선 “당 발전을 위한 건전한 갈등”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안의 무게감을 놓고 봤을 때 하나 된 목소리가 나오지 못한 점은 간과하기 어렵다.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동의 문제는 이번 정기국회의 최대 쟁점 중 하나로 꼽힌다. 바미당은 정기국회의 중대한 사안을 두고 불협화음이 짙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당 의원이 지도부를 향해 당의 ‘정강·정책’을 언급하며 비판한 것은 당내 통합이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평화당은 최근 일부 현역의원들의 ‘탈당설’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평화당 의원들의 탈당설은 지난 추석 연휴 전후로 급속하게 퍼져나갔다. 그 중심에 선 인물은 평화당 김경진·이용주 의원이었다.

김 의원의 경우 추석 연휴 때 내건 귀성인사 현수막 사건이 도마에 올랐다. 통상 국회의원 현수막엔 당명과 당 로고, 당 고유색 등이 실린다. 그러나 김 의원의 귀성인사 현수막엔 당명, 당로고가 빠져있었다. 

당 고유색도 평화당을 상징하는 연두색이 아닌 파란색이었다. 김 의원의 현수막은 파란색 바탕에 ‘고향방문을 환영합니다. 국회의원 김경진 올림’이란 글자가 적혀있을 뿐이었다. 평화당 소속인 점도 드러내지 않은 채 ‘국회의원 김경진’이라고 명시했다. 
 

이를 두고 김 의원의 탈당설에 힘이 실렸다. 일각에선 현수막 바탕색이 파란색인 것을 두고 차후 행선지를 민주당으로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이 의원은 지난달 27일 tbs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해 탈당설 내막을 공개했다. 이 의원은 “추석 명절 이전 본회의가 있었는데 저를 비롯한 김 의원과 몇몇 의원들이 본회의 도중에 모여 티타임을 가졌다”며 운을 뗐다. 

이 의원은 “티타임 중 바미당발, 평화당발 향후 정계개편은 어떻게 될지 가벼운 이야기들이 오고갔다”며 “다당제 체제가 필연적으로 양당 체제로 회귀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12월 기점으로
탈당설 솔솔!

이어 “그렇다면 12월 쯤 현실화될 것이기 때문에, 김 의원은 어차피 그리 될 바에야 조금 일찍 탈당이라든지 정계개편의 계기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의원은 “향후 정계개편의 여부는 정기 국회서 선거제도 개편 여부에 달려있고, 이 부분에 대한 민주당의 의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란 이야기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평화당 의원들의 탈당 의사가 당장 확실시된 것은 아니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두 의원은 공통점이 제법 있다. 김 의원과 이 의원 모두 검사 출신이다. 김 의원은 광주지검서, 이 의원은 서울고검서 부장검사를 지냈다. 이후 두 의원은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나란히 2016년 총선에 출마, 국민의당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김 의원과 이 의원의 의정활동서도 이들의 공통점을 확인할 수 있다. 두 사람은 이른바 ‘청문회 스타’다. 김 의원과 이 의원은 최순실 국정 농단 청문회서 활약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의 질의 과정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며 여론의 조명을 받았다. 

그는 청문회를 통해 ‘쓰까요정’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 의원 역시 청문회서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장관에게 문화계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를 연이어 18번 질의해 자백을 받아낸 바 있다.

평화당 초선의원들의 탈당설이 불거지자 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 1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서 “(초선의원들이)지금은 탈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 의원은 “약 한두 달 전부터 초선의원 몇 사람이랑 (탈당과 관련한)상의를 했다”며 “당내에 남아서 노선투쟁 같은 것을 해도 좋지만 탈당은 하지 말자고 했다. 그리고 정계개편서 어떤 기회가 오면 함께 당에서 노력해보자고 했다”고 밝혔다.

평화당, 현역 의원 탈당설로 어수선
선거개편 주장하며 분위기 반전 시도

맥락을 살펴보면 평화당은 선거제도 개편 여부를 정계개편의 시발점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해 의원수를 늘려 교섭단체 지위 확보를 노린다는 해석이다. 바미당 역시 선거제도 영역서 자유롭지 못하다. 좀처럼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지 못하는 상황서 현행 선거제도로 총선을 맞이하기엔 무리가 있다.

지난 1∼2일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진행한 10월 1주차 주중집계에 따르면 바미당과 평화당의 지지율은 각각 6.0%, 2.5%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유권자 1만2462명에게 통화를 시도해 최종 1003명이 응답을 완료했다. 응답률 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바미당과 평화당은 이번 정기국회서 선거제도 개편을 중앙 이슈로 끌어오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두 당은 선거제 개편을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모양새다. 

최근 바미당과 평화당은 정의당과 민중당, 녹색당 그리고 우리미래 등과 함께 지난 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제 개혁 논의를 촉구했다. 이들 정당은 570여개의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개혁공동행동을 결성하고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은 “올해 정기국회에서도 지난 1년간처럼 정치개혁에 관한 논의가 표류한다면, 20대 국회는 명백히 퇴행적인 국회로 기록될 것”이라며 사실상 민주당과 한국당을 압박했다.

바미당 손 대표와 평화당 정 대표, 그리고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손 대표와 정 대표는 각각 바미당과 평화당의 수장으로 자리하면서 선거제도 개편을 전면에 내세운 바 있다. 이날 손 대표는 선거제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정 대표는 사실상 민주당과 한국당을 압박했다.

지지율 답보
돌파구 있나

최근 정 대표는 민주당 이해찬 대표, 정의당 이 대표와 함께 지난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한 당시 이야기를 꺼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대표와 평양 고려호텔 꼭대기 층 술집서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이 대표가)우리 사회를 개혁의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선거제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당은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위해 필요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들의 명단을 미루고 있는 만큼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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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